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박사

1. 양자계와 양자측정

우리는 주변 물리계에 대한 정보를 측정이라는 과정으로부터 얻어낸다. 관심 대상인 물리계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는 측정 과정은 필연적으로 측정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며 측정하고자 하는 물리량의 특성에 따라 다른 종류의 상호작용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내 앞의 차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눈으로 가늠할 때 차에서 난반사된 scattered 광자 photon 들이 내 눈으로 들어와 망막에서 검출되고 이 신호가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야 한다. 앞차와의 거리에 대한 정보는 광자에 담겨 있을 것이고 수많은 광자들이 차의 표면에서 난반사하는 과정은 측정대상과의 상호작용 interaction 에 해당될 것이다. 광자의 검출을 통해 앞차와의 거리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양 눈을 통해 관측된 이미지의 차이가 뇌에서 적절히 해석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측정 데이터의 분석 이라고 볼 수 있겠고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화 할 수 있다. 거리를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 중의 하나는 빛의 짧은 펄스 pulse 를 내보낸 후 대상 물체에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광자의 도착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에서도 측정대상과의 상호작용은 광자가 물체에 도달하여 반사하는 과정이 되겠고 반사된 광자는 물체의 거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빛의 속력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광자의 도착시간으로부터 거리를 계산하는 과정 역시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화 할 수 있다. 이렇듯 거리 측정에서 빛의 반사라는 비슷한 형태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수동적인 관측을 통할수도 있고 빛의 펄스를 만들어서 내보내는 능동적인 과정을 거칠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측정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추출하는 물리계가 이 경우 광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측정대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추출해주는 보조 ancilla 물리계를 포인터 pointer 혹은 미터 meter 로 부르며, 미터의 검출 및 분석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끄집어 내는 전체 과정을 측정이라고 지칭할 수 있겠다.

뉴턴역학, 전자기학 등 고전물리 법칙이 잘 적용되는 고전계에서는 측정에 대한 특별한 이론이 없으므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특별히 언급을 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고전물리가 결정론적 deterministic 이론이기 때문이다. 즉, 측정과는 무관한 참값 true value 을 갖는 측정대상의 어떠한 속성이 있다는 것것이다 [1]. 또 이상적인 상황에서 측정과정이 측정하고자 하는 참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측정장치의 정밀도를 무한히 증가시킴으로써, 예를 들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고전물리계에서도 측정 정밀도는 측정장치의 정확도, 기가 자체의 한계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측정의 본질적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1.

고전물리와는 달리 양자물리에서는 측정이 더이상 숨어있는 참값을 알아내는 과정이 아니며, 측정 measurement 은 관측량 observable, 양자상태 state vector, Schrödinger 방정식과 함께 양자역학의 핵심 공리 axiom 에 해당된다. 양자역학의 공리에 대해서는 많은 양자역학 교과서에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본 글에서 굳이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다. 다만 양자역학 학부 교과서에서부터 우리가 지속적으로 배우게 되는 `측정결과는 항상 관측량을 나타내는 연산자 operator 의 고유값 eigenvalue 중의 하나’라는 것은 강한 양자측정에 해당된다는 것임을 먼저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특정 고유값이 측정 결과로 나타날 확률은 양자상태에서 얻어지는 확률분포로 주어지는데, 양자측정의 이러한 확률적 성질 때문에 양자역학은 흔히 확률론적 probabilistic 이론이라고 불려진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양자역학은 비결정론적 indeterministic 이론이다2. 즉, 어떤 양자상태를 갖고 있는 단일 양자계에 대한 측정시 그 결과에 대한 확률은 알 수 있지만 매번 측정 실험을 할 때 어떤 결과가 실제로 생겨날지, 즉 어떤 고유값이 나타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측정은 흔히 관측량의 기대값 expectation 으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이는 동일한 양자상태를 가지고 있는 양자계를 \(N\)개 준비한 후 같은 측정을 \(N\)번 했을 때 생겨나는 결과들의 평균치를 의미한다.

FIG. 1. Stern-Gerlach 실험장치의 모식도. 임의의 스핀상태를 갖는 스핀상태를 갖는 스핀 \(\frac{1}{2}\) 입자를 \(z\)-방향의 불균일한 자기장에 통과시킨 후 입자가 스크린에 도달하는 위치를 관측한다. 화살표는 임의의 스핀 상태 \(|\psi\rangle_s\)를 의미하며 입자빔 beam 의 직경은 \(w\)이다. 스크린상에서 입자빔의 평균위치는 \(a\)와 \(-a\)이며 이는 각 각 \(z\)-방향 스핀 \(|\uparrow\rangle\) 과 \(|\downarrow\rangle\)에 해당된다.

2. Stern-Gerlach 실험과 강한 양자측정

양자화 quantization 와 측정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최초의 실험은 우리가 학부때 배우는 Stern-Gerlach 실험이다. 그림 1의 Stern-Gerlach 실험에서는 임의의 스핀상태를 갖는 스핀 \(\frac{1}{2}\) 입자를 불균일한 자기장에 통과시킨 후 입자가 스크린에 도달하는 위치를 관측한다. 입자빔 beam 의 직경은 \(w\)이며 화살표는 입자의 임의의 스핀 상태 \(|\psi\rangle_s = \alpha |\uparrow\rangle_s + \beta|\downarrow\rangle_s\)를 의미한다. 여기서 \(\alpha\)와 \(\beta\)는 확률진폭 probability amplitude 이라고 불리는 정규화된 normalized 된 복소수 complex number 이고 \(|\alpha|^2\)와 \(|\beta|^2\)은 입자가 \(|\uparrow\rangle_s\) 상태 및 \(|\downarrow\rangle_s\) 상태에 있을 확률을 의미한다. 아래 첨자 subscript \(s\)는 입자의 스핀상태가 우리의 관심대상인 양자계임 나타내며 이를 앞으로 간단히 시스템 system 이라고 부르겠다.

불균일한 자기장이 \(z\)-방향으로 가해져 있기 때문에 입자가 자기장이 있는 공간을 지나가면서 \(z\)-방향 스핀이 양자화되고 스핀값에 따라 반대 방향의 힘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자석 뒤에 설치된 스크린 상에서 입자빔의 위치를 관측하면 스핀값에 따라 입자의 위치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스핀상태가 양자화되어 \(|\uparrow\rangle_s\)인 입자는 스핀값 \(\frac{1}{2}\)을 가지며 \(z\)-축에서 \(a\) 위치에 관측되고, 스핀값이 \(-\frac{1}{2}\)인 \(|\downarrow\rangle_s\) 상태의 입자는 \(z\)-축에서 \(-a\) 위치에 관측된다. 이 실험에서 스핀값의 측정은 결국 입자의 위치 측정으로 연결되는데 그 이유는 스핀값과 입자의 \(z\)-방향 운동량 momentum 이 불균일한 자기장을 통과하면서 상호작용을 겪기 때문이다. 즉, 앞서 언급한 고전적인 상황과 비슷하게 양자측정에서도 관심 대상 양자계인 스핀, 즉 시스템을 측정하기 위해 미터에 해당하는 운동량을 도입하여 시스템-미터 상호작용을 시킨 후 미터를 검출하여 양자계에 대한 정보를 읽어내게 된다. 관심대상 양자계인 스핀은 입자의 내부자유도 internal degree of freedom 에 해당하고 미터에 해당하는 운동량은 외부자유도 external degree of freedom 에 해당하므로 Stern-Gerlach 실험은 양자역학적 입자의 내부자유도와 외부자유도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외부자유도의 검출을 통해 내부자유도의 상태를 유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양자역학적 입자의 경우 스핀과 운동량은 연산자로 표현되고 자기장이 \(z\)-방향으로 걸려 있기 때문에 \(z\)-방향이 양자화축 quantization axis 에 해당된다. 따라서 시스템에 해당하는 \(z\)-방향 스핀에 대한 연산자는 \(\hat S_z\)이며 미터에 해당하는 \(z\)-방향 운동량에 대한 연산자는 \(\hat P_z\)로 표현할 수 있다. 자기장이 있는 영역에서 \(z\)-방향 스핀-운동량은 서로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시스템-미터 상호작용은 상호작용 해밀토니안 Hamiltonian 으로 기술된다. 그림 1의 Stern-Gerlach 실험에서 스핀-운동량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은 \(\hat H_{int} = g \hat S_z \otimes \hat P_z\)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g\)는 상호작용의 크기를 나타내며 \(\otimes\)는 텐서곱 tensor product 을 나타낸다3.

자기장의 세기가 \(0\)일 경우 상호작용의 크기 \(g\)를 \(0\)으로 둘 수 있고 이 경우 스크린상에서 입자빔은 처음 입자빔을 보낸 방향으로 하나만 존재할 것이다. 이와 달리 자기장의 세기가 충분히 커서 그림1과 같이 상호작용 후에 스크린 상에서 스핀 \(|\uparrow\rangle_s\)과 \(|\downarrow\rangle_s\)가 완전히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경우를 \(g\)값이 최대인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스크린에 찍힌 입자의 위치가 \(z\)-방향으로 양자화된 스핀값을 정확히 나타내려면 상호작용이 충분히 커서 입자빔의 위치 \(|a|\)가 입자빔의 직경 \(w\)보다 충분히 커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의 특성을 가진 초기 스핀 양자상태 \(|\psi\rangle_s = \alpha |\uparrow\rangle_s + \beta|\downarrow\rangle_s\)가 측정 후 연산자 \(\hat S_z\) 고유상태 eigenstate 인 \(|\uparrow\rangle_s\) 혹은 \(|\downarrow\rangle_s\) 상태로 붕괴되어 wave function collapse 초기 양자상태의 정보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경우를 강한 양자측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측정후 상태인 \(|\uparrow\rangle_s\) 혹은 \(|\downarrow\rangle_s\)에서 측정 이전의 상태인 \(|\psi\rangle_s = \alpha |\uparrow\rangle_s + \beta|\downarrow\rangle_s\)로 양자계의 상태를 되돌리는 것은 확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강한 양자측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 전에 `양자상태에 대한 정보’란 구체적으로 무었으며 정보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자. 임의의 이차원 양자상태인 스핀 상태는 \(|\psi\rangle_s = \alpha |\uparrow\rangle_s + \beta|\downarrow\rangle_s\)로 표현되며 흔히 큐비트 quantum bit; qubit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큐비트에 대한 모든 정보는 결국 복소수 두개에 함축되어 있으므로 각 상태에 대한 확률 \(|\alpha|^2\)와 \(|\beta|^2\), 그리고 각 상태간의 상대위상 relative phase 에 모두 담겨있다. 즉, 단일 큐비트에 대한 모든 정보는 실수 real number  세개에 함축되어 있으므로 임의의 큐비트 하나에 대해서 이 실수 3개를 측정할 수 있으면 큐비트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같은 양자상태를 갖는 큐비트를 무한히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 큐비트에 대한 한번의 측정을 수행하면 스핀 \(|\uparrow\rangle_s\) 혹은 \(|\downarrow\rangle_s\) 양자상태가 예측할 수 없게 나타나게 되므로 이 실수 세개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끄집어 낼 수가 없다. 따라서 측정후 상태를 측정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확률적으로도 불가능하다4.

Stern-Gerlach 실험에서 시스템에 해당하는 스핀을 측정하기 위해 미터에 해당하는 \(z\)-방향 운동량을 도입하였음을 이미 이야기하였다. 이 경우 시스템-미터는 한 입자의 내부-외부자유도에 해당된다. 이제 이를 더 확장해서 시스템 큐비트 \(|\psi\rangle_s\)의 측정을 위해 그림 2와 같이 새로운 미터 큐비트를 도입하는 경우를 고려해보자. 미터 큐비트는 \(|0\rangle_m\)으로 초기화 되어 있으며 시스템-미터 큐비트 간의 상호작용은 CNOT Controlled NOT 양자게이트 quantum gate 이다5. 중첩상태의 시스템 큐비트 \(|\psi\rangle_s\)와 \(|0\rangle_m\)으로 초기화된 미터 큐비트 사이에 CNOT 게이트를 적용하면 시스템-미터 큐비트는 얽힘상태에 있게 된다. 최종적으로 미터 큐비트를 특정 측정기저 measurement basis 로 측정하고6 측정 결과에 따라 시스템 큐비트의 측정후 양자상태 \(|\psi’\rangle_s\)를 유추한다. 그림 2의  아이콘은 측정을 의미하며, 큐비트에 대한 측정의 경우 Stern-Gerlach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두가지 측정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를 나타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측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FIG. 2. 시스템 큐비트 \(|\psi\rangle_s\)에 대해서 강한 양자측정을 구현하는 양자회로 quantum circuit . CNOT 게이트로 시스템-미터 큐비트 간의 얽힘상태를 만들고 미터 큐비트를 \(|0\rangle\) 혹은 \(|1\rangle\) 기저(basis)로 측정한다. 측정후 시스템 큐비트의 양자상태 \(|\psi’\rangle_s\)는 미터 큐비트의 측정결과에 의존한다.

이제 이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에 언급한 시스템-미터 큐비트 상호작용, 즉 그림 2의 시스템-미터 큐비트간의 CNOT 게이트는 다음과 같은 유니터리unitary 연산자로 표현할 수 있다:

위의 유니터리 연산자 \(U\)에서 각 항마다 \(\otimes\) 앞에 위치한 연산자는 시스템에 적용되며 \(\otimes\) 뒤에 위치한 연산자는 미터에 적용된다. 따라서 위의 유니터리 연산자 \(U\)는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가 \(|0\rangle_s\)일 때 미터 큐비트에는 항등 연산자 identity operator 을 적용하고 즉,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1\rangle_s\)일 때에는 미터 큐비트에 \(x\)-방향 Pauli 연산자 \(\sigma_x\)를 적용하는 조건부 2-큐비트 게이트이다7. 시스템 큐비트에 대한 \(|1\rangle_s\) 기저(basis) 측정을 \(\mathbf{A}=|1\rangle_s \langle 1|\)로 정의할 경우,  로 주어진다. 따라서, 시스템 큐비트 \(|\psi\rangle_s\)와 미터 큐비트 \(|0\rangle_m\)에 이 유니터리 연산을 적용하면,

이다. 또 시스템 큐비트의 초기 양자상태 \(|\psi\rangle_s\)가 \(|0\rangle_s\)과 \(|1\rangle_s\) 상태의 동등한 중첩상태인 \(|\psi\rangle_s=\frac{1}{\sqrt{2}}(|0\rangle_s + |1\rangle_s)\)라고 가정하면

\( U |\psi\rangle_s \otimes |0\rangle_m = \frac{1}{\sqrt{2}} ( |0\rangle_s \otimes |0\rangle_m + |1\rangle_s \otimes |1\rangle_m). \)

따라서, CNOT 게이트의 적용 후 시스템 큐비트와 미터 큐비트는 더이상 텐서 곱 tensor product 으로 분리할 수 없는 non-separable 최대얽힘상태 maximally entangled state 에 있게 된다.

이제 미터 큐비트를 특정 기저로 혹은 특정 방향으로 측정할 경우 측정 결과에 따른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가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자. 미터 큐비트를 \(|0\rangle_m\)으로 측정할 경우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는 \(|\psi’\rangle_s =|0\rangle_s\)이 될수밖에 없으며, 미터 큐비트를 \(|1\rangle_m\)로 측정할 경우 시스템 큐비트 상태는 \(|\psi’\rangle_s=|1\rangle_s\)이 될 수 밖에 없다. 시스템 큐비트에 대한 이 측정이 강한 양자측정인 이유는 임의의 초기 양자상태 \(|\psi\rangle_s\)가 측정 후에는 \(|0\rangle_s\) 혹은 \(|1\rangle_s\)로 붕괴되어 초기 양자상태의 정보를 완전히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Stern-Gerlach 실험에서 보여준 강한 양자측정은 그림 2의 간단한 2-큐비트 양자회로로 구현할 수 있다.

FIG. 3. 입자의 스핀 상태에 대한 약한 양자측정을 구현하는 Stern-Gerlach 장치. 스핀-운동량 상호작용의 크기 \(g\)를 줄이기 위해 길이가 짧은 자석쌍이 사용되었다. 그 결과 스크린 상에서 스핀상태에 따른 입자빔의 위치가 충분히 분리되지 않게 된다.

3. 강한 양자측정에서 약한 양자측정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약한 양자측정을 구현할 수 있을까? 입자의 스핀 상태에 대한 약한 양자측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림 1의 Stern-Gerlach 장치에서 스핀-운동량 상호작용 크기 \(g\)가 충분히 작아서 스크린에 도달한 입자의 스핀에 따른 \(z\)-방향 위치가 입자빔의 직경보다 충분히 작으면 될 것이다. 이러한 약한 양자측정 Stern-Gerlach 장치는 그림 3과 같이 불균일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자석쌍의 길이를 충분히 짧게 만들서 구현할 수 있다. 입자의 초기 양자상태는 시스템에 해당하는 스핀 자유도 \(|\psi\rangle_s\)와 미터에 해당하는 \(z-방향위치 자유도 |q\rangle_m\)의 텐서곱에 해당하는 양자상태 \(|\psi\rangle_s \otimes |q\rangle_m\)로 표현할 수 있다8.\footnote{결국 스크린상에서 입자빔의 위치를 관측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약한 스핀-운동량 상호작용이 일어난 이후 이 양자상태는 다음과 같이 변화할 것이다. 

\( \alpha |\uparrow\rangle_s \otimes |q-g\rangle_m + \beta |\downarrow\rangle_s \otimes |q+g\rangle_m. \)

즉, 스핀 \(|\uparrow\rangle_s\)과 스핀 \(|\downarrow\rangle_s\)에 해당하는 입자빔의 스크린상의 평균 위치는 각 각 \(+g\)와 \(-g\)로 주어지는데 스핀-운동량 상호작용의 크기 \(g\)가 충분히 작은, 즉 \(|g| \ll w\), 경우를 고려해보자. 스크린 상에서 입자빔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입자가 입자빔 확률분포의 아주 윗쪽 혹은 아래쪽에서 발견될 경우 스핀 \(|\uparrow\rangle_s\) 혹은 \(|\downarrow\rangle_s\)로 결론을 내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림 3의 경우와 같이 \(z=0\)에서 입자를 발견했을 때 그 입자의 스핀 상태에 대해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FIG. 4. 시스템-미터 큐비트 시스템에서 약한 양자측정을 구현하는 양자회로. \(R(g)\)는 단일큐비트 양자상태에 대한 회전게이트이며 조건부 Pauli \(\sigma_z\) 게이트는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에 따라 조건적으로 미터 큐비트의 위상을 반전시킨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 시스템 큐비트와 미터 큐비트로 구성된 그림 4의 간단한 양자회로를 고려해보자. 그림 2의 강한 양자측정 회로와는 다르게 미터 큐비트에 대한 회전 rotation 게이트 \(R(g)\)와 Controlled Z CZ 게이트가 사용되었다. 회전 게이트인 \(R(g)\)는 아래와 같이 정의되는데

\( R(g)= \begin{pmatrix} \cos(g/2) & -\sin(g/2) \\ \sin(g/2) & \cos(g/2) \\ \end{pmatrix}, \)

\(g\)는 0에서 \(\pi/2\)까지의 값을 가지며 시스템-미터 큐비트의 상호작용 크기에 해당된다. CZ 게이트는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에 따라 조건적으로 미터 큐비트에 Pauli \(\sigma_z\) 연산을 가하는 2-큐비트 게이트이다. Pauli \(\sigma_z\) 연산자는 \(\sigma_z=\left( \begin{smallmatrix} 1 & 0 \\ 0 & -1 \end{smallmatrix} \right) \) 이므로 CZ 게이트는 결과적으로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에 따라 조건적으로 미터 큐비트에 \(\pi\)의 위상변화를 가하는 2-큐비트 게이트이다9. 따라서 그림 4의 양자회로가 구현하는 유니터리 연산 \(U\)는 아래와 같다.


즉,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가 \(|0\rangle_s\)일 때 미터 큐비트에  을 가하고 즉,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고, 시스템 큐비트의 상태가 \(|1\rangle_s\)일 때는 미터 큐비트에 \(R(g) \sigma_z R(-g)\)를 가하는 조건부 2-큐비트 연산이다. 약한 양자측정에서는 \(g\)의 크기가 매우 작으므로, 즉 \(g \ll 1\), 위의 유니터리 연산은 아래와 같이 다시 쓸 수 있다10.

위의 2-큐비트 연산자를 시스템-미터 큐비트의 초기 상태 \(|\psi\rangle_s \otimes |0\rangle_m\)에 적용하면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 U|\psi\rangle_s \otimes |0\rangle_m \approx |\psi\rangle_s \otimes |0\rangle_m + g \mathbf{A}|\psi\rangle_s \otimes |1\rangle_m. \)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큐비트에 대한 \(|1\rangle_s\) 기저 측정을 \(\mathbf{A}=|1\rangle_s\langle 1|\)으로 정의하였다.

FIG. 5. 시스템-미터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에서 상호작용의 크기 \(g\)를 변화시킴으로써 약한 양자측정에서 강한 양자측정으로 측정의 세기를 서서히 바꿀 수 있다.

이 약한 양자측정의 결과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미터 큐비트를 \(|1\rangle_m\)로 측정할 경우, 시스템 큐비트의 측정 후 양자상태는 다음과 같다: \( g \mathbf{A}|\psi\rangle_s = g \,\, {}_s\langle 1|\psi\rangle_s |1\rangle_s . \) 즉, 그리 흥미롭지 않게도 시스템 큐비트의 측정 후 양자상태는 \(|1\rangle_s\)로 붕괴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터 큐비트를 \(|0\rangle_m\)로 측정할 경우, 시스템 큐비트의 측정 후 양자상태는 측정 이전 초기 양자상태와 같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물론 이 결과는 시스템-미터 상호작용의 크기 \(g\)가 극단적으로 작을 경우이고, 좀 더 일반적인 약한 양자측정의 경우 측정 후 양자상태는 측정 이전 초기 양자상태와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측정후 시스템 큐비트의 양자상태가 측정 연산자의 고유상태로 완전히 붕괴하지 않고 양자중첩의 특성을 여전히 유지하게 된다.

이 상황은 그림 5와 같이 Schrödinger의 고양이를 이용해서 개념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Schrödinger의 고양이는 살이있는 상태 \(|\textrm{alive}\rangle\)와 죽은상태 \(|\textrm{dead}\rangle\)의 양자중첩인 2차원 양자상태이다. 이러한 Schrödinger의 고양이에 대한 강한 측정은 항상 확률적으로 이 중 한가지의 결과를 주게 된다. 즉, 측정 후 우리는 더이상 특별한 Schrödinger의 고양이가 아닌 평범한 죽은 고양이 혹은 살아있는 고양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약한 양자측정을 적용할 경우 마찬가지로 두 가지 측정결과가 나오지만 그림 5와 같이 평범한 살아 있는 고양이를 갖게 되는 경우와 특별한 Schrödinger의 고양이를 갖게 되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발생한다. 즉, 약한 양자측정의 경우 측정 후 양자상태가 측정 이전의 양자상태가 가지고 있던 양자중첩 혹은 양자얽힘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 약한 양자측정과 약한값weak value 측정

약한 상호작용 및 약한 양자측정에 대한 최초의 논문은 Aharonov, Albert, Vaidman AAV 에 의해 1988년 게재되었다 [2]. 이 논문에서 AAV는 스핀 \(\frac{1}{2}\) 입자의 스핀 측정이 어떻게 100이 될 수 있는지를 약한 양자측정 및 양자 시스템의 후선택 post-selection 을 도입하여 제안하였다. 이 논문은 게재 후 Leggett, Peres 등에 의해 강하게 비판되었는데 [3, 4], 이후 여러 발전 과정을 거쳐오면서 일반화 양자측정의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논문으로 고려되고 있다 [5].

FIG. 6. 약한값 weak value 측정을 위한 양자회로. 시스템-미터 큐비터의 약한 상호작용 이후 시스템 큐비트가 특정 상태로 후선택 post-selection 된 미터 큐비트의 양자상태를 고려한다.

 

먼저 그림 6의 시스템-미터 큐비트에 대한 약한 양자측정 양자회로를 이용해 AAV의 아이디어를 이해해보자. 지금까지는 미터 큐비트의 양자상태는 최종적으로 측정되어 시스템 큐비트의 측정 후 양자상태를 유추하는데 사용되었었다. 이와 다르게 그림 6에서는 시스템 큐비트를 특정 양자상태로 후선택 측정을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시스템 큐비트에 대한 후선택 과정은 특정 양자상태 \(|\phi\rangle_s\)로의 투영측정 projection measurement 혹은 강한 양자측정에 해당하며 시스템 큐비트에 이 측정이 성공하는 경우에 한해 미터 큐비트의 양자상태 \(|\chi_g\rangle_m\)를 선택적으로 고려하자. 이 경우 미터 큐비트의 양자상태 \(|\chi_g\rangle_m\)는 이전 식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 {}_s\langle \phi| \left( |\psi\rangle_s \otimes |0\rangle_m + g \mathbf{A}|\psi\rangle_s \otimes |1\rangle_m \right). \)

따라서 규격화 normalization 된 미터 큐비트의 조건적 양자상태 conditional state 는 아래와 같다:

\(|\chi_g\rangle_m \propto |0\rangle_m+g \, \langle \mathbf{A} \rangle_w |1\rangle_m. \)

여기서 \(\langle \mathbf{A} \rangle_w \equiv \frac{_s\langle\phi|\mathbf{A}|\psi\rangle_s}{_s\langle\phi|\psi\rangle_s}\)를 관측량 \(\mathbf{A}\)의 약한값 weak value 으로 정의하며 일반적으로 복소수이다. 또 시스템 큐비트의 후선택을 초기 양자상태에 거의 직교하게 할 경우, \( _s\langle\phi|\psi\rangle_s \approx 0\), 관측량 \(\mathbf{A}\)의 약한값은 일반적인 기대값보다 훨씬 더 크게 된다: \(\langle \mathbf{A} \rangle_w > \langle \mathbf{ A} \rangle = {}_s\langle \psi| \mathbf{A}|\psi\rangle_s\). 이러한 현상을 약한값 증폭weak value amplification 이라고 한다. 위에 소개한 약한값의 정의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약한값 증폭 현상은 미터 큐비트의 양자간섭현상에 해당하므로 약한값 증폭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미터 큐비트의 결맞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6].

FIG. 7. 스핀 \(\frac{1}{2}\) 입자의 약한값 측정을 위한 Stern-Gerlach 실험장치. 스핀-운동량 결합을 통한 약한 측정 이후에 스핀에 대한 강한 측정을 적용한다. 특정 스핀 측정 결과에 대한 \(z\)-방향 운동량의 상태, 즉 스크린 상의 입자의 위치를 관측한다.

그렇다면 이제 약한값 측정을 통해 스핀 \(\frac{1}{2}\) 입자의 스핀 측정이 어떻게 100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그림 3의 Stern-Gerlach 실험 장치와 같이 스핀-운동량의 약한 상호작용, 즉 \(g\)값이 매우 작은 약한 양자측정을 고려하자. 이 때 스핀 \(|\uparrow\rangle_s\)에 해당하는 입자빔과 \(|\downarrow\rangle_s\)에 해당하는 입자빔은 \(\pm g\) 만큼 아래위로 갈라지는데 실질적으로 입자빔의 직경 \(w\)가 \(g\)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g \ll w\), 대부분 중첩된다. 다만 스핀값이 서로 직교하기 때문에 양자간섭을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제 그림 7과 같이 스핀에 대해 강한 측정을 \(x\)-방향으로 적용하고 \(+x\)-방향의 스핀 측정 결과만을 후선택하자. 이 경우 중첩되어 있지만 간섭하지 않는 스핀 \(|\uparrow\rangle_z\) 상태의 입자빔과 스핀 \(|\downarrow\rangle_z\) 상태의 입자빔에 \(|\uparrow\rangle_x\) 방향으로 스핀을 투영 projection 하게 되어 두 입자빔의 양자간섭을 만들어낸다11.

즉, 스핀 상태에 대한 양자지우개 quantum eraser 를 적용하여 양자간섭을 회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 이 때 스크린 상에서 입자빔의 \(z\)-방향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이 \(z\)-방향의 약한 양자측정은 입자빔의 위치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뒤에 \(x\)-방향으로 강한 양자측정을 하고 측정결과를 후선택 할 경우, 두 개의 입자빔이 드디어 양자간섭을 하게 되고 간섭효과에 의해 빔의 분포가 \(z\)-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약한값 증폭을 크게 할 수록 약한 양자측정에 의한 매우 작은 입자빔의 이동이 양자간섭을 통해 크게 증폭하게 된다. 즉, 입자가 스크린에 도착하는 위치가 \(z\)-방향으로 크게 이동하므로 스핀 측정은 결국 위치 측정에 해당되므로 스핀 \(\frac{1}{2}\) 입자의 스핀 측정이 100이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생기기 위해서는 입자빔의 공간적 분포에 결맞음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입자빔의 공간적 분포가 결맞음이 있는 양자역학적 순수상태 pure state 가 아니고 섞인상태 mixed state 일 경우 약한값 증폭 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6]. 질량이 있는 입자빔에서 공간적 분포가 결맞음이 있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러한 약한값 증폭 실험은 대부분 광자를 통해 검증되었다.

5. 약한 양자측정과 약한값 측정의 응용

약한 양자측정과 약한값 측정은 양자현상에 대한 새로운 근본적 이해와 흥미로운 재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5, 8, 9]. 그렇다면 양자측정에 대한 이러한 근본적 이해와 재해석이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 등으로 대표되는 양자정보과학에 새로운 가능성이나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많은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이 질문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글을 끝내기 전에 약한 양자측정과 약한값 측정이 양자정보과학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의 연구가 되고 있는지를 간략히 살펴보겠다.

     5.1. 작은 물리량의 정밀측정

약한 양자측정의 초기부터 잘 알려진 응용분야는 약한값 증폭을 통한 약한 상호작용 크기 \(g\)의 정밀측정이다. 양자계 사이의 상호작용의 크기 \(g\)가 매우 작을 경우 이 상호작용에 의한 양자상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g\)값을 정밀하게 양자한계로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되어져왔다. 약한값 증폭 현상을 이용할 경우 그림 7의 삽입에서 보듯이 입자의 \(z\)-방향 위치의 기대값이 상호작용의 크기와 약한값의 곱으로 주어진다: \(\langle\hat{z}\rangle_m= { g}\times \mathrm{Re}( \langle\hat{S}_z\rangle_w)\). 따라서 \(g\)값이 매우 작더라도 약한값 증폭 현상을 통해 충분히 측정가능한 수준으로 \(z\)-방향 위치의 기대값을 키움으로써 \(g\)의 측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약한값 증폭 기반의 다양한 물리량에 대한 정밀측정 기법들이 지금까지 제시되었다  [10,11] .

     5.2 트레이드오프 trade-off 관계: 양자정보 측정

양자계에 대한 양자측정은 양자상태의 교란을 동반한다. 측정의 세기가 강할수록 양자상태의 교란이 커지게 되며 강한 양자측정의 경우 측정 후의 양자상태는 측정에 의한 파동함수 붕괴 때문에 측정 이전의 양자상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약한 양자측정을 통해 양자상태의 교란을 최소화 하면서 최대한의 정보를 끄집어내는 최소교란양자측정 minimum disturbance measurement 의 구현이 가능하다. 또 약한 양자측정 이후의 양자상태는 초기 양자상태의 중첩 및 얽힘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측정 이후의 양자상태를 측정 이전의 양자상태로 확률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 과정 역시 약한 측정을 이용하는데, 약한 측정을 이용해 확률적으로 측정후 양자상태를 측정 이전의 양자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되돌림측정 reversing measurement 라고 한다. 이렇게 양자상태 되돌림의 가능성을 최대화 하는 측정을 최대되돌림측정 maximum reversibility measurement 이라고 부른다. 흥미있게도 큐비트에 대해서는 최소교란측정과 최대되돌림측정이 동일하지만 3차원 이상의 양자상태부터는 최대되돌림측정이 최소교란측정을 포함한다. 이렇듯 약한 양자측정에 대한 이해는 측정, 정보획득, 상태교란, 양자상태 되돌림 등에 대한 정확한 트레이드오프 trade-off  관계를 제공하며 이는 정밀측정 및 양자정보의 제어에 활용될 수 있다 [12, 13].

     5.3 결어긋남 억제

약한 양자측정 이후의 양자상태가 초기 양자상태의 중첩 및 얽힘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기 대문에 측정 이후의 양자상태를 측정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도 확률적으로 가능하다. 약한 양자측정의 이러한 특성은 외부 영향에 의해 결어긋남현상을 줄 수 밖에 없는 장거리 양자채널을 이용해 양자네트워크를 구현할 때 결어긋남을 억제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양자중첩뿐만 아니라 양자얽힘까지 결어긋남현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14] . 뿐만 아니라 특성이 알려진 잡음채널은 양자상태에 약한 측정을 하는 것과 동일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되돌림 측정을 통해 양자통신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15].

     5.4 약한값 측정을 통한 양자상태의 직접 측정

앞서 언급했지만 특정 관측량 \(\mathbf{A}\)의 약한값은 일반적으로 복소수이다. 이는 곧 양자상태, 즉 파동함수의 직접 측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일반적인 기대값 \(\langle \psi | \mathrm{A} | \psi \rangle\)의 측정을 통해서는 밀도함수의 비대각선요소의 직접 측정이 불가능하며 여러 측정 결과를 이용해 밀도함수를 수학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양자상태토모그래피라고 한다. 먼저 그림 8을 고려하자. 초기 양자상태가 \(\rho = |\psi\rangle_s \langle \psi|\)로 준비된 양자 시스템에 측정 \(\mathbf{A}\)와 최종적인 후선택 측정 \(|\phi\rangle_s\)를 적용하면 약한값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langle \mathbf{ A} \rangle_w = \frac{\langle\phi|\mathbf{A}|\psi\rangle}{\langle\phi|\psi\rangle} = \frac{{\rm Tr} [ \Pi^\phi \mathbf {A} \rho ] }{ {\rm Tr} [ \Pi^\phi \rho ] }. \)

관측량 \(\mathbf{A}\)와 후선택 측정 \(\Pi^\phi \)를 다음과 같이 선택하면 \(\mathbf{A}=|0\rangle\langle 0|\), \(\Pi^\phi = |+\rangle \langle +|\), \(\mathbf{A}\)의 약한값은 다음과 같다:

\( \langle \mathbf{ A} \rangle_w = \frac{{\rm Tr} [ {|+\rangle \langle 0|} \, \rho ] }{ \sqrt{2} {\rm Tr} [ |+\rangle\langle+| \, \rho ] }. \)

즉, 관측량과 후선택을 적절히 선택함으로써 약한값 측정을 통해 양자상태 밀도함수density matrix \(\rho\) 의 비대각선요소 non-diagonal element 인 \(\langle 0 | \rho | +\rangle\)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약한값 측정이 비-허미션non-Hermitian 관측량의 구현 및 측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한값 측정을 이용하면 양자상태 혹은 파동함수를 직접적으로 측정하거나 양자역학적 입자의 궤적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16, 17].

FIG. 8. 약한 양자측정은 여러번 순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양자상태 \(|\psi\rangle\) 혹은 양자프로세스 \(\mathcal{\hat E}\)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얻어내거나 양자상태를 제어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그림에서는 시스템 큐비트만을 표시하였고 순차적인 약한 양자측정을 여러번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개 이상의 미터 큐비트가 필요할 수 있다.

 

     5.5. 약한 측정의 순차적 적용

약한 양자측정의 가장 흥미로운 점들 중의 하나는 측정을 순차적으로 여러번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논의한 그림 8의 상황에 측정 \(\mathbf{B}\)를 추가하자. 만약 \([\mathbf{A}, \mathbf{B}] \neq 0\) 일 경우, 두번째 측정인 \(\mathbf{B}\)를 통해서는 양자상태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mathbf{A}\), \(\mathbf{B}\) 모두 약한 양자측정일 경우 시스템 큐비트에 대한 후선택 측정 \(\Pi^\phi\) 이전의 시스템 큐비트와 미터 큐비트는 아래와 같은 상태로 주어지게 된다: 

\( |\psi\rangle_s|0\rangle_m + g \mathbf{B} \mathbf{A} |\psi\rangle_s |1\rangle_m. \)

따라서 시스템 큐비트에 대한 후선택 측정 이후 미터 큐비트의 규격화된 조건부 양자상태는 아래와 같다:

\( |\chi_g\rangle_m \approx |0\rangle_m + g \langle \mathbf{B} \mathbf{A} \rangle_w |1\rangle_m. \)

여기서 측정량 두개의 순차적인 곱, 즉 \(\mathbf{B} \mathbf{A}\)로 부터 정의된 약한값 \(\langle \mathbf{B} \mathbf{A} \rangle_w\)을 순차적 약한값 sequential weak value 이라고 하며 이는 다음과 같다: 

\( \langle \mathbf{B} \mathbf{A} \rangle_w \equiv \frac{{{}_s\langle \phi|\mathbf{B} \mathbf{A} |\psi\rangle_s}} {{{}_s\langle \phi|\psi\rangle_s}}= \frac{{\rm Tr} [ \Pi^\phi \mathbf {BA} \rho ] }{ {\rm Tr} [ \Pi^\phi \rho ] }. \)

아무리 약한 양자측정일지라도 측정의 순서가 약한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위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최근 실험적으로도 검증되었다 [18].

그렇다면 이러한 순차적 약한값 측정을 양자정보과학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양자프로세스 quantum process \(\mathcal{\hat E}\)의 직접적인 측정에 활용할 수 있다. 정량적으로 동작을 확인하고 싶은 양자프로세스 \(\mathcal{\hat E}\)가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양자프로세스 토모그래피 quantum process tomography: QPT 를 수행해야 한다. QPT는 프로세스 행렬 process matrix 의 재구성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를 위해서 매우 많은 투영측정과 측정결과를 이용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d\)차원의 양자상태에 대한 양자프로세스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d^4\)개의 독립적인 측정을 필요로 한다. 순차적 약한값 측정을 활용하면 프로세스 행렬의 특정 요소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양자프로세스가 제대로 구현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충실도 fidelity 는 이론적인 프로세스 행렬과 실제 실험에서 구한 프로세스 행렬을 비교해서 구하게 되는데, 충실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프로세스 행렬의 요소가 몇 개로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프로세서 행렬의 요소를 직접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d^4\)개의 독립적인 측정 및 프로세스 행렬의 재구성이 불필요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그림 8의 \(\mathbf{A}\)와 \(\mathbf{B}\)를 적절히 선택하고 그 사이에 양자채널 \(\mathcal{\hat E}\) 배치한 후 순차적 약한값을 실험적으로 찾아내면 된다 [18].

뿐만 아니라 순차적 약한값 측정을 이용하면 양자측정과 측정 반작용에 따른 양자상태의 변화를 매우 정밀하게 추출할 수 있다. 특히 여러번의 약한 양자측정을 통해 양자상태 변화의 궤적을 만들고 후선택 측정을 통해 최종적인 양자상태를 초기 양자상태와 같게 만들면 양자측정만을 통해 양자상태가 변하는 닫힌궤적을 만들수 있울 것이다. 그렇다면 측정의 강도가 양자상태에 기하학적 위상 geometric phase 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측정의 세기와 측정 반작용에 의한 기하학적 위상의 관계가 순차적 약한값 측정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되었다 [19]. 이러한 결과는 기하학적 위상을 통한 양자정보처리의 연구로 연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6.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약한 양자측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에서 시작해 약한 양자측정이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연구에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를 가급적 많은 독자에게 쉽게 소개하고자 하였다. 고전물리에서는 약한측정은 숨어있는 참값을 정확히 알려주지 못하므로 일반적으로 나쁜 측정일 것이다. 양자물리에서는 약한측정이 반드시 나쁜 측정이 아니며, 약한 양자측정은 양자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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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Y. S. Kim, J. C. Lee, O. Kwon, & Y.-H. Kim, Nat. Phys.. 8, 1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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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Y. Kim et al., npj Quantum Inf. 7, 13 (2021).
[18] Y. Kim et al., Nat. Commun. 9, 192 (2018).
[19] Y.-W. Cho et al., Nat. Phys. 15, 665 (2019).

김윤호
포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