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생활 속의 모든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항상 최선의 것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일상에서는 이게 지나치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쌓여 적당히 한 것보다 못한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수학의 세상에서는 항상 최선의 것만을 추구하는, 또 그것을 깊이 연구하는 분야가 여러 가지 있다. 이런 이론들은 세상의 현상이 어떤 것을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가정한다. 극단적이지만 또한 자연스러운 이런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수학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이해하고자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글에서 다룰 내용은 그런 이야기들의 몇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2. 알레시오 피갈리
2018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Alessio Figalli는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 연방공대ETH-Zurich에 재직 중이다. 세계 최고의 수학자 중 한 사람인 그는 34세의 젊은 수학자로, 최적운송이론optimal transport theory의 전문가이다. 이글에서는 최적운송이론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편미분방정식과 기하학에서의 결과들을 중심으로 피갈리 교수의 업적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최적운송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The Simons Foundation, IMU
3. 최적운송: 가장 싸게, 또는 가장 좋게 운송하는 방법에 대하여
나폴레옹이 유럽 지역을 호령하던 1700년대 말 격변의 시기에, 프랑스 수학자 몽쥐Gaspard Monge, 1746-1818는 최적운송이론의 시초가 되는 수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면 전국에 산재한 철광석 광산들과 제철소들을 서로 연결할 때 (예를 들면 서로를 이어주는 철도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운송비용이 가장 적게 들게 연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운송비용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광산들의 분포와 제철소들의 분포는 수학적으로 각각 공간상의 확률밀도함수1probabililty measure \(f(x)\), \(g(y)\)로 기술할 수 있고, \(x\)라는 광산과 \(y\)라는 제철소 사이의 단위물자를 옮기는 단위운송비용은 또 다른 함수 \(c(x,y)\)로 기술할 수 있다. 여기에서 \(c(x, y)\)는 두 지점 \(x, y\) 사이의 거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f(x)\)는 \(x\)라는 광산의 광물생산량, \(g(y)\)는 \(y\)라는 제철소의 광물수요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이 광산과 제철소들을 연결하는 운송계획을 세운다고 하자. 예를 들면 광산들이 \(x_1, x_2, x_3\) 라는 지점에 있고 제절소들이 \(y_1, y_2, y_3\)라는 지점에 있을 때, 각각 서로를 연결하는 방법, 즉 운송 계획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 예로, \(x_1 \mapsto y_2\), \(x_2 \mapsto y_1\), \(x_3 \mapsto y_3\)인 운송계획 \(P_1\)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일단 광산들의 생산량이 모두 같고 제철소들의 수요도 같을 때, 즉 모든 \(x, y\)에 대해 \(f(x) = g(y)\)인 경우를 생각하기로 하자. 그럼 이 운송계획 \(P_1\)에 해당하는 총 운송비용은 다음과 같다.\[c(x_1, y_2) f(x_1)+ c(x_2, y_1) f(x_2) + c(x_3, y_3)f(x_3)\]이 경우를 좀 더 일반적인 형태로 쓰면, 광산 \(x\)에서 제철소 \(y\)로 연결하는 사상 \(T\), 즉, \(T(x)=y\)를 운송계획으로 생각할 수 있고, 이 때 요구되는 총 운송비용은 다음과 같은 적분의 형태가 된다:
\[\begin{align}\label{eq:Monge}
\int c (x, T(x)) f(x) dx.
\quad \cdots \quad (1)\end{align}\]
(여기에서 적분 \(\int\) 은 여러 항들의 합을 아주 많은, 또는 무한히 많은 항들의 합들로 일반화한 개념이다.) 그런데 좀 더 일반적으로는 각 광산과 제철소의 생산량과 수요가 서로 같을 이유가 없고, 하나의 광산을 하나가 아닌 여러 제철소와 연결할 수도 있다. 이때는 각각의 광산에서 여러 곳의 제철소들로 어느 만큼씩 분배하여 물자를 옮길지도 운송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때 \(x\)에서 여러 곳의 \(y\)라는 지점들로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 즉 운송계획을 \(p(x, y)\)라는 확률밀도 함수로 쓸 수 있고, 이에 해당하는 총 운송비용은 다음과 같은 적분의 형태로 쓰인다.
\[\begin{align}\label{eq:Kantorovich}\int \left[ \int c(x, y) p(x, y) dy \right] dx.\quad \cdots \quad (2)\end{align}\]
여기에서 안의 적분, 즉 \(\displaystyle \left[ \int c(x, y) p(x, y) dy \right]\)은 각 광산 \(x\)로부터 발생하는 운송비용이고, 전체적분 \(\displaystyle \int \left[ \int c(x, y) p(x, y) dy \right] dx\)은 그 각각의 비용들을 모든 광산에 대해서 다 더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최적운송문제는 이렇게 얻어지는 운송비용을 최소로 만드는 운송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사실 이 두 번째 식 \((2)\)는 몽쥐에 의한 것이 아니고 훗날 러시아의 수학자 칸토로비치Leonid Kantorovich, 1912-1986에 의해 1940년대에 고안된 것이다. 첫 번째 식 \((1)\)의 대단히 자연스러운 확장인 \((2)\)는 대단한 통찰을 준다. 실제로 몽쥐는 첫 번째 문제 즉, \((1)\)를 최소화하는 사상 \(T\)를 찾는 이론을 확립하지 못한다.2 반면에 칸토로비치의 문제, 즉 \((2)\)를 최소화하는 운송계획 \(p\)를 찾는 것은 이론적으로 어렵지 않고, 이 문제는 산업공학 분야의 시초가 된 선형계획법linear programming 이론의 시발점이 된다. 칸토로비치는 이 업적과 경제학적인 응용으로 197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4. 편미분방적식과의 관련: 몽쥐-앙페르 방정식Monge-Ampère equation
최적운송이론은 자연스럽게 경제학, 확률론 등의 분야에서 연구되어 오다가, 1980년대에 프랑스의 얀 브레니어Yann Brenier교수가 최적운송이론을 편미분방정식이론과 연결시키면서 커다란 전환을 맞게 된다. 편미분방정식은 미분방정식의 일종으로 현대 과학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방정식으로, 이 방정식들의 해solution들은 숫자값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시간-공간상에 정의된 어떤 함수들이 된다. 역학, 전자기학 등에서의 라플라스 방정식, 열 방정식, 파동 방정식, 맥스웰 방정식, 유체역학에서의 오일러 방정식, 나비어-스톡스 방정식, 상대성이론의 아이슈타인 방정식, 게이지이론의 양-밀즈 방정식 등 많은 중요한 방정식들이 있다.
브레니어 교수는 단위운송비용 \(c(x,y)\)가 \(x,y\) 사이의 거리의 제곱, 즉, \(|x-y|^2\)으로 주어지는 경우에 해당하는 최적운송이 다음과 같은 편미분방정식3의 해, 즉 어떤 함수 \(u\)로부터 얻어짐을 보였다:
\(\begin{align}\label{eqn:M-A}\det \left[D^2 u (x)\right] = f(x)/ g(\nabla u (x))\quad \cdots \quad (3)\end{align}\)
이 방정식은 몽쥐-앙페르Monge-Amp`ere방정식이라고 불리는데 몽쥐가 곡면의 기하학적인 문제들을 연구하기 위해 고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det D^2 u (x)\)는 \(u\)의 그래프가 나타내는 곡면의 곡률값과 관련이 있다. 몽쥐-앙페르 방정식과 그 변형들은 편미분방정식론과 미분기하학의 중요한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어, 필즈상 수상자이자 유명한 기하학자인 야우싱퉁Yau, Shing-Tung교수를 포함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몽쥐의 방정식은 최적운송이론과는 전혀 관계없이 연구되었다가 200여 년이 더 흐른 후에 브레니어에 의해 최적운송이론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브레니어 교수의 발견은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 예로 현대 편미분방정식론의 최고 대가 중 한 명인 텍사스 대학의 루이스 카파렐리Luis Caffarelli교수가 브레니어의 결과에 고무되어 몽쥐-앙페르 방정식의 정상성regualrity, 즉 방정식의 해로 주어지는 함수들이 얼마나 연속성, 미분가능성을 가지는지-좀 더 기하학적으로는, 그것들이 만드는 그래프가 얼마나 부드러운 곡면을 만드는가-에 대한 놀라운 연구결과들을 얻게 된다. 또한 토론토 대학의 로버드 맥칸Robert McCann교수는 학위논문에서 브레니어의 결과를 물리적인 최적화 문제에 응용하면서, 확률밀도함수들에 대한 에너지와 엔트로피들에 대한 이동적 볼록함displacement convexity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제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과들은 나중에 2010년 필즈상 수상자인 세드릭 빌라니 Cedric Villani 교수와 더 나아가서는 그의 제자4인 피갈리 교수의 중요 업적들과 연결된다.
4-1. 몽쥐-앙페르 방정식의 정상성regularity
미분방정식의 해들은 자연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예를 들면 라플라스 방정식5, 즉,
\(\begin{align}\Delta v = 0 \quad \cdots \quad (4)\end{align}\)
은 가장 근본적인 미분방정식 중 하나로, 이것의 해solution들은 물리에서 전기장, 중력장, 온도의 분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이런 미분방정식의 해들을 어떤 함수 꼴로 나타내는 방법을 찾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수학자들은 해들이 갖는 여러 정량적 또는 정성적 성질들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연구해왔다.
현대 미분방정식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약한해weak solution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일차원적 함수 \(v(x)\)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미분방정식을 생각해 보자: \[v″(x) =0.\] 즉, 두 번 미분이 \(0\)이 되는 성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분을 하지 않고도 이 미분방정식과 동치인 다음의 성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임의의 두 점 \(x_0\), \(x_1\)와 \(0\)과 \(1\) 사이의 임의의 실수 \(t\)에 대하여 \[v((1-t)x_0 + tx_1) = (1-t) v(x_0) + t v(x_1)\]이 성립한다.”
위 성질은 미분 가능한지 모르는 함수들에 대하여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미분가능함을 알지 않아도 (또 실제로 미분 가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분방정식이 의미하는 근본적인 성질을 만족하는 함수를 ‘약한해’라고 한다. 어떤 약한해가 주어진 미분방정식이 요구하는 미분 가능성을 가질 때 (예를 들면 \(v″(x) =0\)에서는 두 번 미분 가능한 성질), 이런 해들은 강한해strong solution라고 불린다. 앞의 예 \(v″(x) =0\)는 라플라스 방정식 \(\Delta v=0\)의 일차원 형태이다. 라플라스 방정식의 경우에는 약한해가 사실 강한해가 되며, 이는 이 방정식에서 \(\Delta v\)라는 형태의 미분작용소가 타원적 정상성elliptic regularity이라고 알려진 중요한 성질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미분방정식에서 약한해가 강한해가 아닌 경우는 많이 있고, 유체역학의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에서는 약한해가 강한해가 되는지가 알려지지 않아 클레이 연구소의 백만 달러 문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
몽쥐-앙페르 방정식에서도 러시아의 유명한 수학자 알렉산드로프A. D. Alexandrov, 1912-1999가 20세기 중반에 제시한 약한해의 개념이 있으며, 알렉산드로프의 약한해는 식 \((3)\)의 \(f(x)\)와 \(g(y)\)가 적당한 기하학적 조건을 만족하면 존재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당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 약한해가 강한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약한해 \(u\)가 주어진 \(f(x)\)와 \(g(y)\)가 좀 더 좋은 성질들을 가졌을 때 그것들로부터 얼마나 좋은 성질을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소위 정상성regularity 문제와 그와 관련된 특이성singularity 문제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있다.
몽쥐-앙페르 방정식의 정상성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이 많은 진전을 이루었는데 그중에서도 루이스 카파렐리 교수의 90년대 초반 성과들이 중요하다. 카파렐리의 업적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몽쥐-앙페르 방정식, 보다 일반적으로는 소위 완전비선형fully nolinear 편미분방정식을 다루는 효과적인 기하학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점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여러 결과 중에서도, 카파렐리 교수는 식 \((3)\)에서 우변 \(f(x)/ g(\nabla u (x))\)가 함수의 연속성을 만족할 때 방정식의 해, 즉 함수 \(u\)가 소볼레프 형태의 두 번 미분가능성6을 가진다는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
피갈리 교수는 구이도 디필리피스Guido De Phlippis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3)\)의 우변 \(f(x)/ g(\nabla u (x))\)의 연속성이 없어도 해 \(u\)가 여전히 소볼레프 형태의 두 번 미분가능성을 가진다는 예상치 못했던 성과를 이뤄냈다.[1] 편미분방정식 \((3)\)에 주어지는 조건을 약화시킴으로써 이 방정식이 훨씬 더 광범위한 경우에 적용된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피갈리-디필리피스의 결과는 몽쥐-앙페르 방정식의 근본적인 이해에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곧바로 기상학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세미지오스트로픽 방정식semi-geostropic equation에 중요하게 사용된다. 세미지오스트로픽 방정식은 1980년대에 영국의 기상학자이자 수학자인 마이크 큘렌Mike Cullen교수가 커다란 지역에서의 대기흐름(예를 들면 태풍의 이동)을 이해하기 위하여 유도하였다. 좀 복잡한 형태의 모양을 갖는 이 방정식은 몇 가지 편미분방정식들의 조합system인데, 이 중에는 다음과 같은 몽쥐-앙페르 방정식이 포함된다:\[\begin{align*}\det D^2 P = \rho.\end{align*}\]여기에서 난제는 우변 \(\rho\)에 대하여 특정한 조건(예를 들면, 연속성)을 임의로 더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전체적인 세미지오스로픽 방정식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P\)가 적어도 소볼레프 형태의 두 번 미분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피갈리-디필리피스의 결과는 세미지오스트로픽 방정식이 의미있는 해를 가진다는 것을 증명하여 이 기상학적 모델에 수학적인 기초를 제공하였다. 이제 피갈리 교수의 중요한 기하학적 업적을 알아보자.
5. 가장 좋은 모양에 대하여
자연계에는 아름다운 모양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물방울의 모양, 비누거품의 모양 등이 수학적으로 많이 연구되어왔다. 이러한 연구의 근본적인 생각 중 하나는 물방울이나 비누거품의 모양이 관련된 물리적 또는 기하학적인 양을 최적화하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3차원의 공 모양ball을 생각해 보자. 공 모양은 수학적으로 여러 가지 성질을 갖지만, 가장 흥미로운 성질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공 모양은 같은 부피를 가지는 모양 중에서 경계곡면의 넓이가 가장 작은 모양이다.”
이 결과는 등주부등식isoperimetric inequality이라고 불리린다. 이차원의 경우, 즉, 평면상의 원 모양에 대해서는 이천 년 전부터 디도 여왕Queen Dido의 문제7라고 알려져왔다. 등주부등식은 19세기에 들어서야 수학적 증명이 이루어졌고, 현재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위 유클리드 공간뿐만 아니라, 좀 더 일반적인 리만 공간 (예를 들면, 레비-그로모프 부등식Levi-Gromov inequality), 또는 보다 더 광범위한 형태의 공간들(예를 들면, 네트워크를 설명하는 그래프공간)에 여러 가지 버전으로 확장되었다.
5-1. 가장 좋은 모양으로 바꾸어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하여
여기서 잠깐 위의 등주부등식의 증명을 생각해 보자. 최적운송을 사용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증명이 가능하다. 부피가 \(1\)인 임의의 모양 \(X\)에서 부피가 \(1\)인 공 모양 \(B\)로의 최적운송사상 \(T: X \to B\)를 생각했을 때, 사상 \(T\)와 \(X\)의 경계곡면의 넓이를 관련지을 수 있는데, 이 연관성과 최적운송에서 생기는 성질에 의하여 \(X\)의 경계곡면의 넓이가 \(B\)의 경계곡면의 넓이보다 커짐을 알 수 있다. 이 증명방법에서 핵심은, \(X\)라는 모양을 가장 좋은 모양 \(B\)로 바꾸어 바라보는 방법으로 최적운송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두 대상을 서로 연결하는 좋은 성질을 갖는 사상을 찾고, 그 성질을 이용하여 두 대상을 비교하려는 생각은 어찌보면 대수학적인 분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기하학적 문제에 이를 적용한 것은 독창적인 것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사용한 등주부등식의 증명은 20세기 최고 기하학자 중 한 명인 미하일 그로모프Mikhail Gromov교수가 제안하였다.8
5-2. 가장 좋은 모양의 안정성 문제
좀 더 물리적인 문제로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크리스탈crystal의 모양을 수학적으로 연구한 울프Wulff의 모델이 있다. 울프 모델은 경계곡면의 넓이에 크리스탈 원소가 만드는 특정한 성질을 결합한 에너지함수를 최적화하는 모양으로 크리스탈의 모양이 정해진다는 이론이다. 등주부등식은 이 이론의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고, 경계곡면의 넓이로 에너지가 주어졌을 때, 이를 최적화하는 크리스탈의 모양이 공 모양이 된다는 것이다. 로버트 맥칸 교수는 그의 학위논문에서 이동적 볼록함 displacement convex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울프 모델의 크리스탈 모양들이 주어진 에너지에 의해 유일하게 결정됨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다. 피갈리 교수는 프란체스코 마기Francesco Maggi, 알도 프라텔리Aldo Pratelli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이를 더욱 발전시켜 크리스탈 모양들의 정량적인 안정성을 보이게 된다.[2] 여기서 안정성이란 에너지 함수가 최소값에 가까운 변형된 모양들은 원래의 크리스탈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정량적이라 함은 모양들의 다른 정도를 어떤 양으로 잴 수 있고 그 값을 에너지의 값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모양의 기하학적 차이] ≤ [에너지의 차이]
와 같은 식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안정성 결과가 일반적인 크리스탈 모양에 대하여 얻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공 모양인 경우 소위 말하는 대칭화 symmetrization의 방법을 통해 이미 많은 결과가 있었고, 안정성 문제 역시 이미 후스코Nicola Fusco, 마기, 프라텔리 세 사람에 의해 얻어졌다. 하지만 일반적인 크리스탈 모양에 대해서는 대칭화의 방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피갈리, 마기, 프라텔리 교수는 최적운송사상의 방법론을 통해 기존에 전혀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결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인 것이다. 피갈리 교수는 여러 공동연구를 통해 최적운송의 방법론을 더욱 발전시켜 많은 난해한 부등식들의-예를 들면 브런-민코프스키 부등식Brunn-Minkovski ineqaulity, 로그-소볼레프 부등식Log-Sobolev inequality등의-정량적인 안정성을 얻었다.
6. 피갈리의 다른 업적들
이처럼 피갈리 교수는 창의적인 개념과 방법론을 도입하여 어려운 미해결 문제들을 풀어왔다. 앞서 소개한 업적들 이외에도 피갈리 교수는 최적운송사상의 정상성 문제를 일반적인 공간, 즉, 곡률을 갖는 미분기하학적인 공간으로 확장하는 문제, 그리고 이를 다시 공간의 기하학과 연결하는 문제, 또는 편미분방정식의 자유경계값문제, 동역학에서의 오브리 집합Aubry set에 대한 문제[4] 등에서 최정점의 결과를 이루어냈다. 또한 메사추세츠 공대의 알리스 귀요네Alice Guionnet교수와 함께 최근 확률론에서 각광받는 분야인 랜덤행렬이론에 근사최적운송approximate transport map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새로운 보편성universality 결과를 이끌어냈다.[3] 가장 최근에는 공동연구자인 세라Joaquim Serra박사와 함께 편미분방정식의 자유경계값이론free boundary theory에서도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를 얻게 된다.[5] 아직 34세밖에 안 된 이 열정적인 연구자는 앞으로 더욱더 흥미로운 이론과 결과들을 보여줄 것이다.
7. 나가는 말
개인적으로 피갈리 교수가 20대 초반일 때부터 그를 알아 왔다. 박사학위 과정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그것도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끝낸 점 등 특별한 면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매일 규칙적으로 일하는 그의 성실성과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스스럼 없는 인간미였다. 이 글을 읽는 학생 중에 피갈리 교수처럼 인간미 있고 성실하면서 창조적인 학자들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 A. Figalli and G. De Philippis, W2,1 regularity for solutions of the Monge-Ampère equation, Invent. Math., 192 (2013), no. 1, pp.55-69.
- A. Figalli, F. Maggi, and A. Pratelli, A mass transportation approach to quantitative isoperimetric inequalities, Invent. Math., 182 (2010), no. 1, pp.167-211.
- A. Figalli and A. Guionnet, Universality in several-matrix models via approximate transport maps, Acta Math., 217 (2016), no. 1, pp.81-176.
- A. Figalli, G. Contreras and L. Rifford, Generic hyperbolicity of Aubry sets on surfaces, Invent. Math., 200 (2015), no. 1, pp.201-261.
- A. Figalli and J. Serra, On the fine structure of the free boundary for the classical obstacle problem, Invent. Math., 게재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