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Date : 2017년 11월 8일
Author : kias
“Remember, Jonathan, heaven isn’t a place or a time, because place and timeare so very meaningless.” – Jonathan Livingston Seagull
작년에 대유행했던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쿠퍼가 딸 머피의 죽음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딸 머피가 무슨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으로 일찍 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머피는 아빠인 쿠퍼보다 나이를 더 먹었고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아직도 얼굴이 탱탱한 젊은 아빠앞에서 자연사하는 것이다. 도대체 아빠가 딸보다 더 적은 나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인가? 쿠퍼가 어린 딸 머피를 뒤로하고 우주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쿠퍼는 딸 머피보다 20살 이상은 더 나이가 많았을 것이다. 토성 옆의 웜홀을 통과하고 블랙홀 근처 산더미만 한 파도가 이는 행성에 다녀오고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토성 근처에서 발견되기까지 쿠퍼가 느낀 시간은 채 1년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우주로 떠난 아빠를 그리며 지구에 사는 딸 머피는 물리학자가 되고 어느 날 서가에서 시계 침으로 중력의 비밀을 전달받고 인류 이주의 문제를 푸는 데 성공했고 그동안 수십 년이 흘러 할머니가 되었는데 다행히 죽기 전에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쿠퍼와 머피 모두 각자의 시간 흐름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어느 한순간 이전 이후에 비해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흘러간 시간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생겼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상적인 경험 혹은 뉴턴의 시간 개념에서 볼 때 쿠퍼의 우주여행은 흘러간 시간의 양에 머피의 그것과 아무 차이를 주지 않는다. 시간이란 전 우주에 동일하게 주어진 하나의 틀로서 모든 개체의 운동상태에 무관하게 균일하게 흐르는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자연에서의 흘러간 시간은 절대적이 아니란 말인가? 본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일반상대론의 관점에서짤막하게 답해 보고자 한다.
모든 것은 빛의 속도가 누가 보든 동일하다는 발견에서부터 시작한다. 도로에 서서 보는 자동차의 속도와 내가 자동차에 타고서 마주 오는 그 자동차의 속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빛의 속도만큼은 내가 서서 보든 움직이면서 보든 변함없이 c=300,000km/s 라는 것이다. 자 일단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시간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게 된다. 그림 1과 같은 상황을 살펴보자. 머피에 대해 쿠퍼는 일정한 속도 V로 움직이고 있다. 쿠퍼
시간 흐름과 머피의 시간 흐름을 비교해 보기 위해 둘에게 동일한 두 사건을 생각해 본다. 즉, 우주선의 바닥에서 출발한 빛이 천장의 거울에 반사되어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는 경우 ‘바닥 출발’과 ‘바닥 도착’이라는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을 각각 측정해 비교한다. 이 경우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은 빛이 이동한 거리를 빛의 속도로 나눈 것과 동일할 터인데,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머피가 보는 빛의 이동 거리는 쿠퍼가 보는 이동 거리 보다 길고 그 차이는 둘 사이의 상대속도 V가 커질수록 더 벌어진다. 따라서 빛의 속도가 동일하다면 머피가 측정한 두 사건의 시간 간격은 쿠퍼의 그것보다 클 것이다. 동일한 두 사건이라 할지라도 두 사건의 시간 간격은 측정하는사람의 운동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위의 간단한 사고실험을 뉴턴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머피가 보는빛의 속도는 상대속도 V에 비례해 커질 것이며늘어난 이동 거리를 고려하여 결과적으로는 두 사건의 시간간격에 대해 쿠퍼의 것과 동일한 값을 얻게 된다. 빛이 아닌 다른 물체를 사용하더라도 계산이 좀 복잡해질 뿐 시간의 흐름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동일한 결론에 귀착한다. 아인슈타인은 이와 같이 빛 속도 불변에서부터 출발해 시공간에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대변혁을 가져오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1905년 완성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시공간은 소위 민코프스키(Minkowski) 시공간이며 편평하다. 두 사건의 시간 간격은 두 사건이 주어지면 뉴턴의 경우처럼 절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그림 3에서처럼 어떠한 경그림 3 로로(즉, 운동상태로) 다음 사건에 다다르게 됐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시간 흐름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성공 이후 아인슈타인은 위와 같은 시공간 개념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중력이론을 만들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간의 흐름이 중력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간단한 에너지 관계식을 적용해 중력장이 있을 때 지상으로 빛을 쏘면 적색편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 여기서 는 지상 높이 에서 받는 빛의 주파수이고 는 지상과 지면 사이의 중력포텐셜 차이이다. 즉, 중력이 센 곳에서 약한 곳으로 빛을 보내면 주파수가 작아져 적색편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시공간 다이어그램에서 위 실험을 나타내면 그림 4와 같다. 쿠퍼가 밀러 행성에서 시간 동안 머피에게 빛을 쏘아 보낸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 시간 동안 방출된 파장의 수는 가 되고 머피는 적색편이 된 파장을 동안 받게 되는데, 그 파장의 개수는 동일할 것이다. 즉, . 따라서 아래 식처럼 중력이 있게 되면 머피의 시간 흐름은 쿠퍼의 그것과 같지 않게 된다.밀러 행성의 중력이 매우 강하면 쿠퍼의 =1시간이 머피의 =7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위의 결과는 일반상대론을 엄밀히 적용해도 시간의 흐름이 중력에 의해 달라진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위의 결과를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해 보도록 하자. 10개 층의 차이가 나면 높이 차이는 대략 30m 정도일 것이다. 그러면, 이므로 밑의 층에서 100년이 지나면 10개 층 위에서는 100년×3×10-16)≅9.6×10-6
초, 즉 10마이크로초 정도 더 시간이 지나 그만큼 더 늙어 있을 것이다. 63빌딩의 경우 꼭대기 층에 사는 사람은 1층보다80년에 대략 48마이크로초 더 늙는다. 이 정도 더 늙는 것은 좋은 전망으로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밀러행성과 같은 곳에서?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해져 서로 아래층에 살려고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