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WMAP Science Team

밤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의 대부분은 우리은하라고 불리는 은하에 속해 있는 것들이다. 우리은하는 태양과 같은 수천억 개의 별이 중력에 의하여 모여 있는 커다란 덩어리이다. 중심에서 가장자리까지 가는 데 빛의 속도로 50,000년 정도 걸릴 정도로 아주 크다. 하지만 우주에는 이러한 은하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적어도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이러한 은하들은 거의 일정하게 분포하고 있다.

하늘에 있는 별과 은하 같은 천체들은 항상 같은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관측해 보면 은하들은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은하들의 거리와 운동을 자세히 관측한 사람이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다. 1929년 허블의 관측에 따르면 은하들은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멀어지는 속력이 방향에 관계없이 지구로부터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이었다.

지구의 위치가 우주에서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우주의 다른 은하에서도 같은 관측을 하여야 될 것이다. 이 사실로부터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은하가 실제로 운동을 하여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은하들 사이의 공간이 늘어남으로 인하여,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우주는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그로 인하 여 그 안에 있는 물질의 밀도는 점점 줄어들고, 우주의 온도가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옛날의 우주는 밀도가 아주 높고 온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을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초기 우주를 복사지배시대, 후기 우주를 물질지배시대라고 부른다.

 

팽창하는 우주의 모습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으로부터 잘 설명할 수 있으며 이것을 표준 빅뱅우주모형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복사나 물질로 이루어진 표준모형의 우주는 그 팽창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감속팽창을 나타낸다. 하지만 초신성의 관측과 우주배경복사의 정밀한 분석을 통하여 우주는 최근에 가속팽창으로 전환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현재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원인을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빅뱅우주 모형은 설명할 수 없는 초기 조건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팽창하는 우주 모형에서 우주는 유한한 과거를 가지게 된다. 우주의 시작으로부터 빛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유한하다는 것이다. 즉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의 상호작용은 초기우주부터 현재까지 빛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관측에 의하면, 그보다 훨씬 큰 거리에서 물질의 분포나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분포가 만분의 일 이내에서 거의 같은 값을 가지고 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는 두 지점이 왜 같은 밀도와 온도를 가지는가, 이것을 지평선문제라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평탄성문제이다. 감속팽창하는 표준 빅뱅모형에서는 우주의 팽창으로 인하여 공간이 휘어지게 된다. 하지만 관측에 따르면 현재의 우주는 아주 평탄하게 보인다. 따라서 초기 우주에서는 그 평탄성의 정도가 현재보다 훨씬 큰, 즉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평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처음부터 이 정도로 정확하게 우주가 평탄한 것인가에 대하여 과학자들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를 표준빅뱅우주모형의 평탄성문제라고 부른다.

우주의 인플레이션은 위에서 언급한 표준빅뱅우주모형에 존재하는 초기조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문제는 우주가 감속팽창을 한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팽 창속도가 계속 증가하는 가속팽창이 초기 우주의 어느 시기 동안 이루어진다면, 그 초기 조건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초기우주에서 가속팽창하는 시기를 우주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우주는 아주 짧은 시간 급격한 팽창으로 인하여 물질의 밀도가 매우 낮아지고 온도도 절대 영도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끝난 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던 에너지는 물질들로 변화하게 되며 뜨거운 우주를 만들게 되는데 이 시점으로부터 표준빅뱅우주모형에서 말하는 복사지배시대가 시작된다. 즉 초기 우주의 인플레이션은 표준빅뱅우주모형의 초기상태를 만들어준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초기조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이전에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열적평형상태에 있던 공간이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의 가속팽창으로 인하여 아주 멀리 떨어지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끝난 이후에도 그 두 지점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인플레이션 이전에 가졌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같은 밀도와 온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지평선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또한 가속팽창 기간 동안 우주는 아주 평탄해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이전에 우주가 그다지 평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통하여 우주는 매우 평탄하게 바뀌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평탄성의 문제도 설명이 된다.

초기우주에서 가속팽창의 가능성은 Brout, Englert, Gunzig(1978), Starobinsky(1979), Kazanas(1980), Sato(1981) 등의 저자들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하지만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Guth가 1980 년에 제안한 “Inflationary universe: A possible solution to the horizon and flatness problems”(1981) 논문이다. Guth의 모형은 Old Inflation이라고 불리는데 초기에 우주는 뜨거운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어 대통일장이론에서 상전이가 일어날 때, 스칼라 장이 잠시 동안 준안정적인(metastable) 가짜 진공 상태에 머무른다. 이 시기 동안 우주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며, 우주는 지수적인 팽창을 하게 된다. 곧 준안정적인 상태의 진공은 터널링효과에 의하여 더 낮은 상태의 진짜 진공으로 변하고 인플레이션은 끝을 맺는다. 하지만 Guth가 자신의 논문에 밝힌 바와 같이 이 모형은 마지막 우주가 매우 비균질한 상태를 맞이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Old Inflation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모형으로서 New Inflation이라는 새로운 모형이 Linde (1982)와 Albrecht, Steinhardt(1982)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이 모형에서는 인플레이션은 스칼라장이 가짜 진공에서 진짜 진공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스칼라장이 퍼텐셜에너지의 바닥에 이르렀을 때 인플레이션은 끝이 난다.

 

Old Inflation과 New Inflation은 모두 스칼라장이 공간의 모든 점에서 같은 값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1983년 Linde는 Chaotic Inflation이라는 모형을 제안함으로써 스칼라장이 값이 우주의 위치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인플레이션은 그중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조건을 만족하는 영역에서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우주의 여러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그중 한 부분인 것이다. Chaotic Inflation의 아이디어는 현재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인플레이션 모형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서, 인플레이션에 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후 하이브리드 인플레이션, 힉스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종류의 인플레이션 모형이 나타나게 된다.

 

인플레이션 모형의 가속팽창과 더불어 중요한 개념이 우주의 재가열과 작은 밀도요동의 생성이다. 인플레이션 동안 차가워진 우주는 재가열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물질들이 생성됨으로써 다시 뜨거운 우주로 변한다. 우주의 재가열은 Dolgov, Linde(1982)와 L. F. Abbott, E. Farhi and M. B. Wise(1982) 에 의하여 처음 제안되었다.

표준빅뱅모형의 초기조건 문제를 해결한 것 이외에, 인플레이션 모형은 또 다른 관측에 있어서 중요한 성공을 가져왔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비등방성과 우주 거대구조의 형성의 기원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인플레이션을 통하여 우주의 먼 곳이 균일함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은하와 은하단과 같은 구조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에서는 더 이상 균일하지 않으며, 등방적이지도 않다. 또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도 만분의 일 정도에서 하늘의 방향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비균질성과 비등방성의 기원을 인플레이션은 잘 설명해준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진공인 상태에서도 물질과 반물질의 생성과 소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양자요동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질의 비등방성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우주의 밀도 요동으로 바뀐다. 밀도 요동은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차이를 일으키게 되고, 또한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씨앗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모형에서는 텐서요동에 의한 중력파의 영향으로 우주배경복사의 편광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증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측 증거라고 여겨지고 있다.

초기 우주에서 일어났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인플레이션은 표준빅뱅우주모형에 존재하는 지평선문제, 평탄성문제들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양자요동을 통하여 물질의 비등방성을 생성함으로 써 우주의 거대구조형성의 모태가 되고 우주배경복사에 존재하는 온도의 비등방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을 찾기 위하여 많은 인플레이션 모형이 제안되었으며 현재도 새로운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인플레이션 모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초기우주에 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관측과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AR. Brout, F. Englert, E. Gunzig, “The creation of the Universe as a Quantum Phenomena”, Annals of Physics 115, 78-106(1978).
  2. A. A. Starobinsky, “Spectrum of relict gravitational radiation and the early state of the universe”, JETP Lett. 30, 682-685(1979); “A New Type of Isotropic Cosmological Models Without Singularity”, Physics Letters B 91, 99-102(1980).
  3. D. Kazanas, “Dynamics of the Universe and Spontaneous Symmetry Breaking”, Astrophys. J. 241 L59-L63 (1980).
  4. K. Sato, “First Order Phase Transition of a Vacuum and Expansion of the Universe”, Mon.Not.Roy.Astron.Soc. 195, 467-479(1981).
  5. A. H. Guth, “Inflationary universe: A possible solution to the horizon and f latness problems, Physical Review D 23, 347-356(1981).
  6. A. D. Linde, “A New Inflationary Universe Scenario: A Possible Solution of the Horizon, Flatness, Homogeneity, Isotropy and Primordial Monopole Problems”, Physics Letters B, 389-393(1982).
  7. A. Albrecht, P. J. Steinhardt, “Cosmology for Grand Unified Theories with Radiatively Induced Symmetry Breaking” Physical Review Letters 48, 1220-1223(1982).
  8. A. D. Linde, “Chaotic Inflation”, Physics Letters B 129, 177-181(1983).
  9. A. D. Dolgov, A.D.Linde, “Baryon Asymmetry in Inflationary Universe”, Phys. Lett. 116B, 329(1982).
  10. L. F. Abbott, E. Farhi and M. B. Wise, “Particle Production in the New Inflationary Cosmology”, Phys. Lett. 117B, 29(1982).
최기영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