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신경과학 혹은 뇌과학은 뇌를 비롯한 모든 신경계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과거 뇌의 기본적인 구성단위인 신경세포(뉴런)가 뇌의 모든 활동을 담당한다고 여겨지던 시대에는 신경과학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이었지만, 현재 신경계의 활동은 신경세포 외에도 비신경세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면서 뇌과학이라는 용어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 뇌는 신경세포보다 비신경세포가 더 많이 분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이하 용어는 뇌과학으로 통일하여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론
뇌는 인간의 지성과 감정을 모두 담당하는 가히 인간 활동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동물과 달리 호기심이 많은 인간이 뇌에 호기심을 느끼고 이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실험하는 연구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간이 호기심을 느끼고 연구를 하는 것이 바로 뇌의 활동이니 결국 뇌가 뇌를 연구하는 상황입니다. 아무튼 인간은 역사적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뇌에 궁금증이 많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의 하나로 뇌과학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었고 또 발전했습니다. 이에 인류 뇌과학 연구 역사를 살펴보면서 뇌과학의 범위가 어떻게 시작하여 확장하고 발전해 왔는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뇌과학의 발전은 여느 과학과 다름없이 관찰과 분석, 그리고 해석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활동은 연구방법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관찰에 필요한 연구기법 발명과 이러한 발명이 뇌과학 연구 분야와 접목하면서 뇌과학 발전을 이끌었고, 이후 분석과 해석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뇌과학 역사를 설명하면서 비록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더라도 뇌과학 연구에 돌파구를 열어준 기술에 대한 설명도 함께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시대의 뇌과학 연구
고대 시대는 몸body은 영혼mind, 마음 혹은 정신이 머무르는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에 고대 인류가 몸의 어느 부위에 영혼이 머문다고 생각했는지가 뇌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 독자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고대 이집트에서 미이라를 만들 때, 콧구멍을 통해 뇌를 조각내서 꺼내서 버리고 사후세계에서 필요하다고 믿었던 위장, 창자, 폐, 간과 같은 장기는 따로 카노푸스의 단지Canopic jars라는 항아리에 보관하였습니다. 심장을 보관하는 항아리가 없고, 심장은 미이라 몸속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심장에 정신이 깃든다고 믿었기 때문에 심장이 없으면 영혼이 돌아와 환생할 때 온전히 되살아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사실 미이라가 환생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도 그 미이라는 보고 듣지도 못하며 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뇌가 없으니까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약 기원전 460년~약 기원전 370년가 “뇌는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담당하는 곳”이란 말을 남겼고,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년~기원전 322년는 무슨 이유였는지 “뇌는 흥분한 심장에서 데워진 피나 체액을 식히는 냉각장치이며, 마음이 자리하는 곳은 심장이다”이란 말을 남깁니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운 것은 로마 시대에 4명의 황제의 시의侍醫를 지낸 그리스 의학자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129년~199년?의 연구 덕분이었습니다. 갈레노스는 인체 해부를 시행하였고, 특히 신경계에 관해서는 실험적인 연구를 많이 하였는데, 이러한 열정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뇌가 감각과 운동을 조절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대 중국도 기록에는 정확하게 남아있지 않지만 ‘뇌(腦)’라는 한자가 전해지는 것으로 미뤄 짐작건대 아마도 누군가 뇌를 관찰했던 것 같습니다. 한자 ‘뇌(腦)’ 자를 보면, 부수部首로 고기 ‘肉’ 자를 쓰고 오른쪽에는 ‘ㅗ’ 자로 덮인 ‘흉(凶)’ 자가 개미허리(巛) 글자 밑에 있습니다. 그냥 좀 비과학적인 상상을 해보자면, 전쟁터에서 무기로 머리뼈가 손상되어 뇌가 노출된 사체를 본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머리뼈 속에 있는 것은 뭔가 주름이 많은 흉하게 생긴 고깃덩어리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실제 한자 ‘뇌(腦)’는 사람의 머리에서 올라가는 기(氣)(개미허리(巛) 자)와 숨구멍(‘ㅗ’ 자로 덮인 ‘흉(凶)’ 자)을 표현한 표의문자라고 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시대의 뇌과학 연구는 철학자나 의학자의 고찰이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철학이었으며, 로마 시대에 와서 갈레노스가 해부를 통해 뇌의 구조를 관찰하는 연구를 시작함으로써 신경해부학Neuroanatomy이란 형태학morphology 연구 분야가 열리게 됩니다. 이때 이르러서야 비로소 과학으로서의 뇌과학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보입니다. 이 시기 뇌과학자들은 맨눈으로 뇌를 관찰하는 것이 다였기에, 현미경과 같은 관찰 장비가 절실했으리라 추측됩니다.
중세 시대의 뇌과학
중세 시대는 종교적인 제약으로 과학으로서의 뇌과학 연구보다는 영혼에 대한 고찰이 더 활발하였습니다. 따라서 과학에 기반한 뇌과학 연구의 발전은 잠시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이에 언급할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중세 시대 이야기에 마녀가 자주 등장하고, 마녀가 제조한 약물로 환각 등의 증세가 있다고 언급된 이야기들은 남아있습니다. 이로 미뤄볼 때, 이 약물 제조에 관한 충분한 과학적 지식이나 제대로 된 처방전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 과학의 영역으로 들이기는 어렵지만, 이 약물들이 현대 항정신성 약물들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혹시라도 이 시기 관련 약물 제조에 대한 기록물이 발견되면,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 등장의 역사는 매우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대 시대의 뇌과학
근대 시대로 들어서면서 등장한 계몽주의는 과학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실제 이 시대 철학자들은 높은 수준의 과학적 배경을 갖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과학적 배경을 갖춘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뇌와 마음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후세 뇌과학 연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예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유명한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년~1650년는 사체 해부와 같은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몸body과 마음mind, 정신이 따로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했고, 몸과 마음의 연결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뇌’라는 것을 아울러 주장합니다. 지금이야 우리들은 뇌의 기능과 심장의 기능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여전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마음은 심장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카르트 덕분에 현대 뇌과학 연구자들은 비로소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이제 뇌과학 연구자들의 궁금증은 그럼 뇌는 과연 어떻게 작동하는지로 옮겨갑니다. 1745년, 네덜란드 라이덴(라이덴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하는 도시) 대학교의 물리학자 피에터 반 뮈스헨브룩1692년~1761년 교수는 정전기를 축적하는 도구인 라이덴병Leiden jar을 발명합니다. 이처럼 이 시기 과학자들은 전기에 관한 관심이 높았고, 따라서 대부분의 뇌과학자도 뇌를 구동시키는 힘이 전기일 것으로 추측했던 것 같습니다. 1791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의 해부학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1737년~1798년 교수는 전기 자극을 통해 개구리 근육이 수축하는 현상을 발견합니다. 안타깝게도 갈바니 교수는 이것을 개구리 근육이 전기를 직접 발생시키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그 당시에는 그의 발견과 이론이 무시되는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뉴런 발견과 뇌 속 뉴런의 작동 원리가 밝혀진 이후에 다시 조망을 받으면서 그의 이론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님이 밝혀집니다. 그 시대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마음이 심장에 있다는 설이 인정받는 때였다면, 오히려 갈바니 교수는 칭송받았을 것입니다, 심장은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기관이니까요. 아무튼 갈바니 교수는 뇌과학 연구에 생리학 연구 분야를 들여옵니다. 그 당시 뇌과학 연구자들에게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실험 장비 발명이 시급했을 것입니다.
현대 시대의 뇌과학
현대 시대로 들어오면서 뇌과학 연구는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뇌과학 연구자들은 전기생리학Electrophysiology을 이용한 연구 분야를 발전시킵니다. 영국 전기생리학자Electrophysiologist인 앤드루 헉슬리1917년~2012년 교수는 스승인 생물물리학자Biophysicist인 앨런 로이드 호지킨1914년~1987년 교수와 함께 신경세포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기전이 전기 신호임을 알아내고 이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 기전을 밝힙니다. 전기 신호를 측정하기 위해 전극을 작은 신경세포에 삽입해야 하는데, 이 일은 그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선구자는 오징어의 거대축삭squid giant axon을 이용해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기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여 마침내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생겨나는 원리를 밝혀냅니다. 그리고 이 발견 덕분에 호지킨 교수와 헉슬리 교수는, 비록 한참 후에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이 전기적인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라는 이론을 주장한 호주 신경생물학자Neurobiologist인 존 커루 에클스1903년~1997년 교수와 함께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습니다. 사실 에클스 교수의 해석은 잘못이었음에도 에클스 교수의 연구 방법은 이후 신경전달물질을 통한 신호 전달을 탐구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기에 함께 수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현대 뇌과학 연구자들은 단일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아주 미세한 구조를 가진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일에 도전하는 연구자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과 별개로 단일 신경세포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뇌 속 전기 신호의 합창을 관찰하려는 꿈을 꾸는 연구자도 나타납니다. 독일 신경정신과학자Neuropsycologyist인 한스 베르거1873년~1941년 박사는 1924년에 뇌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장비를 발명하여 뇌파를 측정하는 기법인 뇌파 전위 기록기법EEG: Electro Encephalo Graphy을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뇌파의 일종인 알파파alpha wave를 최초로 발견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 활동을 직접 측정할 수 있게 되어 이제 뇌과학 연구는 단순히 맨눈으로 뇌를 관찰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뇌에 관해 연구할 수 있게 됩니다. 신경전기생리학Neuroelectrophysiology 혹은 Neurophysiology 분야가 뇌과학 연구에 큰 영역을 차지하며, 이를 뒷받침할 실험기기 개발과 실험 결과 해석을 위해 공학은 물론 물리학과 수학과 같은 타 학문과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또 17세기 네덜란드의 안톤 레벤후크가 현미경으로 생물학 시료를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뇌 연구자들은 뇌의 미세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광학현미경의 발명으로 뇌의 미세 구조를 관찰하여 신경세포(뉴런)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뇌에는 대략 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들 신경세포가 맨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작은 크기이므로 꼼꼼한 관찰이 쉽지 않지만, 실제 관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경세포 수가 너무 많아 각각의 신경세포를 구분하여 관찰하는 일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1873년 이탈리아의 해부/병리학자Anatomist/Pathologist인 카밀로 골지1843년~1926년 교수가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구조 관찰을 위해 조직을 염색하는 방법(골지 염색법, Golgi stain/method)을 개발합니다. 뇌과학 연구자들에게 너무 행운인 것은 현재까지 그 메커니즘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염색법은 제한된 수의 세포를 무작위로 염색하는데 해당 세포는 전체적으로 염색됩니다. 따라서 좁은 공간에 신경세포가 촘촘히 들어찬 뇌 조직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염색법인 것이죠. 이 기법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뇌과학자는 스페인의 신경조직학자Neurohistologist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1852년~1934년 교수입니다. 카할 교수는 골지 교수의 염색법을 이용해 염색된 다양한 신경세포(거의 모든 뇌 조직의 신경세포)를 관찰하고 이를 그림으로 남깁니다. 카할 교수의 집념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열정적인 관찰을 통해 신경세포가 서로 떨어져 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바탕으로 ‘뉴런Neuron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골지 교수가 주장한 신경세포가 그물망처럼 얽혀있다는 ‘망상Reticulum 이론’과 충돌하는 이론인데, 이러한 이유로 1906년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서로의 이론을 비난하는 에피소드를 만듭니다. 결국 이 논쟁은 이들 사후 50년이 지나 전자현미경이 등장하고서야 확실하게 정리됩니다.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신경세포 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다는 것을 관찰했고, 이로써 과학계는 카할 교수의 ‘뉴런Neuron 이론’에 손을 들어줍니다. 사실 전자현미경을 통해 시각적인 증거로 ‘뉴런Neuron 이론’이 증명되기 이전에 이 논란을 정리한 뇌과학 연구자가 있었는데, 바로 찰스 스콧 셰링턴1857년~1952년 교수입니다. 셰링턴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정리한 그의 한 저서에서 신경세포 간의 소통에 관해 설명하면서 서로 떨어져 있는 신경세포 간의 구조에 대한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것이 ‘시냅스synapse, 연접’입니다. 이는 ‘Syn-Aptein’이란 ‘서로 붙잡는다’라는 그리스어 어원에서 창작한 이름입니다.
이제 뇌 속 신경세포가 시냅스란 구조를 가진 채 서로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뇌과학자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 신경세포끼리 어떻게 소통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국 신경과학자Neuroscientist 버나드 카츠1911년~2003년 박사가 신경세포의 말단에 서로 떨어져 있는 신경세포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물질을 보관하는 저장소synaptic vesicle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안에는 신호 전달물질인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들을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 합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신경세포들이 화학물질로 소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이런 이유로 synapse를 chemical synapse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후 스웨덴 약리학자Pharmacologist 울프 폰 오일러1905년~1983년 박사나 미국 생화학자Biochemist 줄리어스 액셀로드1912년~2004년 박사와 같은 과학자들에 의해 뇌 활동을 조절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들이 발견되었고, 이들의 연구는 과학계의 인정을 받아 197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됩니다. 이들의 화학적 시냅스의 발견과 기전 연구는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과 신경생화학Neurochemistry 분야를 열게 됩니다. 이후 새로운 신경전달물질을 발견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과다분비나 억제가 우리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현대 마녀의 등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신경약리학과 정신과학psychiatry이 융합되는 시점이 일어나면서, 뇌과학 연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그간 연구자 학문 분야 중심으로 분류하여 정신과학, 신경학, 형태학(해부 및 병리학), 약리학, 생리학, 생물학, 생물물리학, 생화학, 세포학, 공학 등의 학문 이름으로 진행되던 뇌과학 연구는 타 학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을 다면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즉 본격적으로 다양한 창으로 우리 몸을 이해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뇌과학이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1980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의 약리학과 교수인 솔로몬 스나이더1938년~현재 교수는 세계 최초로 뇌과학 독립학과인 “신경과학”과를 개설합니다. (https://neuroscience.jhu.edu/about). 이 학과에서 학문 분야는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닙니다. 뇌에 대한 궁금증과 질문, 그것이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어떤 학문 분야에서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뇌과학이 당면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타 학문과의 융합과 협력을 찾아가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빨라졌고, 다양한 기기의 발전도 일어납니다. 이제 우리는 좀 더 강력한 장비로 무장한 채 21시기 마지막 프런티어인 뇌라는 소우주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계속
다음 편에서는 생물정보학 등과 같은 새로운 학문과 다양한 실험기법과 기기 등장으로 뇌 속 신경망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분야의 등장과 이를 통한 인간 인지 관련 최신 뇌 연구 분야에 대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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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신경세포(뉴런, neuron)
이집트 미이라 제작 때 버려졌던 뇌 속 신경세포는 결국 인간 정신활동의 정수로 밝혀진다. 세포체 속 핵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있는 수상돌기(dendrite: 다른 신경세포에서 보내는 전기화학 신호를 받아들여 신경세포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와 신경세포의 세포체로부터 길게 뻗어 나온 하나의 축삭돌기(axon: 활동전위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가 있다. 축삭돌기의 기능은 오징어를 이용한 연구로 증명하였다. 축삭돌기의 끝은 신경연접(시냅스, synapse)이란 구조를 갖는데, 이곳이 화학신호를 통해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이다. 카할 교수는 골지 교수의 염색법을 이용해 염색된 신경세포를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처음 시냅스 구조 존재를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