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디

표준 모형과 초대칭 이론

초중력 이론의 의미와 역사를 되돌아보기 전에, 입자 물리학이 무엇인지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입자 물리에서 대칭성이 갖는 중요성, 초대칭 이론이 만들어진 동기와 중요성 등을 우선 간결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입자물리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소립자의 상호작용을 대칭성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입자물리에서는 강한 핵력strong interaction, 약한 핵력weak interaction, 그리고 전자기력 등 중력을 제외한 자연계의 기본적인 힘을 다룬다. 특히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은1960년대 후반에 셀던 글래쇼Sheldon Glashow, 보스턴 대학,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텍사스 오스틴 대학, 압두스 살람Abdus Salam, 런던 임페리얼 대학이 처음 제안하였다.[1] 표준 모형의 중요한 요소인 게이지 대칭성gauge symmetry으로 인해 약한 핵력을 전달하는 W, Z 보존 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론적으로 도입되었다. (게이지 대칭성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설명하고자 한다.) 약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인 W, Z 보존들은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와는 달리 질량을 갖고 있다. 그 결과 낮은 에너지 영역에서는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이 서로 다른 힘처럼 나타난다. 이후 CERN의 LEP과 Fermilab의 Tevatron과 같은 거대 가속기 시설에서 수행한 입자물리학 실험에서 W, Z 보존 입자들이 발견되었고, 정밀하게 측정된 약한 상호작용의 특성은 표준모형의 예측과 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4년에 피터 힉스Peter Higgs, 에딘버그 대학와 프랑스와 앙글레르Francois Englert, 브뤼셀 자유 대학는 W, Z 보존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으로 힉스 메카니즘을 제안했고[2], 2009년부터 가동된 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 [그림1] 실험에서 2012년 힉스 보존 입자가 발견되면서 그 타당성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3] 입자물리의 표준모형과 힉스 입자의 발견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하기 바란다.[4]

 

입자물리의 기본적인 힘인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은 세기가 서로 다르고 작용 범위, 즉 힘이 미치는 거리도 제각각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글래쇼-와인버스-살람 모형에서는 게이지 대칭성이란 것이 붕괴되어 있는 탓에 낮은 에너지에서 전자기힘과 약한 핵력이 서로 다른 힘인 것처럼 나타난다. 하지만 높은 에너지 영역에서는 게이지 대칭성이 복원된다는 측면에서, 서로 다른 힘에 대한 통일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강한 핵력의 세기가 다른 두 힘보다 훨씬 커서 기본적인 힘들을 통일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해 보였다. 다행히도 양자장론의 결과에 의하면 기본적인 힘들의 세기는 에너지에 따라서 변하고, 특히 강한 핵력의 세기는 높은 에너지로 갈수록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 알려졌다.[5] 이에 따라 1974년에 하워드 조자이Howard Georgi, 하버드 대학와 셀던 글래쇼Shaldon Glashow, 보스턴 대학는 표준 모형의 기본적인 세 힘을 높은 에너지에서 통일시키는 통일장 이론을 제안했었다.[6]

자연계의 시간과 공간은 균일하고 등방적isotropic이다. 이를 수학적으로는 푸앵카레Poincare 대칭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빛의 속도가 일정하게끔 관측자의 시공간이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로렌츠Lorentz 대칭성이라고 한다. 푸앵카레 대칭성과 로렌츠의 시공간 대칭성에 의거해서 입자들의 스핀spin을 분류할 수 있다. 스핀은 고전적 입자가 자전 운동할 때 생기는 각운동량과 유사한데, 푸앵카레와 로렌츠 대칭성에 따르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스핀은 0, ½, 1, 3/2, 2 등 불연속적인 값 중에 하나를 갖는다. 스핀은 질량이나 전하량처럼 입자의 고유한 특성에 해당한다. 표준모형의 게이지 대칭성은 같은 스핀 값을 갖는 서로 다른 입자들 사이의 변환에도 불구하고 자연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성질을 표현하는 수학적인 방법이다. 게이지 대칭성은 게이지 장gauge field이라는 수학적 양을 통해 표현되는데, 게이지 장을 통해 같은 크기의 스핀을 갖는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기본적인 힘을 기술하는 것이 표준 모형의 기본적 틀이다.

표준모형으로 대표되는 입자 물리학에서는 푸앵카레와 로렌츠 대칭성, 그리고 게이지 대칭성의 적용을 통해 기본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기본적인 힘들을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다. 우선 입자물리의 기본적인 힘은 스핀값이 1인 기본 입자의 교환으로 이해할 수 있고, 쿼크나 렙톤 같은 기본적인 소립자들의 스핀값은 ½이다. 또한 힉스 메카니즘으로 예측된 힉스 입자는 스핀이 0이다. 이처럼 입자물리에서 모든 힘과 물질은 모두 특정한 스핀을 갖는 기본적인 소립자들로 기술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약도 있다. 로렌츠 대칭성에 따르면 서로 다른 스핀을 갖는 입자들은 서로 구별된다. 즉 한 스핀값을 갖는 입자는 결코 다른 스핀 값의 입자로 바뀔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표준모형의 게이지 대칭성은 오직 같은 스핀값을 갖는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만을 통합적으로 기술한다. 힘을 전달하는 입자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는 서로 다른 스핀을 가지므로, 힘과 물질은 엄연히 구별되며 이들을 통일하는 것은 표준 모형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를 콜만-만둘라 정리Coleman-Mandula theorem라고 부른다.

놀랍게도 1974년에 율리어스 베스Julius Wess, 칼스루에 대학와 브루노 추미노Bruno Zumino, UC 버클리 대학는 스핀 값이 ½ 만큼 차이 나는 입자들 사이에도 어떤 대칭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였는데[7], 이를 초대칭supersymmetry이라고 부른다. 초대칭에 따르면, 스핀이 1인 입자는 그것과 질량이 똑같고 스핀이 ½인 초대칭짝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스핀이 0인 입자는 질량이 같고 스핀이 ½인 초대칭짝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초대칭은 서로 다른 스핀을 갖는 입자들을 통합해줌으로써, 표준모형의 기본적인 힘과 입자에 대해 좀 더 통일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앞서 언급한 콜만-만둘라 정리는 로렌츠 대칭성에 기반을 둔 증명이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스핀을 갖는 입자들이 구별될 수 있었다. 반면 초대칭 이론은 페르미-디락 통계를 따르는, 스핀 값이 ½인 새로운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시공간을 양자공간초공간, Superspace으로 확장한다. 어떤 입자가 스핀값이 1/2만큼 차이 나는 다른 입자로 변환할 때, 양자 공간으로부터 스핀 1/2을 빌리거나 반대로 덜어줄 수 있기 때문에, 총 스핀 값은 변환 과정에서 보존된다.

 

 

 

스핀이 ½만큼 다른 두 개의 입자를 서로 바꾸는 양자공간이 1개인 경우를 N=1 초대칭이라고 한다. N=1 초대칭은 표준 모형을 초대칭적인 모델로 확장하는데 적용되었다. 만약 자연계에서 초대칭이 깨지지 않았더라면 표준모형에서 다루는 입자와 질량이 똑같은 초대칭 짝입자가 이미 발견되었어야 한다.[그림 2] 그러나 아직까지 초대칭 입자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초대칭은 자연에서는 깨져 있는 대칭성이어야 한다. 즉, 표준모형의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이 힘을 전달하는 입자의 질량에 의해서 구별되듯이, 초대칭의 깨짐의 결과로 초대칭 입자가 표준모형의 짝에 비해서 무거워지게 된다. 만약 초대칭 입자가 TeV 정도의 질량(전자 질량의 약 백만 배)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거꾸로 실험에서 관측된 힉스 입자의 질량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LEP, Tevatron, LHC 등 대형가속기 실험에서 표준모형 입자에 대한 초대칭짝을 찾는 데 주력해왔으나, 아직까지 초대칭 짝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뉴턴의 중력 이론에서는 시공간이 고정되어 있는 반면에,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인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물질이 시공간을 바꾸고 시공간은 물질의 운동에 영향을 준다.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시공간의 변형은 빛의 속도로 전파하는 중력파를 생성한다. 전자기파에 해당되는 입자를 광자라고 부르듯, 중력파에 해당되는 입자를 중력자graviton라고 부르는데, 중력자의 스핀 값은 2이다.[8] 2015년에 LIGO 레이저 간섭계는 블랙홀의 쌍성에 의한 중력파를 측정하여 일반상대성 이론을 직접적으로 검증하였다.[9] 이로써 지구, 태양계로부터 은하의 거시 구조에 이르기까지 일반상대성 이론은 잘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입자 물리학의 세 가지 힘에 비해서 중력은 그 힘이 미약하여 아원자sub-atomic 세계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무시할 수 있다. 입자물리의 세 가지 힘은 높은 에너지에서 양자장론의 효과로 인해 하나의 힘으로 통일될 수 있음을 보일 수 있었던 반면에, 중력 이론에는 높은 에너지에서 양자장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힘의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이를 양자중력의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중력의 양자효과를 무시할 수 있는 낮은 에너지 영역에서만 중력 현상을 다루곤 했었다. 중력과 입자물리의 다른 힘을 통일하는 통일장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꿈이기도 했다.

 

게이지 대칭성으로서 초중력

1976년에 세르지오 페라라Sergio Ferrara, CERN, 다니엘 프리드만Daniel Freedman, MIT, 그리고 피터 반 니우벤호이젠Peter van Nieuwenhuizen, Stony Brook([그림 3-1])은 베스와 추미노의 초대칭 이론을 초중력Supergravity으로 확장하여 중력과 다른 힘들의 통합적인 이해에 기여하였다.[10] 이 업적으로 페라라, 프리드만, 반 니우벤호이젠은 지난 2019년 8월 기초물리 분야 특별 브레이크스루 상Special Breakthrough Prize in Fundamental Physics을 수상하였다. 이 상은 2012년 러시아의 유리 밀너Yuri Milner가 세운 기초물리상 재단Fundamental Physics Prize Foundation에 의해 매년 기초 물리, 생명 과학, 수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거둔 과학자들에게 수여 되는 명예로운 상이다.

유리 밀너는 러시아에서 입자물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물리학자이고, 사물 인터넷 및 소셜 미디어의 투자자이며 과학 분야의 자선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리 밀너는 고 스티븐 호킹과 함께 구상한 스타샷 프로젝트Starshot project라는 우주 탐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그램 정도로 가벼운 “나노 우주선”을 빛의 속도의 20%의 속도로 이동 시켜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또 다른 행성계인 센타우르스자리 알파Alpha Centauri에 20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야심 찬 계획이다. 같은 기초물리상 재단에는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보드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과학자들에게 브레이크스루 상이 수여된 바 있는데, 특히 블랙홀의 호킹 복사와 양자 중력에 기여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이 2013년에, LIGO에서 중력파를 발견하는데 공헌을 한 로날드 드레버Ronald Drever, 킵 손Kip Thorne과 레이너 와이스Rainer Weiss가 2016년에, 펠사의 발견에 공헌한 조세린 벨 버널Jocelyn Bell Burnell이 2018년에 같은 상을 수상하였다.

 

 

페라라 교수는 1973년부터 CERN 이론 그룹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는데, 그 당시에 초대칭의 창시자인 베스와 추미노 교수가 모두 CERN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덕분에 페라라 교수는 초대칭 연구의 최첨단에서 선구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고, 특히 추미노 교수와의 공동 연구는 추후 초중력의 발견에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했다고 한다. 1941년에 윌리엄 라리타William Rarita와 줄리언 슈윙거Julian Schwinger는 스핀 3/2을 갖는 라리타-슈윙거 입자를 처음으로 도입했다.[11] 1970년대에 프리드만 교수는 미국의 스토니 브루크Stony Brook에서 라리타-슈윙거 입자와 중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페라라 교수를 만나 공동 연구를 하게 되었고, 스토니 브루크의 동료인 반 니우벤호이젠과 함께 초중력 이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각도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서로 다른 대륙에서 활동하던 연구자들이, 연구의 전문성을 통해서 공동 연구를 이룬 성공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표준모형에서는 기본적인 힘이 게이지 대칭성, 정확히 말하면 국부 대칭성local symmetry에 의해 기술된다. 예를 들어 시공간이 격자로 구성되어 있고, 각 시공간의 점에 시계가 하나씩 놓여 있다고 하자. 전체 시공간은 물론 하나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지만, 막상 각 시계의 시침은 모두 제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때 국부 대칭성은 한 점의 시계와 다른 점의 시계의 시침의 차이를 보정해서 모두 동일한 시간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일종의 지침서다. 1974년에 베스와 추미노가 도입한 초대칭 이론에서는 초대칭의 변화, 즉 한 입자를 스핀이 ½ 만큼 차이 나는 다른 입자로 변화시키는 것은 시공간과 무관하게 변화시키는 광역 대칭성global symmetry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광역 대칭성은 시공간의 어느 점이나 시계의 시침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에 해당되므로 시차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양자장론에서 광역 대칭성을 국부 대칭성으로 일반화하면, 입자들 사이에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자연스럽게 도입된다. 마찬가지로 초대칭의 광역 변환을 게이지 대칭성 또는 국부 대칭성으로 일반화한 것이 초중력 이론이다. 그 결과 일반상대성 이론과 초대칭의 통합이 이루어졌고, 스핀 2인 중력자의 초대칭짝으로서 스핀이 3/2인 그래비티노gravitino 입자가 필수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그래비티노는 라리타-슈빙거 입자라고도 불린다. 표준모형에서는 게이지 대칭성의 자발적인 붕괴를 통해서 W, Z 보존이 질량을 얻었던 것처럼, 초중력에서는 초대칭이 자발적으로 붕괴하면 초대칭의 게이지 입자인 그래비티노가 질량을 얻게 된다.[12]

 

초끈 이론 혁명과 초중력

초대칭에 의해 시공간에 양자공간이 도입되었고, 초대칭이 국부 대칭성으로 확장되면서 시공간의 대칭성도 필연적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초중력 이론은 일반적인 시공간의 대칭성을 기술하는 일반상대론 이론을 양자시공간으로 확장한 것에 해당한다. 즉 1976년에 페라라-프리드만-니우벤호이젠에 의해서 발견된 초중력 이론은 4차원 시공간에서 N=1 초대칭과 일반상대론을 결합하였다. 그러나 초중력 이론에서도, 높은 에너지에서 양자장론을 여전히 적용할 수 없었고, 중력과 입자물리의 다른 힘들에 대한 통합적인 기술을 하지 못했다. 반면 N=1 초중력을 확장하여 4차원 시공간에서 N=1을 넘어서는 초중력 이론을 고려할 수 있으나, 이 이론은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들을 기술하기 어렵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10차원이나 11차원 시공간에서 초중력은 고차원의 N=1 초대칭으로 기술이 가능하다.

1984년에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캠프리지 대학과 존 슈와르츠John Schwarz, Caltech는 10차원 시공간에서 양자 이상항quantum anomalies 문제가 없는 초중력 이론을 정의하기 위해서 큰 게이지 대칭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13] 이때 발견된 10차원 초중력 이론들은 중력과 다른 힘들을 통합시키고, SO(32) HET이형 초끈이론, Heterotic string, E8 x E8 HET, SO(32) type-I, type-IIA, type-IIB 등 다섯 가지 초끈 이론을 낮은 에너지에서 기술할 수 있는 초중력 이론에 해당한다. 초끈 이론에서는 입자가 끈으로 대체되므로, 입자물리와 달리 양자효과가 발산하지 않아서 양자 중력을 기술할 수 있다. 이를 1차 초끈 이론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이후 10차원 초중력 이론으로부터 표준 모형을 포함하는 4차원 초중력 이론을 유도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보이지 않는 여섯 개의 여분 차원들은 칼라비-야우Calabi-Yau 공간이라는 작은 공간으로 축소됨compactification이 보여졌다.[14] 이는 물리학과 수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연구 분야가 개척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E8 x E8 HET 초끈 이론의 10차원 이론을 4차원으로 차원 축소시키면, 4차원에서 N=1 초중력과 E6 게이지 대칭성의 대통일장 이론을 얻을 수 있고, 이는 표준모형의 게이지 대칭성을 자연스럽게 통합한다.

 

1차 초끈 혁명 이후, 여전히 다섯 개의 서로 달라 보이는 초끈 이론은 1995년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 IAS에 의해서  M-이론으로 통합될 수 있음이 보여졌다.[15] M-이론은 11차원 시공간의 초중력으로 기술이 가능하고, 10차원의 E8 x E8 HET 초끈 이론이 11차원의 경계에서 정의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리고 조 폴친스키Joe Polchinski, UC 산타바바라가 “디리클레-막D-brane, Dirichlet-brane”을 발견하면서[16], E8 x E8 HET 초끈 이론을 넘어서서, “디리클레-막”이 있는 시공간에서  모순이 없는 초끈 이론들과 베켄슈타인-호킹Bekenstein-Hawking의 블랙홀 엔트로피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 시기를 2차 초끈 이론 혁명이라고 부른다.

이후 1997년 후안 말다세나Juan Maldacena, IAS는 5차원 AdS 시공간의 초중력 이론(또는 초끈 이론)이 AdS시공간의 4차원 경계에서 정의되는 등각 장론Conformal Field Theory과 동일하다는 가설을 제안하였다.[17] 이를 AdS/CFT 이중성이라고 부르며, 이는 3차 초끈 이론 혁명에 해당한다. 초기에는 4차원 시공간에서 N=4 초대칭과 등각 대칭성을 갖는 이론에서 출발하였지만, 다양한 시공간에서 AdS/CFT 이중성이 확장되었고, 유체 역학, 쿼크-글루온 플라즈마, 고체물리의 강한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데 AdS/CFT 이중성이 응용되었다.

 

초중력과 입자 우주론

은하의 회전 속도 곡선, 우주배경복사, 중력 렌즈 효과의 관측 결과는 빛으로 확인된 물질로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의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물질, 즉 암흑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페라라-프리드만-니우벤호이젠에 의해 발견된 4차원  N=1 초중력 이론에서는 그래비티노라는 스핀이 3/2인 페르미온 입자의 존재가 예측되었고, 이 새로운 입자는 중력과 비슷하게 표준모형의 입자들과 약한 상호작용을 한다. 그래비티노가 표준모형의 초대칭짝들보다 가볍다면, 이 입자는 우주에서 안정된 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어서 우주의 암흑 물질을 구성하는 주요 입자 성분이 될 수 있다.[18] 따라서 표준모형의 다른 초대칭 입자들과 함께 그래비티노를 검출하는 것은 LHC와 같은 입자물리 실험에서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되었다.

반면에 빅뱅 우주는 균일성, 등방성 등 초기 조건 문제들이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81년에 앨런 구스Alan Guth, MIT는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안하였다.[19]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빅뱅 직후에 우주가 급속하게 가속팽창하는 시기가 존재했는데, 그 시기는 인플레이션 이전에 있을 수 있는 비균일성이나 비등방성이 없애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배경복사의 온도가 거의 균일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예측은 WMAP이나 Planck 위성을 통한 우주배경복사의 정밀한 관측 결과와 일치함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기술하는 “표준 모형”은 알려져 있지 않고, 다만 다양한 입자물리의 모형들이 존재한다. 초중력 이론은 인플레이션의 메카니즘을 밝힐 수 있는 도구로서 적용되어 왔고, 최근까지도 페라라 교수는 초중력 이론에서 인플레이션의 모형을 연구하는 데 집중해왔다.[20] 그리고 1997년에 사울 펄무터Saul Perlmutter, UC 버클리 대학,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t, 호주 국립대학와 아담 리스Adam, Riess, 존스 홉킨스 대학는 초신성의 관측으로부터 현재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음을 보였고[21], 이를 통해 우주 상수에 가까운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예측하게 되었다. 초신성 관측으로 유도된 우주 상수의 값은 입자물리의 표준모형 예측값과 크게 벗어나 있는데, 이를 우주 상수의 문제라고 한다. 페라라 교수는 N=1 초중력에서는 초대칭이 깨지는 경우에도 우주 상수를 작은 값으로 얻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고, 우주 상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하였다.[22]

 

초중력 이론의 전망

초대칭의 게이지 이론으로서 초중력이 이론적으로 발견된 지 올해로 43년이 되었다. 표준모형의 힉스 메카니즘이 이론적으로 제안되고 실험적으로 발견되기까지 48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초중력 또는 초대칭을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일이 아니다. LIGO 실험을 통해 중력파가 발견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 이론이 직접 검증되기까지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도 상기해볼 일이다. 초중력 이론은 10차원이나 11차원의 고차원 시공간에서 초중력 이론으로 확장되었고, 이는 양자중력 이론인 초끈 이론과 직접 맞닿아 있다. 보이지 않는 여분 차원들과 더불어 표준모형의 초대칭짝들을 발견하는 것은 고차원 초중력과 양자중력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므로, 차세대 대형 가속기 실험이나 우주 관측 실험에서 초중력 이론의 힌트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S. L. Glashow, “Partial Symmetries of Weak Interactions,” Nucl. Phys. 22, 579 (1961) ; S. Weinberg, “A Model of Leptons,” Phys. Rev. Lett. 19, 1264 (1967); A. Salam, “Weak And Electromagnetic Interactions,” Originally printed in ”N. 
Svartholm: Elementary Particle Theory, Proceedings of The Nobel Symposium Held 
1968 at Lerum, Sweden” 367-377 (1968). 

  2. F. Englert and R. Brout, “Broken Symmetry and the Mass of the Gauge Vector Mesons”, 
Phys. Rev. Lett. 13, 321 (1964); P.W. Higgs, “Broken symmetries, massless particles and gauge fields,” Phys. Lett. 12, 
132 (1964); P.W. Higgs, “Broken Symmetries and the Mass of the Gauge Bosons”, Phys. Rev. L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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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rank Close, “Infinity Puzzle: Quantum Field Theory and the Hunt for an Orderly Universe”, Basic Books (2013).
  5. D.J. Gross and F. Wilczek, “Ultraviolet Behavior of Non-Abelian Gauge Theories,” Ph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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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H. Georgi, S. Glashow, “Unity of All Elementary-Particle Forces ”, Phys. Rev. Lett. 32, 438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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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A. Einstein, “Approximative Integration of the Field Equations of Gravitation”, Sitzungsber. Preuss. Akad. Wiss. Berlin (Math. Phys.) 1916, 688 (1916); A. Einstein, “Über Gravitationswellen”, Sitzungsber. Preuss. Akad. Wiss. Berlin (Math. Phys.) 1918, 154 (1918).
  9. B. P. Abbott et al. [LIGO Scientific and Virgo Collaborations], “Observation of Gravitational Waves from a Binary Black Hole Merger”, Phys. Rev. Lett. 116, 061102 (2016).
  10. D. Z. Freedman, P. van Nieuwenhuizen and S. Ferrara, “Progress Toward a Theory of Supergravity”, Phys. Rev. D13, 3214 (1976).
  11. W. Rarita and J. Schwinger, “On a Theory of Particles with Half-Integral Spin”, Phys. Rev. 60, 61 (1941).
  12. E. Cremmer, B. Julia, J. Scherk, S. Ferrara, L. Girardello and P. van Nieuwenhuizen, “Spontaneous Symmetry Breaking and Higgs Effect in Supergravity Without Cosmological Constant”, Nucl. Phys. B147, 105 (1979).
  13. M. B. Green and J. H. Schwarz, “Anomaly Cancellation in Supersymmetric D=10 Gauge Theory and Superstring Theory”, Phys. Lett. 149B, 117 (1984).
  14. P. Candelas, G. T. Horowitz, A. Strominger and E. Witten, “Vacuum Configurations for Superstrings”, Nucl. Phys. B258, 46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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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중앙대학교 물리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