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현

서론

신경 오가노이드1, 즉 신경계의 특정 구조 및 기능을 모사하고 있는 3차원 신경계 유사세포덩어리를 생쥐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방법이 2005년 최초로 보고된 이래, 이 모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사한 방법을 이용하되,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면 사람의 뇌 일부와 유사한 배양체를 만들어 키우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2013년 오스트리아의 Knoblich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전뇌whole brain 오가노이드’는 복잡한 뇌 부위가 자발적으로 유도되어 성숙되는 모델로, 인간 뇌 전체가 체외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발표 이후 특히 많은 연구자들과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뇌가 만들어지는 생물학적 과정이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체외에서 적당한 배양 조건을 부여하기만 하면, 배아줄기세포 덩어리가 자발적으로 뇌 유사 구조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오랫동안 신경발생학자들이 신경유도 과정을 기본경로default pathway라고 생각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이 현상을 이용하면 인간 뇌 발달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가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인간 뇌 초기 발생의 특징이 잘 드러나면서, 이 모델을 잘 이용하면 인간의 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뇌질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의 인간 뇌 모델링이 가능하지 않으며, 생후 뇌라기 보다는 태아 수준의 뇌 성숙도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과학적 진보와 함께, 신경오가노이드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관심 역시 크게 증대되었고, 이에 따라 신경오가노이드의 ‘의식’, ‘이식에 따른 윤리적 이슈’ 등을 다루는 논문이 앞다투어 출판되었다. 이는 몸과 분리된, 독립된 인간 뇌 유사체가 현존할 수 있어졌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수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배아 또는 장기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우려, 인공 지능과 같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초인간 지능의 창발을 염려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더해져 일어나는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시점의 신경 오가노이드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숙도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철학적, 윤리적 고찰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전제로 진행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 신경오가노이드 기술 발전의 과정과 한계 극복의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신경오가노이드가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의 윤리적 고찰을 다루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것이며, 이에 따른 시급성이 높은 윤리적 문제에 집중하여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싶어, 이 글에서는 우선 신경오가노이드 동물이식에 따른 키메라 형성에 관련한 문제와, 이에 수반하는 문제들을 다루도록 하겠다. 막연한 상상에 의존한 윤리적 문제 고찰은 논의의 가치도 높지 않을뿐더러, 윤리적 규범의 선제적 대응이 기술 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선적으로 부각하여 보아야 할 윤리적 이슈를 먼저 다루자는 의도이다.

본론

세포-뇌(머리) 이식의 역사

뇌조직은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뇌조직 또는 뇌세포를 이식하여 뇌손상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있어 왔다. 뇌 이식 시도는 19세기부터 있어왔으며, 2015년에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인 세르지오 카나베로가 인간 머리 이식을 시도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험 동물을 이용한 연구를 포함하여 어떤 시도에서도 이식한 뇌가 몸에 존재하는 척수와 말초신경계에 연결되지 못하였으며(사실 세르지오 카나베로는 신경계 연결을 위한 시도는 계획도 하지 않았다!), 이식한 머리에서 정상적인 인간의 의식이 드러났다는 증거도 없다. 머리에 있는 뇌가 몸을 조절하는 센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뇌와 몸이 연결되어 뇌가 주도권을 쥐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머리 이식이 아니라 몸 이식이라 해야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소위 ‘머리 이식’이 의도한 것은 머리에 혈관을 연결하여 심장으로부터 혈액이 머리로 이동하여 생존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수술 과정은 머리 이식에 더 가깝다. 몸 또는 머리 이식 실험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거나,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았으며, 위험과 이득 측면에서도 낮은 효용성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식 후 진행될 면역부적합성, 재활훈련의 부담 등 수술 자체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몸 이식이 성공적이라면, 피험자가 겪게 될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부담의 문제와, 법률적 지위에 대한 논란까지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나베로와 중국 연구팀의 시신을 이용한 이식 실험은 중국에서 진행된 바 있으나, 이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머리/몸 이식 실험은 진행된 바 없다. 이러한 고려들을 종합할 때, 머리(뇌)이식이 과학적 야심가들의 기행 이상으로 인식되고, 실제 인류에게 유의미한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Science지에 실린, 뇌이식 성공에 대한 논문 뉴스]

머리나 뇌 전체를 이식하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뇌 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으며, 임상적인 성공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태아의 중뇌세포를 이식한 경우인데, 1980년대 스웨덴의 Lindvall 등에 의해서 보다 현대적인 수술이 진행되었으며, 파킨슨병의 주요 병인 중 하나가 중뇌에 존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서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낙태한 태아의 중뇌 세포를 채취하여 이식 시술을 한 것이다. 이 과정은 환자 1명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낙태 태아의 숫자가 2-3명이 되기 때문에, 윤리적 고려는 고사하고, 시술상의 매우 높은 복잡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기술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중뇌 뉴런생성이 중요한 문제였고, 배아줄기세포 연구 초기부터 가장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극히 최근에 이르러서야 태아 줄기세포 또는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중뇌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세포치료제로 개발하여 임상 적용을 위한 시험 중에 있다는 점은, 이러한 분야의 연구개발이 얼마나 더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초기 중뇌세포 이식 시도에서는 태아 중뇌 조직을 이식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후 많은 국가에서 태아 뇌조직 이식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고 있어, 머리 이식실험과 같은 위험성을 배제하게 되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경우 어차피 단일세포로 분리하여 주입하는 것이 이식에 따른 환자 뇌 손상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에, 단일세포 주입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태아줄기세포를 사용하는 경우, 여전히 낙태아가 개입되므로, 윤리적인 복잡성이 더하다. 따라서 현행 낙태금지법과 연계되어 시술 프로토콜이 정립되어야 하며, 낙태 과정에 금전적 보상이 개입되거나 익명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질성을 가진 세포를 뇌에 주입한다는 점에서, 미약하나마 정체성 이슈가 대두될 수 있으나, 세포이식은 워낙 소량이기도 하고, 미성숙한 전구세포를 주입한다는 점, 그리고 후기 신경발생 과정과 신경회로 구성 과정은 환경과 경험에 의존적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할 때, 이식된 신경세포는 그 환경이 필요로 하는 정체성(도파민뉴런)을 획득하고 전체 뇌신경 회로의 지배를 받는 방식으로 기능을 보조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큰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파킨슨 병에 대한 신경줄기세포치료제가 임상 승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세포이식이 가장 안정적인 실현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되며, 파킨슨병 이외에 유사한 퇴행성뇌질환 군에 대한 치료기술로 확대 발전할 것이다.  

신경오가노이드 이식 연구

지금까지 뇌(머리) 이식, 세포이식 등의 기술에 대한 임상적 활용과 그에 따른 윤리적 이슈들을 간단히 다루어 보았다. 뇌조직의 이식은 세포이식에 비하여 기술적 이득이 없을뿐더러, 머리이식과 비슷한 수준의 윤리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선호되지 않아왔다. 그러나 신경오가노이드의 이식이라면, 이야기는 약간 달라진다. 오가노이드, 또는 미니 장기 기술은 부족한 이식용 장기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적 적용에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있다. 이미 장기 이식이 임상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골수, 간, 이자, 신장, 각막, 심장 등은 공여자의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니장기 기술은 미충족의료수요medical unmet needs를 잘 메울 수 있는 대안이다. 신경오가노이드의 경우 다른 장기처럼 이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은 만큼, 오가노이드 이식을 통한 치료 연구가 아직 활발하지는 않지만, 이미 다수의 신경오가노이드 이식 연구가 출판된 바 있으며, 조심스럽게 그 활용 가능성도 논의가 개시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대부분의 신경오가노이드 이식 논문에서. 신경오가노이드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것 보다 동물의 뇌로 이식하는 편이 더 성숙과 분화를 촉진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체외 배양되던 신경 오가노이드를 동물의 신경계에 이식하면, 동물의 혈관이 오가노이드 안쪽으로 자라나며, 미세아교세포 등 면역세포가 분포하게 되는 등 신경오가노이드를 둘러싼 세포 조성 및 환경이 변화한다. 또한 동물의 혈액을 통하여 배양액과는 다른 많은 혈액 내 물질에 오가노이드가 노출되게 된다. 보통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중에 그 크기가 커 지면 오가노이드 덩어리의 속까지 산소와 영양분이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괴사가 일어나며, 다양한 산화스트레스가 유발되게 된다. 이러한 병적인 조건은 뉴런 분화를 저해시키며 액손성장이 느려지는 등의 오가노이드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신경오가노이드를 동물의 뇌에 이식하면, 동물의 혈관이 오가노이드 안쪽까지 들어가서 혈액을 통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조직괴사가 억제된다. 혈관에 따른 혈액 공급이 오가노이드가 이식 이후 왜 더 잘 성숙되는지 잘 설명해 주긴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인자가 그런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혈관 이외의 다른 환경 변화는 어떤 기여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아직 매우 미진하다. 또다른 중요한 관찰은, 이식된 인간의 신경오가노이드에서 유래한 뉴런들이 이식한 동물의 뉴런들과 잘 연결되어 신경정보를 교환한다는 점이다. 즉, 신경오가노이드 이식을 통한 뇌 키메라 제작은 이미 달성된 사건이며, 이 수준은 단순한 세포의 공존 수준을 넘어 기능적인 통합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미 신경오가노이드 키메라의 존재론적 의미 즉, 도덕적 지위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지점에 도달했다 할 수 있다. 뇌 키메라 문제를 다룸에 있어, 오가노이드를 이식 받은 동물(이후 이는 이식받은 환자로 대체 가능하다)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이식된 신경오가노이드를 중심으로 고찰하는 방법이 가능한데, 현재까지의 연구는 주로 이식된 오가노이드의 성숙을 위주로 분석해 왔다. 실험연구 초기에, 생겨날 수 있는 윤리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접근법임에 틀림없지만, 실험적인 측면에서도,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이식 받은 동물의 기능 변화나 이에 따른 동물-이식체 통합에 따른 이슈들이 좀 더 부각될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동물 뇌에 인간세포를 주입하거나 배아 공학을 이용해 인간의 세포가 포함된 뇌를 가진 동물을 제작하고 이를 분석하는 연구는 이미 진행된 바 있다. 이 경우는 이식된 세포가 동물 뇌에 상당히 분산되어 분포할뿐더러 미성숙한 세포를 주입하기 때문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동물의 뇌에 종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키메라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경오가노이드의 경우 배양 시 이미 분화된 뉴런들이 생성되고 상당한 수준의 신경회로망을 구성하기 때문에, 이식 후에도 구별 가능한 영역에 존재한다. 따라서 키메라의 주체-객체 문제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실제 현재 수준의 관찰 결과에 의하면, 유의미한 수준의 동물 행동상의 변화가 유발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이는 아마도 매우 보수적인 양의 오가노이드 이식과, 상대적으로 짧은 수술 후 생존 기간에서의 연구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생존 기간에 대한 고려는 중요한데, 주요 실험 동물인 설치류와 비교할 때 인간의 뇌 발달 속도는 3배 이상 느리고, 이러한 종의 특성은 체외 배양이나 이식 후에도 잘 보존된다. 따라서 이식 후 오가노이드가 충분히 기능적으로 성숙하는데에는 수개월 또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시간적인 보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하였지만, 이러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뇌 키메라를 구성하는 인간 뇌세포의 양적 및 질적 기여 정도를 면밀히 분석하여야 하며, 기능적 측면에서 인간 신경오가노이드가 동물의 뇌기능에 양적 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뇌-몸의 관계에서 뇌가 행동에 대한 지배력을 갖는다고 할 때, 뇌 키메라의 인간 부분이 동물 뇌 부분과 몸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지 여부가 결국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인간세포유래 신경오가노이드이 물리적 비율을 근거로 하여, 기여도를 판정하는 것은 간단한 해결책이긴 해도 합당하지는 않다. 기여도 자체를 분석하는 것은, 이식한 신경오가노이드의 신경활성을 인위적으로 억제 또는 활성화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기술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이 역시 정량적으로 기여도를 판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합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인간 뇌의 고유한 기능 발로, 또는 의식의 창발에 의한 행동적 지표(또는 적절한 뇌신호 지표)를 기준으로 인간화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식된 뇌 오가노이드가 이식 받은 동물에도 진화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자아 또는 의식의 신경 기질Neural substrate of Consciousness을 일깨울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 동물에서 의식, 자의식 등 인간적 특질로 정의된 행동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힘들며(이런 방법이 고안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위뇌기능이 동물에서 관찰 가능한지 하는 문제는 수 세기동안 뇌과학 분야에서 논쟁거리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물의 자아 개념 여부를 거울테스트와 같은 행동 분석으로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오가노이드를 이식한 설치류 실험동물이 거울테스트에 성공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은 인간 키메라의 기능 분석이 인간 특이적인 뇌기능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기보다는, 기억-학습처럼 동물과 인간에서 양적 차이가 현저한 행동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Chen등은 코마 환자의 진단에 사용되는 방법론을 뇌 오가노이드의 의식 여부를 조사하는데 사용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또한 해리성 인격장애에 대한 신경학적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인격에 관한 문제가 재정립되고, 이러한 임상적 증례와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영감과 이론이 오가노이드 또는 키메라 동물의 의식에 대한 연구 지평을 넓힐 것으로 생각되는데, 인간의 뇌를 이해하고 뇌질환 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신경오가노이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경오가노이드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 임상연구 등 인간에 대한 연구 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결국, 분야간 상호 작용과 심화적 고찰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은 신경오가노이드를 임상적 치료에 활용하거나 이에 대한 윤리적 준비에 기여하는 과정이다.

인간 세포로 구성된 신경오가노이드의 이식이 동물로부터 인간 특이적인 뇌기능을 발화하는 원천이 될 것이라는 가정은, 인간 세포 자체가 인격의 근원이 될 것이라는 관념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대뇌 피질이 다른 동물에 비하여 크고 타 뇌 부위에 비하여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인간 뇌 특징의 원천이 양적인 증대에 기반한 질적 변화, 즉 양질전화라는 이론 역시 그 뿌리가 깊다. 오가노이드-동물 키메라에서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모두 정교하게 제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가노이드 이식을 통한 키메라 연구가 확정적으로 두 이론에 대한 확답을 주기 어려울 수 있으나, 사례적 관찰연구 만으로도 충분히 이러한 논의를 확장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오가노이드-동물 키메라에 대한 관찰형 연구는 다양한 논쟁을 재점화시키는 매개채로 과학자들과 대중들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신경오가노이드의 이식 실험 대부분이 실험동물의 대뇌 부위에 뇌오가노이드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세포이식 연구가 대뇌보다는 중뇌, 척수 등 신경계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다소 상이하다. 이는 이식하고자 하는 신경오가노이드의 크기가 커서 뇌 심부에 이식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뇌조직 이식에 대한 윤리적 거부감 때문에 애초에 치료용 오가노이드 이식이 우선시되지 않았던 점 역시 기여하였다고 생각된다. 실험 목적에 따라서 어떤 뇌부위를 모사하는 신경오가노이드를 실험동물의 어느 부위로 이식할 것인가 결정되기 때문에, 향후 보다 다양한 시도가 보고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서 새로운 종류의 윤리적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오가노이드 이식의 윤리적 문제

신경오가노이드 이식 등 관련 주제에 관한 윤리적 고찰은 아직 태동기에 있다. 신경오가노이드가 줄기세포를 원재료로 하여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기본적인 윤리지침으로 간주되는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tem Cell Research; ISSCR의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에 업데이트된 ISSCR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아줄기세포뿐만 아니라, 그 대안으로 사용되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머리카락, 뇨, 혈액, 피부생검 등 인체유래물을 기증받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명시적인 사전 동의를 얻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전 동의는 포괄적이어서, 이렇게 생산된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신경오가노이드를 만들거나 키메라동물 제작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 또는 추가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다. 인체유래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기관윤리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한 없이 키메라 실험을 수행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유전적 특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신경오가노이드를 만들거나 키메라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서 개인에게는 심리적 충격을 줄 소지도 있어서,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오가노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배발생 중 장기형성과정을 체외에서 모사하여 구현하는 것이므로, 배발생 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시 고려 대상이다. 전통적으로 체외에서 인간 수정란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14일까지만 허락되는데,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줄기세포 및 3차원 배양기술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인간 수정란은 그 자체로서 전분화능totiopotency를 가지고 있으며, 이 능력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은 연속적이기 때문에, 특별히 생물학적인 근거에 의하여 14일 규칙이 정해졌다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정책적인 규율이다. 따라서 이 가이드라인이 전세계 공통적으로 지켜지기 보다는 일부 국가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규율이다. 한편 오가노이드 기술과 유사한 인공배아기술2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과학적 상상력과 기회가 열리게 되면서, 14일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기술 진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져, 이를 28일 규칙으로 개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신경 오가노이드를 포함하는 장기 오가노이드는 발생경로를 특정 장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제한하여 만들기 때문에, 개체로서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어, 배아발생 연구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 어찌 보면 오가노이드 기술은 윤리적으로 민감한 14일 발생을 생략하여 장기 발생을 유도하는 기술이므로 윤리적 딜레마를 회피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복합오가노이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배아기술과 구분점이 희미해지는 과정에 있어서, 여전히 배아윤리적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오가노이드 이식의 윤리적 측면을 다룸에 있어서, 유인원 연구는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인간 뇌와 유인원 뇌의 진화적 유사성 때문에, 뇌연구에 있어서 유인원은 필수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유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차원의 뇌과학 프로젝트가 착수되면서 윤리적인 문제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영장류를 이용한 인간 키메라 연구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뇌 오가노이드의 이식을 통한 영장류 뇌 키메라 연구는 현재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시 재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유인원과 인간 뇌의 키메라 연구는 윤리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해야 하는 금단의 영역에 있는 동시에,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과학적 성과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한 세포이식 치료의 경우, 영장류를 이용한 동물실험이 임상연구로 진입하기 이전 필수적인 비임상연구로 간주되고 있다. 만일 신경오가노이드를 이용하여 유사한 이식치료가 시도된다면, 이러한 연구를 영장류-인간 키메라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것인지, 세포치료제의 안전성 테스트를 위한 동물실험의 관점에서 볼 지는 윤리적 법적 차원에서의 고찰이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

결론

 윤리적인 가치 기준은 기술의 진전과 시대적 관념의 전환에 따라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다가올 신기술에 대한 윤리적 고찰에는 시의성이 매우 중요하며, 지속적인 기술 발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예측 불가능하게 진전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과학적 연구 결과가 사회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데에는 시간차가 존재하며, 이러한 시간차는 도덕적인 가치 기준의 능동적 또는 수동적인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대부분의 신기술은 생소하며, 이질적인 것은 불안감을 유발한다. 그러나 기술의 안정화와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은 신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변화시키며,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윤리적 검토는 새로운 잣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자명하다. 뇌과학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학계는 동물실험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윤리적인 이유로 오가노이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생검biopsy를 통한 인간 생체조직의 확보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 세포 배양이 불가능하므로, 신경 오가노이드는 다른 장기 오가노이드 대비 대체불가능한 필요성이 있으므로, 그 기술 개발이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신경윤리학적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요구되며, 규제가 아닌 안전하고 책임 있는 환경에서의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적절한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간의 논의를 통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뇌연구의 역사와 전통이 깊은 국가들은 뇌신경윤리에 대한 다양한 차원에서의 연구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NIH을를 중심으로 뇌신경윤리분과를 구성하여 뇌신경윤리 과제를 지원해왔다. 특히, 소위 “머리이식”이나 “죽은 돼지의 사후 뇌 신경세포 관찰”과 같이 민감한 윤리적 이슈를 포함하는 연구는 논문 발표 이전에 뇌신경윤리 분과의 가이드와 검토를 거쳤으며, 뇌자극기술과 같은 연구의 경우 애초에 연구팀 내에 신경윤리 전문가를 포함하여 과제를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 역시 대형 뇌연구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뇌신경윤리 문제를 다루어 왔으나, 2023년 사업 종료로 인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영장류 연구와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한 일본에서는 최근에 이르러서 신경윤리 연구가 강조되는 추세로, 특히 오가노이드에 대한 신경윤리 관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과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신경윤리관련 연구팀이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뇌신경과학회를 중심으로 신경윤리연구분과가 설립되고, 2023년에는 신경오가노이드 윤리에 관련한 심포지엄이 개최되는 등, 작지만 소중한 신경윤리연구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이 글에서는 주로 신경오가노이드 이식에 따른 키메라 문제를 다루었지만, 오가노이드 자체의 성숙도 증대에 따라 이식 없이도 의식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보다 까다로운 윤리적 문제가 대두될지도 모른다. 최근 존스홉킨스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연구자들이 오가노이드 컴퓨팅을 연구하자는 [볼티모어 선언]을 한 바 있다. 신경 오가노이드의 복잡성과 크기를 인간 뇌에 비견하게 키울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여,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컴퓨팅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오가노이드 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사람의 뇌보다 더 크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므로, 초지성이 창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초지성이 인간의 지성과 유사한 방식일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구현할지는 아직 가늠조차 하기 어렵지만, 만일 인간 뇌세포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 초지성이 개발된다면,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와 같이 손쉽게 전원을 뽑는 방식으로 무력화(우리는 이를 ‘죽인다’고 표현한다)과정을 도덕적 망설임 없이 행할 수 있을까? 혹시 터미네이터 세상을 여는 스카이넷이 AI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배양액이 흐르는 뇌오가노이드일 수는 가능성은 없을까? SF적 상상력은 윤리적 고찰이나 실제 기술 개발보다 빠르다. 구현 기술이 상상력을 따라가는 기간이 우리가 윤리적 고찰을 마치고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이다. 신경오가노이드에 관해서는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일지 모른다.

선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