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적인 것
수학을 하다보면 만날 수 있는 형용사 중에 `카노니컬canonical´이라는 것이 있다. 찾아보니, 카논canon은 성경의 정경 혹은 정전을 뜻하는 것으로, 카노니컬은 대략 `정경에 따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단어에 대한 우리나라 문화에 잘 맞는 번역어는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고, 그나마 대한수학회 수학용어집에서 대체로 사용되는 `표준´, `표준적´ 혹은 `표준적인´이 현재로서는 의미 전달 등의 관점에 있어서 나름 괜찮은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주의할 점은 `표준적인´이라는 단어에서 `전형적인(따라서 흔한)´의 의미가 연상 될 수도 있겠으나, 수학에서 쓰이는 `카노니컬canonical´은 `전형적인´의 의미가 아니라 `원형적인´, `모범적인´ 혹은 `가장 훌륭한(따라서 어느 정도의 유일성을 내포하는)´으로서의 의미에 가깝다는 점이다. 또한 `카노니컬canonical´은 `스탠다드standard´와도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글에서 주로 다룰 대상이 벡터공간의 기저basis라는 것인데1, canonical basis와 standard basis 모두 대한수학회 용어집에는 `표준기저´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으로는, 예컨대 고등학교 기하에서도 다루어지는 실수체 위의 벡터공간인 \( \mathbb{R}^3 = \{(x,y,z) \mid x,y,z \in \mathbb{R}\} \) 의 기저 \( \{ (1,0,0), (0,1,0), (0,0,1) \} \) 을 standard basis로 부를 수는 있지만 canonical basis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카노니컬´의 가장 적합한 번역어를 찾아내어 유통시키는 일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일은 장기적인 과제로 남기고2, 이번 글에서는 편의상 임시적인 번역어로서 `표준´, `표준적´, `표준적인´을 사용하기로 한다. 특히 주로 다룰 대상인 canonical basis를 우선 대한수학회 용어집에 의거하여 `표준기저´로 표기하겠다.
이 `표준적인canonical´ 혹은 `표준적´이라는 형용사는 수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여러 분야를 아울러 통용될 만한 엄밀한 수학적 정의를 가진 형용사라기보다는, 다소 두루뭉술하게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텍사스 주립대(오스틴) 소속 션 킬Sean Keel교수의 강연3을 보다가 킬 교수가 제시한 표준적이라는 형용사의 `일반인을 위한´ 정의를 접했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유용하기도 할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한다. 어떤 수학적 건설에 대해, 이 건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교육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건설이 표준적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경우, 이 건설은 표준적인 건설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로 표현해 보자면, “이심전심으로 표준적인 것이 표준적인 것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이 글의 초고를 쓴 이후, 필자가 평소에 친하게 알고 지내는 표준기저에 정통한 수학자 한 분과 표준기저의 정의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대화를 통해서 기저의 표준성을 대하는 두 가지 서로 상반된 접근법이 있다는 점과 이 글의 초고에는 이 둘을 혼용해서 썼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표준기저의 의미를 수학적으로 정의하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다분히 의도적으로), 표준기저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은 서로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논의를 좀 더 명확하게 함에 있어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소 비수학적 용어 선택이기는 하지만, 이 글에서는 두 종류의 표준기저를 각각 `감성적´ 표준기저와 `이성적´ 표준기저로 칭하기로 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꼭 벡터공간의 기저 뿐 아니라 다른 수학적 대상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지만, 편의를 위하여 기저에 대해서만 논의해보겠다.
우선 필자의 최근 수학적 입맛에 부합하기도 하고 이 글을 쓰기로 하면서 마음에 두었던 것은 감성적 표준기저로, 이것의 의미는 위에서 언급한 `일반인을 위한´ 카노니컬의 정의를 생각하면 된다. 즉 어떤 특정한 벡터공간의 특정한 기저의 건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났을 때, 그 설명을 이해하는 누구나 “와, 정말 표준적인걸?”이라고 반응할 만한 기저, 즉 이심전심으로 표준적인 기저이다.
한편 이성적 표준기저라고 부를 만한 기저란, 어떤 특정한 수학 분야에서 특정한 종류의 벡터공간들을 다룬다고 했을 때, 그 특수한 맥락에서 좋은 기저가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 몇 가지 성질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공리화한 경우, 그 성질들을 모두 만족하는 기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종종 이 성질들의 목록은 워낙 강력해서, 그러한 기저를 하나라도 찾기 전에는 그런 기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한 기저가 유일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그렇지만 보통 그러한 기저가 정말 유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매우 좋은 결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거칠게 정리하면, 가장 훌륭한 기저, 나아가서 공동 1등 없이 1등으로 훌륭한 기저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필자의 머릿속에서 이 두 개념이 혼합되어 있었던 이유는, 많은 경우에 주어진 벡터공간의 표준기저라고 부를만한 기저가 유일할 것이라고 통상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말 유일한 경우, 그 유일한 표준기저가 감성적 표준기저이기도 하고 이성적 표준기저이기도 한 것이다. 만약 감성적 표준기저만 알려져 있을 때는 이 기저가 이성적 표준기저이기도 한지 확인하는 일을, 이성적 표준기저만 알려져 있을 때는 이 기저가 감성적 표준기저이기도 한지 알아내는 일을 연구 주제로 삼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글에서는 무리가 없는 경우 `표준기저´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필요시 이를 감성적 표준기저와 이성적 표준기저로 나누어 접근할 것이다.
벡터공간의 표준기저
혹자는 표준적인 정의나 건설이 정답을 하나로 정해버려서 수학자 개인의 자유와 즐거움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자유보다 표준에 의한 부자유가 그리워지는 때도 있으며, 그것은 예컨대 수학 과목 답안지를 채점 할 때, 대표적으로는 선형대수학 답안을 채점 할 때가 바로 그러하다.
선형대수학의 기본 대상은 벡터공간vector space이며, 이는 집합으로서 원소간의 더하기, 그리고 원소와 상수의 곱이 정의되어 있고, 모종의 공리들을 만족하는 집합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화살표들로 표현된 벡터들이 살고 있는 공간도 벡터공간의 예시이지만, 원소가 그림이 아닌 추상적인 벡터공간들도 많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알게 모르게 다뤄진 추상적인 벡터공간으로는 다음의 예시를 들 수 있다:
\( V = \{ \text{3차 이하의 유리계수 다항식들 } f(x) = ax^3 + bx^2 + cx + d \text{ (단, } a, b, c, d \text{는 유리수)} \} \)
우리는 누구나 \(V\)의 원소 두 개 \( f(x) = a_1 x^3 + b_1 x^2 + c_1 x + d_1 \) 과 \( g(x) = a_2 x^3 + b_2 x^2 + c_2 x + d_2 \)를 더하면
\(f(x) + g(x) = (a_1 + a_2) x^3 + (b_1 + b_2) x^2 + (c_1 + c_2) x + (d_1 + d_2)\)
가 되어 역시 \(V\)의 원소가 됨을 알고 있고, 또한 \(V\)의 원소 \( f(x) = ax^3 + bx^2 + cx + d \)와 유리수 \(\alpha\)에 대하여 이들을 곱하면
\( \alpha f(x) = (\alpha a) x^3 + (\alpha b) x^2 + (\alpha c) x + (\alpha d) \)
가 되어 \(V\)의 원소가 됨을 알고 있다. 따라서 \(V\)는 유리수체 \(\mathbb{Q}\)위의 벡터공간이다4.
벡터공간의 기저basis는 벡터공간의 부분집합으로서 벡터공간의 모든 원소들을 이 부분집합의 원소들에 상수곱과 더하기만을 적용하여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집합인데, 예컨대 원소 개수가 네 개인 \( B = \{x^3,x^2,x,1\}\)이라는 부분집합이 벡터공간 \(V\)의 기저이다. \(V\)의 임의의 원소 \(f(x)\)를 \(B\)를 이용해 \(a \cdot x^3 + b \cdot x^2 + c \cdot x + d \cdot 1\)와 같이 표현할 수 있으며, 상수계수만 읽으면 \((a,b,c,d)\)라는 숫자 순서열을 얻는다. 기저라는 개념의 정의 중 `가장 작은´이라는 조건을 사용하면, \(V\)의 각 원소에 대하여 이러한 숫자열이 유일하게 결정됨을 증명할 수 있다. 이제 이 숫자 순서열을 \(f(x)\)라는 원소의 좌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즉, 기저를 이용하면, 추상적인 벡터공간의 원소를 구체적인 숫자 좌표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기저는 벡터공간이 정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일하지 않으며, 예컨대 위 예시의 \(V\)에 대해서는, \(B´ = \{ (x-1)^3, (x-1)^2, (x-1), 1\}\)도 \(B\) 만큼이나 훌륭한 기저이다 (아, `훌륭한´은 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단어이지만, 곧 그 의미의 일부를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V\)의 원소 중 \(f(x) = 2x^3 – 6x^2 + 5\)를 생각해보면, \(B\)에 관한 좌표는 \((2,-6,0,5)\)이지만, $$ 2x^3 – 6 x^2 + 5 = 2(x-1)^3 – 6(x-1) + 1 $$이므로(확인해보시라!) \(B´\)에 관하여 좌표로 표현하면 \((2,0,-6,1)\)이다. 즉, 기저가 바뀌면, 벡터공간의 원소의 좌표 표현이 바뀐다. 그러니까 벡터공간의 원소를 좌표로만 표현하려면, 어떤 기저를 사용하고 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만약 선형대수학 과목에서 \(V\)에 관한 어떤 시험 문제의 답이 \(2x^3 – 6x^2 +5\)였다면, 그 답을 “좌표 표현이 \((2,-6,0,5)\)인 원소”라고만 쓸 수는 없고, 예컨대 “기저 \(B=\{x^3,x^2,x,1\}\)에 관한 좌표 표현이 \((2,-6,0,5)\)인 원소”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1. 기저가 바뀌면 좌표가 바뀐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학생이 이 문제의 답을 “기저 \(B´=\{(x-1)^3,(x-1)^2,(x-1),1\}\)에 관한 좌표 표현이 \((2,0,-6,1)\)인 원소”라고 썼다면? 그렇다면 채점자는 직접 \(2x^3 – 6 x^2 + 5 = 2(x-1)^3 – 6(x-1) + 1\)이 성립하는지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 수십 명이 전부 이런 식으로 답을 서로 서로 다르게 표현한다면? 즉 같은 원소를 다른 기저들을 사용해 표현한다면? 아마 채점자는, “아, 그냥 남들 다 쓰는 기저 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형대수학의 용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상황은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즉, 중고등학교의 어떤 수학 문제의 답이 \(2x^3 – 6 x^2 + 5\)인 경우, 어떤 학생은 그 답을 \(2(x-1)^3 – 6(x-1) + 1\)로 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예시는 가끔은 표준기저가 유용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유일한 표준기저가 있다면, 채점자는 위와 같은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어 만족해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어떤 수학자가 어느 벡터공간의 어느 표준기저의 건설을 접하고 만족해했다면, 그 만족감은 이러한 종류의 유용성에서 오기보다는 아마 그 표준성 자체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건설은 정말 너무나 표준적이어서, 공부하지 않고는 참지 못할 정도일 때가 있다.
다시 위의 벡터공간 \(V\)로 돌아와서 질문을 해보자. 고등학교 수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표준기저라고 인정할 만한 \(V\)의 기저가 존재하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고등학교 수학 교육까지만 받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B = \{x^3,x^2,x,1\}\)이 표준기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더 읽다 보면 대학교 학부 과정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꼭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예컨대, \(B\)나 \(B´ = \{ (x-1)^3, (x-1)^2, (x-1), 1\}\)이 (이성적) 표준성의 관점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는 관점을 이해할 것이다.
다항식들의 벡터공간
난이도를 약간 높인 (유리수체 위의) 벡터공간의 예시로는 다음이 있다:
$$ \mathbb{Q}[x] = \{ \mbox{변수 $x$에 관한 유리계수 다항식들} \}. $$ 앞의 예시인 \(V\)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다항식의 차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저를 찾을 수는 있지만 \(\mathbb{Q}[x]\)는 기저의 원소 개수가 무한이다. 다음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mathbb{Q}[x]\)의 기저의 쉬운 예시이다.
$$ B = \{\mbox{계수가 \(1\)인 단항식들}\}
= \{ 1,x,x^2,x^3,\ldots \} = \{x^n \, | \, n \in \mathbb{Z}_{\ge 0}\}.
$$ 여기서 \(\mathbb{Z}_{\ge 0}\)는 \(0\) 이상의 모든 정수들의 집합이다. 이 집합 \(B\)가 (유리수체 위의) 벡터공간 \(\mathbb{Q}[x]\)의 기저가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고, 독자에게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직접 증명을 써 보기를 권한다. 그러다보면 \(\mathbb{Q}[x]\)의 수학적으로 엄밀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항식´이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B\)가 기저인 것을 믿더라도, 또한 \(B\)가 어떤 면에서 꽤 훌륭한 기저라고 생각하더라도, 차수의 제한이 있던 이전 경우에서와 비슷한 문제가 있다. 즉 \(\mathbb{Q}[x]\)에는 \(B\) 말고도 다음과 같은 \(B\) 못지 않게 훌륭한 기저들이 많다는 것이다:
$$
B´ = \{1, (x-1), (x-1)^2, (x-1)^3, \ldots\} = \{ (x-1)^n \, | \, n \in \mathbb{Z}_{\ge 0}\}.
$$ 이 \(B´\)이 억지로 만든 새로운 기저가 아니라 정말 \(B\)만큼 훌륭한 기저라는 사실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그러기 위해 \(\mathbb{Q}[x]\)의 벡터공간 구조 뿐만 아니라 환ring 구조 혹은 대수algebra 구조, 즉 원소들의 곱하기 구조를 고찰해 보자.
\(\mathbb{Q}[x]\)의 원소 두 개, 즉 두 다항식 \(f(x)\)와 \(g(x)\)가 있을 때,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다항식의 곱 개념을 사용하여 이들의 곱 \(f(x)g(x)\)를 계산, 즉 전개할 수 있고, 그 결과를 다항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컨대 \(f(x) = 2x^3 – 1\), \(g(x) = 3x + 2\)의 경우, 이들의 곱 \(f(x)g(x)\)는 다음과 같다:
$$
f(x) g(x) = (2x^3-1)(3x+2) = 2x^3(3x+2) – (3x+2) = 6x^4 + 4x^3 – 3x – 2.
$$ 이 연산이 \(\mathbb{Q}[x]\)에 (원소 간의) 곱하기 구조를 준다.
집합 \(\mathbb{Q}[x]\)에서 자기 자신으로 가는 함수
$$
F : \mathbb{Q}[x] \to \mathbb{Q}[x]
$$ 가 \(\mathbb{Q}[x]\)의 더하기, 상수곱, 곱하기 구조를 모두 보존하면 이 함수 \(F\)를 대수 준동형사상algebra homomorphism 혹은 이 경우 대수 자기준동형사상algebra endomorphism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F\)가 어떤 연산 구조를 보존한다는 조건의 의미는, 예컨대 더하기의 경우, 모든 \(f(x),g(x) \in \mathbb{Q}[x]\)에 대해
$$
F(f(x) +g(x)) = F(f(x)) + F(g(x))
$$ 가 성립함을 말한다. 대수 준동형사상 \(F\)가 역함수 \(F^{-1}\)를 가지고 \(F^{-1}\) 역시 대수 준동형사상일 경우, \(F\)를 대수 동형사상algebra isomorphism, 특히 이 경우 대수 자기동형사상algebra automorphism이라고 한다. \(\mathbb{Q}[x]\)의 대수 자기동형사상의 예시로는 표기법의 헷갈림을 약간 감수하고 적어보면 다음이 있다:
$$
F(f(x)) = f(x-1).
$$ 예컨대 이 \(F\)는 \(2x^3 – 3x + 1\)을 \(2(x-1)^3 – 3(x-1)+1\)로 보낸다.
기저에 관한 논의로 돌아오면, \(B´\)은 \(B\)에다가 위에서 예시로 찾은 \(\mathbb{Q}[x]\)의 대수 자기동형사상 \(F\)를 적용해서 얻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B´\)을 \(B\)만큼이나 훌륭한 기저로 볼 수 있는 대수학적 관점 중 하나이다. 비슷한 논의를 이전 고등학교 수준의 벡터공간의 예시인 \(V\)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mathbb{Q}[x]\)의 이성적 표준기저를 찾고 있는 중이라면, 즉 공동 1등이 없이 단독 1등으로 훌륭한 (따라서 유일한) 기저를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위의 논의를 통해서 \(B\)를 \(\mathbb{Q}[x]\)의 이성적 표준기저로 보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설사 \(B\)가 훌륭한 기저일지라도, \(\mathbb{Q}[x]\)에는 대수학적 관점에서 \(B\)만큼이나 훌륭한 기저들이 \(B´\)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난이도를 한 단계 더 높인 벡터공간의 예시로 다음이 있다:
$$
\mathbb{Q}[x,y] = \{\mbox{변수들 $x$와 $y$에 관한 유리계수 다항식들}\}.
$$ 즉 이변수 유리계수 다항식들의 모임인데, 원소의 예시로는 \(f(x) = 3x^2 y^3 – 4 xy + 5y^2 -2x +3\)이 있다. 이 경우에도 단항식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는데, 계수가 1인 단항식들에는 \(x^2 y^3\), \(xy\), \(y^2\), \(x\), \(1\) 등이 있고, 이들이 역시 \(\mathbb{Q}[x,y]\)의 기저를 이룬다:
$$
B = \{\mbox{계수가 $1$인 단항식들}\} = \{ x^n y^m \, | \, n,m\in \mathbb{Z}_{\ge 0}\}.
$$ 물론 \(B\)가 정말 기저가 됨을 보여야 하지만, 이것은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연습문제로 남긴다. 이 예시에서도 역시 \(B\)만큼 훌륭한 다른 기저들이 너무나 많은데, 상황은 이전보다 더 심각하다. 예컨대
$$
B´ = \{ (x-y^3+2)^n y^m \, | \, n,m\in \mathbb{Z}_{\ge 0}\}
$$ 도 \(B\)만큼이나 훌륭한 기저가 되는데, 그 이유는 역시 \(B´\)이 \(B\)에다가 \(\mathbb{Q}[x,y]\)의 대수 자기동형사상을 적용해서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수 자기동형사상은 무엇인가?).
대수기하학Algebraic Geometry의 철학을 이용하여 이 사태를 평가해보면, \(B\)와 \(B´\)이 똑같이 훌륭한 기저라는 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내가 사용하는 좌표계나 남이 사용하는 좌표계가 모두 평등한 관계라는 점에 대응된다.
따라서 \(\mathbb{Q}[x]\)의 경우와 비슷하게, 언뜻 생각하기에는 꽤 표준적이라고 생각될 만한 기저인 \(B\)가 \(\mathbb{Q}[x,y]\)의 기저들 중 대수학적 관점에서 `가장 훌륭한 유일한 기저´로 보기는 힘든 타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이성적 표준기저라고 부르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위의 논의를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해보자면, 우리는 벡터공간 \(\mathbb{Q}[x]\)나 \(\mathbb{Q}[x,y]\)에 대해서 꽤 좋아 보이는 기저 \(B\)가 이성적 표준기저, 즉 `가장 훌륭한 유일한 기저´가 아니라고 결론짓기 위하여 `유일성´ 부분을 공략하였다. 그러기 위해 이 벡터공간들을 자연스럽게 곱하기 구조가 주어진 대수algebra로 여겼으며, 대수적으로 (모종의 의미로) 훌륭한 임의의 기저에 대수 자기동형사상을 적용하여 얻어지는 새로운 기저도 이전 기저와 똑같이 대수적으로 훌륭하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따라서 대수적으로 유일하게 훌륭한 기저이려면, 대수적으로 훌륭하면서 모든 대수 자기동형사상에 의해 보존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한 특정한 기저 \(B\)는 어떤 대수 자기동형사상에 대해서는 보존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는 \(B\)가 대수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훌륭성´을 가진 기저는 \(B\)가 유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대수적으로 (어떤 의미로) 훌륭하면서도 모든 대수 자기동형사상에 의해 보존되는 (\(B\)가 아닌) 어떤 다른 기저가 존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런 기저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이성적 표준기저로 불릴만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도전을 원하는 독자에게 연습문제를 권하자면, \(\mathbb{Q}[x]\)와 \(\mathbb{Q}[x,y]\)의 모든 자기동형사상을 다 찾고, 이 모든 자기동형사상들에 의해 보존되는 기저가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이 문제는 위의 우리의 논의에서처럼, 정의가 모호한 훌륭성은 건드리지 않고 유일성만 공략하므로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문제이다.
하지만 필자가 표준기저에 관한 이 글을 구상하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바는 이성적 표준기저라기보다는 감성적 표준기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글이나 다음 연재글에서는 특정한 기저가 각종 좋은 성질을 만족하는지 필자가 직접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성질들의 확인을 거치지 않고도 수학자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저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이다. 요컨대, 위의 연습문제를 풀어보지 않아도 이 글을 음미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수지수 다항식들의 벡터공간
지금까지의 벡터공간들은 사실 학부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가장 쉬운 벡터공간의 예시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흔쾌히 (이성적) 표준기저라고 인정할 만한 기저를 적어도 이 글에서는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난이도를 한 단계 더 높인 예시로 나아가보기로 한다:
$$
\mathbb{Q}[x,x^{-1}] = \{\mbox{변수 $x$에 관한 정수지수 다항식들}\}
= \{\mbox{$x,x^{-1}$에 관한 다항식들}\}
$$ 다항식은 단항식 \(x^n\)에 상수 계수를 곱한 것들을 더해서 얻어질 수 있었다. 다항식의 경우는 지수 \(n\)이 항상 음이 아닌 정수였다면, 이제는 음의 정수도 허용하기로 한다. \(\mathbb{Q}[x,x^{-1}]\)의 원소의 예시로는 \(f(x) = 3x^2 – 1 + 2x^{-3}\)이 있다. \(\mathbb{Q}[x,x^{-1}]\)의 원소들을 통상 로랑 다항식Laurent polynomial이라고 부른다. 음수지수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면 로랑 다항식을 유리함수의 형태로 \(f(x) = \frac{3x^5 – x^3 + 2}{x^3}\)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즉 로랑 다항식은 유리함수 중 분모가 단항식인 유리함수로 써질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로랑 다항식들의 벡터공간 \(\mathbb{Q}[x,x^{-1}]\)는 다음의 기저를 가진다:
$$
B = \{\mbox{계수가 1인 로랑 단항식들Laurent monomials}\} = \{x^n \, |\, n \in \mathbb{Z}\}.
$$ 편의상 \(\mathbb{Q}[x,x^{-1}]\)를 \(\mathbb{Q}[x^{\pm 1}]\)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변수로 올라가면 다음의 예시를 얻는다:
$$
\mathbb{Q}[x^{\pm 1}, y^{\pm 1}] = \{\mbox{$x,y$에 관한 로랑 다항식들}\}
= \{\mbox{$x^{\pm 1}, y^{\pm 1}$에 관한 다항식들}\}
$$ 아래 부분집합은 \(\mathbb{Q}[x^{\pm 1}, y^{\pm 1}]\)의 잘 알려진 기저이다.
$$
B = \{\mbox{계수가 1인 로랑 단항식들Laurent monomials}\} = \{x^n y^m \, |\, n,m \in \mathbb{Z}\}.
$$
더욱 일반적으로 \(N\)변수 로랑 다항식들의 벡터공간
$$ \mathcal{A}_N = \mathbb{Q}[x_1^{\pm 1}, x_2^{\pm 1},\ldots,x_N^{\pm 1}]
$$ 을 생각할 수 있으며, 아래는 \(\mathcal{A}_N\)의 잘 알려진 기저이다:
$$
B_N = \{x_1^{n_1} x_2^{n_2}\cdots x_N^{n_N} \, | \, n_1,\ldots,n_N \in \mathbb{Z}\}.
$$
놀랍게도 다음의 주장을 하려 한다.
주장. \(B_N\)은 \(\mathcal{A}_N\)의 표준기저이다. (거의..)
위의 주장이 감성적인 표준기저를 의미하는지 이성적 표준기저를 의미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의도된 바이다. 다음 명제는 \(B_N\)을 감성적 표준기저로 여길 수 있을 만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
\{\mbox{$\mathcal{A}_N$의 원소 중 곱셈 역원을 가지는 원소들} \}
= \{ \alpha x_1^{n_1}\cdots x_N^{n_N} \, | \, 0\neq \alpha \in \mathbb{Q}, ~ n_1,\ldots,n_N \in \mathbb{Z}\}.
$$ 풀어서 설명하자면, \(\mathcal{A}_N\)의 원소 \(f(x)\)에 대하여, 만약 어떤 \(g(x) \in \mathcal{A}_N\)이 존재하여 \(f(x)g(x)=1\)을 만족한다면, \(f(x)\)는 \(\alpha x_1^{n_1}\cdots x_N^{n_N}\) 형태, 즉 로랑 단항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증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물론, 연습문제다!). 유리상수곱을 무시한다면, 위 명제는 집합 \(B_N\)이 “좌표계의 도움 없이” \(\mathcal{A}_N\)의 대수 구조만 가지고 상당히 깔끔하게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므로(여기서의 `좌표계´는 앞의 논의에서 기저에 의한 좌표 표현을 이야기할 때 나온 좌표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B_N\)을 감성적 표준기저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 정도의 기술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주었을 수도 있고, 어떤 독자에게는 아직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음 연재글을 쓸 때 필자가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위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를 추가적으로 언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편, 혹시 \(B_N\)을 이성적 표준기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따져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다. 이전 절에서의 논의를 이용하면, \(\mathcal{A}_N\)의 대수 자기동형사상들을 모두 찾아서 \(B_N\)에 적용해보고 \(B_N\)이 이 자기동형사상들에 의해 보존이 되는지 따져볼 수 있다. 이는 대수학에 대한 기본 경험이 있는 독자에게는 간단하면서 재미있는 연습문제일 것으로 생각한다.
표준기저에 대한 중간 결론
지금까지 이 글에서 논의된 바를 약간의 성급한 일반화를 통하여 정리해보면, 주어진 벡터공간이 표준기저를 가지는지의 여부는 이 벡터공간에 곱하기 구조가 있어서 대수algebra 구조를 가질 때에 유의미하게 고려해볼 수 있고, 표준기저라고 부를만한 가능성이 있는 기저를 가지는 예시로는 로랑 다항식 대수 \(\mathcal{A}_N = \mathbb{Q}[x_1^{\pm 1}, x_2^{\pm 1},\ldots,x_N^{\pm 1}]\)가 있었다. 한편, 다항식 대수 \(\mathbb{Q}[x_1, x_2,\ldots,x_N]\)에 대해서는 표준기저라고 부를만한 기저를 적어도 이 글에서는 찾지 못했다.
여기서 정리하고 싶은 관점은, 어떤 벡터공간의 기저의 표준성을 판단할 때에, 벡터공간 구조, 즉 더하기와 상수곱 구조만 가지고서는 판단의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기가 대체로 어려우며, 이 특정한 벡터공간에 추가적으로 주어진 구조, 예컨대 대수 구조, 즉 곱하기 구조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표준성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구조를 대수 구조로 한정했지만, 대수 구조가 아닌 다른 수학적 구조도 고려할 수 있으며, 실은 여러 구조를 동시에 중첩적으로 고려할 수록 표준성 판단이 용이하고 견고해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다음 연재글에서는 대수 구조에 더하여 어떤 구조가 이런 판단에 사용되는지를 맛보기로 소개할 계획이다.
기저의 표준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학적 현상들에 대하여, 이들의 근거나 원인, 뒷배경이 되는 수학적 구조를 찾고자 하는 것이 필자의 최근 수학 연구에 대한 태도의 주요 구성요소이다. 그런데 많은 수학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이 `구조structure´라는 단어가 수학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래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준성 판단에서 수학적 구조의 역할에 대하여 위에 정리한 관점을 (다소 비수학적인) 비유를 통해 아래와 같이 설명해보고자 한다.
벡터공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옷을 입은 사람´을 생각해보자. 조금 더 정확히는, 한 사람이 집에 가지고 있는 (속옷을 포함한 의류 등) 모든 패션 물품을 이 벡터공간의 원소라고 생각하자. 이 물품들의 주인인 사람은 이 물품들간의 관계를 매개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마치 원소간의 더하기같이. 기저에 해당하는 개념으로는, 이 사람의 패션 물품들 중 일부의 집합으로서 이것들을 걸쳤을 때 몸의 90퍼센트 이상이 가려지며, 이 중 하나만 빼더라도 몸의 90퍼센트 미만이 가려지게 되는 그러한 집합이라고 정의하자. 이 집합을 편의상 `기저패션´이라고 부르자. 이제, 어떤 사람이 기저패션을 입었을 때, 우리는 이 기저패션이 표준적인지 여부를 따져보려 한다.
그런데 상황 설정을 여기까지만 하면 어떤 패션을 표준적인 패션이라고 부를지 그 원칙을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실생활에서는 어떤 사람이 어떤 패션을 입고 나왔을 때 그걸 보는 사람이 호불호의 느낌 정도는 들 수 있겠지만, “저건 표준적인 패션이군”과 같은 평가를 하려면 이 사람에 대해 정보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컨대 이 사람의 나이가 3세 이하라면, 분명 어떤 패션은 다른 패션보다 (보통의 기준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에게) 더 표준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다른 예로 어떤 사람이 태권도인이라면, 나아가 직업이 태권도 사범이고 키가 몇인지 알고 있다면, 또한 우리가 패션에 대한 평가를 일과 시간에 태권도장 안에서 하고 있다면, 아마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사람의 기저패션 중 표준 기저패션이라고 생각될만한 것이 어느 정도 특정될 것이다. 이렇듯 어떤 사람이 그저 옷을 입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더해 이 사람의 능력, 직업이나 신체적 혹은 사회적 상황을 알고 있을 때, 즉 그 사람의 추가적인 `구조´에 대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 사람의 기저패션의 표준성 여부를 좀 더 유의미하게 따져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러 구조를 중첩적으로 고려할 수록 표준성 판단이 더 용이하고 견고해지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 판단의 일반성, 즉 적용 가능 범위가 제한되기도 할 것이다.
다중 좌표계의 경우
다시 수학으로 돌아오자. 이제 더욱 흥미로운 예시로 점차 나아가고자 하는데, 일변수의 경우는 너무 쉬우므로(!) 건너뛰고, 이변수의 경우를 고려해보자. 대수기하적으로 보자면 이변수 로랑 다항식 대수 하나 \(\mathbb{Q}[x^{\pm 1}, y^{\pm 1}]\)은 예쁘게 생긴 좌표계가 주어진 예쁜 대수기하적 공간 하나에 대응된다 (역시, `예쁜´은 수학적 정의를 가진 말은 아니다). 대수기하에서는 이것을 (2차원) 토러스torus, 즉 원환면이라고 부르며, 이 경우에 이것을 굳이 집합으로 표현하면 \(\{(x,y) \, | \, x,y\in \mathbb{Q}, \, x,y\neq 0\} = (\mathbb{Q}^*)^2\), 즉 \(0\)이 아닌 유리수 두 개의 순서쌍들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필자의 경험상 대부분의 대수기하학자에게 이변수 로랑 다항식 대수는 \(\mathbb{C}[x^{\pm 1}, y^{\pm 1}]\)을 의미하며, 대응되는 공간은 복소 \(2\)차원 공간인 \(\{(x,y) \, | \, x,y\in \mathbb{C}, \, x,y\neq 0\} = (\mathbb{C}^*)^2\), 즉 2차원 (복소) 토러스이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을 위해서는 굳이 복소수를 도입할 필요가 없으니, 복소수체 \(\mathbb{C}\) 대신 유리수체 \(\mathbb{Q}\)를 계속 사용하기로 한다.
토러스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토러스 다음으로 예쁜 대수기하적 공간은 토러스 여러 개를 풀칠하여 만들 수 있다. 편의를 위하여 변수 이름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 이변수 로랑 다항식 대수 두 개를 고려하자:
$$
\mathbb{Q}[X_1^{\pm 1}, X_2^{\pm 1}], \qquad
\mathbb{Q}[Y_1^{\pm 1}, Y_2^{\pm 1}].
$$
이 두 대수를 다음의 특정한 관계식들을 이용하여 대수적으로 `풀칠´하여 붙여보기로 한다.
$$
X_1 = Y_1^{-1}, \qquad
X_2 = Y_2(1+Y_1).
$$
이 관계식은 두 토러스 혹은 두 좌표계를 풀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우리는 두 로랑 다항식 대수를 풀칠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그림 2. 두 토러스를 풀칠하여 붙인다.
풀칠을 한 뒤 얻어지는 다음의 집합을 고려한다:
$$
\mathcal{A} = \mathbb{Q}[X_1^{\pm 1}, X_2^{\pm 1}] \cap \mathbb{Q}[Y_1^{\pm 1}, Y_2^{\pm 1}].
$$ 교집합을 사용하여 표현된 위 식의 우변을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좀 더 엄밀히 기술할 수 있다:
$$
\mathcal{A} = \{ f(X_1,X_2) \in \mathbb{Q}[X_1^{\pm 1}, X_2^{\pm 1}] \, |\, f(Y_1^{-1},Y_2(1+Y_1)) \in \mathbb{Q}[Y_1^{\pm 1}, Y_2^{\pm 1}] \}.
$$ 즉, \(X_1,X_2\)에 관한 로랑 다항식 \(f\) 중에서, 위 `풀칠´ 관계식을 사용하여 \(Y_1,Y_2\)에 관하여 표현했을 때, 즉 \(X_1,X_2\) 자리에 \(Y_1^{-1}, Y_2(1+Y_1)\)을 대입했을 때 \(Y_1,Y_2\)에 관한 로랑 다항식이 되는 것들의 모임으로 \(\mathcal{A}\)를 이해할 수 있다. 대수기하적으로는, \(\mathcal{A}\)는 풀칠하여 붙인 두 좌표계 모두에 대해 정칙regular인 함수들, 즉 대역적global으로 정칙인 함수들의 모임이다.
예를 들면
$$
f(X_1,X_2) = X_1^{-2} + X_1 X_2 – 1
$$ 은 우선 \(X_1,X_2\)에 관한 로랑 다항식이며, 풀칠 관계식을 이용하여 \(Y_1,Y_2\)에 관하여 써보면, 즉 \(X_1,X_2\) 자리에 \(Y^{-1}, Y_2(1+Y_1)\)을 대입해보면
$$
f(Y_1^{-1},Y_2(1+Y_1)) = Y_1^2 + Y_1^{-1} Y_2(1+Y_1) -1
= Y_1^2 + Y_1^{-1} Y_2 + Y_2 – 1
$$ 이 되어 여전히 \(Y_1,Y_2\)에 관하여 로랑 다항식이다. 따라서 \(f(X_1,X_2) \in \mathcal{A}\)이다.
다른 예시로 $$
g(X_1,X_2) = X_1 X_2^{-1}
$$ 는 \(X_1,X_2\)에 관한 로랑 다항식이지만, \(Y_1,Y_2\)에 관하여 표현해보면
$$
g(Y_1^{-1},Y_2(1+Y_1)) = Y_1^{-1} Y_2 (1+Y_1)^{-1} = \frac{Y_2}{Y_1(1+Y_1)}
$$ 이고, 분모가 단항식이 아닌 유리식이어서 이는 로랑 다항식이 아니다. 더욱 엄밀히는, 이것을 분모가 단항식인 \(Y_1,Y_2\)의 유리식으로 절대 표현할 수 없음을 보일 수 있다 (어떻게?). 따라서 \(g(X_1,X_2) \in \mathbb{Q}[X_1^{\pm 1},X_2^{\pm 1}]\)이지만 \(g(X_1,X_2) \in \mathcal{A}\)는 아니다.
\(\mathcal{A}\)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mathcal{A}\)가 벡터공간이고, 곱하기에도 닫혀 있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혹시나 다음 연재가 기다려지는 독자들에게 다음의 질문들을 연습문제로 남긴다.
문제. \(\mathcal{A}\)의 원소들의 예시들을 여러 개 찾아보시오. \(\mathcal{A}\)의 기저를 구하시오. \(\mathcal{A}\)는 표준기저를 가지는가?
참고로 위 풀칠 관계식은 \(A_2\)-타입의 클러스터 \(\mathcal{X}\)-다양체cluster \(\mathcal{X}\)-variety에 대한 클러스터 변이cluster mutation 공식이다( [1], [2] 참조). 후속 연재 글에서는 위 문제로부터 논의를 이어나가 더욱 흥미로운 현상과 예시들을 만나보고, 최근에 여러 연구자들이 찾아 헤매는 표준기저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특별히, 기저의 건설이 그 기저의 표준성 판단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만큼 감동적인 경우를 일부 소개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수 구조, 즉 곱하기 구조 외에 어떤 구조들이 사용되는지 개략적으로 알아볼 것이다.
참고문헌
[1] A. B. Goncharov, ``Pentagon relation for the quantum dilogarithm and quantized \({M}^{\rm cyc}_{0,5}\)'' in Geometry and Dynamics of Groups and Spaces, Progr. Math. 265, Birkhäuser, Basel, 2008, pp.415--428.
[2] V. V. Fock and A. B. Goncharov, Cluster ensembles, quantization and the dilogarithm, Ann. Sci. Éc. Norm. Supér. (4) 42(6) (2009), 86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