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해 (2021년)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이하 웹우주망원경)의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뜨겁다. NASA에서는 웹 우주망원경의 발사 중계 당시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1960-1970년대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 TV 중계와 비교될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웹 우주망원경 관련 뉴스로 인해 특별히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관해 한 번쯤은 들어봤다고 할 정도다. 이 글을 집필하는 5월 말 현재 웹 우주망원경은 준비작업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 약 한 달 후면 준비작업의 완료를 알림과 동시에 웹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놀라운 우주의 모습이 공개될 것이다.

 

 

웹 우주망원경 발사의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낸 것은 바로 발사 중계 당시에 아나운서가 했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 “열대우림 속에서 발사되어 시간의 끝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우주가 탄생하던 순간을 향해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Lift off from a tropical rain forest to the edge of time itself, James Webb begins a voyage back to the birth of the Universe.  우주 스케일에서는 먼 거리를 관측할수록 더 과거를 보는 것이라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을 흔히 타임머신이라고도 부른다.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망원경인 제임스 웹을 이용하면 우주가 생성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어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우주가 탄생하던 순간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웹 우주망원경의 개발 역사로부터 시작해 어떤 구성 요소들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아보고, 발사 후 지금까지 이뤄져 온 준비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웹 우주망원경의 흑역사(?)

1990년 4월 24일, 현대 천문학, 천체물리학, 그리고 우주론의 발전에 폭발적인 기여를 한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HST)이 발사되었다. 허블 망원경은 우주 팽창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은하가 진화하는 모습을 규명해 내는 등 천문학 교과서를 바꿀만 한 업적을 수없이 남겨 왔고, 단일 과학 기기로는 1만5천 편 이상의 가장 많은 논문을 배출한 프로젝트이다. 발사한 지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문학계에서 주력 망원경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년 동안 우주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도 전인 1989년부터 이미 NASA와 STScI (미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허블을 이을 차세대 우주망원경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다목적 용도로 개발된 허블 우주망원경과는 달리, 뒤를 잇는 차세대 망원경은 빅뱅 이후 태어난 최초의 별들과 은하들을 직접 관측하는 등 보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 목적에 맞게 적외선 영역을 주로 관측하고, 허블 우주망원경보다는 훨씬 큰 거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개발 초기에는 “차세대 우주망원경”Next Generation Space Telescope (NGST) 라고 불리던 것이 2002년부터는 1960년대에 달착륙을 위한 아폴로 계획을 성공적으로 준비한 NASA의 두 번째 국장 James E. Webb을 기리기 위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웹 우주망원경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망원경의 거울 및 기기 등의 제작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2011년 여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2011년 당시에도 이미 개발 초기에 책정된 예산보다 3배 웃도는 비용이 들어간 데다가 발사까지 소요되는 비용까지 합치게 되면 단일 프로젝트의 예산 비중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로 NASA의 예산 심의 의결권을 가진 미국 의회에서 제임스 웹 프로젝트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과학자들의 끈질긴 설득과 당시 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결단에 힘입어 절충안이 마련되었고, 다행히도 2011년 말경에 제임스 웹 프로젝트는 다시 살아났다.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예산 문제와 더불어 여러 차례의 발사 연기로 인해 많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1997년 프로젝트 제안 단계에서는 2007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망원경을 개발하는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2004년 개발 시작 당시에는 2011년 발사가 목표였다가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2011년에 이르러서는 2018년으로 발사가 미뤄졌다.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NASA의 확고한 의지로 한동안은 2018년 발사 계획에 차질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발사를 1년 정도 앞둔 2017년에 있었던 망원경 진동실험 (로켓 발사 당시와 같은 강도의 진동으로 행하는 실험)에서 망원경 조립단계의 문제점이 발견되어 2019년으로 발사가 미뤄지고, 또 2018년 태양 차단막을 시험적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차단막 일부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생기면서 2020년, 그리고 또다시 2021년 말로 미뤄졌다. 웹 우주망원경이 발사지인 프렌치 기아나French Guiana에 무사히 도착하고 아리안 5Ariane 5 로켓 꼭대기에 실려 완벽하게 발사 준비가 된 후에도 발사지의 날씨가 협조해 주지 않는 문제 등으로 며칠 단위로 미뤄지다가, 마침내 2021년 12월 25일, 마치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인 양 크리스마스 날에 딱 맞춰서 발사되었다. 필자는 2019년부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합류했지만, 10년 넘게, 아니 20년 넘게 경력의 대부분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던 동료분들도 계시다. 발사 후 6개월 정도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장면을 긴장된 마음으로 바라봤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분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웹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망원경이 보여 줄 우주의 모습과 그로 인해 인류가 얻게 될 우주에 대한 지식은 개발 과정의 어두운 면을 모두 덮고도 남을 것이다.

 

 

웹우주망원경의 목적지 그리고 안식처, 제2라그랑주점

웹우주망원경은 현재 제2라그랑주점 (L2점)을 기점으로 궤도를 돌고 있다.

 

L2점은 왜 웹 우주망원경의 목적지로 정해졌을까?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을 주로 관측하는 망원경이기 때문에 온도가 아주 낮은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이다. 우주 초기로부터 오는 빛을 제대로 관측하려면 거울과 기기를 무려 섭씨 영하 230도나 그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열을 내는 천체이기 때문에 지구 주변에서는 이런 환경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구로부터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지면서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곳, 그곳이 바로 태양 반대편에 고정된 L2점이다.  

한 쌍의 천체는 기본적으로 5개의 중력-원심력 균형점을 가지고 있는데, 18세기 후반 “3체 문제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이 균형점의 개념을 정립한 이탈리아 태생의 과학자 조세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의 이름을 따서 이를 ‘라그랑주점’이라고 한다. 라그랑주점이 가진 특수성을 알기 위해서는 궤도역학에 관한 두 가지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행성이 정해진 거리를 유지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것은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중력이 과하면 태양 쪽으로 가까워지고 원심력이 과하면 바깥으로 멀어진다. 태양 주위를 도는 모든 행성은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궤도를 돌고 있다. 둘째, 태양에서 더 멀리 있는 행성일수록 공전주기가 길어진다(이를 케플러 제3법칙이라고도 한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수성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88일이 걸리고, 그보다 멀리 있는 금성은 225일, 지구는 365일, 화성은 687일, 그리고 목성은 무려 12년, 이렇게 중심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한 해’의 길이, 즉 공전주기가 길어진다.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태양-지구 사이의 라그랑주점을 나타낸 [그림3]을 살펴보자.    

 

 

먼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놓인 L1점은 지구보다 태양과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위에서 이야기한 원리에 따르면 공전주기가 365일보다 짧아야 한다. 그런데 이건 태양의 중력만 생각했을 경우의 이야기다. 실제로는 지구가 반대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태양이 잡아당기는 힘을 상쇄한다고 볼 수 있다. L1점은 태양의 중력에서 지구의 중력을 뺀 힘과 균형을 이루는 원심력에 필요한 공전주기가 지구의 공전주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점이다. 또, L2점은 원래 태양으로부터 지구보다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공전주기가 길어야 하지만, 태양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이 더해져서 공전주기가 지구와 같아지는 점이다. 비슷한 원리로 L3, L4, L5 점은 태양과 지구가 동시에 끌어당기는 힘이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어 지구의 공전주기와 같은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도는 지점이다. 이 다섯 개의 라그랑주점 중에 L1, L2, L3점은 불안정 균형점이라고 하는데, 이들 지점에 어떤 우주선을 보내 놓으면 처음에는 지구와 함께 태양 주위를 공전하다가 점점 태양 안쪽으로 향하거나 바깥쪽으로 밀려 나간다. 반면 L4, L5는 안정 균형점이라 하여 이곳에 놓인 물체는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속 지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머무르게 된다. L4, L5 지점은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항상 작은 운석들이 모여 있고, 충돌 위험성 때문에 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을 오래 위치시키는데 적합하지 않다.  L1과 L3점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 쪽을 향하고 있어서 교신하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라그랑주점 중 L2점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L2점은 불안정한 균형점이라 웹 우주망원경은 이 점을 중심으로 해서 L2점과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가 약 25만 km, 가장 멀 때의 거리가 83만 km인 타원궤도halo orbit를 돌고 있다 [그림2]. 이렇게 L2점을 중심으로 완전히 한 바퀴 도는데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즉, 태양 주위를 한 바퀴 수평으로 도는 동안 L2점 주위를 2바퀴 도는 꼴이다. 망원경이 이렇게 수직으로 타원궤도를 도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서 정기적인 궤도 유지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태양 차단막에 가해지는 태양 복사압으로 망원경은 뒤로 밀려나게 되고, 또 목성과 토성의 미세한 중력이 작용해 궤도가 틀어지기도 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 분사를 하는데, 관측 대상에 따라 자세를 수시로 바꾸는 망원경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19일마다 축적된 궤도 자료를 분석하여 추진의 방향과 세기를 계산한 다음, 21일마다 이에 따른 추진 분사를 하게 된다. 망원경의 수명은 추진 분사에 사용하는 연료로 정해지는데, 현재의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약 20년 정도 쓸 수 있는 연료가 남아 있다.

 

 

웹 우주망원경의 하드웨어

웹 우주망원경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4] : 윗면의 광학 망원경 요소Optical Telescope Element (OTE), 거울 뒷면에 위치한 통합 과학기기 모듈Integrated Science Instruments Module (ISIM), 아랫면의 우주선Spacecraft Bus, 그리고 망원경을 태양열로부터 보호하는 태양 차단막Sunshield 이다.

 

1. 광학 망원경 요소는 망원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부분인데, 여기에는 주경과 부경, 이들을 받치는 구조물, 그리고 후면광학계Aft Optics Subsystem (AOS)가 포함된다. 주경의 전체 직경은 5 m로, 18개의 육각형 모양의 조각 거울 (각 조각의 지름은 약 1.3 m)로 이뤄져 있다. 부경은 직경이 0.74 m로 주경에서 반사된 빛을 다시 반사시켜 후면광학계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주경과 부경은 모두 베릴륨이라고 하는 가벼우면서 열에 의한 변형이 거의 없는 재질로 이뤄졌고, 표면은 적외선 빛을 가장 효율적으로(98-99%) 반사시킨다고 알려진 금으로 코팅되어 있다. 부경에 반사된 빛은 주경 중간에 검은색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후면광학계로 전해지고, 다시 내부에 있는 삼차경과 미세조종거울Fine Steering Mirror (FSM)에 각각 반사되어 거울 뒷면의 과학 기기로 전달된다.

 

2. 통합 과학기기 모듈은 카메라나 분광기와 같은 과학기기가 들어있는 장치로 거울의 뒷면에 있다. ISIM 내부에는 4개의 과학기기와 미세 별 추적 센서Fine Guiding Sensor(FGS)가 설치되어 있다. 과학기기로는 근적외선 카메라Near Infrared Camera(NIRCam), 근적외선 분광기Near Infrared Spectrograph(NIRSpec), 근적외선 이미지 및 분광기Near Infrared Imager and Slitless Spectrograph(NIRISS), 중적외선 기기Mid Infrared Instrument(MIRI) 이렇게 4개가 있고, 각 기기는 특별한 목적에 맞게 망원경이 최대의 성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3. 웹 우주망원경의 우주선은 망원경의 운영에 필요한 전원 공급, 자세 제어, 지상과의 통신, 데이터 저장 및 전송, 추진 시스템, 열 조절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웹  우주망원경의 모든 전원은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공급한다. 자세 제어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비교적 큰 움직임은 추진 분사 시스템을 통해서 하게 되고, 망원경을 특정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일은 반작용 휠이 담당한다. 또, 망원경의 잦은 움직임으로 인해 운동량이 커져서 궤도 이탈의 우려가 있을 때는 운동량 날개를 한 번씩 펄럭여서 쌓인 운동량을 줄여 주기도 한다. 지상과의 통신과 데이터 전송은 우주선에 설치된 두 개의 안테나를 이용하는데, 각각 중성능 안테나Medium-Gain Antenna(MGA)와 고성능 안테나High-Gain Antenna(HGA)가 맡는다.

 

 

4. 태양 차단막은 웹 우주망원경이 극저온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장치이다. 총 5겹의 마름모꼴 막으로 이뤄져 있고 [그림7], 주재질은 캡톤Kapton이라는 물질로 온도 차이가 심한 우주 환경에서 많이 쓰인다. 표면은 알루미늄과 실리콘으로 코팅되어 있는데, 태양 빛과 열을 효과적으로 반사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태양 차단막이 모두 펴져 있는 상태가 되면 각 막 사이의 공간이 생기는데, 이 진공 상태의 공간이 단열재로 작용하면서 태양을 향하는 쪽은 섭씨 85도, 반대쪽에 놓인 광학 망원경 요소와 복합 과학기기 모듈이 있는 부분은 영하 235도 정도로 꾸준히 지속된다. 태양 차단막은 이렇게 320도나 되는 엄청난 온도 차이를 미션 기간 내내 유지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상 웹 우주망원경의 개발 역사와 구성 요소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망원경을 준비하는 과정인 커미셔닝commissioning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