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외부의 에너지 섭취를 통해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강물의 양이 일정해야 강의 수위가 유지되는 것처럼, 생명체는 일정한 에너지의 섭취와 방출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열량은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00 ~ 2,500kcal 정도며1, 이 열량을 초당 에너지로 환산해 보면, 얼추 100WWatt, 와트의 전력2이 공급되고 열로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사람의 몸에서 백열전구에서 나오는 열이 방출이 되는 셈이다.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겨울에는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갈 수 있지만, 여름에는 옆에 누워있는 동료를 37도씨의 열덩이로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은 생명체가 소비하는 에너지, 그리고 현재 인간이 쓰는 에너지의 양에 대한 이야기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육지에서 운송수단으로서 말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이 평균적으로 가지는 파워, 즉 마력horse power, hp을 동력(혹은 전력)의 단위로 삼은 역사적 이유이기도 하다. 말은 보통 75kg의 추를 1초 동안에 1m 높이로 끌어올릴 수 있는 파워를 갖는다. 이는 735W에 해당되며3 735W를 1마력으로 정의한다. 사람이 내는 평균 파워 100W를 말과 비교하면 7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말의 평균 질량이 500kg 정도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질량당 파워를 계산해 보면, 말(735 W/500 kg ~ 1.5 W/kg)이나 사람(100 W/70 kg ~ 1.4 W/kg)이나 비슷하다는 흥미 있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사람이 힘(파워)이 세다는 얘기로 바꿔 생각해 볼 수도 있겠고, 사람과 말이 다른 종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대사과정을 통해서 얻는 동력의 생물학적 근원은 비슷하다고 추정해 볼 수도 있다. 결국엔 같은 포유류에 속해 있기에 말을 구성하는 세포나 사람을 구성하는 세포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고, 말이 사람보다 파워가 센 까닭은 말이 가진 근육세포의 개수가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댈 수 있겠다. 파워로 승부를 거는 일본의 스모 선수가 몸무게를 불리는 이유다.

흔히들 세포를 생명체의 기본 구성요소로 일컫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인간의 몸은 평균적으로 35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1] 위의 열량 계산을 세포 단위에서 해 보면, 인간의 세포 하나는 평균적으로 3pWpicowatts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셈이다.4 최근에 등온열량계를 이용하여 초파리 배아 세포가 분열하는 동안 나온 열량을 측정한 보고서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초파리가 배아 상태에서 대략 17번 분할하여 총세포 수가 105개가 되기까지 발생하는 에너지 총량이 10mJ 정도가 된다고 한다.[2] 이는 세포 하나로 따지면 1pW의 전력소모에 해당하는데, 위에서 계산한 인간 세포의 전력 소모량과 비슷한 양이다.

아직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흩어진 데이터를 잘 모아서 분석해 보면 신진대사를 통해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세포의 총 개수 혹은 유기체의 질량에 직접 비례관계에 있다기보다는 통계적으로는 \(\dot{Q} \sim M^{\frac{3}{4} }\)의 관계를 따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그림1]) 이를 흔히들 알로메트릭 스케일링Allometric scaling이라고 부르는데, 이 관계식에 따르면 질량이 10배가 늘면 10배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사용했던 양의 5.6배의 에너지만 사용하면 된다. 신진대사를 통한 에너지 소비량을 개체의 질량으로 나누면 \(\dot{Q}/M \sim M^{\frac{-1}{4} } \)을 따른다. 즉 가벼운 유기체일수록 단위 질량당 에너지 소모량이 크다는 결론을 얻는다. 위에서 언급한 말과 사람의 경우 비슷한 값을 얻었지만, 이는 말과 사람의 질량차가 7배에 불과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이고, 일반적으로는 고등생물보다 박테리아와 같은 저등생물이 질량당 에너지 소비율이 높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그림1]) 질량당 에너지 소비량이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장균E. Coli과 같은 단세포 생물의 유일한 생존목표는 종족번식이다. 대장균은 보통 충분한 영양분만 공급되면 20분에 한 번씩 분열을 해서 자기 자신을 복제한다. 유전자에 적힌 대부분의 정보가 종족번식과 관련되어 있다.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대장균이 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추정해 보면 대장균은 하루에 72번 분해를 해서 개체 수를 272 ≃ 4.7 x 1021개까지도 늘릴 수가 있다. 대장균 한 마리의 질량이 1pg이지만 1021개면 1천 톤에 달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영양분을 지수함수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대장균의 번식은 어느 순간부터 지체될 수밖에 없다. 종족번식은 DNA와 단백질을 쉴 새 없이 합성해야 하는, 에너지 소비율이 높은 과정이다.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은 종족번식 이외의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율이 낮은 활동들을 영위해 나간다. 종족번식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인간의 유일한 존재 목표는 아니다.   

산타페 연구소의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라는 학자는 위에서 제시한 류의 분석을 도시의 크기(혹은 도시 인구, P)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사이의 관계로 확장한 바 있다.[3] 도시가 크면 클수록 드는 비용(Money, M)M~Pa (a<1)로 증가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생기는 발명품, 특허와 같은 혁신(Innovation, I)의 숫자는 I~Pb (b>1)의 관계식을 가짐을 보였다. 거대도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고려하면 조금 찜찜한 감이 없지 않지만, M~Pa의 관계식에서 지수가 1보다 작다는 얘기는 개인당 드는 비용과 혁신의 측면에서 큰 도시가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중 음식에서 비롯된 화학에너지 외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 지금은 자동차를 이용해서 장거리 여행을 하지만, 중세시대나 조선 시대 때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 말을 사용했다. 말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이용해 마차를 끌게 하였다. 일반중형승용차의 엔진 파워가 150-250마력 정도 된다고 한다. (다마스: 43마력, 모닝: 82마력, BMW: 190마력, 포르쉐: 330마력). 현재 KTX는 16800마력의 동력으로 움직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말 16800마리가 끄는 거대한 마차를 타고 2시간 만에 가는 것과 같다.5 타 생명체가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유일하게 누리며 사는 것이 인간이다.

현대문명에서 인간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200 여 년 간 인류의 에너지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요새 원자력 발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 대부분은 석탄,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를 이용한 화력발전이 차지한다.([그림2]) 필자가 어렸을 때는 머지않은 미래의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묵시론적인 얘기를 귀에 따갑게 들으며 우울해했고, 핵전쟁 이후의 삶에 대해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TV 만화를 통해 상상했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이던가? 북미대륙의 깊은 지하암반에 저장된 거대한 양의 셰일가스shale gas의 존재가 확인되고 나서부터는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얘기는 소강상태인 듯하다. 최근엔 달이나 화성 개발과 같은 얘기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달의 지하에 엄청난 양의 헬륨가스와 우라늄이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온실가스를 이용해 화성의 온도를 올려 생명체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엉뚱한 제안도 있다.

 

 

최근 대두되는 문제는 화석연료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에너지 문제보다는 화석연료를 처리하면서 생기는 부산물로 인한 환경 문제이다. 매일 엄청나게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우울해진다. 물론 인류의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유명한 과학자들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 지구의 온도는 인간의 활동과는 무관하게 주기적으로 변하며, 지질학적 기록을 보면 과거에도 지금처럼 따뜻했던 적이 있기에, 지질학적 시간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지구 온난화 문제는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논리다. 혹자는 50억 년의 지구 역사와 비교해서 200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인류의 역사는 찰나에 불과하고, 지질학적 시간 스케일에서 보면 잠시 망쳐진 환경 또한 지구의 “자정능력”을 통해 정화될 것이기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참으로 세상 편한 의견을 내놓는다.

사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인류가 멸망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다. 물론 여기에 개인의 가치판단이 개입하겠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의 후세들을 생각하고 현재 빠른 속도로 멸종해 가는 수많은 생물종들을 생각하면 필자는 그걸 무척 안타깝게 여길 수밖에 없다. 에너지 사용과 환경의 문제는 이제 과학, 기술의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정치, 사회, 경제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영역이다. 십여 년 전부터 지속가능성 과학sustainability science이라는 영역이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대두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4]

태양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총 복사에너지 중 30%가 지구의 대기로 흡수되는데, 이것은 3,850,000EJexajoules(1EJ = 1018J)의 에너지에 해당된다. 태양에너지는 바닷물에 거대한 조류를 형성하고, 대기를 순환케 하고, 강물이 흐르게 하고, 광합성을 통해 식물을 성장시킨다.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은 2020년 기준으로 600EJ 정도다. 여전히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태양에너지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전 지구에 차고 넘치는 것이 에너지이다.

지구 내부에서 꺼내어 사용하는 동안 온난화를 비롯하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와는 달리, 어차피 매일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태양에너지를 인류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저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만 터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만 된다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상상을 해 본다.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평가하는 인간이 벌려 놓은 일을 인간이 아니면 누가 수습을 할 것인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난리통이 된 시대에 백신개발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것처럼,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촉발이 된 환경문제 해결 또한 또 다른 과학기술의 혁신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

  1. E. Bianconi et al. “An estimation of the number of cells in the human body” Annals of human biology (2013) 40:463-471.
  2. Y. Song et al. “Energy budget of Drosophila embryogenesis” Current Biology (2019) 29: R566-R567.
  3. M. A. Luis et al. “Growth, innovation, scaling, and the pace of life in cities” Proc. Natl. Acad. Sci. (2007) 104: 7301-7306.
  4. W. C. Clark & N. M. Dickson, “Sustainability science: The emerging research program” Proc. Natl. Acad. Sci. USA (2003) 100: 8059-8061.  
현창봉
전)HORIZON 편집위원,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위촉기간 : 2019.06.01.~202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