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기원 : 팽창하는 우주

물질이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공간은 균일함을 유지하면서 팽창한다. 팽창하는 공간은 물질의 상태에 변화를 유발한다. 물질은 중력을 발휘해 공간을 팽창시킴으로써 스스로 변화의 동력을 만든다. 우주의 팽창이 만드는 물질 상태 변화의 중요한 장면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공간이 팽창하면 물질의 에너지밀도가 변하는데, 그 양상에 따라 물질의 상태를 분류할 수 있다. 우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 상태는 (압력이 에너지밀도의 3분의 1인) 복사, (압력이 없는) 물질, (압력이 에너지밀도와 같고 음인) 진공에너지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물질은 에너지밀도가 부피에 반비례해서 줄어들고, 복사는 부피의 3분의 4제곱에 반비례해서 물질보다 조금 더 빠르게 줄어들고, 진공에너지는 부피와 무관하게 일정하다. 물질의 종류에 따라 에너지밀도의 변화 양상이 다르므로 전체 에너지밀도에서 각각이 차지하는 비중도 시간에 따라 바뀐다. 최초에는 복사의 비중이 가장 큰 복사지배 시대, 다음에는 물질의 비중이 가장 큰 물질지배 시대, 그리고 이어서 진공에너지(또는 암흑 에너지)지배 시대로 이어진다.

우주 초기에 물질은 열평형에 있는 기본입자들의 플라즈마 상태인데 높은 온도로 인하여 복사 상태가 된다. 온도는 입자들의 평균 운동에너지를 나타낸다. 온도(운동에너지)가 입자의 질량보다 크면 입자는 질량이 없는 광자(복사)와 같은 행동을 한다. 복사는 공간이 팽창하면 적색이동이 일어나 온도가 부피의 3분의 1제곱에 반비례해서 내려가는데, 이것이 복사의 에너지밀도가 물질보다 그만큼 빨리 줄어드는 이유이다. 팽창에 따른 복사 온도의 변화는 물질 상태 변화를 가져오는 동인이다. 기본입자들은 제각각 질량이 다른데, 질량과 온도의 대소 관계에 따라 입자들의 밀도가 크게 달라진다. 기본입자들은 모두 입자와 반입자 쌍으로 구성되어 쌍생성과 쌍소멸을 통해 다른 입자들과의 수적 평형을 유지하는데, 온도가 질량보다 내려가면 쌍소멸을 통해 더 가벼운 입자로 전환되며 플라즈마에서 (극미량만 남긴 채) 사라지기 때문이다. 온도가 계속 내려가면서 질량이 큰 순서대로 입자들은 플라즈마에서 사라진다. 결국 가장 가벼운 입자들이 최종적으로 남는데, 표준모형을 따르면 광자와 3종의 중성미자가 남고, 원자의 재료가 되는 양성자와 전자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것은 은하와 별과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열평형이 깨지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양성자와 전자를 남겨놓아야 한다. 이렇게 남겨진 물질이 훗날 물질지배 시대를 연다. 물질지배 시대 이후에도 남아 있는 복사(광자)의 온도는 계속 내려가서 현재 2.7K이 됐다.

온도가 내려가면 남아있는 입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더 안정된 상태로 이동하는 일도 일어난다. 복사지배 시대에 남겨진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해 더 안정된 핵을 만드는 과정이 일어나 헬륨과 소량의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만들어진다. 그 후 물질지배 시대에 남은 양성자와 생성된 헬륨 핵은 전자와 결합하여 더 안정된 상태인 원자를 만들게 된다.

온도가 충분히 내려가면 복사와 물질의 에너지밀도가 역전되면서 물질지배 시대가 되는데, 이때 물질 속에 숨겨져 있던 밀도요동이 커지기 시작한다. 밀도요동의 성장은 우주 구조들을 만들고, 마침내 원자들이 고도로 밀집된 별과 은하라는 복잡계가 만들어진다. 복잡계의 출현은 새로운 유형의 물질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런 여러 단계의 변화 과정들이 종합되어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원자의 기원 : 물질반물질 비대칭성과 바리온창조

표준모형에 따르면 모든 입자는 전하의 부호가 반대이고 질량과 수명 등 나머지 성질은 (거의) 똑같은 반입자가 존재한다. 입자-반입자가 쌍으로 존재함은 특수상대성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결과이고 입자-반입자가 똑같은 성질을 갖는 것은 표준모형이 가진 특별한 대칭성의 결과다.1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행성과 별은 모두 원자로 되어 있다. 원자는 쿼크들로 이루어진 핵과 렙톤인 전자로 구성되고, 쿼크와 렙톤은 제각각의 반입자가 있다. 그래서 원자에도 반원자가 존재한다. 실제로 수소의 반입자인 반수소를 만들어 조사해보니 수소 원자와 똑같은 성질을 가졌음이 입증됐다. 하지만 우주에는 입자가 대부분이고 반입자는 극소량만 발견된다. 물질 동역학에는 있는 입자-반입자의 대칭성이 왜 우주에는 깨져있을까? 우주가 시작할 때, 균일하고 편평하게 시작했을 확률이 작은 것과 마찬가지로, 입자-반입자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졌을 확률은 작다. 우주가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 상태일 때 모든 기본입자는 입자의 밀도와 반입자의 밀도가 (거의) 같았으리라 예상된다. 팽창으로 온도가 내려가면 무거운 입자부터 차례로 입자-반입자 쌍소멸이 진행되어 (극미량만 남고) 사라지는데, 마지막에 남는 바리온(바리온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통칭하는 명칭이다.)과 전자는 입자-반입자의 쌍소멸 후에도 입자 수와 반입자 수 사이에 비대칭이 있어야 한다. 비대칭의 크기는 입자 수와 반입자 수의 차이를 광자 수와 비교해서 표현하는데, 현재 우주의 모습을 얻으려면 광자 100억 개당 6개 정도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바리온-반바리온 쌍소멸이 일어나기 전에는 바리온의 수도 광자의 수와 거의 같으므로 비대칭성의 크기는 매우 작아 보인다. 하지만 바리온-반바리온의 대칭성이 완벽했다면 이보다 훨씬 적은 극미량의 원자가 남게 되고 현재 우주의 모습은 완연히 달라진다.

왜 물질과 반물질 중 한쪽만 남게 됐을까? 물질과 반물질의 속성이 완벽하게 같지는 않아서 상호작용에 조그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조그만 차이가 열평형이 깨지는 상황과 만나면 최종적으로 바리온 수와 반바리온 수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과정을 바리온창조라 부른다. 바리온창조가 어떤 과정으로 일어날지에 대해서 많은 시나리오들이 제안돼 있으나, 모두 표준모형을 확장해서 새로운 입자나 상호작용을 추가해야 가능하다. 바리온창조는 현재 남아있는 원자의 양을 결정하는, 그래서 우리의 존재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현재의 물리학으로는 아직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1 특수상대성과 양자역학을 결합하여 나온 이론이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다. 모든 양자장론에 적용되는 세 개의 기본적인 이산 대칭성이 있는데, 전하 켤레 대칭성charge conjugation symmetry, 공간 반전 대칭성parity symmetry, 시간 반전 대칭성time reversal symmetry으로, 각각 C, P, T 대칭성이라 부른다. 모든 양자장론은 세 대칭성을 결합한 CPT 대칭성이 있어야 하며, 여기에 더해서 전하 켤레 대칭성과 공간 반전 대칭성을 결합한 CP 대칭성이 있으면 입자와 반입자는 완벽하게 똑같은 성질을 가지게 된다. 표준모형에는 작은 크기의 CP 대칭성 깨짐이 있어서 입자와 반입자가 살짝 다른 성질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주의 바리온-반바리온 비대칭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

 

 

빅뱅 핵합성 : 남겨진 핵연료

바리온창조 과정으로 남겨진 양성자, 중성자, 전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재료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거의 같은 질량을 가졌으며 약한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변환될 수 있다.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살짝 더 무거운데, 우주 온도가 이 질량 차보다 높을 때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거의 같다가 온도가 질량 차보다 작아지면 열평형이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환되는 쪽으로 기울면서 양성자가 많아진다. 온도가 조금 더 내려가면 약한 상호작용의 작동이 줄어들면서 어느 순간 중성자-양성자 변환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 양성자-중성자 간 열평형이 무너지는 순간(빅뱅 후 2.3초, 온도 87억도)이 오는데, 이때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비가 6대 1 정도로 고정된다. 온도가 더 내려가 8억도(빅뱅 후 200초)에 이르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원자핵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시작되는데, 이를 빅뱅 핵합성big bang nucleosynthesis이라 부른다. 중성자는 서서히 붕괴하여 양성자로 변환되므로 빅뱅 핵합성이 시작될 때는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비가 7대 1로 된다.

핵합성 과정의 첫 단계는 양성자(수소)와 중성자가 뭉쳐서 헬륨-4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때 소량의 중수소, 헬륨-3, 리튬도 같이 만들어진다.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비가 7대 1이고, 헬륨-4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2개씩 있으므로,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양성자 14개와 중성자 2개를 재료로 헬륨-4는 1개 만들어지고 수소는 12개 남아서, 그 결과 수소와 헬륨-4의 개수비는 12대 1, 질량비는 3대 1이 된다. 현재 우주에서 관찰되는 헬륨의 질량비가 약 25%이므로 빅뱅 핵융합의 결과와 잘 맞는다.2 소량으로 만들어지는 중수소, 헬륨-3, 리튬의 양은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비율보다는 바리온의 총량에 많이 좌우되는데 이들의 양을 관측한 결과로부터 추정되는 바리온의 총량이 광자 100억개 당 바리온 6개다.

헬륨-4가 만들어진 후에도 핵들의 열평형이 계속해서 유지됐다면 더 무거운 핵을 합성하는 단계로 넘어가서 최종적으로 철을 합성하는 단계까지 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의 팽창으로 온도는 내려가고 핵들의 밀도가 떨어지면서 열평형이 유지되지 못해 빅뱅 핵융합 과정은 헬륨-4만 합성하고 멈췄다. 이 우연한 결과는 훗날 우리의 존재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양성자의 대부분이 핵을 합성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고, (양성자 중 7분의 1만 사용됐다.) 남은 양성자는 훗날 별이 빛을 발산하는 (별 핵합성 과정) 연료가 됐다. 만약 빅뱅 핵합성으로 양성자가 다 소진됐다면 별은 무거운 원소로만 구성돼 오랫동안 빛을 낼 수 없었을 것이고, 긴 시간이 필요한 고등 생명의 진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석탄의 형성이 비슷한 경우다. 대륙에 나무가 번성하기 시작한 석탄기에는 나무가 죽어도 이를 분해할 박테리아가 없어서 이들의 사체는 소진되지 않고 지표면에 남았다가 지질작용으로 석탄이 됐다. 이 석탄이 훗날 인류의 문명을 도약시키는 연료가 됐다. 빅뱅 핵합성이 쓰지 못한 양성자는 훗날 별의 연료가 되어 오랫동안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진화상의 도약을 가져왔다.

헬륨-4는 별 핵합성 과정에서도 만들어지지만, 합성된 양으로 따지면 빅뱅 핵합성으로 만들어진 양에 비교할 수 없다. 현재 관찰되는 수소와 헬륨-4의 질량비가 3대 1인데, 별 핵합성으로는 이렇게 많은 양의 헬륨-4를 만들 수 없으므로, 이는 빅뱅 핵합성이 실제로 있었다는 증거이다. 주계열별은 수소를 합성하여 헬륨-4를 만들면서 빛을 내지만, 이때 소모되는 수소는 별 전체 수소의 일부일 뿐이다.

 

 

구조의 기원 : 밀도요동의 성장과 암흑 물질

우주에 별과 행성이 형성되고 그 속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물질이 균일하게 흩어져 있지 않고 밀집된 영역이 생겨나고 이것이 성장하여 물질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만들 정도로 충분히 밀도가 커지면서 복잡계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 바리온(원자) 등을 포함한 우주의 평균 에너지밀도는 10-29g/cm3 (양성자 6개/m3) 이고, 바리온(원자)의 밀도는 전체 밀도의 5% (양성자 0.3개/m3) 다. 반면 별이나 우리 몸의 밀도는 1g/cm3 정도다. 물질, 그중에 특히 원자가 이 정도로 엄청나게 밀집되는 과정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복잡계의 출현을 가능케 한 우주 구조의 씨앗은 급팽창이 생성한 태초의 밀도요동이다. 이 밀도요동의 근원은 급팽창장의 양자요동이니, 우리는 모두 양자요동의 피조물인 셈이다. 크기가 10만 분의 1에 불과했던 태초의 밀도요동이 커져서 현재와 같은 구조물이 형성되는 데는 중력의 역할이 중요했다. 주변보다 물질이 밀집된 영역은 중력으로 주변의 물질을 끌어당겨 모으고, 그 결과 밀도요동의 크기가 성장한다. 하지만 물질이 가진 압력이 크면 밀도요동은 성장하지 않는다. (압력은 물질의 운동에너지를 반영한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뭉치기 어렵다.) 그래서 밀도요동의 성장은 우주가 복사지배 시대에서 물질지배 시대로 넘어간 이후에야 가능하다. 바리온 밀도요동의 성장에는 한 가지 제약이 더 있다. 바리온이 광자와 강하게 결합해 있는 동안은 광자의 큰 압력 때문에 바리온 밀도요동이 성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원자가 형성되면서 광자와 분리되는 빅뱅 후 38만 년이 지나서야 바리온 밀도요동의 성장이 시작된다. 만약 우주에 (압력이 없는) 물질이 바리온만 있었다면 밀도요동의 성장이 너무 늦게 시작돼 현재 관찰되는 정도로 구조물을 만들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리온창조(물질-반물질의 비대칭성)와 더불어 우주 구조 형성은 현재의 물질 동역학으로 우리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구조 형성 문제를 해결해줄 구세주는 암흑 물질이다. 암흑 물질은 빛(광자)과 상호작용이 없어서 그 압력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으며, 바리온을 양으로 압도해서 바리온의 영향 없이 자체로 밀도요동의 성장이 일어난다. 광자 때문에 밀도요동의 성장이 없던 바리온은 광자와 분리된 후 충분히 성장한 암흑물질의 밀도요동에 이끌려 밀도요동이 빠르게 성장해서 따라잡는다. 암흑물질은 구조 형성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은하와 은하단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가 여러 관측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암흑 물질이란 명칭에서 보듯이 현재의 물질 동역학인 표준모형에는 등장하지 않는 소립자(또는 다른 상태의 물질)임만 알고 있다.

밀도요동은 얼마나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물질이 작은 영역으로 모이면 (중력 수축) 중력 퍼텐셜 에너지가 감소한 만큼 운동에너지가 증가한다. 운동에너지는 열과 압력이 되어 물질이 어느 한계 이상의 작은 영역으로 모이는 것을 막는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 더 작은 영역으로 수축하려면 에너지를 방출해서 수축에 저항하는 압력을 수축하려는 중력보다 줄일 수단이 있어야 한다. 즉, 중력 이외의 다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원자들은 중력 수축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전자기 상호작용을 통해 복사를 방출하며 에너지를 줄여 수축을 지속할 수 있어서 엄청나게 밀도가 높은 별과 행성을 만들 수 있다.

 

 

복잡계의 기원 : 생명의 환경이 되는 별의 출현

별은 중력, 전자기, 강, 약 상호작용이 모두 협력해서 우주에 빛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놀라운 복잡계다. 별과 행성의 탄생은 물질의 밀도를 충분히 높이고 에너지의 흐름을 유지해서 다음 단계의 향상된 복잡계가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우주 역사에 새로운 전기가 됐다. 별과 행성이 제공하는 원소와 에너지의 흐름은 생명체라는 자기복제를 수행하는 복잡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별의 탄생은 거대한 가스와 먼지구름이 중력의 작용으로 뭉치면서 시작된다. 가스와 먼지구름은 밀도요동의 성장으로 형성됐을 수도 있고, 이전에 있던 무거운 별의 폭발로 형성됐을 수도 있다. 별의 일생은 대략 원시별, 별(주계열별), 죽음의 3단계로 나눈다. 원시별은 가스와 먼지구름이 중력 수축으로 중심부의 압력과 온도가 올라가면서 빛을 내는 단계이다. 수축에서 얻은 중력 퍼텐셜에너지 중 절반은 빛으로 방출되고 절반은 중심부를 가열하는 데 쓰여 온도와 압력은 증가하지만, 중력은 더 커지므로 수축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 중심부 온도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수소를 합성해서 헬륨을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고,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로 온도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중력과 균형을 이뤄 더 이상 수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빛을 방출하는 주계열별이 된다. 지속된 핵융합으로 중심부의 수소가 소진되면 별은 죽음의 단계로 접어든다. 이때 일어나는 일은 별의 질량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태양 질량 정도의 별은 중력 수축이 다시 진행되고, 중심부는 전자의 밀도가 높아져서 생긴 겹침압력과 중력이 균형을 이뤄 수축이 멈춰 백색왜성이 되고, 중심부 바깥쪽으로 이동한 핵융합 반응은 바깥쪽을 적색거성으로 부풀린 후 우주로 날려버린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은 중력 수축에 의해 더 높아진 온도로 헬륨을 합성해서 탄소를 만드는 과정을 비롯한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는 과정이 차례로 이어지고, 마침내 가장 안정된 핵인 철이 합성되면 별 핵합성 과정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면 중력 수축이 다시 일어나고 높아진 전자의 겹침압력으로 중심부의 양성자와 전자가 반응하여 모두 중성자로 바뀐다. 중력 수축이 계속되어 높아진 중성자 밀도에 의한 겹침압력이 중력 수축을 막을 수 있으면 중심부는 중성자별이 되고, 질량이 너무 커서 중력 수축을 막을 수 없는 경우 블랙홀이 된다. 최후의 수축과정에서 중심부 바깥쪽은 같이 수축하다 단단한 중심부에 막혀 바깥쪽으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초신성이 된다. 초신성 폭발은 별 핵합성 과정이 만든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로 되돌려준다. 초신성 폭발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나 더 하는데, 중심부 근처에서 많은 중성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바깥쪽의 무거운 원소들을 덮쳐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낸다.

 

 

별의 삶은 한 세대로 끝나지 않는다. 별의 죽음은 그동안 진행된 별 핵합성의 결과물인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로 돌려주고, 이들이 더해진 가스와 먼지구름에서는 다음 세대의 별이 탄생한다. 다음 세대의 별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은 무거운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진 행성의 출현을 가능케 한다. 이는 생명의 기원에도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지구의 생명체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화학반응에도 의존하고 있다. 원소 구성 등의 근거로 보아 태양은 초신성의 후손인 3세대 별로 추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혹자는 우리를 초신성의 후예라 부른다. 한편 별의 운명은 질량이 결정한다. 무거운 별일수록 핵융합 반응이 빠르게 진행되어 수명이 짧아지고, 최후는 격렬한 폭발로 마친다. 별이라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복잡계가 생겨나는 데는 별의 다양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무거운 별은 수억 년 이내의 짧은 삶 속에서 무거운 원소들을 합성해서 우주에 방출한다. 이 원소들은 다음 단계의 복잡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가벼운 별은 오랫동안 빛을 내면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오랫동안 유지되온 에너지의 흐름이 있었기에 생명의 진화가 생명체의 다양성을 만들 수 있었다.

별은 네 가지 상호작용의 협력으로 작동한다. 중력은 핵융합이 시작되는데 필요한 높은 에너지 장벽을 중력 수축을 통해 얻은 운동에너지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강 상호작용과 전자기 상호작용은 핵반응의 전반에 관여하고, 전자와 핵의 전자기 상호작용은 핵반응에서 나온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할 수 있게 해준다. 약 상호작용은 핵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상호작용이다. 별 핵융합은 양성자로부터 핵을 만드는 과정이고, 핵은 많은 중성자를 포함하기 때문에, 양성자를 중성자로 변환해주는 약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그 결과 별은 빛을 방출하는 만큼 약 상호작용의 결과물인 중성미자도 방출한다. 우주와 생명의 역사에서 네 가지 상호작용의 역할은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원소의 기원 :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의 몸은 지구의 원소를 활용해서 만들어진다. 행성의 원소는 몇 세대에 걸친 별 핵합성 과정의 결과물이다. 우주에는 세 종류의 핵합성 공장이 있다. 제1공장은 빅뱅 핵합성 과정으로 우주의 전역에서 동시에 일어났으며,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성하여 헬륨과 소량의 가벼운 핵을 만들었다. 현재 우주에 있는 헬륨 대부분은 이때 만들어졌다. 제2공장은 별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별 핵합성 과정이다. 중심부 온도에 따라 수소, 헬륨, 탄소, 네온, 산소, 규소 연소 반응이 차례로 진행되어 헬륨에서 가장 안정된 핵인 철 사이에 있는 여러 안정된 핵종을 만든다. 제3공장은 무거운 별의 죽음이나 두 별의 병합과정에서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이다. 폭발과정에서 많은 중성자가 퍼져나가면서 별 핵합성으로 만들어진 핵에 중성자 포획과정이 일어난다. 그 결과 별 핵합성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와 헬륨과 철 사이에 있는 여러 중간 핵들이 만들어진다.

 

 

우리의 몸을 다시 보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있기까지 우주에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많은 사건이 있었다. 급팽창장은 기본입자들을 생성하고 그 에너지를 써서 높은 온도의 복사 상태인 물질을 만들었다. 우주의 팽창으로 물질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바리온창조 과정은 훗날 원자의 재료가 될 양성자와 전자를 남겼다. 한편 급팽창장의 양자요동은 훗날 우주 구조의 씨앗이 될 밀도요동을 생성했다. 태초의 작은 밀도요동은 암흑 물질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하여 물질들이 우주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했으며, 원자의 밀도요동은 더욱 크게 성장하여 별을 만들었다. 별은 바리온창조가 남겨놓은 양성자를 재료로 다양한 원소를 합성했고, 그 원소들이 다시 별과 행성을 만들어 마침내 우리 몸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김항배
한양대학교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