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수를 매기고 줄을 세우는 것만큼 유치한 일도 별로 없지만, 이것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A인 B’라는 궁금증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일상에서 이러한 예들은 수없이 많다. 가장 높은 건물, 가장 돈 많은 사람, 가장 영토가 넓은 나라. 이렇게 딱 하나만 고르기 어려운 경우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가장 훌륭한 과학자 3인,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 4인, 가장 좋은 대학교 20개, (필자가 살고 있는)광주광역시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 7곳 등등. 심리학을 공부하는 필자도 이러한 부류의 질문에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인데, 가장 중요한 심리학 실험, 세상을 바꾼 심리학 실험(혹은 심리학자) 등의 주제어로 검색해보면 이 글에서 소개할 연구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과 그가 수행한 권위에의 복종 연구가 거의 항상 등장한다. 필자가 2025년 8월 초 챗지피티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다. “가장 유명한 심리학 실험들 알려줘.” 이에 대한 대답은 아래 그림 1과 같다. 질문 중 형용사를 유명한 대신에 중요한, 영향력있는, 재미있는 등으로 조금씩 바꿔가며 물어봐도 밀그램의 복종 실험은 순위가 약간씩 바뀌긴 했지만, 챗지피티의 대답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도대체 이 연구가 뭐길래 이렇게 전문가들과 대중들의, 심지어 생성형 인공지능의 마음마저 사로잡았을까? 먼저 이 실험 자체에 관하여 알아보자.
밀그램의 복종 연구
밀그램의 복종 연구의 기본 구성은 세 사람으로 되어있고, 이 중 한 명만이 진짜 연구참여자이고, 나머지는 그 연구의 설계자 혹은 도우미들이다(앞으로 실제 연구참여자는 참여자로, 연구의 설계자나 도우미는 실험자로 부르겠다). 참여자는 이 연구가 복종에 관한 것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연구에 참여한다. 실험자는 참여자에게 이 실험이 인간의 학습과 기억에 처벌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고 소개하며 이 실험엔 두 사람이 필요하고, 참여자와 실험자(도우미)가 제비뽑기하여 선생님과 학생의 역할을 맡게 된다고 알려준다. 학생은 먼저 단어 쌍(예, 파란-상자)을 학습하고, 시험(학습 시 ‘파란’과 함께 나온 단어는 무엇인지 묻고, 다음 단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 하늘, 잉크, 상자, 램프)을 보게 되는데, 문제에 대한 답이 틀릴 때마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전기충격을 주어야 한다. 가장 약한 충격인 15볼트부터 시작해서 틀릴 때마다 점점 강도를 높여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주어야 하는 시나리오이다. 제비뽑기는 요식행위일 뿐, 당연히 참여자는 선생님의 역할을 맡게 된다. 밀그램의 연구 질문은 과연 선생님 역할의 참여자는 어떤 강도까지 학생에게 전기충격을 주게 될까이다. 중요한 것은 실험 중간에 참여자가 더 이상 전기충격을 주기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둘 수도 있었으나, 그때마다 실험자는 “계속하세요.”, “실험을 위해 계속해야 합니다.”, “반드시 계속해야 합니다.”, “전기충격이 고통을 줄 수 있지만, 세포 조직에 영구적인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계속해주세요.” 등의 말을 통해 참여자가 실험을 계속하도록 지시했다. 실제 실험을 하기 전에 정신과 의사, 대학생, 중산층 성인들에게 이러한 실험에 대한 개요를 들려주고, 과연 당신이라면 어느 단계까지 전기충격을 줄 것이냐고 물어보았을 때, 세 집단에서 모두 평균 120볼트에서 150볼트 정도까지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실제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밀그램이 수행한 첫 번째 복종 실험에 참여한 40명의 참여자 중 26명이 최고 단계인 450볼트까지 학생에게 전기충격을 주었다! 어쩌면 이보다 더 놀라운 결과는 40명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전기충격을 준 참여자가 5명이었는데, 이들마저도 무려 300볼트의 전기충격을 학생에게 가하였다.
이 실험 결과는 연구자인 밀그램뿐만 아니라 당시 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밀그램 본인도 여러 변수를 달리하며 20회 이상의 유사한 실험을 수행하였으며, 다른 연구자들도 이 권위에의 복종 현상의 실체를 규명하려 하였다. 물론 조작된 변수가 무엇이냐에 따라 밀그램의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심지어 복종 연구 결과 자체를 신뢰롭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연구가 밀그램이 얻은 결과와 대체로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즉 실험에 참여했던 평범한 사람들은 일면식도 없었던 다른 연구참여자에게 엄청난 강도의 전기충격을 주었다. 실험 상황에서의 권위자가 지시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흥미롭고 논란 많은 연구를 수행했던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학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삶을 되짚어 보자.
밀그램의 삶
밀그램은 1933년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평범한 중하위 계층의 유대인들이었고, 밀그램의 부모는 빵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밀그램이 어렸을 때 그의 가족은 늘 마음을 졸이며 살았는데, 바로 당시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럽의 유대인 학살에 밀그램의 가까운 친척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실제 수용소에 끌려가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기에는 밀그램의 가족들이 모두 유대인 학살에 관한 라디오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곤 하였다.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이 밀그램이 권위에의 복종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밀그램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으며, 퀸즈 칼리지에 입학하여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그는 지도자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대중 설득과 같은 정치학의 주제들에 관심은 있었지만, 당시 정치학의 접근보다는 더 과학적인 방법론에 관심이 있었고, 이러한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심리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퀸즈 칼리지의 학장으로부터 하버드 대학의 사회관계학과Department of Social Relations에 관해 듣게 되고, 그 학과에서 사회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배우기 위해 대학원 과정에 지원하였다. 하지만 심리학 분야의 과목을 학부에서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입학이 거부되었다. 그러나 당시 그 학과 대학원 과정장program chair이었던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1의 적극적인 격려와 지원으로, 그 해(1954년) 여름 뉴욕의 세 개의 대학에서 다섯 개의 심리학 과목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강하고 가을학기에 특별 입학허가를 받게 된다.
밀그램은 열정적이고 즐거운 대학원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의 전기를 쓴 토마스 블라스Thomas Blass, 2004에 따르면 밀그램은 젊은 교수들과는 서로 이름을 부르며(예를 들어 학생이 필자를 “최교수님”이 아닌 “원일”로 부르는 것) 격의없이 어울렸고, 즉흥적이면서도 상상력이 가득한 기발함, 거리낌 없는 사교성, 익살스러운 유머 감각, 그리고 때로는 건방지게 보일 정도로 자유분방한 성격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편 밀그램은 당시 하버드에 방문학자로 있던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conformity 연구로부터2 큰 영감을 받았고, 자신의 복종 실험도 연구의 주제나 방법론적 관점에서 애쉬로부터 진 빚이 크다. 실제로 밀그램은 애쉬가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수학부에서 연구할 때 그의 지도를 받기도 하였다. 박사학위를 받기 한 해 전인 1960년에 예일대학교 교수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글의 주제인 권위에의 복종 연구가 미국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예일대학교 교수로 일할 때 수행했던 연구이다. 예일대학교 교수로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인 1963년 하버드로 일터를 옮겼으나, 하버드에서는 종신교수 심사에서 탈락하였다. 하지만 뉴욕 시립 대학원CUNY Graduate Center에서 종신교수직을 제안받아, 1967년부터는 이곳에서 교수로 일하였다. 밀그램은 예일에서 수행했던 복종 연구로 가장 큰 유명세를 얻었지만, 학교를 옮긴 후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들을 많이 수행하였다. 하지만 1984년, 51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밀그램의 삶을 살펴보았는데, 그의 삶의 어떤 부분이 이토록 영향력 있는 연구를 하도록 이끌었을까? 그의 삶에서 두 가지 정도 힌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나치의 영향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유대인인 밀그램의 친척들은 실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였으며, 나치의 만행은 어린 시절의 밀그램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는 것은 자명했을 것이다. 실제로 밀그램은 권위에의 복종 관련 연구를 집대성하여 출판한 자신의 책 『권위에 대한 복종(1974)』에서 나치가 저지른 만행과 자신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권위에의 복종에 대한 심리적 기제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하였는데,3 이는 복종 연구가 과거 나치와 연관된 밀그램의 경험에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Milgram, 1974). 두 번째는 그의 성격적 특징이다. 밀그램은 매우 도전적이고, 의지가 충만하며, 학문적인 욕심이 있던 사람이었다. 심리학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고든 올포트 교수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심리학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장애물을 반드시 넘어가려는 그의 의지였다고 과학사가들은 말한다(Blass, 2004; Martin, 2016). 또한 밀그램의 스승이자 학문적 동료인 하버드의 로저 브라운 교수도 밀그램이 예일대학교에 부임했을 때, 자신의 학문적 스승인 솔로몬 애쉬의 동조 연구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연구를 해야한다는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한다(Blass, 2004).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원인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어린 시절 나치와 관련된 경험과 밀그램의 성격이 복종 연구가 세상에 나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복종 연구의 유산
밀그램의 복종 연구는 연구가 발표될 당시에만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 아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된 1963년 이후,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엄청난 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밀그램의 복종 연구가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밀그램의 복종 연구는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에 관한 심리학 연구의 조류를 바꿨다는 측면에서 학문적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나치의 만행은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연구되었는데, 심리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반인륜적 행동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당시 대부분의 연구는 이러한 만행을 일으킬 수 있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 혹은 성격이 무엇인가에 관해 집중하였었다. 그래서 당시 연구자들은 권위주의적인 성격 특징에 주목하여 연구를 수행하였고, 특히 권위를 가진 사람에 대한 복종적 태도와 같은 성격적 특질이 나치의 만행과 같은 행동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었다(Blass, 1991). 하지만 밀그램의 연구는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상황이야말로 이러한 엄청난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정말 평범했던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밀그램이 디자인한 환경에 들어가면 별로 큰 잘못을 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450볼트라는 엄청난 강도의 전기충격을 주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들은 가학적 일탈을 일삼는 싸이코패스도 아니고 권위자에 대해서 무조건 굴종하는 의존형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실험 절차가 준수되어야 하며,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들에게 영구적 손상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권위자의 명령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다른 사람에게 아주 위험한 수준의 전기충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추후 연구들은 이러한 권위에의 복종 현상에 상황뿐만 아니라 다른 성격적 요인들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하였으나, 밀그램의 실험은 복종이라는 인간의 행동에 상황이 가하는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학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밀그램의 복종 연구의 또 다른 유산은 심리학 연구의 재현 위기replication crisis에 관한 중요한 초기 사례로 언급된다는 점이다. 과학에서 재현 가능성 혹은 반복검증은 과학의 토대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다.4 심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 과학 분야에서도 이미 논문으로 출판된 연구 결과의 반복 검증이 되지 않는 재현 실패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곤 했는데, 특히 2010년대 초 사회심리학 분야에서는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경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의 객관성과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는 지경까지 이르렀었다. 이 문제는 아직도 학계에서 논란이 많은데, 밀그램의 복종 연구가 바로 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이 실험에 대한 재현 연구가 출판된다. 밀그램 본인이 1961년부터 1962년까지 이미 조건을 조금씩 바꿔가며 20회 이상 자신의 연구 결과를 재현하는 실험을 수행했으며,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밀그램의 연구를 재현하고자 시도하였다. 일각에서는 밀그램의 연구 결과가 반복검증되지 않으며, 상당히 부풀려져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연구자들은 밀그램의 연구 결과에 대한 반복검증이 잘 이루어졌음을 보고하며, 이 결과가 시대나 장소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인간 행동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재현 결과의 참 거짓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건강한 과학공동체의 모습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밀그램의 복종 연구가 아무리 유명하고 많은 영향력이 있다고 하여도 심리학자들은 그 권위와 명성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는다. 직접 검증해보며 더 객관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인간의 복종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과학함’이야말로 밀그램 복종 연구의 중요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밀그램의 복종 연구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바로 연구 윤리 분야에 미친 영향이다. 1963년, 밀그램의 연구가 처음 학계에 소개된 후, 연구 윤리의 관점에서 이러한 연구가 수행되어도 되는가에 대한 엄청난 논란이 시작되었다. 논문이 나온 다음 해인 1964년,『Americal Psychologist』라는 저명한 학술지에 다이애나 바움린드Diana Baumlind라는 심리학자가 밀그램의 연구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지나 페리Gina Perry라는 심리학자가 자신의 책에서 복종 실험 결과의 신뢰성 자체를 문제삼는 등 수많은 논쟁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연구참여자의 자발적 동의 여부, 과도한 보상, 연구 목적의 속임 문제, 연구참여자가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스트레스 등 밀그램의 복종 연구는 인간 실험 참여자가 수행하는 연구에서 우리가 물을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 질문들에 대한 논쟁거리를 제공하며, 비판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물론 밀그램의 입장에서 자신의 연구에 관한 이러한 논란이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밀그램이 이 연구를 수행할 당시에는 심리학 분야의 연구 윤리 관점에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밀그램이 연구참여자가 받은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연구 수행 전에 예상할 수도 없었다(물론 실험 후 참여자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인식했다면, 일련의 실험들을 중도에 멈출 수도 있었겠다). 더구나 실제 실험에서 전기충격은 없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물리적인 측면에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또한 밀그램은 실험을 마친 후에 참여자들에게 실제 전기충격은 없었다는 것을 고지했고, 실험의 결과를 포함한 실험 전반에 대해 실험 후에 참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항변한다. 또한 이러한 논란을 야기한 복종 연구가 밀그램이 하버드의 종신교수직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 중 하나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을 감안한다면,5 밀그램에게 너무 가혹한 비판을 가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란이 밑거름되어 심리학을 비롯한 인간대상 연구의 윤리적 기준이 한층 높아졌음은 물론이고, 연구에 참여하는 분들의 안녕과 복지에 대한 고려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 것은 자명하다.
이 글에서 우리는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 연구가 어떤 연구였는지, 그 연구를 수행한 스탠리 밀그램이라는 심리학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 연구는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에 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밀그램의 복종 연구는 새로운 발견도, 발명도, 기술도 아니다. 그저 인간 행동의 한 현상을 흥미로운(그러나 논쟁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실험을 통해 보여준 것 뿐이지만, 이토록 다양한 학문 영역에 오래도록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챗지피티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일까?
더 읽을거리
Blass, T. (2004). The man who shocked the world: The life and legacy of Stanley Milgram. New York: Basic Books.
Milgram, S. (1974). 권위에 대한 복종 (정태연 역). 에코리브르
Perry, G. (2013). Behind the shock machine: The untold story of the notorious Milgram psychology experiments. New Pr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