슈뢰딩거 고양이가 위상각 변환을 일으키는 '게이지 거울(gauge mirror)' 앞으로 다가온다. 게이지 거울의 시계 바늘이 돌아가는 것은 위상각이 변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위상각을 임의로 변환할 때 슈뢰딩거 방정식의 구체적인 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수학적으로 정확히 같은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본문 내용처럼, 거울 안과 밖의 슈뢰딩거 고양이는 다르게 보이지만 두 마리 중 어느 것이 정말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을 '게이지 대칭성(gauge symmetry)'이라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게이지 대칭성은 세상에 빛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mareykrap

It’s not possible. (CASE)
No, it’s necessary. (Cooper)

-From the movie <Interstellar>(2014)

 

필자가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 미국으로 유학을 나가게 된 데에는 꽤 흥미진진한 계기가 있다. 조금 길게 설명해야 하는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번 글에서 얘기하고 싶은 주제와 묘하게 깊은 연관성이 있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 주기를 부탁한다.

때는 1995년 2월이었다. 이때 필자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부 졸업과 동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설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어느 날, 학과 사무실에서 집으로 연락이 왔다. 필자의 졸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몰라서 급히 학과 사무실로 연락해보니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졸업하던 시기에는 총 140 학점을 이수해야지만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할 수 있었다. 물론 필자는 이 조건을 만족하고 있었다. 다만 총 이수 학점에 대한 조건 말고도 전공 및 교양 이수 학점에 대해서도 각각 특정한 조건들이 있었다. 필자는 물리학과의 전공 이수 학점에 주로 신경을 썼고, 이 부분이 만족된 상태에서 전공 학점이 아닌 학점은 당연히 교양 학점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방심을 했다.

 

문제는 교양 학점이라는 큰 틀 안에도 여러 세부 항목들과 조건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타”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이 항목에서 4학점을 이수해야 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필자는 3학점만 이수했다. 보통 기타 항목의 학점은 체육 수업을 들어서 해결하고는 했는데, 필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운동을 잘 못하기도 하고 싫어해서 최대한 체육 수업을 듣지 않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수영과 볼링 수업을 들었는데, 이 수업들의 이수 학점이 총 3학점이었던 것이다(지금 생각해 보면 3학점이라도 체육 학점을 이수한 것 자체가 신기하다). 물론 체육 수업만이 기타 항목의 이수 학점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었고, 각 학과에서 개설하는 교양 과목 중에서 하나를 들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졸업에 대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필자가 체육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철학이나 경제학에는 관심이 꽤 많아서 몇 개의 과목을 들었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 과목들에서 얻은 학점을 기타 항목에서 요구하는 이수 학점으로 인정해달라고 학교를 잘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같이 들었던 “경제 원론”은 보통의 교양 과목보다 수준이 높으니, 학교에서 요구하는 교양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교양 과목을 이수한 것과 같다고 논리를 펼 생각이었다. 여기에다가, 정말 고맙게도, 물리학과의 여러 교수님들이 대학 본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포함해서 여러 방법으로 필자를 도와주었다. 그 당시 필자의 눈에 하늘과 같이 보인 여러 물리학과 교수님들이 도와주니 이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했다(아래에서 보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2월에 졸업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받아 놓은 대학원 입학 허가가 취소되었고 (대학원 입학 자격으로 학사 학위가 필요하므로), 이로 인해서 그 해 말에 대학원 입학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합격한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짜증이 나는 일이기도 했지만, 필자를 가장 괴롭혔던 사실은 이 모든 일들이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일어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작은 실수 하나가 한 학생이 꾸었던 꿈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그렇게 큰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서 들였던 그 모든 노력들은 도대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때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사실 필자는 학부를 졸업할 때 과수석으로 졸업할 예정이었다(더불어 대학원 입학시험을 가장 잘 보아서 특별히 상도 받을 예정이었다). 필자가 괴로워하고 있을 무렵, 과수석임에도 불구하고 1학점 부족으로 졸업을 못 하는 학생이 있다는 소식이 우연히 한 방송 기자의 귀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 기자는 필자의 사연이 이슈를 만들어 낼 만한 건수가 된다고 생각했고, 학교의 행정이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학생의 장래보다는 행정의 원칙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 기자는 이런 비판이 앞으로 후배 학생들이 필자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필자(와 또 다른 학생)를 장시간 설득했다. 결국 필자는 이 논리에 설득되어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이 인터뷰는 SBS 8시 뉴스에 나가게 된다(이 방송 출연은 이후로 필자를 괴롭히게 된다).

결국 2월에 졸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지만 물리학과 교수님들은 여전히 필자를 위해서 여러 조언을 해 주었다. 그중에서 특히 미국으로 유학을 나가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이 당시는 이미 3월이었으므로 통상적인 미국 대학원의 입학 절차는 모두 끝난 시기였다. 하지만 그 즈음에 한 교수님이 스토니브룩에 있는 뉴욕 주립 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이하 스토니브룩)를 방문해서 노벨 물리학상으로 유명한 양첸닝Chen-Ning Yang 교수님을 만날 일이 있었다. 이 교수님은 양첸닝 교수님에게 필자의 사정을 잘 설명하면 늦었지만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필자는 그 가능성의 정도를 전혀 추정할 수 없었으나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었으므로 영문 성적 증명서를 떼어 드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교수님이 미국에 갔다 온 후에 정말 입학 허가가 났다! 물론 토플TOEFL과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s를 본다는(그리고 성적이 너무 나쁘지 않다는) 조건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미국으로 유학 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그동안 하지 않았고, 8월까지 토플과 GRE를 모두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필자에게는 아직도 교양 과목 1학점을 따야 한다는 세부 사항(?)도 있었다(참고로 필자는 이때 법을 조금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학 개론”을 듣고 있었다). 어쨌든 결국 여차여차해서 6월에 GRE를 보고 7월에 토플을 보게 되었다. 이제 유학 비자를 받고 미국으로 떠나는 것만 남았다.

그런데, 진짜 재미있는 일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필자는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외무부에서 여권을 받으려면 병무청에서 출국 허가를 받아야 했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 출국 허가 추천서를 받아야 했다.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 한 곳에서 발생했다. 학교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출국 허가 추천서를 발행해 주지 않았는데, 결국 필자에게 알려 준 이유가 매우 황당했고, 어찌 보면 독창적이었다(진짜 이유는 필자의 방송 출연이었다고 추정한다). 그 이유는 학사 학위만 가진 상태에서 석사 학위 없이 곧바로 박사 과정에 입학할 수 없는데, 필자가 미국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으니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아무리 석박사 통합 과정이라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물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필자 이전에 수십 년 동안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나갔음을 지적해도 아무런 차이를 만들지 못 했다. 결국 필자의 말만을 믿을 수는 없으니 I-20라고 불리는 입학 허가서를 새로 받아서 명시적으로 “본 학생이 입학 허가를 받은 박사 과정은 석박사 통합 과정입니다”라고 기재되면 출국 허가 추천서를 발행해 주겠다고 했다. 이때가 아마 4월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으므로 스토니브룩에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뜩이나 뒤늦게 입학 허가를 내주었는데 별의별 희한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5월이 되었고 필자는 스토니브룩에서 새로운 입학 허가서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는데 미국 대사관에서 갑자기 발행하는 비자의 숫자를 대폭 줄인 것이었다. 이를 당시 신문과 방송에서 “비자 파동”이라고 불렀다. 당시가 벌써 5월이었고 비자 파동으로 인터뷰 날짜를 받는 데에도 족히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으므로, 필자가 가을학기 시작에 맞추어 8월에 미국으로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입학 허가서가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비자 인터뷰 날짜만이라도 우선 받아야 했으므로 필자는 무작정 광화문에 있는 미국 대사관으로 갔다. 당시 광화문은 유학 비자를 받기 위해서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몇 백 명의 학생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이제 필자도 그들 중의 한 명이 되었다. 다행히 필자가 줄 서기에 동참했을 때에는 실제로 밤을 새울 필요가 없었는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1일 3교대, 즉 8시간씩 교대로 줄을 서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였다!

그렇게 며칠 동안 교대로 광화문에서 줄을 서고 있을 때였다. 신문과 방송에서 비자 파동에 대해 비판하는 수위가 높아지자, 어느 날 갑자기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여분으로 더 발행하기로 공표했다. 이날은 바로 미국 국경일의 하나로서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비슷한 전몰 장병 기념일Memorial day인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이었다. 원래라면 미국 대사관이 쉬는 날이었지만 이날은 특별히 문을 열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에게 또 다른 미국 국경일인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 즉 7월 4일에 비자 인터뷰를 받을 수 있는 스티커를 여권에 붙여주었다. 이 모든 일이 너무도 갑자기 이루어진 터라 그날 집에 쉬러 들어간 학생들은 곧바로 광화문으로 나올 수 없었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이날 마침 줄을 서고 있었고, 여권에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차, 필자에게는 아직 여권이 없지 않은가? 여권을 받으려면 병무청 허가가 필요했고, 그러려면 학교의 추천서가 필요했는데, 이때는 아직 스토니브룩에서 새 입학 허가서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정말 믿기지 않게도 바로 이날 아침에 새 입학 허가서가 도착했다! 하지만 이것은 여권에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받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몇 시간 만에 학교의 추천서와 병무청의 허가를 받고 여권을 발행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인가?

그런데 사실 필자에게는 여권이 있었다. 1994년 여름, 삼성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일본의 사회 기반 시설infrastructure을 견학시켜 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필자가 서울대학교 대표로 참가할 수 있었다. 이때 단수 여권을 만들었는데 물론 한 번 사용했으므로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이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여권에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붙여 준 이유는 여권이 신분증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는데, 여권의 실제 유효기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을 제출하고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받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필자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무사히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받을 수 있었고, 그날 아침에 도착한 새 입학 허가서를 가지고 학교의 추천서와 병무청의 허가서를 받고 얼마 후 유효기간이 제대로 된 새 여권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흘러서 7월 4일에 비자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유학 비자를 얻어서 1995년 8월 11일(20년도 넘게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날짜이다)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멈추어 시간을 되감아 보자. 필자는 1994년 여름에 일본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 여권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의 원래 계획은 여름 계절학기 수업으로 수영 과목을 하나 수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필자에게 일본 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기회가 갑자기 주어졌다. 잠깐만! 필자가 1994년 여름에 수영 과목을 수강했다면, 필자가 1학점으로 1995년 2월에 졸업을 못 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앞서 길게 설명한 유학을 가기 위한 우여곡절도 없었을 것이다. 또 그랬다면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받기 위해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을 제출하면서 마음을 졸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유효기간이 만료된 여권은 필자가 일본에 갔기 때문에 만들어졌고 그것 때문에 필자가 1학점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여권이 필자에게 비자 인터뷰 스티커를 받게 해 주었다. 그리고 필자는 미국으로 유학을 나갈 수 있었다.

 

필자를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필자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유학을 나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면, 그 누군가는 십중팔구 이 모든 일들이 사실이기에는 너무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이 모든 일들은 필자가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았던 유학을 갑자기 나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이었다. 이보다 더 딱 맞게 필요한 일들은 없었을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2014)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멀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더 이상 식물이 자라지 않는, 따라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에 우주 비행사인 주인공 쿠퍼Cooper와 과학자인 브랜드Brand 박사를 비롯한 일군의 탐험대는 인듀어런스Endurance라는 우주선을 타고 이전에 토성 근처에서 발견된 웜홀Wormhole을 통과해, 먼 우주에 있는 생존 가능한 3개의 행성을 탐색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3개의 행성 중에서 첫 번째 행성의 탐색은 실패로 돌아가고 연료 부족으로 나머지 2개의 행성 중에서 이제 단 하나의 행성만을 탐색할 수 있게 되었다. 이 2개의 행성 중에서 이전에 선발대로 파견된 만Mann 박사가 계속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한 행성을 선택하게 되는데, 사실 만 박사는 자신이 탐색한 행성이 생존 불가능한 행성임을 발견했지만 구조가 되기 위해서 거짓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쿠퍼와 브랜드를 속인 만 박사는 행성의 궤도를 돌고 있는 인듀어런스로 올라와서 혼자 도망칠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에 따라 만 박사는 쿠퍼를 들판으로 유인해서 상처를 입힌 후 죽게 내버려 두고 착륙선을 빼앗아 인듀어런스로 향한다. 이를 알게 된 브랜드는 쿠퍼를 구하고 곧바로 다른 착륙선을 타고 만 박사를 추격하게 된다.

 

이 추격은 만 박사가 수동으로 인듀어런스에 도킹docking을 하려다 실패하면서 끝나게 되는데, 이때 폭발이 일어나면서 만 박사는 죽고 인듀어런스는 궤도 안정 장치에 고장이 나서 빙빙 돌게 된다. 이대로라면 쿠퍼와 브랜드가 탄 착륙선은 인듀어런스에 도킹할 수 없게 되고, 전 인류의 운명이 걸린 새로운 행성 탐사 임무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쿠퍼는 로봇인 케이스CASE에게 착륙선을 인듀어런스가 도는 속도에 정확히 맞추어 회전시켜 도킹할 것을 명령한다. 이때 케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It’s not possible.)”

이 말을 들은 쿠퍼는 다음과 같은 잊지 못할 명대사로 대꾸한다.

“아니, 그건 필요해. (No, it’s necessary.)”

 

 

양자역학에도 불가능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일들이 일어난다. 필자는 이전 글 “믿기 힘든 양자 Incredible Quantum [3]: 파동 방정식”에서 파동함수의 위상각은 도대체 왜 필요할까라고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파동함수의 위상각을 임의로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살펴보자. 구체적으로 어떤 파동함수 \(\psi({\bf r},t)\)가 다음과 같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하는 해라고 하자.
\[
i\hbar\frac{\partial}{\partial t}\psi({\bf r},t)=\left(-\frac{\hbar^2}{2m}\nabla^2+V({\bf r})\right)\psi({\bf r},t)
\]
이제 이 파동함수 \(\psi({\bf r},t)\)와 절대값은 정확히 같지만 위상각을 임의로 바꾼 새로운 파동함수 \(\psi^\prime({\bf r},t)=e^{i\theta({\bf r},t)}\psi({\bf r},t)\)를 생각해 보자. 이 새로운 파동함수가 만족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은 무엇일까? 새로운 파동함수가 만족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은 기존의 슈뢰딩거 방정식에 있는 \(\psi({\bf r},t)\) 자리에 \(e^{-i\theta({\bf r},t)}\psi^\prime({\bf r},t)\)를 집어넣으면 구할 수 있다. 자세한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최종 결과를 쓰면 다음과 같다.
\[
i\hbar\frac{\partial}{\partial t}\psi^\prime({\bf r},t)=\left[-\frac{\hbar^2}{2m}(\nabla-i\nabla\theta({\bf r},t))^2+V({\bf r})-\hbar\frac{\partial \theta({\bf r},t)}{\partial t}\right]\psi^\prime({\bf r},t)
\]
위에서 미분 연산자로 이루어진 벡터 \(\nabla\)을 정의하였다.
\[
\nabla=\left(\frac{\partial}{\partial x},\frac{\partial}{\partial y},\frac{\partial}{\partial z}\right)
\]
처음에는 위와 같은 미분 연산자가 어떻게 벡터가 될 수 있을까 상상이 잘 안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 벡터 미분 연산자의 크기는 무엇인가? 조금 더 헷갈리게, 위 벡터 미분 연산자의 방향은 무엇인가? 이런 어려운 문제는 잠시 잊고, 여기서는 일단 벡터 미분 연산자가 3 개의 성분을 갖고 있으며 많은 경우에 있어서 보통의 3차원 벡터처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참고로 위 벡터 미분 연산자는 그리스 문자 델타가 거꾸로 된 것과 비슷해서 델del로 불리거나, 히브리의 하프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서 나블라nabla라고 불린다.

이제, 이전 글 “믿기 힘든 양자 Incredible Quantum [3]: 파동 방정식”에서 언급한 드브로이의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 원리를 적용하면 벡터 미분 연산자인 \(\nabla\)을 입자의 운동량momentum \({\bf p}=(p_x,p_y,p_z)\)과 다음과 같이 연결할 수 있다.
\[
{\bf p}=-i\hbar\nabla
\]
위 연결 관계에 대해서 약간 더 부연 설명을 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이전 글에서 드브로이의 파동-입자 이중성 원리에 따르면 평면파plane wave의 경우에 운동량이 파동의 파수wave number, 즉 파장wave length의 역수에 비례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공간에 의존하는 퍼텐셜 에너지 \(V({\bf r})\)이 있는 경우에는, 파동함수가 자유롭게 공간을 나아가는 평면파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매우 복잡한 함수가 될 것이다. 이런 복잡한 파동함수의 파장은 도대체 무엇일까? 답은 싱겁게도 “평면파가 아닌 일반적인 파동함수는 잘 정의된 파장을 가지지 않는다”이다.  

양자역학에서는 에너지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라고 불리는 연산자operator로 확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운동량도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미분 연산자로 확장되어야 한다. 평면파의 경우에, 그것을 기술하는 파동함수, 즉 \(e^{i({\bf k}\cdot{\bf r}-\omega t)}\)에 앞서 언급한 미분 연산자를 작용하면 운동량이 계수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를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평면파가 운동량 연산자의 고유함수eigenfunction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파동함수 \(\psi({\bf r},t)\)가 주어진 연산자 \(\hat{O}\)의 고유함수라는 것은 \(\psi({\bf r},t)\)에 \(\hat{O}\)를 작용했을 때 그 결과가 그 파동함수 곱하기 어떤 숫자 \(\lambda\)가 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lambda\)는 주어진 연산자 \(\hat{O}\)의 고유값eigenvalue이라고 불린다. 수학적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
\hat{O}\psi({\bf r},t)=\lambda\psi({\bf r},t)
\]
여러 고유함수 중에서도 해밀토니안의 고유함수가 특히 중요한데, 이는 해밀토니안의 고유함수가 바로 이전 글 “믿기 힘든 양자 Incredible Quantum [1]: 들어가며”에서 언급한  정상파standing wave이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해밀토니안이 \(\hat{H}\)라고 할 때 정상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hat{H}\psi({\bf r},t)=E\psi({\bf r},t)
\]
여기서 해밀토니안의 고유값 \(E\)는 바로 에너지 고유값energy eigenvalue이다.

다시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운동량과 미분 연산자 사이의 연결 관계를 이용해서 앞선 슈뢰딩거 방정식을 다시 쓰면 다음과 같은 수식을 얻을 수 있다.
\[
i\hbar\frac{\partial}{\partial t}\psi^\prime({\bf r},t)=\left[\frac{1}{2m}({\bf p}-\hbar\nabla\theta({\bf r},t))^2+V({\bf r})-\hbar\frac{\partial \theta({\bf r},t)}{\partial t}\right]\psi^\prime({\bf r},t)
\]
위에서 보듯 기존의 파동함수 \(\psi({\bf r},t)\)와 새로운 파동함수 \(\psi^\prime({\bf r},t)=e^{i\theta({\bf r},t)}\psi({\bf r},t)\)는 정확히 같은 확률 분포를 가지지만, 전혀 다른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하게 된다. 이러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차이는 특히 위상각이 시공간에 대해서 임의의 함수가 되어도 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실로 굉장히 큰 차이이다. 도대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것은 위상각의 변환transformation에 따라서 슈뢰딩거 방정식이 매우 다르게 바뀌지만, 그것의 해는 정확하게 동일한 물리적인 상황을 기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변환에 대해서 물리량(여기서는 파동함수의 절대값에 의해서 결정되는 확률 분포)이 변하지 않는 것을 조금 고상하게 말해서 “대칭성symmetry”이라고 한다. 특히 위상각 변환에 대해서 물리량이 변하지 않는 것을 “게이지 대칭성gauge symmetry”이라고 한다. 게이지 대칭성은 말 자체로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금방 현실적인 어려움을 야기한다. 파동함수를 구하기 위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쓰고 풀어야 하는데, 슈뢰딩거 방정식을 쓰는 방식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정확히 어떻게 쓰고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슈뢰딩거 방정식이 애초부터 위상각 변환으로 인해서 새롭게 생길 수 있는 항들을 적절히 받아서 흡수할 수 있으면 된다. 말은 쉬운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 새로운 함수인 \({\bf A}^\prime({\bf r},t)\)와 \(\phi^\prime({\bf r},t)\)를 도입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써 보자.
\[
i\hbar\frac{\partial}{\partial t}\psi^\prime({\bf r},t)=\left[\frac{1}{2m}\left({\bf p}-\frac{e}{c}{\bf A}^\prime({\bf r},t)\right)^2+e\phi^\prime({\bf r},t)\right]\psi^\prime({\bf r},t)
\]
현재 상태로서는 단순히 해밀토니안에 있는 몇 개의 항을 다음과 같이 새로운 기호로 정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
\frac{e}{c}{\bf A}^\prime({\bf r},t)=\hbar\nabla\theta({\bf r},t)
\]
\[
e\phi^\prime({\bf r},t)=V({\bf r})-\hbar\frac{\partial\theta({\bf r},t)}{\partial t}
\]
여기서 전자의 전하량 \(e\)와 빛의 속도인 \(c\)는 나중의 편의를 위해서 도입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기술하기로 한다.

이제 원래 파동함수 \(\psi({\bf r},t)\)가 만족하는 슈뢰딩거 방정식도 위와 수학적으로 정확히 같은 구조로 써진다고 가정하자. 즉 원래의 슈뢰딩거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써보자.
\[
i\hbar\frac{\partial}{\partial t}\psi({\bf r},t)=\left[\frac{1}{2m}\left({\bf p}-\frac{e}{c}{\bf A}({\bf r},t)\right)^2+e\phi({\bf r},t)\right]\psi({\bf r},t)
\]
이전에 쓴 슈뢰딩거 방정식과 비교해보면 \({\bf A}({\bf r},t)\)와 \(\phi({\bf r},t)\)는 다음과 같음을 알 수 있다.
\[
\frac{e}{c}{\bf A}({\bf r},t)=0
\]
\[
e\phi({\bf r},t)=V({\bf r})
\]
그렇다면 \({\bf A}^\prime({\bf r},t)\)와 \({\bf A}({\bf r},t)\), 그리고 \(\phi^\prime({\bf r},t)\)와 \(\phi({\bf r},t)\)의 관계는 무엇일까?

우선 \(\phi^\prime({\bf r},t)\)와 \(\phi({\bf r},t)\)의 관계는 쉽다.
\[
e\phi({\bf r},t)=V({\bf r})=e\phi^\prime({\bf r},t)+\hbar\frac{\partial \theta({\bf r},t)}{\partial t}
\]
즉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phi({\bf r},t)=\phi^\prime({\bf r},t)+\frac{\hbar}{e}\frac{\partial \theta({\bf r},t)}{\partial t}
\]
어려운 부분은 \({\bf A}^\prime({\bf r},t)\)와 \({\bf A}({\bf r},t)\)의 관계인데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다음과 같이 연결시킬 수 있다.
\[
\frac{e}{c}{\bf A}({\bf r},t)=0=\frac{e}{c}{\bf A}^\prime({\bf r},t)-\hbar\nabla\theta({\bf r},t)
\]
즉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
{\bf A}({\bf r},t)={\bf A}^\prime({\bf r},t)-\frac{\hbar c}{e}\nabla\theta({\bf r},t)
\]
이제 \(e\), \(c\), \(\hbar\)와 같은 물리 상수들을 계속해서 쓰기가 조금 귀찮으니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새로운 함수 \(\chi({\bf r},t)=\frac{\hbar c}{e} \theta({\bf r},t)\)를 도입하자. 이 함수를 이용해서 \({\bf A}^\prime({\bf r},t)\)와 \({\bf A}({\bf r},t)\), 그리고 \(\phi^\prime({\bf r},t)\)와 \(\phi({\bf r},t)\)의 관계를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
\[
{\bf A}^\prime({\bf r},t)={\bf A}({\bf r},t)+\nabla\chi({\bf r},t)
\]
\[
\phi^\prime({\bf r},t)=\phi({\bf r},t)-\frac{1}{c}\frac{\partial \chi({\bf r},t)}{\partial t}
\]
이 관계식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관계식의 의미를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이 관계식을 얻었는지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위 관계식은 파동함수의 위상각을 임의로 변환할 때 슈뢰딩거 방정식의 구체적인 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수학적으로 정확히 같은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으로부터 얻어졌다. 이전에 위상각 변환에 대한 물리량의 불변성invariance을 게이지 대칭성이라고 한다고 했다. 여기서는 물리량의 불변성에 맞추어 슈뢰딩거 방정식의 수학적 구조도 같이 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썼다. 정리하면 위 관계식은 파동함수의 절대값의 제곱만이 실제로 잴 수 있는 양, 즉 확률 분포라는 양자역학의 특별한 성질에 기인한다. 이 성질은 뉴턴의 운동 방정식Newton’s equations of motion에 의해서 기술되는 고전역학이나 맥스웰의 방정식Maxwell’s equations에 의해서 기술되는 전자기학과는 아무 상관없는 양자역학의 고유한 성질이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위 관계식은 양자역학 이전부터 매우 잘 알려져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맥스웰의 방정식 속에 숨어있었다. 맥스웰의 방정식은 다음과 같이 쓰인다.

\[
\nabla\cdot{\bf E}=4\pi\rho
\]
\[
\nabla\cdot{\bf B}=0
\]
\[
\nabla\times{\bf E}=-\frac{1}{c}\frac{\partial {\bf B}}{\partial t}
\]
\[
\nabla\times{\bf B}=\frac{1}{c}\left(4\pi{\bf J}+\frac{\partial {\bf E}}{\partial t}\right)
\]
보는 바와 같이 맥스웰의 방정식은 4개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4개의 방정식의 의미는 각각 다음과 같다.

우선 첫 번째 방정식은 전기 전하electric charge가 전기장electric field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rho\)는 전기 전하의 밀도를 나타내고, \({\bf E}\)는 전기장을 나타낸다. 이전 글 “믿기 힘든 양자 Incredible Quantum [3]: 파동 방정식”에서 어떤 벡터 함수의 다이버전스divergence “\(\nabla\cdot\)”는 그 벡터 함수를 물의 흐름이라고 할 때 공간의 한 점에서 마치 샘솟듯이 흘러나오는 정도라고 했다. 약간 시적으로 말하면, 전기 전하는 전기장을 샘솟게 한다.

두 번째 방정식은 자기장magnetic field을 샘솟게 하는 흔히 자기 단극magnetic monopole이라고 불리는 자기 전하magnetic charge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쉽게 막대 자석을 생각해보자. 막대 자석은 북극north pole과 남극south pole을 지니고 있다. 자기장은 북극에서 나와서 남극으로 들어간다. 이제 막대 자석을 반으로 나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극과 남극을 분리할 수 있을까? 답은 “분리할 수 없다”이다. 왜냐하면 막대 자석을 반으로 나누는 순간, 북극이 붙어있는 부분의 반대편에 새로운 남극이 형성되고, 남극이 붙어있는 부분의 반대편에는 새로운 북극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나의 자기적 극성을 가지는 입자, 즉 자기 단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 번째 방정식은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Faraday’s law of induction이라고 불리는 법칙을 나타낸다. 이 법칙에 따르면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하면 전기장이 유도되며, 유도된 전기장은 주변에 있는 도선에 전류를 야기한다. 이 법칙은 다름 아닌 발전기의 원리이다. 세 번째 방정식을 조금 더 엄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회전 혹은 영문 명칭 그대로 컬curl로 불리는 미분 연산자 “\(\nabla\times\)”를 알아야 한다. 사실 컬은 다이버전스와 깊은 관계가 있는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3차원 벡터, 예를 들어 \({\bf A}=(A_x,A_y,A_z)\)와 \({\bf B}=(B_x,B_y,B_z)\) 사이의 곱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두 3차원 벡터 사이의 곱을 정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내적inner product, 점곱dot product 혹은 스칼라곱scalar product이라고 불리는 곱이 있는데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bf A}\cdot{\bf B}=A_x B_x+A_y B_y+A_z B_z
\]
다른 하나로는 외적outer product, 교차곱cross product 혹은 벡터곱vector producut이라고 불리는 곱이 있는데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bf A}\times{\bf B}=(A_y B_z-A_z B_y, A_z B_x-A_x B_z, A_x B_y-A_y B_x)
\]
이제 이전에 정의한 벡터 미분 연산자인 \(\nabla\)을 진짜 하나의 3차원 벡터로 생각하자. 이 상황에서 \(\nabla\)과 다른 어떤 3차원 벡터 함수 \({\bf V}=(V_x,V_y,V_z)\)와 스칼라곱을 취한 것을 발산 혹은 다이버전스라고 하고 벡터곱을 취한 것은 회전 혹은 컬이라고 한다.
\[
\nabla\cdot{\bf V}=\frac{\partial V_x}{\partial x}+\frac{\partial V_y}{\partial y}+\frac{\partial V_z}{\partial z}
\]
\[
\nabla\times{\bf V}=\left(\frac{\partial V_z}{\partial y}-\frac{\partial V_y}{\partial z},\frac{\partial V_x}{\partial z}-\frac{\partial V_z}{\partial x},\frac{\partial V_y}{\partial x}-\frac{\partial V_x}{\partial y}\right)
\]
앞서 말했듯 발산 혹은 다이버전스의 의미는 그 이름이 그대로 벡터 함수가 공간의 한 점에서 샘솟듯이 흘러나오는 정도이다. 회전 혹은 컬의 의미도 역시 그 이름 그대로 벡터 함수가 공간의 한 점에서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는 정도이다. 위 지식을 가지고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을 약간 시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자기장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전기장을 소용돌이치게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방정식은 앙페르의 법칙Ampere’s law과 맥스웰이 새롭게 도입한 항의 결합이다. 우선 앙페르의 법칙은 전류 \({\bf J}\)가 흐르면 그 주변에서 자기장이 소용돌이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세 번째 방정식인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에서 영감을 받아서 전기장의 시간에 따른 변화도 자기장을 소용돌이치게 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에 대칭성이 있어서 서로 비슷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맥스웰이 새로운 항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지만 전기장과 자기장은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대칭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전기장에게는 전기 전하와 전기 전하의 흐름, 즉 전류가 있지만, 자기장에게는 자기 단극과 자기 단극의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맥스웰의 방정식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정식에는 자기 단극에 관한 항이 전혀 없다. 이 성질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수학적 구조에 매우 강력한 조건을 부여한다. 다르게 말해서, 맥스웰의 방정식 중 두번째와 세번째 방정식은 어떤 새로운 벡터 함수 \({\bf A}({\bf r},t)\)와 스칼라 함수 \(\phi({\bf r},t)\)를 정의하면 그냥 풀리게 된다.

구체적으로 두 번째 맥스웰의 방정식은 자기장이 어떤 벡터 함수 \({\bf A}\)의 컬로 표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bf B}=\nabla\times{\bf A}
\]
위 수식은 어떤 임의의 벡터 함수에 컬을 취하고 나서 다시 다이버전스를 취하면 자동적으로 0이 된다는 수학적 성질로부터 얻어진다. 여기서 \({\bf A}({\bf r},t)\)는 벡터 퍼텐셜vector potential이라고 불린다. 정리하면 자기장은 벡터 퍼텐셜의 소용돌이와 같다.

이제 자기장이 벡터 퍼텐셜의 컬로 표현된다는 사실을 이용하면 세 번째 맥스웰의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다시 쓸 수 있다.
\[
\nabla\times\left({\bf E}+\frac{1}{c}\frac{\partial {\bf A}}{\partial t}\right)=0
\]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괄호 안에 있는 양이 어떤 스칼라 함수 \(\phi\)의 기울기 혹은 그래디언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기장을 다음과 같이 다시 쓸 수 있다.
\[
{\bf E}=-\nabla\phi-\frac{1}{c}\frac{\partial {\bf A}}{\partial t}
\]
위 수식은 전과 비슷하게 어떤 임의의 스칼라 함수에 그래디언트를 취하고 나서 다시 컬을 취하면 자동적으로 0이 된다는 수학적 성질로부터 얻어진다. 여기서 \(\phi({\bf r},t)\)는 스칼라 퍼텐셜scalar potential이라고 불린다. 정리하면 전기장은 스칼라 퍼텐셜이 공간에 따라 변하거나 벡터 퍼텐셜이 시간에 따라서 변하면 발생한다.

여기서 잠깐! 필자는 위에서 벡터 퍼텐셜과 스칼라 퍼텐셜을 표시하기 위해서 \({\bf A}({\bf r},t)\)와 \(\phi({\bf r},t)\)라는 기호를 썼다. 혹시 이 기호가 앞서 언급한 게이지 대칭성 문제에서 썼던 기호와 정확히 같다는 것을 눈치챈 독자가 있는가? 편의를 위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다시 써 보자.
\[
i\hbar\frac{\partial}{\partial t}\psi({\bf r},t)=\left[\frac{1}{2m}\left({\bf p}-\frac{e}{c}{\bf A}({\bf r},t)\right)^2+e\phi({\bf r},t)\right]\psi({\bf r},t)
\]
위에서 \(\phi({\bf r},t)\)는 전기장을 주는 스칼라 퍼텐셜이 있어야 할 위치에 정확히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phi({\bf r},t)\)는 전기장을 주는 스칼라 퍼텐셜일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제 \({\bf A}({\bf r},t)\)는 무엇인가? 중요한 실마리는 원래 운동량 \(m{\bf v}\)가 있어야 할 위치에 미분 연산자 \({\bf p}=-i\hbar\nabla\)와 벡터 퍼텐셜 \({\bf A}({\bf r},t)\)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서 얻어진다. 다시 말해서,
\[
m{\bf v}={\bf p}-\frac{e}{c}{\bf A}({\bf r},t)
\]
전문적으로 \(m{\bf v}\)를 역학적 운동량mechanical momentum이라고 부르고 \({\bf p}\)를 카노니칼 운동량canonical momentum이라고 부른다. (canonical momentum은  “정준 운동량”이라고도 번역되지만 잘 쓰이지 않는 용어라 여기서는 영어 명칭을 그대로 쓰기로 한다.) 위 수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에서 파인만이 제시한 설명 방식을 잠깐 이용해 보자.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생각해 보자.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은 솔레로이드solenoid에 갑자기 전기 스위치를 켜서 전류를 흘린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앙페르의 법칙에 따라서 자기장이 0에서 유한한 값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자기장은 벡터 퍼텐셜의 소용돌이이므로, 자기장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은 벡터 퍼텐셜이 처음에 0이다가 갑자기 세게 솔레로이드 주변으로 소용돌이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벡터 퍼텐셜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다시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법칙에 따라서 전기장 \({\bf E}\)를 발생시킬 것이다. 결국 이렇게 발생한 전기장은 솔레로이드 주변에 있는 전자에 힘 \({\bf F}\)를 야기할 것이다.

\[
{\bf F}=e{\bf E}=-\frac{e}{c}\frac{\partial {\bf A}}{\partial t}
\]
이 힘은 전자의 역학적 운동량 \(m{\bf v}\)를 바꾸게 되는데(\({\bf F}=m{\bf a}\)), 그 값은 기존의 값에 다음과 같은 변화량이 더해진 값이다.
\[
\Delta(m{\bf v})=-\frac{e}{c}{\bf A}
\]
반면 슈뢰딩거 방정식의 성질상, 벡터 퍼텐셜을 갑자기 변화시키면 파동함수의 시간에 대한 미분값은 급격히 변할지라도, 파동함수의 공간적 형태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파동함수의 공간 미분값, 즉 카노니칼 운동량 \({\bf p}\)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역학적 운동량은 크게 변하지만 카노니칼 운동량은 거의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수식이 만족되면 된다.
\[
m{\bf v}+\frac{e}{c}{\bf A}={\bf p}
\]
위에서 벡터 퍼텐셜이 초기에 0일 때 역학적 운동량과 카노니칼 운동량이 같다는 조건을 썼다. 결론적으로, 위상각 변환으로부터 발생하는 \({\bf A}({\bf r},t)\)는 자기장을 야기하는 벡터 퍼텐셜과 정확히 같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위상각을 임의로 변환하기 이전과 이후의 벡터 및 스칼라 퍼텐셜의 관계식을 기억해 보자.  

\[
{\bf A}^\prime({\bf r},t)={\bf A}({\bf r},t)+\nabla\chi({\bf r},t)
\]
\[
\phi^\prime({\bf r},t)=\phi({\bf r},t)-\frac{1}{c}\frac{\partial \chi({\bf r},t)}{\partial t}
\]
이 관계식의 진정한 의미는 위상각을 임의로 변환했을 때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면 드러난다. 편의를 위해서 벡터 및 스칼라 퍼텐셜이 전자기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시 한번 써보자.
\[
{\bf B}=\nabla\times{\bf A}
\]
\[
{\bf E}=-\nabla\phi-\frac{1}{c}\frac{\partial {\bf A}}{\partial t}
\]
위상각 변환 이후에 얻어지는 새로운 전자기장 \({\bf E}^\prime\), \({\bf B}^\prime\)은 새로운 벡터 및 스칼라 퍼텐셜 \({\bf A}^\prime\), \(\phi^\prime\)으로부터 정해진다. 그런데 실제로 위 공식에 새로운 벡터 및 스칼라 퍼텐셜을 집어넣고 새로운 전자기장을 계산하면 위상각 변환 이전과 이후의 전자기장이 정확히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떠한 위상각을 선택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잴 수 있는 전자기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위 결과의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그동안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기억해 보자. 위상각을 임의로 변환하는 것에 대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이 동일한 수학적 구조를 가지려면 벡터 및 스칼라 퍼텐셜이 어떤 특정한 관계식을 만족해야 했다. 이 관계식은 양자역학의 독특한 성질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관계식은 전자기장이 반드시 만족해야 하는 게이지 대칭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게이지 대칭성은 자기 단극이 없어야 한다는 실험적 사실, 다시 말해서 맥스웰의 방정식에서 나왔다. 결론만 놓고 지극히 단순하게 말하면, 양자역학의 파동함수를 쓰는 순간, 자기 단극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빛은 전자기장이 만들어내는 파동이므로 어떤 의미로 양자역학은 빛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것은 양자역학이 전자의 동역학을 기술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필자가 위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전자기력이라는 자연의 근본적인 힘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자의 동역학을 기술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위상각 변환에 대해서 변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설명한 위상각 변환을 조금 유식하게 말해서 아벨리안Abelian 게이지 변환이라고 한다. 자연에는 전자기력 외에 소위 약력weak force와 강력strong force이란 힘이 있다. 이 힘은 맥스웰의 방정식과 같은 고전 물리 영역에서 적용되는 방정식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기술하는 방정식은 오롯이 양자역학적인 원리에 맞추어 새롭게 유도되어야 한다. 그 원리가 무엇일까? 그 원리는 바로 게이지 대칭성의 원리이다. 새로운 힘인 약력과 강력의 경우에는 위에서 설명한 아벨리안 게이지 대칭성을 확장해서 소위 비-아벨리안non-Abelian 게이지 대칭성을 이용하면 되는데, 근본적으로 원리는 똑같다.

 

결론적으로 게이지 대칭성이 말해주는 바는 (마치 허수가 그랬던 것처럼) 위상각은 존재하되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인 해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역학의 확률론적인 해석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숨겨진 비밀, 즉 근본적인 힘의 원리를 알게 된 것이다. 양자역학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싶지 않으나 자연에는 실제로 게이지 대칭성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게이지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은 사실 우리 우주의 운명이 걸린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것의 의미는 매우 심오하므로 나중에 더 자세하게 얘기하기로 하자.)

박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