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는 종종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뇌만큼은 예외다. 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의 뇌는 여러가지 경험에 의하여 그 기능과 구조가 많은 변화를 보이는데, 이것을 뇌가소성plasticity of brain 또는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이라 한다. 본래 가소성이라는 말은 고체가 외부의 힘을 받아 자유로이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을 말하는데,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이러한 가소성을 지닌 물체를 말한다.

서론: 인간의 뇌는 변화한다

인간의 뇌에서 뇌가소성은 경험, 학습, 손상으로부터의 회복 등에 의해 뇌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현상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근거를 통해 입증되었다. 환경 변화에 따른 뇌 변화를 보고하는 많은 동물실험 연구들이 있으며, 인간에서는 뇌 손상 후 회복 및 감각 재조직화를 보고하는 임상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적 뇌영상functional neuroimaging을 통하여 뇌가소성이 실제로 사람의 뇌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가시화하여 보여주는 연구들이 많이 있다. 학습과 경험을 통한 뇌가소성의 양상이 운동, 감각, 언어, 인지기능 등 다양한 뇌기능에 대하여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뇌가 단순한 고정된 기계가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적응 가능한 가변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뇌가소성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다양한 포유류를 포함한 동물 실험에서도 시냅스 수준의 가소성, 회로 재조직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어 왔다. 다만 인간은 언어, 고등 인지 기능 등 복합적 기능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뇌가소성의 표현 양상과 확장성에서 보다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1996년 필자가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 인지신경학 연구소에서 연수를 하던 시절에 동료 연구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뇌의 MRI 영상을 찍고 뇌기능을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하버드의대 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였다. 이 때 우수한 뇌기능을 보인 학생 중 한사람에서 우측 전두엽이 있어야 할 부위에 뇌조직은 보이지 않고 시커먼 공간만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전두엽은 인간의 사고와 추론, 문제해결 등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하버드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지적능력은 한쪽 전두엽이 없이는 도저히 획득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그 연구자는 깜짝 놀랐다 한다. 결국 그 병소는 학생이 어머니의 태내에 있는 동안 우측 전두엽에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어 조직이 손상되는 허혈손상ischemic injury을 받은 흔적으로 밝혀졌는데, 이 학생은 좌측 전두엽이 양쪽 전두엽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인간의 뇌가 얼마나 가변적인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소아의 발달기 동안 입은 손상은 건강한 뇌신경의 보상 작용으로 기능장애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빈번히 관찰된다. 태내 뇌 발달 장애의 한 형태인 분열뇌증schizencephaly으로 태생 시 좌측 반신마비였으나 성인이 될 때까지 상당한 기능 회복을 보인 한 장애인의 사례를 보면, 일차 운동신경로인 피질척수로corticospinal tract, CST를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 DTI으로 분석한 결과 손상된 우측 대뇌 운동피질 대신 건강한 좌측 피질에서 기원한 운동신경로 중 일부가 뇌간에서 두 번 교차한 후 마비된 팔다리 쪽으로 연결되는 특이한 형태를 보였는데(그림 1), 이와 같은 신경계의 변화는 뇌가 손상 이후에 다양한 방법으로 가소성을 발휘하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뇌가소성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사람의 뇌의 무게는 약 1.4kg에 불과하지만 860억 개 이상의 뉴런이 존재하며, 각 뉴런은 수천 개의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수십조 개에 이르는 시냅스 연결은 거대한 신경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지각, 기억, 언어, 감정, 운동 기능이 이루어진다. 뇌가소성은 이 신경망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시냅스 수준의 미세한 변화부터 전체 회로의 재편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회복의 시작점은 뉴런과 시냅스이다. 뉴런 간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는 단순한 신호 통로가 아니라, 자극과 반복을 통해 구조적·기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핵심 부위다. 특정 움직임이나 과제를 반복하면 관련된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며 이를 ‘장기강화LTP, long-term potentiation’라 한다. 반대로 사용되지 않는 회로는 점차 약화되는데, 이는 ‘장기억제LTD, long-term depression’로 알려져 있다. 이 두 과정은 회복을 이끄는 시냅스 가소성의 주요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변화는 뇌 내 흥분성 신호전달 물질인 글루탐산과 그 수용체NMDA, AMPA의 작용을 통해 조절된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재활 훈련은 시냅스를 더 민감하게 만들고 장기강화에 의해 구조적 변화가 유도되며, 그 결과 손상된 회로 주변에 새로운 경로가 열리고 대체 회로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시냅스 변화 외에도 뉴런 사이의 구조적 연결이 직접적으로 변할 수 있다. 손상된 뉴런이 새로운 가지돌기나 축삭을 뻗어 다른 뉴런과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발달기에 활발하지만, 성인에서도 반복 훈련이나 자극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뇌 손상 후 반복적인 재활이나 환경 자극을 제공하면, 손상 부위 주변 뉴런들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고 기존 회로도 재조정되면서 기능의 회복이 이루어진다(그림 2).

 

또한 뇌가소성은 개별 회로 수준을 넘어 뇌의 전반적 기능 네트워크의 재편성으로도 나타난다. 이를 기능적 재조직화functional reorganization 라 하며,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인접 영역이나 반대편 반구가 대신 수행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좌측 운동피질이 손상된 환자가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초기에는 우측 반구의 보상적 활성화가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좌우 반구 간의 불균형이 점차 줄어들고 정상적인 활성형태를 되찾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적 재조직화는 적절한 자극과 훈련으로 유도하는 것도 가능한데, 효과적인 재활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과학적 기반이 되기도 한다.


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창: 뇌영상 기술의 진보

뇌가소성은 미시적 수준의 시냅스 변화부터 거시적 수준의 신경망 재편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난다. 미시적 변화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이나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거시적 회로 변화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fMRI이나 확산텐서영상과 같은 뇌영상 기술을 통해 시각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뇌가소성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임상과 기초 연구를 연결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뇌영상 기술 중 하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이다. 이 기법은 뇌혈류 변화를 바탕으로 뇌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며,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다. 첫째는 과제 수행 중 특정 뇌 영역의 활성화를 관찰하는 방식task-based fMRI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을 움직일 때 좌측 운동피질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통해 운동 신경영역의 기능을 분석할 수 있다. 둘째는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휴식 상태에서 뇌 영역 간 자발적인 신호의 연결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resting-state fMRI, rs-fMRI이다. 이 방식은 뇌 네트워크 수준에서 기능적 연결성의 변화를 시각화할 수 있어 손상된 회로가 회복되거나 재조직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하는 데 유용하다. 두 방식 모두 뇌가소성의 양상을 파악하고, 재활 중재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도 널리 활용된다.

또 다른 주요 영상 기법은 확산텐서영상이다. 이 기술은 뇌 내 백질white matter 경로, 즉 신경섬유 다발의 방향성과 무결성을 분석할 수 있는 구조적 영상 기법으로, 축삭의 상태를 시각화하는 데 유용하며 신경망 재조직화 과정을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뇌졸중 후 피질척수로의 회복 양상을 시간차를 두고 관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기능적 근적외선분광법functional near infrared spectroscopy, fNIRS 등 다양한 기술들이 뇌의 대사 변화, 산소 소비, 혈류 흐름을 바탕으로 뇌기능을 간접적으로 측정하여 기능적 뇌가소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이와 같은 뇌영상 기술은 뇌 회복 과정을 구체적이고 정량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재활 중재의 효과를 분석하고 보완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뇌영상 기술에 대한 자세한 배경과 역사적 맥락은 문제일 교수의 글 “뇌과학(신경과학)의 역사 [2]”에서도 흥미롭게 다뤄지고 있어 참고로 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2024년 3월 28일자 HORIZON).


뇌의 회복 메커니즘: 재활과 뇌가소성

뇌가소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회복과 재활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재활 치료는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뇌가소성을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 척수손상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서 재활은 손상된 회로의 재조직화를 촉진하고 기능 회복에 기여한다.

이 과정의 핵심에는 ‘반복’이 있다. 동일한 움직임이나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면, 관련된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고 새로운 경로가 형성되는데, 이를 ‘사용 의존성 가소성use-dependent plasticity’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뇌졸중 환자가 반복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연습을 하면, 기존의 손 기능을 담당하던 영역이 다시 활성화되거나 인접한 영역이 그 기능을 보상할 수 있다. 이때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정확한 동작이 반복되어야 운동 회로가 형성된다.

원숭이의 뇌에서 시행한 동물 연구에 의하면, 운동피질에 인위적인 허혈 손상을 가한 뒤 집중적인 재활 훈련을 반복 시행하였을 때, 손 기능을 담당하던 피질 영역이 주변으로 확장되며 손운동 기능이 회복되는 변화가 관찰되었다. 반면 재활 훈련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당 영역이 위축되었고, 기능 회복도 제한적이었다.

반복 훈련 자체만으로도 뇌가소성을 촉진할 수 있지만, 그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한 여러 보조 전략들이 함께 활용되며, 대표적으로 로봇 재활Robot-assisted therapy,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agents 등 약물 요법, 비침습적 뇌자극Non-Invasive Brain Stimulation, NIBS 등이 있다.

로봇 재활은 반복성과 정밀성을 동시에 갖춘 훈련을 제공하고 가능한 환자가 능동적 운동능력을 유도하는 환경을 제공하여 단순한 근력 강화나 움직임 유도에 그치지 않고 뇌 신경회로 수준에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연구에서는 로봇 보조 재활치료 이후 손상된 피질척수로의 신경섬유 밀도와 방향성이 개선되고, 대뇌 운동 피질 영역에서 두께 변화가 일어나는 둥 구조적 가소성이 관찰되었다. 이는 로봇을 통한 반복 훈련이 실제로 뇌 신경회로의 재조직화를 촉진하는 적극적 중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경영양인자neurotrophic factor는 신경세포의 생존과 시냅스 연결 형성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조절 인자로 반복 훈련과 병행할 경우 뇌의 기능적 및 구조적 회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 중증 운동 마비를 가진 뇌졸중 환자에서 세레브로리진Cerebrolysin이라는 신경영양인자를 투여하고 재활 훈련을 병행한 임상 연구를 보면 단독으로 재활치료만을 실시한 군에 비해 운동 기능 회복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 보고되었으며, 특히 대뇌 백질의 기능적 연결성이 유지되고 신경망의 퇴행을 예방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구조적 뇌가소성을 시각화한 영상 분석을 통해 보고되었다(그림 3).

 

한편, 비침습적 뇌자극 기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외부에서 자극을 가해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반복 경두개자기자극repea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TMS과 경두개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이 대표적이다. rTMS는 두피 바깥쪽에서 특정 뇌 영역에 자기지극을 가해주면 대뇌 피질 근처에서 자기장이 형성되고 전류를 유도하여 신경세포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며, tDCS는 약한 직류 전류를 머리 표면에 흘려 보내어 피질에 분포하는 뉴런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자극은 단독으로도 신경가소성 유도에 효과가 있지만, 운동 훈련과 병행할 경우 더 확실한 기능 변화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대뇌 운동피질에 rTMS를 자극하고 운동 훈련을 병행하였을 때 운동학습 능력의 증가와 더불어 대뇌피질 뿐 아니라 피질하 신경핵인 기저핵과 시상의 활성이 유의하게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이는 rTMS가 단순한 국소 자극을 넘어 운동 회복과 관련된 대규모 신경 네트워크의 재조직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반복 훈련은 다양한 전략과 결합될 때, 뇌의 회복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재활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뇌 회로를 다시 구성하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과정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고, 사용하면 강화된다Use it or lose it”는 원리는 뇌가소성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며, 신경재활 전략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배움과 노화, 그리고 평생 변화하는 뇌

뇌가소성은 어린 시절이나 회복기 환자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전 생애에 걸쳐 변화할 수 있으며, 학습과 경험은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는 핵심 동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지 기술의 습득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인이 새로운 언어를 학습할 때, 뇌 언어 영역인 브로카 영역Broca’s area과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에서 회백질 밀도 증가와 시냅스 연결 강화가 관찰된다. 악기를 배우거나 새로운 운동을 익힐 때도 유사한 뇌의 변화가 일어난다. 반복적인 인지훈련과 학습은 주의력, 기억력, 문제 해결력 등 인지 기능 향상으로 이어지며 뇌손상 환자에서 인지 훈련은 뇌의 인지영역 활성상태를 복원하고 새로운 뇌영역을 사용하도록 해주기도 한다(그림 5). 이러한 인지기능 향상은 일상생활 수행력 중진, 삶의 질 행상에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고령자에게도 뇌가소성은 유효하다. 비록 노화로 인해 신경세포 수와 전반적인 뇌 부피는 줄어들지만, 지속적인 인지 자극과 신체 활동은 해마와 전두엽 기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음악 치료, 미술 활동, 퍼즐 맞추기, 사회적 상호작용과 같은 자극은 치매 예방과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의 진행을 늦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결국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며, 변화하는 존재다. 교육과 학습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뇌를 유연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뇌 훈련’의 핵심 수단인 셈이다.


가소성의 두 얼굴: 회복과 고착 사이

뇌가소성은 회복과 적응이라는 긍정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원치 않는 방식으로 회로가 굳어지는 병적 가소성pathologic plasticity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비정상적 운동 패턴의 고착이다. 뇌졸중 후 마비된 팔 대신 건강한 쪽 팔만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손상된 쪽의 회로는 점점 더 비활성화되고 회복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를 학습된 비사용learned non-use 현상이라고 하며, 회복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또 다른 예는 만성 통증이다. 신체 조직은 이미 회복되었지만, 뇌는 여전히 통증 회로를 활성화시켜 고통을 지속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고착된 통증 회로는 부정적인 경험이 뇌에 학습된 결과일 수 있으며, 실제보다 더 오래, 더 강하게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병적 가소성은 “뇌는 훈련된 대로 바뀐다”는 원리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극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긍정적인 회로는 강화하고, 부정적인 회로는 억제하거나 재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뇌가소성을 활용한 치료나 훈련은 강도 뿐 아니라 방향성과 맥락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정교한 과정이며, 이는 임상의, 연구자, 치료자가 함께 협력하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맺으며

우리는 이제 뇌를 더 이상 ‘한 번 완성되면 고정된 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되고 재구성되는 능동적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뇌가소성은 손상 후 회복 가능성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재활 전략들은 실제 임상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발전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태아기부터 노년기까지, 뇌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기능을 보완하고 회로를 재구성하며 스스로를 회복하려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신경의 가소성은 뇌질환 환자에게는 회복에 대한 희망을, 재활 전략을 설계하는 전문가에게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앞으로 우리는 뇌가소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치료, 더 정교한 훈련, 더 개인화된 재활 전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뇌는 가능성의 뇌이며, 그 가능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경험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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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명지춘혜재활병원 명예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