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Chaos)는 대개 ‘혼돈(혼란)’으로 번역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의하면 카오스는 태초에 존재했던 비어 있고 측량할 수 없는 공간(틈)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혼돈의 빈 공간으로부터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Gaea 등이 태어났고, 질서(정돈) 있는 세상(Cosmos)이 만들어집니다. ‘질서를 잉태한 혼돈’ 또는 ‘혼돈에서 떠오른 질서’, 사뭇 모순되는 신화적인 표현이지만, 이는 과학에서 정의되는 카오스 개념을 잘 함의하고 있습니다. 가령 물리나 수학의 어떤 현상은 일견 아주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단한 규칙으로 결정되곤 합니다. 이에 비해서 무작위성(randomness) 현상은 제아무리 곰곰이 살펴봐도 규칙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