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눈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믿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른다.
만약 어떤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의 실체를 믿을 수밖에 없고, 만약 어떤 것을 눈으로 볼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의 실체를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류는 점점 더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미시 세계로 내려가고 있다.
물론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시 세계가 우리의 예상 대로 잘 작동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믿기 힘들 만큼 이상하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 세계는 고전역학의 지배를 받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 세계는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다. 고전역학은 어렵지만 그래도 곰곰이 잘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고 믿기 힘들다.
그렇다면 왜 눈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물리 법칙이 바뀌는 것일까?
사실, 물리 법칙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한,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은 언제나 양자역학이며,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미시 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은 거시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고전역학과 구분되지 않아야 한다. 전문적으로, 이것을 대응 원리correspondence principle라고 부른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경계는 정확히 어디인가?
이 질문에 대해 흔히 이야기하는 정답이 있다.
그것은 바로 플랑크 상수Planck constant가 사라지는 지점이다.
플랑크 상수가 처음 인류에게 알려진 계기는 빛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발견이었다. 빛 알갱이는 다름 아니라 광자photon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것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며, 파동인 동시에 입자다. 빛도 예외가 아니다. 빛은 거시 세계에서는 전자기파라는 파동으로 보이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광자라는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광자의 에너지는 빛의 주파수에 비례한다. 플랑크 상수는 다름 아니라 바로 그 둘 사이의 비례 상수다.
$E=h\nu=\hbar\omega$
여기서 플랑크 상수 $h$는 다음과 같은 값을 가진다.
$h=6.626 070 15 \times 10^{-34} J \cdot s$
그리고 $\hbar$는 환원된 플랑크 상수reduced Planck constant라고 불리며 플랑크 상수 $h$와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hbar=\frac{h}{2\pi}$
앞선 공식에서 $\omega$는 각주파수angular frequency라고 불리며 주파수 $\nu$와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omega=2\pi\nu$
재미있게도, 빛이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볼 때 그 물체에 아무리 작더라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본다는 것은 그 물체에 빛 알갱이를 쏘아준 후 반사되어 나오는 빛 알갱이를 눈으로 받아들여 그 빛 알갱이의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어떤 물체를 보기 위해 빛 알갱이를 그 물체에 충돌시켜야 한다.
이때, 만약 우리가 보고자 하는 물체가 빛 알갱이와 비슷한 크기로 작다면 우리가 쏘아준 빛 알갱이는 마치 한 당구공이 다른 당구공과 충돌하듯이 우리가 보고자 하는 물체의 운동 상태를 바꿀 것이다. 물론 빛 알갱이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빛 알갱이들을 쏘아준다면 우리가 보고자 하는 물체의 상태는 더 크게 바뀔 것이다. 따라서 미시 세계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빛 알갱이만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최소한의 빛 알갱이마저 우리가 보고자 하는 미시 세계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은 우리의 관찰이 근본적으로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의 눈은 빛 알갱이 하나하나를 구분해서 볼 수 없다. 만약 우리의 눈이 빛 알갱이 하나하나를 구분해서 볼 수 있었다면 양자역학은 인류 역사에서 이미 오래 전에 발견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빛 알갱이 하나를 이용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미시 세계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다. 거꾸로 말해, 어떤 물체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다면 그것은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눈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를 가른다.
그럼 양자역학은 영영 눈에 띄지 않는 미시 세계에만 머무를 것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양자역학은 때때로 눈에 띄는 거시 세계에 나타날 수 있다. 양자역학이 거시 세계에 나타날 때 일어나는 현상을 거시 양자 현상이라고 부른다.
거시 양자 현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초전도superconductivity 현상이다.
초전도
물리적으로, 어떤 물질의 가장 중요한 성질 중의 하나는 그것이 얼마나 전류가 잘 흘릴 수 있는가다.
물질이 전류를 잘 흘릴 수 있는 정도는 흔히 전기 저항electric resistance으로 정량화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전기 저항이 크면 물질은 전류를 잘 흘리지 못 하고, 전기 저항이 작으면 물질은 전류를 잘 흘릴 수 있다.
전류를 잘 흘릴 수 있는 물질을 도체conductor라고 부르고 잘 흘릴 수 없는 물질은 절연체insulator라고 부른다. 현대 문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반도체semiconductor는 다양한 조작을 통해 전기 저항을 도체와 절연체 사이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이다.
도체와 절연체 그리고 반도체의 성질은 모두 양자역학에 기반한다. 근본적으로, 전류는 물질 속 전자의 흐름이고, 전자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의 행동 방식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양자역학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전기 저항이 라는 개념은 어느 정도 고전역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류를 물의 흐름이라고 생각해 보자. 물질 속 전자의 흐름은 마치 강물 속 물의 흐름처럼 다양한 장애물들에 의해 방해될 것이고, 이러한 방해는 전기 저항으로 나타날 것이다. 즉, 장애물이 많으면 전기 저항이 크고, 장애물이 적으면 전기 저항이 작을 것이다.
그런데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는 매우 놀라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전기 저항이 정확히 0이 되는 현상, 즉 초전도 현상이었다.
초전도 현상은 고전역학적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물질은 다양한 장애물로 가득 차 있고, 전자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모두 피해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초전도 현상에 충격을 받았다. 오너스는 초전도 현상의 발견 바로 2년 뒤인 191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전문적으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초전도체superconductor라고 부른다.
참고로, 양자역학은 그때까지 아직 본격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양자역학은 1925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의 행렬역학matrix mechanics과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의 파동역학wave mechanics이 발견되면서 비로소 정립된다. 초전도 현상은 오너스의 발견 후 44년이나 지난 1957년에 이르러서야 바딘-쿠퍼-슈리퍼Bardeen-Cooper-Schrieffer 이론, 혹은 영어 머리글자를 딴 이름인 BCS 이론에 의해 이해되게 된다.
그렇다면 초전도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우주에는 두 종류의 입자가 있다. 하나는 페르미온fermion이고 다른 하나는 보존boson이다. 페르미온은 보통 물질 자체를 구성하는 입자들로서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이 있다. 보존은 보통 페르미온들 사이에서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로서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 약력을 매개하는 W와 Z 보존, 강력을 매개하는 글루온gluon 등이 있다.
페르미온과 보존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들이 만족하는 통계 법칙이다. 다시 말해, 페르미온과 보존은 그것들이 집단적으로 모였을 때 전혀 다른 통계 법칙을 따른다.
우선, 페르미온들은 모두 서로 다른 상태에 존재하기를 원한다. 여기서 서로 다른 상태란 서로 다른 위치를 차지하는 상태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운동량으로 움직이는 상태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지는 상태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페르미온들은 서로 따로따로 떨어지기를 원한다. 전문적으로, 이렇게 페르미온들이 서로 따로따로 떨어지려는 성질을 파울리의 배타 원리Pauli’s exclusion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반면, 보존들은 모두 똑같은 상태에 존재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보존들은 한 덩어리로 뭉치기를 원한다. 전문적으로, 이렇게 보존들이 한 덩어리로 뭉치려는 현상을 보즈-아인슈타인 응축Bose-Einstein condensation이라고 부른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는 페르미온이다. 따라서 전자들은 서로 따로따로 떨어지기를 원한다. 이 성질은 자연스럽게 전기 저항을 만들어낸다. 전자들이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서로 다른 전자들의 진로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초전도체에서 전기 저항이 정확히 0이 되는 마법은 2개의 전자가 모종의 짝짓기 메커니즘pairing mechanism을 통해 결합 상태를 만들어 보존으로 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참고로, 짝수 개의 페르미온들이 뭉쳐 결합 상태를 만들면 그 결합 상태는 보존처럼 행동한다.
전문적으로, 2개의 전자가 짝을 지어 만들어지는 결합 상태를 그것을 처음 제안한 물리학자 레온 쿠퍼Leon Cooper의 이름을 따 쿠퍼쌍Cooper pair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쿠퍼는 앞선 이야기한 BCS 이론에서 C에 해당하는 물리학자다. BCS 이론에서는 2개의 전자가 포논phonon이라고 부르는 격자의 찌그러짐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짝을 짓는다.
참고로, 쿠퍼쌍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온도가 충분히 낮아야 된다. 온도가 높으면 전자들의 결합 상태가 깨지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쿠퍼쌍이 형성되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임계 온도critical temperature라고 부른다.
임계 온도는 물질마다 다르다. 오너스가 처음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수은의 임계 온도는 대략 절대 온도 4도, 섭씨 온도 영하 269도 정도다. 참고로, 절대 온도 0도는 섭씨 온도 영하 273도다. 이후 발견된 이른바 저온 초전도체는 대략 절대 온도 30도, 섭씨 온도 영하 240도 이하의 임계 온도를 가진다. 저온 초전도체는 액체 헬륨을 이용해 임계 온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반면, 1986년 구리 산화물에서 발견된 이른바 고온 초온도체는 대략 절대 온도 80도, 섭씨 온도 영하 190도 정도 이상의 임계 온도를 가진다. 고온 초전도체는 액체 질소를 이용해 임계 온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자, 그럼 보존이 된 쿠퍼쌍은 어떻게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는가?
앞서 말했듯이, 보존들은 한 덩어리로 뭉치기를 원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덩어리로 뭉친다는 것은 반드시 공간적으로 한 장소에 뭉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보존들은 위치가 되었든, 운동량이 되었든, 에너지가 되었든 모두 똑같은 상태에 존재하기를 원한다.
모두 똑같은 상태에 존재하는 보존들은 장애물에 부딪히더라도 서로 다른 보존들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존들은 장애물에 부딪히더라도 곧바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니, 어찌 보면 장애물에 부딪힌 보존들과 부딪히지 않은 보존들은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보존들은 장애물에 부딪히더라도 그것에 상관 없이, 다시 말해 아무런 저항 없이 통째로 함께 흐를 수 있다. 이렇게 저항 없이 통째로 함께 흐를 수 있는 유체를 초유체superfluid라고 부른다.
초전도체는 다름 아니라 바로 쿠퍼쌍이 만들어내는 초유체다.
그런데 보존들이 모두 똑같은 상태에 존재한다는 것은 보존들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단 하나의 파동 함수wave function에 의해 기술된다는 것을 뜻한다.
잠깐, 파동 함수란 무엇인가?
***
당연한 말 같지만, 고전역학이 지배하는 거시 세계에서 물체는 주어진 순간에 서로 다른 두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물체가 주어진 순간에 한 위치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물체의 위치를 시간의 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물체의 위치가 다음과 같이 시간의 함수로 주어진다고 하자.
$x(t)$
이제 물체의 위치를 시간에 대해 2번 미분하면 가속도가 얻어진다.
$a=\frac{d^{2} x(t)}{dt^{2}}$
고전역학의 핵심인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가속도가 힘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F=ma$
여기서 $m$은 물체의 질량이다. 정리하면, 물체가 주어진 순간에 한 위치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전 역학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 물체는 주어진 순간에 서로 다른 두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체의 위치를 시간의 함수로 나타낼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고전 역학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물체의 상태를 기술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필요로 한다.
그 새로운 방법이 바로 파동 함수다.
예를 들어, 어떤 물체가 위치 A와 위치 B에 걸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하자. 이러한 물체의 상태는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psi\rangle=\frac{1}{\sqrt{2}}\left( |A\rangle+|B\rangle \right)$
여기서 $|A\rangle$와 $|B\rangle$는 물체가 각각 위치 A와 B에 존재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렇게 어떤 물체의 상태가 서로 다른 2가지(혹은 그 이상)의 상태의 합으로 표현되는 것을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부른다.
앞선 수식에서 $|A\rangle$와 $|B\rangle$ 앞에 붙은 계수는 물체가 각각 위치 A와 B에 존재할 확률과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물체가 위치 A와 B에 존재할 확률 $P_A$와 $P_B$는 각각 $|A\rangle$와 $|B\rangle$ 앞에 붙은 계수의 절대값 제곱으로 주어진다.
$P_A=P_B=\left(\frac{1}{\sqrt{2}}\right)^2=\frac{1}{2}$
이 경우, 물체가 위치 A와 B에 존재할 확률은 동일하게 반반이다.
일반적으로, 여러 위치에 퍼져 존재하는 물체의 상태를 기술하는 파동 함수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psi\rangle=\sum_{x}\psi(x,t)|x\rangle$
여기서 $|x\rangle$는 물체가 위치 x$x$에 존재하는 상태를 나타내고, $\psi(x,t)$는 어떤 시간 $t$에 물체가 위치 $x$에 존재할 확률 밀도probabilitydensity와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물체가 어떤 시간 $t$에 위치 $x$에 존재할 확률 밀도 $\rho(x,t)$는 $\psi(x,t)$의 절대값 제곱으로 주어진다.
$\rho(x,t)=|\psi(x,t)|^2$
전문적으로, $\psi(x,t)$는 파동 함수의 진폭amplitude이라고 불린다. 이제부터는, 논의의 편의상, 파동 함수의 진폭을 그냥 파동 함수라고 부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파동 함수는 보통 숫자가 아닌 실수real number 부분과 허수imaginary number 부분을 동시에 가지는 복소수로 나타난다.
$\psi(x,t)=\sqrt{\rho(x,t)}e^{i\theta(x,t)}$
여기서, 다시 한 번, $\rho(x,t)$는 물체가 어떤 시간 $t$에 위치 $x$에 존재할 확률 밀도다. 앞선 수식에서 제곱근 안에 확률 밀도가 들어간 이유는 파동 함수의 절대값 제곱이 확률 밀도가 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지수 함수 위에 올려진 $\theta(x,t)$는 파동 함수의 위상phase이라고 불린다.
앞선 수식은 파동 함수의 일반적인 수학적 형태를 보여 준다.
하지만 파동 함수는 도대체 직관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파동 함수를 물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재미있는 우화를 하나 생각해 보자.
아주 오래 전 머나먼 은하계…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 모든 입자들은 양자 시계를 차고 다녔다. 양자 시계는 단 하나의 바늘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양자 시계 바늘의 길이가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미시 세계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양자 시계 바늘이 모든 입자들의 움직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입자가 어떤 위치에 존재할 확률은 양자 시계 바늘의 길이에 따라 결정되었다. 만약 양자 시계 바늘의 길이가 줄어든다면 입자는 그 위치를 빨리 벗어나야 했다. 반대로, 만약 양자 시계 바늘의 길이가 늘어난다면 입자는 그 위치에 오래 머물러야 했다.
양자 시계 바늘은 그렇게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모든 입자들의 움직임을 결정했다.
앞선 우화에서 양자 시계 바늘은 파동 함수를 비유한다. 양자 시계 바늘의 길이는 마치 파동 함수의 절대값 제곱처럼 입자가 어떤 위치에 존재할 확률을 결정한다. 양자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다름 아니라 파동 함수의 위상이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긴다.
명백하게, 양자 시계 바늘의 길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입자가 어떤 위치에 존재할 확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자 시계 바늘의 방향은 도대체 무슨 쓸모란 말인가?
양자 시계 바늘의 방향은 입자가 어떤 위치에 존재할 확률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파동 함수의 위상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가?
***
간단하게 말해, 초전도체에서 흐르는 전류, 즉 초전류supercurrent는 파동 함수의 위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쿠퍼쌍의 흐름을 계산해 보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쿠퍼쌍은 2개의 전자가 짝을 지어 만들어진 하나의 결합 상태다. 따라서 쿠퍼쌍의 상태는 하나의 파동 함수로 기술된다. 여기서 하나의 파동 함수라는 것은 쿠퍼쌍을 이루는 2개의 전자의 위상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림 1]은 이 상황을 양자 시계를 차고 있는 2개의 전자가 쿠퍼쌍을 이루는 것으로 만화로 표현한다. 만화에서 2개의 전자가 각자 차고 있는 양자 시계의 바늘이 똑같은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을 주목하라.
중요하게, 앞서 말했듯이, 쿠퍼쌍은 보존이다. 따라서 초전도체 속에 존재하는 모든 쿠퍼쌍들의 양자 시계 바늘은 똑같은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만약 쿠퍼쌍들의 양자 시계 바늘이 각자 제멋대로의 방향을 가리켰다면 초전도 현상을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수학적으로, 쿠퍼쌍의 파동 함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psi(x,t)=\sqrt{n(x,t)}e^{i\theta(x,t)}$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상, 쿠퍼쌍의 확률 밀도 $\rho(x,t)$ 대신에 실공간 밀도 $n(x,t)$를 썼다.
쿠퍼쌍의 흐름은 다음과 같은 확률 흐름probability current 공식에 의해 계산될 수 있다.
$j=\frac{\hbar}{2m_{CP}i}\left( \psi^{*}\frac{\partial \psi}{\partial x}-\psi\frac{\partial \psi^{*}}{\partial x}\right)$
여기서 $m_{CP}$는 쿠퍼쌍의 질량이다. 물론, 쿠퍼쌍의 질량은 전자 2개의 질량과 같다. ($m_{CP} =2m$). 확률 흐름 공식은 아래 [막간의 수학]에서 자세히 유도한다. 참고로, 여기서는 논의를 간단하게 하기 위해 파동 함수가 공간적으로는 1차원 변수, 즉 $x$에만 의존한다고 가정한다.
[막간의 수학] 확률 흐름 공식의 유도
확률 흐름 공식은 확률 밀도의 시간에 대한 미분과 슈뢰딩거 방정식으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
우선, 확률 밀도를 시간에 대해 미분해 보자.
$\frac{\partial \rho}{\partial t}=\frac{\partial}{\partial t}|\psi|^{2}=\psi^{*}\frac{\partial \psi}{\partial t}+\psi\frac{\partial \psi^{*}}{\partial t}$
그 다음, 파동 함수의 시간에 대한 미분은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결정된다.
$i\hbar\frac{\partial \psi}{\partial t}=-\frac{\hbar^{2}}{2m_{CP}}\frac{\partial^{2}}{\partial x^{2}}\psi+U\psi$
여기서 $U$는 퍼텐셜 에너지다. 이제, 이 공식을 앞선 확률 밀도의 시간에 대한 미분 공식에 집어 넣어 정리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frac{\partial \rho}{\partial t}+\frac{\partial j}{\partial x}=0$
이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확률의 연속 방정식continuity equation이다. 여기서 확률 흐름 $j$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j=\frac{\hbar}{2m_{CP}i}\left( \psi^{*}\frac{\partial \psi}{\partial x}-\psi\frac{\partial \psi^{*}}{\partial x}\right)$
확률의 연속 방정식은 확률 밀도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그 변화량이 반드시 확률 흐름으로 빠져나가거나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물체는 갑자기 사라지거나 나타나서는 안 된다.
[유도 끝]
결과적으로, 쿠퍼쌍의 파동 함수를 확률 흐름 공식에 집어 넣으면 우리는 쿠퍼쌍의 흐름을 계산할 수 있다. 실제로 계산을 수행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쿠퍼쌍의 밀도가 초전도체 속에서 대체로 일정한 상수라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쿠퍼쌍의 흐름보다는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전류, 즉 초전류가 중요하다. 초전류는 쿠퍼쌍의 흐름과 쿠퍼쌍의 전하량(즉, 전자의 전하량의 2배)의 곱으로 정의된다. 앞서 말했듯이 쿠퍼쌍의 밀도가 일정한 상수라는 가정 아래에서 초전류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J=-2ej=-\frac{ne\hbar}{m}\frac{\partial\theta}{\partial x}$
여기서 $n$은 쿠퍼쌍의 실공간 밀도이고, $-e$는 전자의 전하량이고, $m$은 전자의 질량이다.
앞선 공식에 따르면, 초전류는 쿠퍼쌍의 위상이 공간에 따라 변할 때 발생한다. 다시 말해, 초전류는 가지런히 한 방향으로 정렬되었던 쿠퍼쌍의 위상이 공간에 따라 부드럽게 변화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직관을 얻기 위해 비유를 들어 보자.
전류는 사람들이 각종 장애물들로 가득 찬 길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저항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이리저리 치이며 각종 장애물들에 부딪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전류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군대와 비슷하다.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군대는 군인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두 똑같이 발을 맞추어 걸어갈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장애물이 나오더라도 군인들은 서로 발을 맞추어 옆으로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다. 이 경우, 군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 군인들이 모두 똑같이 발을 맞춘다는 것은 파동 함수의 위상이 모두 똑같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는 것을 비유한다.
정리하면, 초전도 현상은 파동 함수의 위상이 눈에 띄는 거시 세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때 발생하는 거시 양자 현상이다.
거시 양자 현상은 물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거시 양자 현상이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거시 세계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전도 현상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마법 하나를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
그 마법은 바로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다.
양자 터널링이란 마치 소설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에서 해리와 친구들이 호그와트 마법학교Hogwarts School of Witchcraft and Wizardry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9와 3/4 플랫폼의 벽을 통과하듯이 물체가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마법이다.
양자 터널링과 조셉슨 효과
2025년도 노벨물리학상은 “전자 회로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양자화와 거시 양자 터널링을 발견한 공로”로 3명의 물리학자 존 클라크John Clarke, 미셀 데보레Michel H. Devoret, 존 마티니스John M. Martinis에게 공동 수여되었다.
앞선 2025년도 노벨물리학상 발표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양자 터널링’이다.
그럼 양자 터널링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우리가 공 하나를 벽으로 던진다고 해 보자. 당연한 말 같지만, 그 공은 벽에 부딪힌 후에 반사되어 튕겨져 나올 것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 물체는 벽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갈 수 있다.
물론,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에서도 물체는 대부분의 경우 벽에 부딪힌 후 반사되어 튕겨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미시 세계에서는 물체가 벽에 부딪힌 후 반사되어 튕겨져 나오는 일과 벽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가는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양자 터널링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해리 포터]에서 9와 3/4 플랫폼의 벽을 통과하는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그냥 학교로 가는 일상을 다룬 수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초전도 현상은 그 자체로 거시 양자 현상이다. 양자 터널링은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전자 회로에서 일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전선을 하나 생각해 보자. 이 초전도체 전선에 전류를 흘리면 그것은 초전류가 되어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다.
그런데 이 초전도체 전선의 중간을 끊으면 어떻게 될까?
상식적으로 전류가 흐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초전도체 전선을 끊은 후 그 끊어진 간격을 얇게 유지하면 초전류는 여전히 간격 사이를 뛰어넘어 저항 없이 잘 흐를 수 있다. 이것은 정말 전자들이 벽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것을 조셉슨 효과Josephson effect라고 부른다.
참고로, 조셉슨 효과는 1962년 영국 물리학자 브라이언 조셉슨Brian Josephson에 의해 이론적으로 처음 예측되었다.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대학원 2학년으로 재학 중이었던 23살 조셉슨은 미국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일하고 있던 필립 앤더슨Philip W. Anderson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안식년을 보내며 진행한 다체 이론many-body theory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조셉슨은 파동 함수의 위상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이 초전도 현상의 핵심이라는 앤더슨의 가르침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후 조셉슨은 파동 함수의 위상이 정렬되는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에 연구를 집중하게 된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니라 바로 조셉슨 효과다. 조셉슨은 조셉슨 효과를 이론적으로 발견한 공로로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제, 수식을 이용해 조셉슨 효과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 보자.
초전도체 전선이 끊어진 간격은 사실 절연체로 채워진다. 따라서 실제 조셉슨 효과는 초전도체-절연체-초전도체로 연결된 접합 구조에서 발생한다. 전문적으로, 이러한 접합 구조를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고 부른다.
이제, 조셉슨 접합의 왼쪽과 오른쪽 초전도체에서의 쿠퍼쌍의 파동 함수를 각각 $\psi_L$과 $\psi_R$로 표시하자. 이 두 파동 함수의 동역학을 기술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쓰면 다음과 같다.
$i\hbar\frac{\partial}{\partial t}\left( \begin{array}{cc}\psi_{L}\\\psi_{R}\end{array}\right)=\hat{H}\left( \begin{array}{cc}\psi_{L}\\\psi_{R}\end{array}\right)=\left( \begin{array}{cc}0&K\\K&-2eV\end{array}\right)\left( \begin{array}{c}\psi_{L}\\\psi_{R}\end{array}\right)$
여기서 $\hat{H}$는 조셉슨 접합에 존재하는 쿠퍼쌍의 해밀토니언Hamiltonian을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hat{H}$는 $2\times 2$는 행렬로 표현될 수 있는데, $K$는 쿠퍼쌍이 양자 터널링을 통해 절연체를 뛰어넘어 왼쪽과 오른쪽 초전도체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진폭을 나타내고, $-2eV$는 왼쪽과 오른쪽 초전도체 사이에 걸린 전압 $V$로 인한 에너지 차이를 나타낸다. 참고로, 이 에너지 차이는 전압 $V$와 쿠퍼쌍의 전하량인 $-2e$의 곱으로 주어진다.
다음 단계로,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쿠퍼쌍의 파동 함수를 쿠퍼쌍의 실공간 밀도와 위상으로 표현해 보자.
$\psi_{L}=\sqrt{n_{L}}e^{i\theta_{L}}$
$\psi_{R}=\sqrt{n_{R}}e^{i\theta_{R}}$
이 수식을 앞선 슈뢰딩거 방정식에 넣어보자.
$i\hbar\frac{\partial}{\partial t}\left( \begin{array}{cc}\sqrt{n_{L}}e^{i\theta_{L}}\\\sqrt{n_{R}}e^{i\theta_{R}}\end{array}\right)=\left( \begin{array}{cc}0&K\\K&-2eV\end{array}\right)\left( \begin{array}{cc}\sqrt{n_{L}}e^{i\theta_{L}}\\\sqrt{n_{R}}e^{i\theta_{R}}\end{array}\right)$
이제, 미분의 연쇄 법칙을 이용해 이 슈뢰딩거 방정식을 잘 정리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수식을 얻을 수 있다.
$\frac{\partial n_{R}}{\partial t}=-\frac{\partial n_{L}}{\partial t}=-\frac{2K\sqrt{n_{L}n_{R}}}{\hbar}\sin{\varphi}$
$\frac{\partial\varphi}{\partial t}=\frac{2eV}{\hbar}$
여기서 $\varphi$는 왼쪽과 오른쪽 초전도체에서의 쿠퍼쌍의 위상 차이를 나타낸다.
$\varphi=\theta_{R}-\theta_{L}$
마지막으로, 오른쪽 초전도체에서 생기는 쿠퍼쌍의 실공간 밀도의 변화는 왼쪽 초전도체에서 생기는 쿠퍼쌍의 실공간 밀도의 변화와 정확히 반대이며, 이것은 곧 초전류와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I=-2e\frac{\partial n_{R}}{\partial t}=\frac{4eK\sqrt{n_{L}n_{R}}}{\hbar}\sin{\varphi}=I_{c}\sin{\varphi}$
여기서 $I_{c}$는 조셉슨 접합을 통해 흐를 수 있는 초전류의 최대값, 즉 임계 전류critical current를 뜻한다.
정리하면, 조셉슨 접합을 통해 흐르는 초전류와 조셉슨 접합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상 차이는 각각 다음과 같은 2개의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I=I_{c}\sin{\varphi}$
$\frac{\partial\varphi}{\partial t}=\frac{2eV}{\hbar}$
이 2개의 방정식은 통칭해서 조셉슨 방정식이라 불린다. 세부적으로, 첫 번째 방정식은 초전류-위상 관계식supercurrent-phase relation, 두 번째 방정식은 초전도 위상 진화 방정식superconducting phase evolution equation이라 불린다.
자, 여기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첫 번째 조셉슨 방정식인 초전류-위상 관계식에 따르면, 전압이 전혀 걸리지 않은 상황, 즉 $V=0$에서도 위상 차이가 존재하면 초전류가 흐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셉슨 효과다.
엄밀하게 말해, 이것은 이른바 DC 조셉슨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즉, 전압이 전혀 걸리지 상황에서는 DC, 즉 직류인 초전류가 흐른다.
그럼 만약 일정한 전압이 걸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정한 전압이 걸리면 두 번째 조셉슨 방정식인 초전도 위상 진화 방정식에 따라 위상 차이가 시간에 따라 선형으로 증가한다.
$\varphi=\frac{2eV}{\hbar}t$
이 공식을 초전류-위상 관계식에 넣으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I=I_{c}\sin{\left( \frac{2eV}{\hbar}t\right)}$
즉,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일정한 전압을 걸었는데 전류가 교류로 흐르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것을 AC 조셉슨 효과라고 부른다.
정리하면, 조셉슨 효과는 쿠퍼쌍이 절연체라는 벽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가는 양자 터널링 현상이다.
그런데 곰곰이 잘 생각해 보면, 조셉슨 효과는 쿠퍼쌍 하나가 양자 터널링을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시 양자 현상이다. 반면, 조셉슨 효과는 모든 쿠퍼쌍들이 모두 똑같은 위상 차이를 가지고 양자 터널링을 한다는 점에서 거시 양자 현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그것은 마치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matryoshka doll처럼 양자 터널링 속에 또 다른 양자 터널링이 숨어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조셉슨 접합에는 조셉슨 효과와는 또 다른 두 번째 양자 터널링이 존재한다.
거시 양자 터널링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조셉슨 접합을 통해 흐를 수 있는 초전류는 최대값, 즉 임계 전류를 가진다. 이 사실은 첫 번째 조셉슨 방정식, 즉 초전류-위상 관계식으로부터 알 수 있다.
$I=I_{c}\sin{\varphi}$
당연한 말 같지만, 사인 함수는 $1$과 $-1$ 사이의 값만을 가질 수 있으며, 따라서 초전류는 $I_{c}$과 $-I_{c}$ 사이의 값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럼 만약 임계 전류보다 더 큰 전류를 조셉슨 접합에 강제로 흘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초전류는 더 이상 흐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초전류는 저항을 가지는 보통 전류로 바뀌게 된다.
이 상황을 앞서 들었던 비유를 통해 이해해 보자.
초전류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군대와 비슷하다.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군대는 군인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두 똑같이 발을 맞추어 걸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군대라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빨리 행진하라고 강제하면 어느 순간 군인들의 발이 엉키면서 대형이 흐트러지게 된다. 그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사불란했던 군대의 행진은 보통 사람들의 걸음처럼 무질서하게 바뀌게 된다. 초전류가 보통 전류로 바뀌는 것이다. 참고로, 초전류가 보통 전류로 바뀌면 조셉슨 접합은 0이 아닌 유한한 저항을 가지게 된다.
그럼,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으로 판단하면, 초전류는 임계 전류에 도달하는 바로 그 순간, 보통 전류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재미있는 반전이 숨어 있다.
초전류는 임계 전류에 도달하기 전에도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갑자기 보통 전류로 바뀔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셉슨 접합을 조금 더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조셉슨 접합의 축전기capacitor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축전기 효과란 무엇인가?
축전기 효과란 말 그대로 전기를 축적할 수 있는 효과이다. 간단히 말해, 축전기 효과는 얇은 금속판 2개를 서로 마주 보게 한 후에 전압을 걸면 마주 보는 금속판 양면에 서로 반대의 전기 전하가 몰리게 때문에 발생한다. 이때, 몰리는 전기 전하량 $Q$는 걸리는 전압 $V$에 비례한다.
$Q=CV$
여기서 $C$는 국어로 전기 용량, 혹은 영어로 커패시턴스capacitance라고 불린다. 논의의 편의상, 이것을 축전기 방정식이라고 부르자.
조셉슨 접합은 기본적으로 2개의 금속, 즉 초전도체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구조다. 따라서 조셉슨 접합도 축전기 효과를 발생시킨다. 특히, 두 번째 조셉슨 방정식인 초전도 위상 진화 방정식을 이용하면 축전기 방정식의 전압을 다음과 같이 쿠퍼쌍의 위상과 연결시킬 수 있다.
$Q=C\frac{\hbar}{2e}\frac{\partial \varphi}{\partial t}$
그런데 전기 전하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다름 아니라 바로 전류다.
$I=\frac{\partial Q}{\partial t}=C\frac{\hbar}{2e}\frac{\partial^{2}\varphi}{\partial t^{2}}$
이제, 이 축전기 효과에 따른 전류를 앞서 유도한 초전류-위상 관계식에 더하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초전류-위상 관계식을 얻을 수 있다.
$I=I_{c}\sin{\varphi}+C\frac{\hbar}{2e}\frac{\partial^{2}\varphi}{\partial t^{2}}$
이 새로운 초전류-위상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다시 써 보자.
$I-I_{c}\sin{\varphi}=C\frac{\hbar}{2e}\frac{\partial^{2}\varphi}{\partial t^{2}}$
이 방정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방정식과 매우 닮아 있다. 그 익숙한 방정식은 다름 아니라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다.
$F=ma=m\frac{d^{2}x}{dt^{2}}$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위치라는 변수로 정의되는 실공간에 존재하는 물체의 동역학을 기술한다. 그렇다면 똑같은 수학적 구조의 새로운 초전도 위상 진화 방정식은 위상이라는 변수로 정의되는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초전류’라는 물체의 동역학을 기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논의의 편의상, 위상이라는 변수로 정의되는 가상 공간을 위상 공간이라고 부르자.
구체적으로, 위상 공간에 존재하는 초전류는 다음과 같은 유효 질량effective mass을 가진다.
$m_{eff}=C\frac{\hbar}{2e}$
비슷하게, 위상 공간에 존재하는 초전류는 다음과 같은 유효 힘effective force을 느낀다.
$F_{eff}=I-I_{c}\sin{\varphi}$
이 유효 힘은 다음과 같은 유효 퍼텐셜effective potential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U_{eff}=-I\varphi-I_{c}\cos{\varphi}$
참고로, 힘이 퍼텐셜의 위치에 대한 미분으로 정의되듯이, 유효 힘은 유효 퍼텐셜의 위상에 대한 미분으로 정의된다.
$F_{eff}=-\frac{\partial U_{eff}}{\partial \varphi}$
이제, 유효 퍼텐셜의 함수 모양을 자세히 살펴 보자.
유효 퍼텐셜은 위상에 코사인 함수로 의존하는 부분과 선형 함수로 의존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유효 퍼텐셜이 위상에 코사인 함수로 의존하는 부분은 외부에서 강제로 전류를 흘리기 전에 조셉슨 접합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초전류를 기술한다. 즉, 코사인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부분은 위상이 0인 근처($\varphi\simeq 0$)에서 위상을 마치 우물처럼 일정 범위 안으로 가둔다.
$-I_{c}\cos{\varphi}=-I_{c}+\frac{1}{2}I_{c}\varphi^{2}+\cdots$
그 다음, 유효 퍼텐셜이 위상에 선형 함수로 의존하는 부분은 외부에서 강제로 전류를 흘릴 때 발생하는 효과를 기술한다. 다시 말해, 선형 함수는 앞서 이야기한 코사인 함수를 한 쪽으로 기울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즉, 코사인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부분은 위상을 일정 범위 안으로 가두는 역할을 하고, 선형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부분은 그 위상을 일정 범위 밖으로 끄집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직관을 얻기 위해 비유를 들어 보자.
그릇을 반쯤 채운 물이 그릇 안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앞뒤로 자유롭게 흔들거리고 있다. 나는 그 물을 그릇 밖으로 쏟아 버리고 싶어 그릇을 기울인다. 만약 내가 그릇을 충분히 많이 기울인다면 물은 그릇의 벽을 뛰어 넘어 그릇 밖으로 흘러 넘칠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릇을 실제로 기울이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분명히 물이 그릇의 벽을 뛰어 넘어 그릇 밖으로 흘러 넘치려면 아직 조금 더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물은 이미 그릇 밖으로 흘러 나와 있다. 어찌 된 일인가?
놀랍게도, 그 이유는 물이 때때로 그릇의 벽을 통과해 그릇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를 참조하라.
참고로, 그릇 안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앞뒤로 자유롭게 흔들거리는 물은 초전류를 비유하고, 그릇 밖으로 흘러 넘치는 물은 보통 전류를 비유한다.
이제, 비유를 떠나 조셉슨 접합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해 보자.
외부에서 강제로 전류를 흘리기 전에 조셉슨 접합에서는 초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절연체 앞뒤로 자유롭게 흔들거린다. 여기서 초전류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앞뒤로 흔들거리는 이유는 위상이 하나의 값으로 고정되지 않고 코사인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우물에 갇혀 마치 진자와 같이 일정 범위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이때, 외부에서 강제로 전류를 흘리면 코사인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우물은 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언뜻 생각하면, 외부에서 강제로 임계 전류만큼의 전류를 흘릴 때 초전류가 유효 퍼텐셜 우물을 뛰어 넘어 보통 전류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실험을 해 보면, 분명히 외부에서 강제로 흘리는 전류는 임계 전류보다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초전류는 때때로 유효 퍼텐셜 우물을 통과해 보통 전류로 바뀔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셉슨 효과와 또 다른 두 번째 양자 터널링, 거시 양자 터널링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총정리해 보자.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초전도 현상은 파동 함수의 위상이 눈에 띄는 거시 세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때 발생하는 거시 양자 현상이다.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물질인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전선은 절연체를 삽입해 중간이 끊어지더라도 여전히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전류, 즉 초전류를 흘릴 수 있다. 이 이상한 현상은 조셉슨 효과라고 불린다. 조셉슨 효과는 물체가 벽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아갈 수 있는 양자 터널링 때문에 일어난다. 참고로, 절연체를 삽입해 중간이 끊어진 초전도체 전선은 조셉슨 접합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조셉슨 접합을 통해 흐를 수 있는 초전류에는 임계 전류라는 최대값이 존재한다. 외부에서 강제로 임계 전류보다 더 큰 전류를 흘리면 초전류는 보통 전류로 바뀐다. 재미있게도, 여기서 이상한 일이 한 번 더 일어난다. 분명히 외부에서 강제로 흘리는 전류는 임계 전류보다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초전류는 때때로 보통 전류로 바뀐다. 이것은 조셉슨 효과와 또 다른 두 번째 양자 터널링, 거시 양자 터널링이다.
좋다.
거시 양자 터널링은 미시 세계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거시 세계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놀랍다.
하지만 초전도 현상과 양자 터널링,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을까?
물론, 과학은 반드시 무슨 쓸모가 있어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떤 이유 때문인지 과학은 언제나 인류에게 큰 쓸모가 있다.
조셉슨 효과도 예외가 아니다. 조셉슨 접합은 양자 컴퓨터를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물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양자 컴퓨터
양자 컴퓨터란 무엇인가?
우리가 쓰는 디지털 전자 컴퓨터는 정보를 이진수로 분해한 후 어떤 연산을 작용해 모종의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진수는 0 또는 1의 조합으로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0 또는 1로 표현되는 정보를 비트bit라고 부른다.
양자 컴퓨터는 정보를 이진수로 분해한다는 점은 똑같지만 그 정보가 0 또는 1의 조합 아니라 0과 1의 중첩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참고로, 0과 1의 중첩으로 표현되는 정보를 큐비트qubit라고 부른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양자역학에서 물체의 상태는 서로 다른 2가지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할 수 있다. 비슷하게, 정보도 0과 1의 중첩으로 존재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요즈음 인류의 미래를 송두리채 바꿀 수 있는 꿈의 기술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고전역학에 기반한 디지털 전자 컴퓨터는 비트로 정보를 처리한다. 즉, 디지털 전자 컴퓨터는 주어진 순간에 단 하나의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이것은 고전역학에서 어떤 물체가 주어진 순간에 단 하나의 위치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자역학에 기반한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로 정보를 처리한다. 즉, 양자 컴퓨터는 주어진 순간에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것은 양자역학에서 어떤 물체가 주어진 순간에 여러 다른 위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자 컴퓨터는 디지털 전자 컴퓨터가 풀 수 없는 아주 어려운 문제들을 손쉽게 풀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와 정보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RSA 암호화 기술은 아주 큰 수의 소인수 분해가 어렵다는 수학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소인수 분해가 어려운 이유는 소인수 분해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다 따져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수많은 가능한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양자 컴퓨터는 이른바 쇼어의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통해 큰 수의 소인수 분해를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양자 컴퓨터는 RSA 암호화 기술을 완벽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가 실제로 구현 가능하다면 이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자, 그럼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전세계의 유수 대학 연구팀과 IT 회사들이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가장 유망한 물리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동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IBM, 구글,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인 IT 회사들은 모두 초전도체에 기반한 양자 컴퓨터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초전도체에 기반한 양자 컴퓨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종류는 앞서 이야기한 조셉슨 접합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 그럼 조셉슨 접합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는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양자 컴퓨터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큐비트를 구성해야 한다. 큐비트는 각각 0과 1로 부를 수 있는 모종의 2가지 서로 다른 상태로 구성된다.
이제 질문은 조셉슨 접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2가지 서로 다른 상태는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부에서 강제로 전류를 흘리기 전에 조셉슨 접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억해 보자.
외부에서 강제로 전류를 흘리지 않으면 초전류는 아무런 저항 없이 절연체 앞뒤로 자유롭게 흔들거린다. 다시 한 번, 초전류가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앞뒤로 흔들거리는 이유는 위상이 하나의 값으로 고정되지 않고 코사인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우물에 갇혀 마치 진자와 같이 일정 범위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정 범위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 위상을 가지는 쿠퍼쌍의 파동 함수는 특정한 공명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쇄 간섭을 통해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특정한 공명 조건이란 얇은 관 속에서 소리가 특정한 주파수를 가지게 되면 공명을 일으켜 증폭되는 조건과 원리적으로 똑같다. 공명 조건을 만족하는 파동 함수는 살아남을 수 있다. 이렇게 살아남는 상태를 에너지 고유상태energy eigenstate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사인 함수에 의존하는 유효 퍼텐셜 부분과 그것을 기울이기 위해 외부에서 강제로 흘리는 전류를 잘 조절하면 유효 퍼텐셜 우물에 딱 2개의 에너지 고유상태만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 딱 2개의 에너지 고유상태가 바로 큐비트의 0과 1이 되는 것이다.
전문적으로, 이렇게 조셉슨 접합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큐비트를 위상 큐비트phase qubit라고 부른다.
***
마지막으로, 이제 한 발짝 떨어져 초전도체에 기반한 양자 컴퓨터가 왜 중요한지 곰곰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앞서 이야기했듯이 초전도체는 거시 양자 현상이다. 거시 양자 현상은 미시 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이 수많은 방해 요소에도 불구하고 거시 세계까지 살아 남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세계에서 돌아가는 양자 컴퓨터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거시 양자 현상에 기반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양자 컴퓨터를 통해 미시 세계를 거시 세계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