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 되면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누구일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물리학자들의 최대 관심 분야인 노벨물리학상은 2018년 레이저 물리학 두 분야의 세 명의 과학자에게 수여되었다. 이번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은 광학집게Optical Tweezer의 발명과 그 응용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아서 애쉬킨Arthur Ashkin 박사, 극초단 레이저 펄스를 아주 높은 출력으로 증폭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인 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을 발명한 제라드 무루Gérard Mourou 교수와 도나 스트리클랜드Donna Strickland 교수이다.

2018년 노벨물리학상이 물리학의 응용분야로 알려진 레이저에 집중된 점을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벨의 유언에 따른 노벨물리학상의 기본취지를 살펴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노벨물리학상은 물리학 분야에서 중요한 물리적 현상을 밝힌 경우뿐만 아니라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한 사람에게도 수여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레이저 혹은 빛을 필요로 하는 많은 연구와 응용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레이저 분야의 매우 중요한 기술들을 묶어 선정한 것이기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광학분야 연구자들 간에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빛을 다루는 학문인 광학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노벨상을 많이 배출한 학문분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빛 혹은 레이저와 관련된 업적에 수여된 노벨상은 지금까지 대략 20여 건 이상 되지 않을까 한다. 레이저 관련 분야에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예로는 알베르트 아인스타인Albert Einstein의 광전효과를 들 수 있다. 광전효과는 레이저의 기본 원리인 유도방출을 통해 빛의 증폭을 설명하는 핵심이론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중력파의 경우도, 관측의 핵심기술은 레이저를 기반으로 한다. 참고로 중력파를 최초로 실험적으로 관측한 기관인 라이고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의 이름을 풀어보면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이다.

2018년 노벨물리학상의 1/2을 수상한 미국 벨연구소의 애쉬킨 박사는 올해 97세로 역대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이다. 이전까지 노벨상 최고령 수상자는 2007년 90세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레오니트 후르비치Leonid Hurwicz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애쉬킨 박사는 2002년 88세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레이먼드 데이비스 주니어Raymond Davis Jr. 교수의 기록도 훌쩍 넘어섰다. 조만간 100세 이상의 수상자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2018년 노벨물리학상의 나머지 1/2은 처프 펄스 증폭 기술을 발명한 프랑스 에콜 폴리텍 및 미국 미시간 대학의 무루 교수와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스트리클랜드 교수가 수상했다. 아직도 현직에서 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무루 교수는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어 국내의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스트리클랜드 교수 또한 2013년 미국광학회장을 역임할 즈음 한국광학회와의 협력 건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특히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서로 사제 간이고, 스트리클랜드 교수는 물리학 분야에서 55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한 역대 3번째 여성 과학자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210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여성 수상자는 이번 스트리클랜드 교수를 포함해 단 3명뿐이니 예로부터 노벨물리학상은 남성 과학자들이 사실상 독차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2명의 과학자는 1903년 방사선원소 및 물질에 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Marie Curie 박사와 1963년 원자핵 껍질 모델을 정립한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Maria Goeppert Mayer 박사이다. 잘 알려진 대로 퀴리 박사는 이 후 노벨화학상도 수상하였다. 앞으로 물리학 분야의 노벨상을 수상할 여성 과학자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이제 금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각 발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애쉬킨 박사의 Optical Tweezer 혹은 Single-Beam Gradient Force Trap이라 불리는 광학집게는, 집게 대신 레이저를 이용해 아주 작은 입자를 손상 없이 포획하거나 그 위치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크기가 작아지면 사람의 손가락으로 잡는 게 쉽지 않다. 콩이나 쌀 한 톨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손가락 두 개로 집을 수 있지만, 그 크기가 좁쌀 크기로 줄어들면 거의 불가해진다. 이때 끝이 뾰족한 집게나 핀셋을 사용하면 좁쌀만 한 물질도 잡을 수 있긴 하지만 물질의 크기가 더욱더 작아지면 일반 핀셋으로 잡기는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작은 입자에 레이저빔을 집속해 빛을 쪼여주면 레이저빔이 핀셋 역할을 하여 입자를 원하는 위치로 옮기거나 특정한 위치에 잡아 둘 수 있게 된다.

애쉬킨 박사가 제안한 광학집게는, 고도로 레이저 빔을 집속했을 때 초점 근처로 입자를 잡아당기는 힘gradient force 및 운동량 보존을 이용해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작은 유전체를 포획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빛을 이루는 입자인 광자는 공간에서 진행하다 다른 입자 안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면에서 분산dispersion에 의해 굴절되어 방향이 꺾이면서 운동량이 변한다. 이때 광압 차이가 생기면서 입자가 빛에 끌려가게 되는데, 광초점 방향으로 알짜힘이 만들어지면서 입자는 빛의 세기가 가장 센 레이저 빔 중앙에 포획되게 된다. 마치 역학에서 배운 용수철의 복원력과 같이, 광초점에 입자를 끌어당겨서 포획된다. 입자의 크기가 입사되는 빛의 파장보다 훨씬 큰 경우에는 기하광학적 모델로 설명할 수 있지만, 입자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나노미터 수준인 경우 전기장 내에서 전기쌍극자가 받는 힘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 할 수 있다. 구슬처럼 완벽한 구 형태의 입자의 경우 대칭성에 의해 입자 내부에 초점이 더 잘 형성되어 포획이 더 잘 된다. [그림1]은 집속된 레이저빔에 의해 입자가 초점 중앙으로 포획되는 원리를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이번 노벨물리학상과 관련된 주요 논문은 1986년 애쉬킨 박사가 첫 번째 저자로 광학전문학술지 Optics Letters에 발표한 논문이다. 지금까지 약 6200번 이상 인용된 이 논문은 광학집게 기술로 유전체 입자를 처음으로 포획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1] 애쉬킨 박사는 이 논문 훨씬 전부터 광압radiation pressure을 이용해 아주 작은 입자를 포획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왔다. 1970년 이미 이와 관련된 대한 논문을 발표하여 연구자들 사이에서 4600번 이상 인용되었다.[2] 그런데 첫 논문 저자를 유심히 보면 마지막 저자가 스티브 추Steven Chu 교수인 것을 볼 수 있다. 잘 알려졌듯추 교수는 제 12대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한 물리학자인데 1997년에 이미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추 교수의 업적은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포획한 것인데, 이에 대한 기본 원리는 광학집게에서 온 것이다. 당시 학계에서는 애쉬킨 박사도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것이라 예측했었지만, 예측이 빗나간 아쉬움을 미루다가 20여년이 지난 2018년에 드디어(?) 수상자가 되었다.

광학집게는 의학, 생물학 분야를 비롯해 많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포 혹은 나노입자 등을 손상 없이 포획하거나 위치를 움직이고 분류할 때에도 응용 가능하며, 체외수정 혹은 DNA를 늘리거나 꼬임을 제어하는데에도 응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원자포획, 나노포토닉스, 고해상도 이미징 시스템 등에도 응용되고 있는 첨단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두 번째 레이저 물리학 분야의 획기적인 발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 분야는 필자의 연구 분야와도 관련이 많아 여느 때의 노벨물리학상보다 감회가 깊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랜드 교수는 처프 펄스 증폭을 통해 극초단 레이저 펄스의 세기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였으며, 이 기술은 현재 여러 분야에서 무수히 많이 응용되고 있다. 그런데 처프 펄스가 무엇인지는 관련 분야 사람이 아니면 그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처프Chirp’란 새가 짹짹짹하고 지저귈 때 시간에 따라 소리가 낮은 주파수에서 높은 주파수로 변하는 현상, 즉 시간에 따라 주파수가 변조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랜드 교수의 발명은 이 원리를 극초단 펄스 증폭에 응용한 것이다. 이 기술은 아주 짧은 레이저 펄스, 즉 펨토초(10-15s) 수준의 레이저 펄스를 효율적으로 증폭하는 기술로, 기본 원리는 펄스를 시간상에서 아주 긴 펄스로 늘려 증폭한 후 마지막 과정에서 다시 원래 상태의 극초단 펄스로 재압축하는 것이다. 현재 초고속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이 응용되고 있는 전 세계 대부분의 연구실, 병원 혹은 산업체에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 응용범위도 상당히 방대한데 이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몇 가지 예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과 관련된 극초단 펄스 레이저 증폭기술에 대한 주요 논문은 1985년 광학전문학술지 Optics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논문인데, 주 내용은 증폭된 처프 펄스를 재압축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구현한 결과로 지금까지 4700번 이상 인용되었다. 그 당시 스트리클랜드 교수는 로체스터 대학에서 연구하던 무루 교수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는데 그때의 업적으로 금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이다. 이점은 아마도 현재 전 세계 연구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또한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기여한 두 발명의 주요 논문은 소위 말하는 사이언스, 네이처 논문도 아니고 광학 분야의 유수학술지이지만 인용지수impact factor 역시 아주 높지도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위의 두 기술들이 레이저 물리학 분야의 획기적인 발명이라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연구자에게 매우 높이 평가되며 꽤 많이 인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2]는 처프 펄스 증폭 원리를 간단히 기술한 것이다. 펄스당 에너지 혹은 세기가 낮은 극초단 펄스를 효율적으로 증폭하기 위해, 먼저 회절격자에서의 분산을 이용하여 짧은 펄스가 지닌 여러 주파수 성분들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많이 지연시켜 시간상에서 펄스의 길이를 아주 길게 (일반적으로 1000배 이상) 늘린다. 시간상에서 펄스의 길이를 늘이면 레이저펄스의 첨두출력peak power과 면적당세기intensity는 역으로 감소하는데, 이렇게 세기가 작아진 레이저 펄스를 증폭단에서 아주 많이 증폭시킨 후, 마지막 과정에서 추가적인 다른 회절격자로 구성된 압축기를 통해 원래의 시간폭으로 재압축하면 큰 첨두출력과 에너지를 지닌 극초단 펄스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기술로 수 패타와트(1015 Watt: PW) 이상의 첨두출력을 지닌 수십 펨토초 펄스 방출도 가능해 첨단연구에 응용되고 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왜 극초단 펄스를 바로 증폭하지 않고 번거로운 늘림-증폭-재압축 과정을 통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초기의 낮은 펄스에너지를 지닌 극초단 레이저 펄스를 시간상 늘림과정 없이 증폭하게 되면 면적당 세기 및 첨두출력이 너무 커져 증폭장치와 그 내부의 광학부품들이 모두 견디지 못하고 손상 혹은 파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에서 설명한 과정이 아주 강력한 극초단 레이저 펄스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펄스의 늘림과 재압축 시 주로 회절격자가 사용되나, 프리즘 혹은 광섬유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처프 펄스 중폭 혹은 증폭된 고출력 극초단 펄스의 응용에 대하여 알아보기 이전에 아주 짧은 펄스, 소위 말하는 극초단 (혹은 초고속) 펄스가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알아보자. 극초단 펄스라 하면 일반적으로 펄스의 시간폭이 피코초(10-12s) 이하 펨토초(10-15s)인 것을 말한다. 흔히 극초단 펄스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을 극초단ultra-short 혹은 초고속ultra-fast 기술이라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세기가 무척 높아 초강력ultra-intense 기술이라고도 하며, 또한 초정밀ultra-precise 기술, 혹은 초광대역ultra-broadband 기술이라고도 한다.

 

레이저는 작동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속으로 발진하는 레이저를 연속발진continuous-wave; CW 레이저라 하며, 이때 레이저의 출력은 작동하는 동안 일정하게 방출된다. 또한 일정한 시간 간격을 가지고 레이저가 펄스형으로 발진하는 경우를 펄스레이저라고 한다. 레이저에서 일정한 주기로 방출되는 레이저 펄스의 반치폭 크기에 따라 시간상의 펄스길이가 정의된다([그림3] 참고). 만약 같은 평균출력을 방출하는 연속발진 레이저와 펄스레이저가 있다고 가정할 때, 레이저의 첨두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레이저가 펄스로 작동해야 하고, 발진하는 동안 에너지를 펄스 안에 가둘 수 있다면 첨두출력이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펄스의 길이를 줄이면 줄일수록 첨두출력은 증가하므로, 극초단 펄스의 첨두출력은 그야말로 무척 크다.

 

이제 펨토초가 얼마나 빠른가에 대한 감을 얻기 위해 다음의 예를 보자. 빛은 1초에 30만 km를 진행하는데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약 30만 km이니 우리가 눈을 한번 천천히 깜박하는 1초 동안 빛은 지구에서 달까지 도달한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빛이라도 100펨토초 안에는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인 30마이크로미터의 거리밖에 진행할 수 없으니 펨토초가 무척 빠른 시간 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펨토초 펄스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은 ‘초고속’ 기술인 동시에 ‘초강력’ 기술이다. [그림4]는 각 시간 범위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의 몇 가지 예를 보여준다. 현재 전자 부품 및 장치들은 아무리 빨리 작동해도 피코초 수준이 한계이므로 이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피코초 이하의 초고속 현상들을 직접적으로 관측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극초단 펄스 레이저를 이용하면 분자의 진동·회전 운동, 광합성 등 펨토초 시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에서 기술했듯 시간상에서 펄스길이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첨두출력은 증가하지만 펄스를 무한대로 짧게 줄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극초단 펄스 레이저 공진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최대 첨두출력은 대략 수십 메가와트(MW) 수준에 이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처프 펄스 증폭 기술인데, 레이저 공진기로부터 방출된 펨토초 펄스를 증폭해 첨두출력을 더욱더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 초고출력 극초단 펄스를 요구하는 다양한 응용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림5]는 증폭된 극초단 펄스 레이저의 첨두출력의 크기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각 시간범위에서의 첨두출력과 연속으로 방출되는 연속출력을 비교한 몇 가지 예다. 극초단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면, 연속적이지는 않지만, 지구에 비치는 총 태양광 세기에 해당하는 출력을 아주 짧은 펨토초 시간 내에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극초단 펄스 레이저와 증폭된 초강력 극초단 펄스 레이저는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기기 등 실생활과 밀접한 응용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며 막대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응용의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극초단 펄스 레이저의 경우 안과에서 라식수술에 이용되고 있는데, 기존 라식에 비해 펨토라식은 보다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수술 후 회복 기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부작용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다.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지는 않으나 위에 언급한 장점으로 인해 해외의 몇몇 대학병원에서는 이미 상용화를 시작한 단계이다. 산업용 응용으로는 초미세 물질 가공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극초단 펄스 기반의 장점은 가공할 수 있는 물질의 종류가 유리, 유전체, 반도체, 금속 등으로 다양하며, 가공 부위 주변에 열로 인한 손상이 훨씬 적다는 점이다. 또한 물질 내부에 정밀한 미세구조를 새기는 것도 가능하다. 강한 첨두출력의 빛을 쪼였을 때 자가집속self-focusing에 의해 물질이 변형되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내부에 새긴 3차원 나노황소가 하나의 좋은 예다.[4]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응용도 꽤 광범위하다. 1999년에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아메드 즈웨일Ahmed Zewail 교수가 분자세계에서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인 펨토초 분광법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2005년에는 펨토초 주파수 빗frequency comb을 이용한 정밀분광에 노벨물리학상이, 2014년에는 회절한계diffraction limit를 극복할 수 있는 펨토초 레이저 기반 유도방출감쇄 현미경Stimulated Emission Depletion Microscopy; STED 기술에 노벨화학상이 수여되었다. STED는 특히 생물학 분야에서 초고분해 이미징 연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초강력 극초단 펄스 레이저는 고전자기장 물리, 즉 플라즈마 발생 및 가속, 입자 생성 및 가속, 아토초(10-18s) 물리, 나아가 핵융합 연구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5]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더불어 현재 한국에서도 광주 고등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고등광기술연구소에 세계 최고 수준인 4 PW급 초강력 극초단 펄스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구축해 강력장 물리 및 아토초 물리 관련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그림6]은 초고속 고출력 레이저 개발 및 출력 향상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1960년 첫 레이저가 개발된 이후 레이저의 첨두출력 혹은 면적당 세기intensity를 높이기 위해 펄스 발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과 이에 필요한 레이저 매질들이 개발되었다. Q-switching라는 기법을 기반으로 나노초·피코초 펄스 레이저가 개발되었으며, 레이저 공진기 내에서 공진하는 모드간 위상을 제어하는 기술인 mode-locking을 이용해 펨토초 펄스 방출이 가능한 레이저가 개발되었다. 펄스의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첨두출력을 어느 수준까지는 증가시킬 수 있었으나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침체된 첨두출력은, 1985년 제안된 처프 펄스 증폭 기술을 기반으로 다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무루 교수는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와 미시건 대학교를 거쳐 2005년 고국인 프랑스로 돌아와 에콜 폴리테크닉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유럽의 극한광 시설인 ELSExtreme Light Infrastructures 건설을 처음 제안하고 추진하였다. 현재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유럽 3개국에 ELS가 건설 중이며, 10PW급 레이저를 갖춘 시설을 몇 년 내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초강력장 기반 기초 및 응용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끝으로, 201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위의 두 발명이 물리, 생명, 화학 등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 및 의료분야에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두 발명이 표면상으로는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레이저 물리학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로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획기적인 연구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에도 이러한 기술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학문적 발견 혹은 발명이 더 많이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A. Ashkin, J.M. Dziedzic, J.E. Bjorkholm, S. Chu, "Observation of a single-beam gradient force optical trap for dielectric particles," Optics letters 11, 288 (1986).
  2. A. Ashkin, "Acceleration and trapping of particles by radiation pressure," Physical Review Letters 24, 156 (1970).
  3. D. Strickland, G. Mourou, "Compression of amplified chirped optical pulses," Optics Communications 55, 447 (1985).
  4. S. Kawata et al., "Fine features for functional microdevices," Nature 412, 697 (2001).
  5. G. A. Mourou et al., "Optics in the relativistic regime," Rev. Mod. Phys. 78, 309 (2006).
이상민
KAIST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