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편재

우리 삶에서 은유는 흔히 접하고 사용하는 비유법이다. 사전이나 인터넷에서 은유가 무엇인지 찾아보면 ‘사물의 본뜻을 숨기고 주로 보조 관념들만을 제시하여 사물을 나타내는 수사법 혹은 비유법’이라고 나오는데, 예시를 들어보면 더욱 쉽게 이해가 된다. 예를 찾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 문학 교과서를 펼치지 않더라도 Youtube나 방송에는 은유가 사용된 노래 가사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남자는 배요, 여자는 항구이며, 그대는 풀잎이고 나는 햇살이다. 젊은 독자들이라면 심수봉과 최성수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애벌레요, 번데기요, 나비라고 노래하는 윤도현이나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라고 노래하는 잔나비는 어떠한가?

은유는 정말 어디에나 있다. 이러한 은유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강력하게 각인된 은유의 예시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유명한(?) 은유는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어떤 가구 회사의 광고 문구이다.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가 1993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이다. 이 광고 문구는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어린 학생들의 개념 지식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당시 초등학교 시험에 가구와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학생들이 침대 때문에 틀렸다는 괴소문이 돌 정도였다. 이 광고는 너무도 유명해서 이 회사는 2023년에도 플롯과 광고 모델만 바뀌었을 뿐, 같은 침대 광고에 이 문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러한 은유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일까? 은유에 관해 생각하기 전에, 좀 더 일반적인 비유 표현의 이해에 관한 전통적인 언어심리학적 관점을 간단히 살펴보자.

비유 표현의 전통적 이해

침대는 과학이고, 그대는 풀잎이고, 나는 나비인 것의 예처럼 ‘A는 B이다’ 형식의 은유를 명사적 은유nominal metaphor라고 하는데, 아주 단순하면서도 빈번하게 사용되는 은유 중 한 유형이다. 인간은 이러한 비유적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일까? 1960년대를 풍미하였던 전통적인 정보처리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언어 이해 모형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 이해 과정에서 문자적 의미에 반드시 먼저 접근하고, 이것이 의미 이해에 도달할 수 없을 때 비유적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1980년대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독자들은 『호랑이 선생님』이란 드라마가 익숙할 것이다. 이는 ‘선생님은 호랑이다.’라는 형식의 은유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언어 이해 모형에 따르면 우리는 이 선생님에 대해 남아시아와 시베리아 동부에 서식하며, 검은 줄무늬가 있는 오렌지색 혹은 갈색의 맹수라는 의미를 먼저 떠올린 후, 이것이 적절한 해석이 아니라면 비유적 의미, 즉 학생들을 엄하게 훈육하고 성격이 불같고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이라는 해석에 이르게 된다. 즉 특정 발화는 분명 비유적 의미의 해석이 훨씬 더 적절해 보이더라도 문자적 의미의 해석이 반드시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어 정보처리를 할 때, 어떤 경우에도 문자적 의미의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어떻게 이 문자적 해석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비유적 의미의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일까? 첫 번째 방법은 그 해석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생님이 진짜 생물학적 호랑이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것을 금방 알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자적 해석은 바로 폐기될 것이고, 쉽게 이 문장이 은유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은유는 문자적 해석이 반드시 틀린 명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김태정이 부른 ‘나는 꽃이 아닙니다’라는 노래에서 이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꽃이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틀린 명제가 아님에도, 이 말의 의미가 자신이 꽃이 아니라는 문자적 의미를 표현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문장이 일반적인 발화의 특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언어철학자 허버트 폴 그라이스Herbert Paul Grice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네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대화의 격률conversational maxims이라고 한다(Grice, 1989).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첫째, 질의 격률-사실을 말하기, 둘째, 양의 격률-새로운 것을 말하기, 셋째, 관련성의 격률-현재 주제와 관련된 것을 말하기, 넷째, 방법의 격률-명료하게 말하기이다. 이 격률에 비추어 볼 때, ‘나는 꽃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문자적으로 해석할 경우, 양의 격률과 방법의 격률을 위배하는 꼴이 된다. 이처럼 문자적 의미가 그라이스의 격률에 반하므로 비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말이나 글을 이해할 때 문자적 의미의 해석을 먼저 시도하고, 그것이 적절하지 않을 때 비유적 의미의 해석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인간의 언어정보처리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라는 결론을 지지한다. 비유적 의미의 해석도 문자적 의미의 해석만큼이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심지어 문자적 의미의 해석이 문맥상 더 적절한 상황에서도 비유적 의미가 자동으로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지면 관계상 문자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의 해석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 하나만 간단히 살펴보자(Traxler, 2022). 한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었다.


(1) 그 양 한 마리는 절벽을 따라 우두머리를 뒤쫓았다.

위 문장에서 양이나 절벽은 문자적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고, 비유적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만약 (1)을 읽기 전에 이 참여자가 (2)의 문장을 읽었다면 비유적 의미로 두 사물을 해석해야만 한다.

(2) 그 투자자는 조언을 받기 위해 월 스트리트의 은행가를 찾아갔다.

(2)를 읽은 후, (1)을 읽는다면 양은 투자자이고, 지도자는 월 스트리트의 은행가이며, 절벽은 투자가가 맞은 위기의 순간으로 해석될 것이다. 그렇다면 (1)에 사용된 단어의 문자적 해석이 필요한 (3)과 같은 문장이 (1)보다 앞서 나온다면 어떨까?

(3) 동물들은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오토니(Ortony, 1979)는 위와 같은 두 조건의 선행 문맥에서 (1)을 읽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측정하였다. 만약 문장 처리 시 문자적 의미의 해석이 반드시 선행된다면 (2)와 같은 비유적 의미의 선행 문맥을 가질 경우, 먼저 활성화된 문자적 의미의 해석을 폐기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1)을 읽는 데 더 시간이 오래 걸려야 한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두 조건에서 (1)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차이가 없었다. 즉 비유적 의미의 해석이 문자적 의미의 해석만큼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경험적 연구 결과는 인간의 언어 정보처리에서 비유적 의미의 해석이 상당히 빨리, 그리고 자동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가 다룰 은유 표현의 이해에서도 역시 은유적 의미는 문자적 의미만큼 빠르게 처리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었다(Blasko & Connine, 1993; Hoffman & Kemper, 1987; Ortony et al., 1978). 자, 이제 은유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은유 표현의 이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은유 이해에 관한 유추적 관점

먼저 은유에 관한 용어를 간단히 정리하겠다. ‘A는 B이다’ 형식의 은유를 속성 은유라 부르는데, A를 목표 영역target, tenor, topic이라 하고, B를 근원 영역source, vehicle, base이라 한다. 결국 은유란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두 영역을 연결하는 것이고, 이러한 연결을 바탕으로 이러한 은유 표현을 이해하게 된다. 은유 이해와 관련된 용어를 한 가지 더 소개하면 은유의 적합도aptness와 관습화conventionalization이다. 적합도란 목표 영역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근원 영역이 얼마나 독특하고 정확한 설명을 제공하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앞서 예로 든 ‘침대는 과학이다’가 좋은 은유인 이유는 ‘과학’이라는 근원 영역이 목표 영역인 ‘침대’를 독특하게 설명하면서도 그의 속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적합한 은유이다. 은유의 관습화란 같은 은유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차츰 친숙해져서 결국에는 그 자체가 비유적 의미를 넘어서 문자적 의미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적 표현 중 이러한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이제 ‘침대는 과학이다’와 같은 은유가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유추적 관점에서 이해해 보자. 유추는 우리가 실체 사이의 관계에 기초하여 유사성을 찾고 이용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하면, 은유 이해의 유추 기반 이론들은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의 개념들이 가진 속성 사이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은유 표현을 이해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유추 기반 이론의 하나인 구조적 사상 이론structural mapping theory을 제안한 겐트너Gentner, 1983에 따르면, 목표 및 근원 영역 사물들의 속성과 각 영역의 개념들이 다른 대상과 맺는 관계에 대한 복잡한 지식 표상을 바탕으로 은유 표현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겐트너와 동료들은 이러한 은유 이해의 과정을 모사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형인 구조 사상 엔진structure mapping engine이라는 계산과학적 모형을 개발하였는데, 이 모형은 기본적으로 목표 및 근원 영역의 다양한 속성 및 관계를 나열하고 둘 사이의 비교를 통해 일치도가 최대가 되는 상태를 찾는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하는 사항은 목표 및 근원 영역 사이의 일치하는 속성보다 각 영역에서의 관계가 유추 과정에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침대는 과학이다’ 은유에서 침대와 과학 그 자체가 가진 속성의 유사성은 거의 없지만, 침대가 인간의 수면을 돕는 것처럼 과학이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며, 목수(회사)가 침대를 제작하는 데는 정교한 지식이 필요한 것처럼 과학자가 과학을 하는 데도 정교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침대와 과학이 인간과 맺는 관계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두 영역의 관계적 유사성을 통해 유추적으로 은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Gentner와 Clement(1988)은 은유의 적합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목표 및 근원 영역 사이에 관계적 유사성임을 보여주는 실험적 증거를 제공하였다. 연구 대상자들에게 여러 은유의 적합도를 평정하게 한 결과, 사람들은 두 영역 사이에 관계적 유사성이 일치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높은 적합도를 가진 은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자들의 유추적 추론 검사 점수와 은유를 이해하는 정도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은유를 이해하는 것이 유추적 추론 능력과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Trick & Katz, 1986).

은유 이해에 관한 범주화 관점

겐트너와 동료들이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사이의 유추적 이해를 통해 은유를 이해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글룩스버그Glucksberg와 동료들은 은유는 일종의 범주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호기로운 10대 청소년이 ‘우리 집은 감옥이야.’라고 말했을 때, 이 은유에서의 근원 영역인 감옥은 죄수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구체적인 의미와 함께 인간의 원초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원천이라는 보다 추상적인 의미를 함께 가진다. 결국 ‘우리 집은 감옥이야’라는 은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집이 자유를 억압하는 원천이라는 큰 범주의 한 예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명사적 은유는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을 바꾸면 보통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거나,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범주의 위계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감옥이다.’와 ‘감옥은 우리 집이다.’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실제로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을 바꿔서 제시한 뒤 연구 대상자들에게 그 문장의 이해도를 물어본 결과, 은유 문장의 경우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라고 응답하였다(Glucksberg et al., 1997).

그렇다면 범주화 관점에서 명사적 은유 표현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해되는 것일까? 킨치Kintsch와 동료들은 다음의 세 단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Kintsch, 2000). 첫 번째,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단어의 안정된 의미 특질의 활성화를 시작으로, 이 단어들의 의미 벡터 공간에서 활성화 확산spreading activation이 일어난다. 두 번째, 이렇게 확산된 특질 중에서 목표 및 근원 영역의 벡터 공간에서 공유된 집합을 추린다. 세 번째, 공유된 집합 안의 단어들의 특질과 기존의 목표 및 근원 영역 단어들의 안정된 특질 사이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이렇게 신규로 만들어진 연결은 새로운 은유적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면 ‘침대는 과학이다’ 은유를 처음 접했을 때 범주화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침대와 과학이라는 단어의 가장 안정된 의미 특질이 활성화된다. 침대는 잠, 가구 등과 관련된 의미가, 과학은 실험, 이론, 자연의 이치 등과 관련된 의미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수준에서 광범위한 활성화 확산이 일어날 것이다. 두 단어로부터 각각 활성화된 의미 벡터는 두 단어로부터 일어난 활성화를 공유하는 교집합 벡터를 만들게 되고, 결국에는 기존에는 없던, 침대란 ‘과학적으로 설계되고 제작되어 인간의 삶에 이로움을 주는 물건이라는 범주의 한 예시’라는 새로운 의미, 즉 은유적 의미를 갖게 된다. 이 표현이 은유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은 ‘침대’를 상위 범주 안의 하나의 용례로 이해하는 정보처리 과정 때문이다. 30년 전에 이 광고 문구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은유 이해에 관한 범주화 관점을 제대로 이해했던 사람들이었을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광고 문구의 앞부분은 바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이기 때문이다. 범주화 관점에서는 침대를 가구라는 범주가 아닌 과학이라는 범주에 넣는 일이야말로 은유 이해의 핵심이니까 말이다.

두 관점의 타협?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은유 이해에 관한 유추적 관점은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각각에서 관계적 구조를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비교를 강조하는 반면, 범주화 관점은 근원 영역에서 활성화되는 다층의 개념이 목표 영역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를 강조한다. 두 관점은 유사한 측면도 있고, 또 상반되는 측면도 있는데, 이 두 관점을 통합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 제안된 가설이 바로 은유의 경력 가설The career-of-metaphor hypothesis이다(Bowdle & Gentner, 2005, 2020). 이 가설에 따르면 은유는 마치 사람이 경력에 따라 직무가 달라지는 것처럼, 은유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관습적인 의미로 이해될 때까지 정보처리 과정이 질적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즉 ‘침대는 과학이다’ 은유가 처음 제시되었을 때는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 사이의 유추적 이해를 통해서 그 의미가 이해되지만, 이 은유가 더 널리 사용되고 친숙해짐에 따라 범주화 과정을 통해 이해된다는 주장으로, 관습화의 정도에 따라 유추에서 범주화로 정보처리의 성격이 변한다는 것이다.

은유의 경력 가설을 지지하는 주요한 증거로는 새로운 은유와 잘 확립된 은유에 관한 적합도 평정 연구 결과가 있다. Bowdle과 Gentner(2005)는 연구 참여자에게 새로운 은유(예, 마음은 부엌이다)와 관습적 은유(예, 신념은 닻이다)를 직유의 형태(마음은 부엌과 같다)와 은유의 형태(마음은 부엌이다)로 제시한 뒤, 각 문장의 적합도를 평정하도록 하였다. 직유의 형태를 사용하면 목표 영역과 근원 영역의 비교를 더욱 촉진하게 되고, 이는 유추적 해석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평정 결과, 새로운 은유는 직유의 형태로 제시되었을 때가, 관습적 은유는 은유의 형태로 제시되었을 때가 적합도가 더 높았다. 따라서 이 결과는 은유의 경력 가설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은유의 경력 가설이 맞다면, 은유 정보처리의 이해에 관한 두 관점은 대타협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관습화의 정도에 따라 관습화가 덜 된 초기에는 사람들이 유추적 관점에서 은유 표현의 이해에 다다르고, 관습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은유의 경우에는 목표 영역의 개념을 근원 영역의 상위 개념 아래에 연결하는 범주화 관점의 방식으로 이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두 가지 정도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 정말 관습화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은유 표현은 유추적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경험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것은 성급한 결론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은유는 덜 관습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적합도도 떨어진다. 사람들이 새로운 은유를 직유의 형태로 쓰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 은유 표현이 관습화가 덜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적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은유와 잘 확립된 은유를 보여주되, 두 은유의 적합도를 같게 하면, 그것이 직유의 형태이든 은유의 형태이든 정보처리에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Glucksberg & Haught, 2006; Jones & Estes, 2006). 그리고 어떤 경우는 새로운 은유가 은유의 형태로 제시될 때가 직유의 형태로 제시될 때에 비해 더 잘 이해된다고 평가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관습화에 따라 은유 정보처리가 질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은유의 경력 가설과 배치된다.

둘째, 은유 정보처리와 연관된 뇌 연결망을 찾는 뇌 영상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A는 B이다’ 형태의 명사적 은유 표현을 이해할 때는 유추적 추론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인 좌뇌의 앞쪽 외측 전전두 피질rostrolateral prefrontal cortex, RLPFC이 아닌, 의미 정보를 인출하고 선택하는 측두엽temporal cortex과 하측 전두회inferior frontal gyrus, 그리고 작업기억과 관련된 배외측 전전두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DLPFC의 활성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Bohrn et al., 2012). 그리고 은유의 경력 가설의 신경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수행된 Cardillo와 동료들(2012)의 한 연구에 따르면 관습화 정도에 따라 RLPFC의 활성화가 변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새로운 은유일 때 우반구가 여러 영역이 전반적으로 더 많이 활성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은유의 경력 가설은 은유 정보처리를 설명하기 위해 유추 및 범주화 관점을 잘 통합하기는 하였지만, 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경험적 연구 결과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분야에서 확정적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은 은유 정보처리의 이해를 기대하며

우리는 이 글에서 어쩌면 가장 간단한 형식의 비유 표현의 하나인 명사적 은유 혹은 속성 은유의 보편적 정보처리 기제가 어떠한가를 언어심리학 및 신경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알아보았다. 

유추적 관점과 범주화 관점을 중심으로 인간이 이러한 은유 표현을 이해하는 기제를 설명하고 있고, 여러 경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유추적 관점보다는 범주화 관점이 (현 시점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졌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지금 설명한 명사적 은유 이외에도 아주 많은 유형의 은유 표현이 존재하고, 이러한 서로 다른 은유 표현이 보편적 기제를 바탕으로 이해되는지, 아니면 각 표현 양식에 따라 사용되는 처리 기제가 다른지에 관해서는 실험인지과학적 관점에서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인간이 사용하는 비유 표현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생각하면 은유 정보처리의 언어심리학적 이해라는 여행은 이제 그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여행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해볼 만한 여행이라는 은유로 이 글을 마친다.

최원일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