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글들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연성 재료를 태워서 얻는 빛, 아크 방전이나 뜨겁게 달궈진 물체가 방출하는 백열광, 기체 방전의 자외선을 형광체로 변환시킨 빛, 이들은 인류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한 조명의 대표적 발광 원리다. 하지만 인류는 20세기 후반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빛을 만드는 시대를 일궈가고 있다. 바야흐로 고체가 내는 빛,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 LED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이오드란 실리콘Si과 같은 반도체에 적당한 불순물을 주입해 여분의 전자나 정공hole, 전자의 빈자리을 가진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를 만든 후 이 둘을 접합한 소자를 말한다. 특정 방향으로 전압이 걸릴 경우에만 전류가 흐르는 정류 소자로 활용되지만 전자와 정공이 접합부에서 만나며 방출하는 에너지가 빛으로 변하는 발광 다이오드가 바로 LED다. 주입한 전류가 빛으로 변환되는 전계발광 현상을 이용한 대표적 소자 LED, 빛을 내는 반도체는 언제 발명되고 활용되기 시작했을까?

  적외선이나 적색 LED와 같은 장파장 LED 소자는 1960년대 이미 개발되어 상용화에 돌입했고 곧이어 녹색이나 노란색 LED도 등장했다. 그러나 파장이 짧은 청색 LED가 세상에 등장하기까지 30여 년이 더 필요했다. 1990년대 초반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청색 LED는 새로운 방식으로 백색광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로 인해 촉발된 LED 조명의 시대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청색 LED 개발의 공로로 아카사키 이사무1929-2021, 아마노 히로시1960-, 그리고 나카무라 슈지1954- 등 세 명의 과학자에게 노벨상이 돌아간 것이다. 당시 노벨상 위원회가 발표한 선정 이유를 살펴보자.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광원인 청색 발광 다이오드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습니다. 알프레드 노벨상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발명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청색 LED를 사용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백색광을 만들 수 있습니다. LED 램프의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기존 광원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오래 지속되고 더 효율적인 대체품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LED 개발의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이 적외선에서 출발해 가시광선을 거쳐 현재 자외선 일부 영역까지 커버하고 있는 LED의 개발에는 온갖 우여곡절과 험난한 개발사가 함께 한다. 특히 백색광 구현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청색 LED 개발은 흡사 드라마를 한 편 보는 듯한 긴박감과 흥미가 배어 있다. 조명에 대한 이번 마지막 글에서는 20세기 초 우연히 고체에서 방출되는 희미한 빛을 관찰한 헨리 라운드1881-1966로부터 출발해 끝내 청색 LED를 구현해 낸 과학자들의 이야기, 이로 인해 탄생한 백색 LED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왔고 어떤 미래를 시사하는지 담아보고자 한다.

1. 전계발광 현상의 발견

  라디오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던 20세기 초, 굴리엘모 마르코니1874-1937의 회사에서 일하던 라운드는 라디오파를 수신해 정류하는 검출기에 사용될 다양한 고체를 연구 중이었다. 그가 활약했던 20세기 초는 라디오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던 때로서 이와 관련된 부품과 재료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했다. 라운드는 당시 라디오 신호를 탐지해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고체 정류 검출기단결정 검출기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날 카보런덤이라 불리던 탄화규소SiC 표면의 두 지점 사이에 10볼트의 전압 가하자 노르스름한 빛이 발생함을 확인했다. 그는 이 결과를 요약해 1907년 잡지 전기 세계에 짧은 글을 실었다.

 “카보런덤과 다른 물질의 접촉을 통한 전류의 비대칭적 통과를 조사하는 동안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카보런덤 결정의 두 점 사이에 10볼트의 전위를 가하자 결정이 노란 빛을 냈습니다. 이렇게 낮은 전압에서 밝은 빛을 내는 표본은 한두 개밖에 찾을 수 없었지만 110볼트에서는 많은 수의 표본이 빛을 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1]

  그러나 라디오 연구에 집중하던 라운드는 이 신기한 발광 현상의 이면에 숨은 물리적 발광 원리를 더 이상 파헤치지는 않았다. 바통은 소련의 젊은 공학자인 올레그 블라디미로비치 로셰프1903-1942로 이어진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소련의 라디오 연구소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그는 1942년 독일에 포위된 레닌그라드에서 굶어 죽기 전까지 총 43편의 논문과 16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 모든 업적에서 그는 단독 저자 혹은 단독 발명가였다. 그는 1922년 라디오파 수신기 내에서 정류 소자로 사용되던 산화아연ZnO과 탄화규소SiC에 전류를 흘렸을 때 녹색 빛이 나오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1924-1930년 사이 발표한 16편의 논문[2]에서 그는 발광 스펙트럼, 전류-전압 특성, 온도에 따른 발광 특성 등을 상세히 조사했고 이 발광 현상이 다이오드의 작용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파악하게 되었다 [3].

  특히 그는 빛의 발광 파장이 가해준 전압과 관련이 있다는 걸 확인한 후, 놀랍게도 이를 아인슈타인의 양자 이론으로 해석하려 했다. 아인슈타인은 20세기 초 파동으로 여겨졌던 빛이 광자라는 에너지 입자의 흐름이라고 가정한 후 금속에 쪼여준 광자가 내부 전자와 충돌해 이를 외부로 탈출시키는 광전 효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로셰프는 자신이 발견한 발광 현상을 광전 효과의 역의 과정, 즉 전자의 흐름인 전류가 빛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가해준 전압1V로, 전자의 전하량을 e라 놓으면 eV의 에너지가 광자 하나의 에너지인 hnh는 플랑크 상수, n는 진동수와 같다고 놓은 것이다. 당시는 반도체에 대한 에너지 밴드 이론이 나오기 전이라 로셰프는 자신이 관찰한 발광 현상을 eV의 에너지로 가속된 전자가 고체 내 원자핵과 부딪혀 에너지를 잃고 광자를 방출하는 제동 복사로 해석했다. 비록 오늘날의 양자역학적 관점으로는 틀린 해석이지만 그가 제안한 “eV=hn”라는 식은 다른 맥락에서 정확한 식으로 알려져 있어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다2. 로셰프는 LED에 대한 상세한 연구 외에도 이를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로 활용하는 방안을 특허로 제시하는 등 미래 기술에 대한 놀랄 만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3. 반도체 발광 현상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라운드였지만 LED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한 자는 단연코 로셰프다. 잊혀지던 그의 업적이 최근 재평가되면서 정당하게 인정 받는 게 그나마 전쟁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친 그의 놀라운 업적에 대한 뒤늦은 보상이 될 것 같다.

2. LED 상용화의 시작

  LED의 구동 원리는 양자역학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다이오드는 둘을 의미하는 접두어di-와 전극을 뜻하는 접미어-ode의 합성어로서 두 종류의 반도체를 접합해 제작한다. 고체 속 전자들은 허용되는 에너지의 분포를 규정하는 에너지 띠라는 구조에 따라 특정 에너지 상태를 점유한다. 특히 에너지 띠틈, 즉 전자가 꽉 차 있는 원자가띠와 전자가 텅텅 비어 있는 전도띠 사이에 전자가 점유할 수 없는 에너지 간격이 있는데 이 띠틈의 크기는 반도체가 부도체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상온에서도 원자가띠의 전자들의 일부가 열에너지에 의해 전도띠로 들뜨면서 전기전도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반도체의 유용성은 불순물 원소를 도핑해 전기적 특성을 큰 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림2]를 보면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가진 실리콘Si 결정에 최외각 전자가 다섯 개인 비소As 혹은 최외각 전자가 세 개인 붕소B를 불순물로 넣어 여분의 전자e-나 정공h+, 전자의 빈자리이 생성된 n형 반도체왼쪽 및 p형 반도체오른쪽의 개념도를 보여준다4. 정공의 경우 음전하의 전자가 있어야 할 곳에 빈자리가 생긴 것이므로 양의 전하를 가진 것으로 취급한다. 전자의 흐름도 전류에 기여하지만 정공이 움직여도 전류가 발생한다.

 

그림 2. Si 결정 구조 속에 불순물을 도핑해 구현하는 n형 반도체 및 p형 반도체의 개념도.

  다이오드는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를 접합해 만든다. 이 경우 접합면 부근의 전자와 정공은 확산을 통해 결합하며 양이온과 음이온만 남아 전자와 정공이 추가로 확산해 결합하는 걸 방지하는 문턱 역할을 한다. [그림 2]로 보자면 접합면 부근에서 전자와 정공이 결합하면서 비소 양이온과 붕소 음이온이 고정된 전하로 남아 내부 전압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전자와 정공의 추가 확산을 막는다. 그런데 p형 반도체에 양극을, n형 반도체에 음극을 연결해 순방향으로 전압을 가하면 확산을 방지하는 문턱 높이가 줄어들면서 전자와 정공이 접합면으로 흘러서 결합한다.   이때 이들의 재결합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 다이오드가 바로 발광 다이오드, 즉 LED다. [그림 3]은 이런 LED의 발광 원리를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순방향 전압이 걸리면 n형 반도체에선 여분의 전자들이 전도띠를 통해 흐르고 p형 반도체에선 부족한 전자가 원자가띠에서 정공을 만들어 흐른다. p-n 접합부에서 전도띠의 전자가 띠틈을 걸쳐 내려와 원자가띠의 정공과 재결합하면서 빛을 내는 원리는 1951년 커트 레호벡1918-2012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된다. 물론 이런 설명은 그 이전에 이뤄진 트랜지스터의 발명 및 원리가 규명되어 있었기에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림 3. 순방향으로 걸린 전압에 의해 전자와 정공이 흘러 접합부에서 재결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개략도. (출처: Wikipedia)

 

갈륨비소GaAs를 이용한 적외선 LED파장: 900 nm가 처음 발명된 때는 1961년이었고 이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사의 제임스 비어드1931-2022와 개리 피트먼에 의해 이뤄졌다. 1962년 상용화된 이 적외선 LED의 첫 사용처는 IBM사로서 이 회사의 천공카드 리더기에 사용되었다. 가시광선 대역 최초의 LED는 제네럴일렉트릭 GE의 닉 홀로니악1928-2022이 1962년 선 보인 Ga(As1-xPx) 줄여서 GaAsP라 부른다 기반 적색 LED였다. 1962년 GE에 의해 선보인 이 적색 LED 제품은 LED 하나가 260달러, 레이저 다이오드 하나가 2600달러에 달할 정도의 고가였지만, 발명자 홀로니악은 1963년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원고에서 LED 기술이 미래에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실용적인 광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4]. 적색 LED의 대량 생산은 홀로니악이 컨설팅을 하던 몬산토 사에 의해 1968년부터 시작되었고 곧이어 휴렛-패커드가 생산에 뛰어들었다. 적색 LED의 대량 생산 후 곧 녹색 및 노란색 LED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5. 조지 크래퍼드가 1971년과 1972년 GaAsP 기반의 오렌지색, 노란색, 녹색 LED를 차례로 내놓은 것이다[5]. [그림 4]는 전형적인 소형 저출력 LED의 개략도를 보여준다. 두 지지대를 통해 공급되는 순방향 전압은 반사형 컵 속에 위치한 LED 칩에 공급되고 여기서 만들어진 빛은 컵에 의해 반사되고 에폭시 렌즈를 통해 집광되며 적당한 배광 분포로 출광된다.

초기 등장했던 LED의 발광효율은 불과 0.1~0.2 lm/W에 불과했다. 당시 백열등의 효율이 15 lm/W 정도였다는 걸 생각하면 초창기 LED의 효율이 얼마나 낮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결합이 더 적고 품질이 우수한 반도체 결정을 성장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율은 꾸준히 개선되었다. 특히 1980년 전후 AlGaAs 기반 LED에 이종접합 구조6가 도입되면서 발광효율이 10 lm/W에 달하게 되었다. 이 효율은 당시 다른 광원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었지만 LED를 야외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수치로, LED의 응용 분야를 넓기는 획기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AlGaAs 기반 소자들은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용으로도 확대되었지만 신뢰성 문제가 발생하며 AlInGaP 기반 LED 기술로 옮겨가게 된다. 주로 적색에서 녹색까지 커버할 수 있는 AlInGaP LED는 교통신호등, 자동차등, 고속도로 표시등 및 건물의 경관조명을 포함, 매우 다양한 용도로 폭넓게 활용되었다 [4]. 하지만 파장이 가장 짧은 청색 LED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1993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LED를 이용해 백색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삼원색의 마지막 퍼즐인 청색 LED가 필요했기에, 청색 LED 등장 이전의 LED는 조명 분야로 침투할 수 없었다. LED의 발광원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효율적인 LED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결함이 적은 고품질 반도체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법, 전자와 정공을 접합면, 즉 발광층에서 잘 만나게 하는 법, 이를 통해 형성된 빛(광자)을 LED 외부로 효율적으로 빼내는 법 등 다방면에 걸친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그림 5. LED는 다양한 형상과 색상으로 생산되고 있다. (출처: Wikipedia)

3. 청색 LED 상용화와 백색 LED의 등장

   오늘날 청색 LED의 핵심 재료인 질화갈륨GaN은 원래 청색 LED의 강력한 후보 물질이 아니었다. 질화갈륨의 결정적 문제로는 우수한 결정을 기를 수 있는 기판의 부재, 그리고 p형 반도체를 만들 도핑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었다. 특히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사파이어 기판과 격자 불일치7가 커서 계면에서 결함이 많이 생겼다. 따라서 셀렌화아연ZnSe나 탄화규소SiC를 활용해 청색 LED를 발명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활발했고 SiC 기반 청색 LED가 1989년에 상용화되기도 했지만 효율이 낮아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돌파구는 2014년 노벨상 수상자였던 나고야대학 아카사키와 아마노이 둘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다의 연구에서 나왔다. 그들은 사파이어 기판 위에 질화알루미늄AlN을 일종의 완충 지대인 버퍼층으로 활용해 사파이어 기판 위에서 질화갈륨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전자빔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마그네슘이 도핑된 p형 반도체의 성장에도 성공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 그룹은 1990년 정도 질화갈륨을 이용한 p-n접합 LED를 최초로 발표했다8[5-6].

   하지만 버퍼층으로 질화알루미늄이라는 별도의 물질을 사용해야 하는 점, 게다가 대량 생산에 적용하기 힘든 전자빔 조사 방법이 이 LED의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었다. 상용화를 위한 바통은 일본 도쿠시마 지역에 위치한 니치아 화학이란 중소기업의 엔지니어였던 나카무라가 이어받았다. 그는 질화알루미늄 대신 질화갈륨 자체를 버퍼층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고품질의 질화갈륨 단결정 박막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전자빔 조사 대신 적절한 열처리 조건을 찾아서 마그네슘이 도핑된 p형 GaN를 구현하는데도 성공했다9. 버퍼층으로 별도의 물질을 사용하지도 않고 열처리, 즉 적절한 온도 조절만으로도 p형 반도체를 만들게 됨에 따라 상용화의 걸림돌이 사라졌다. 발광층활성층으로 이종접합 구조까지 도입한 나카무라의 노력으로 니치아는 1993년 최초로 청색 LED 칩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그림 6] 참조. GaN의 발광 파장은 근자외선에 위치해 있지만 GaN의 Ga 자리에 인듐In을 치환하면 에너지 띠틈과 발광 파장을 조절할 수 있다. 요즘 활용되는 청색 LED는 모두 InxGa1-xNInGaN에 기반한 것이다. 이 조성은 보라색에서 녹색까지 포괄할 수 있고 빨간색과 황색은 주로 AlInGaP로 구현하지만, 녹색 영역에서 효율적인 발광 LED를 찾는 건 아직까지 매우 도전적인 문제로 남아 있어 소위 “Green gap” 문제라 불린다.

그림 6. 최초로 상용화된 청색 LED 칩의 개략도와 나카무라의 기여.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그리고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 LED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비록 노벨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적색 LED를 발명했던 닉 홀로니악, 녹색 및 황색 LED를 발명한 조지 크래퍼드, 그리고 LED 제조의 핵심 공정인 MOCVDMetal-Organic Chemical Vapour Deposition 방법을 개발했던 러셀 드퓌는 아카사키 이사무 및 나카무라 슈지와 공동으로 2021년 엘리자베스 공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청색 LED가 발명된 후 빛의 삼원색을 모두 확보한 공학자들은 곧 백색 LED 개발에 성공했다.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적록청 삼색 LED를 활용해 빛의 삼원색을 만들고 섞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그림 7]의 왼쪽 위 사진처럼 한 패키지 속에 삼색 LED를 모아 놓는 방법과 개별 패키지에 RGB LED를 각각 실장하고 이를 활용해 백색을 구현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경우이든지 사진 아래 스펙트럼과 같이 삼지창 형태의 뾰족한 스펙트럼이 구해진다. 이런 스펙트럼은 디스플레이의 색 순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일반 조명용 스펙트럼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스펙트럼의 중간에 빛의 세기가 푹 꺼져 있어 물체의 다양한 색상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성능, 소위 연색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림 7. LED를 활용해 백색광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법들.

   조명용 백색 LED의 기본 구조는 청색 LED에 색상 변환 물질, 즉 형광체가 결합된 형태다[5]. [그림 7]의 가운데 제시된 개략도를 보면 아래 배치된 청색 LED 칩에서 방출되는 청색광의 일부는 그대로 외부로 탈출하고 일부는 황색 형광체에 흡수된 후 황색광으로 변환되어 방출된다. 지난번 글 “인류가 만들어 온 빛, 인공 광원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10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형광체란 외부 에너지를 흡수한 후 그 일부를 가시광선으로 변환하는 물질군을 일컫는다. 백색 LED에 사용되는 황색 형광체의 경우는 청색 광자를 흡수해 노란색 대역의 광자를 방출하는 색상 변환을 담당한다. 따라서 발광 스펙트럼은 날카로운 청색광 피크와 넓은 황색광 피크의 중첩으로 구성된다. 이 구조가 일반 조명용 백색 LED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다. 나카무라가 청색 LED를 발명할 당시 근무했던 니치아 사는 YAGY3-xGdxAl5-yGayO12:Ce3+ 형광체에 청색 LED를 결합한 백색 LED를 1990년대 중반 상용화했다. 하지만 이 스펙트럼은 짙은 적색 영역의 빛이 다소 부족하다. 따라서 보다 풍부한 색감을 구현하기 위해 황색 형광체 대신 적록 형광체를 섞어서 도포하거나 황색 형광체에 적색 양자점을 추가해 적색광을 보강하기도 한다. [그림 7]의 가장 오른쪽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청색 LED+황색 형광체” 조합이 일반 조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청색 LED+적록 형광체” 조합은 높은 연색성이 필요한 분야나 디스플레이용 광원으로 주로 사용된다.

그림 8. 연도에 따른 LED의 비용과 성능 변화를 나타낸 하이츠의 법칙. (출처: Wikipedia)

   1990년대 중반 백색 LED가 등장했다 하더라도 이 기술이 바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건 아니었다. 다른 조명 기술에 비해 너무 고가인 데다가 효율 상 장점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백색 LED가 먼저 대규모로 적용된 분야는 디스플레이 광원 분야였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액정 디스플레이LCD는 후면에 항상 백색광을 공급하는 조명장치, 즉 백라이트가 필요하다. 21세기 초 LCD 백라이트의 광원으론 주로 형광등이 사용되었다. 형광등은 효율이 높고 매우 안정적인 기술로 신뢰성이 높았지만 수은이라는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고 LCD를 가볍고 얇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21세기 초 백라이트용 광원으로 형광등 대신 LED를 사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이런 기술적 변화에 약 10년 정도가 소요됐다11. 일반 조명 분야의 경우 가로등과 터널등처럼 램프의 교체 주기가 길어야 유리한 영역에 침투하기 시작해 오늘날 일반 조명 분야로 빠르게 확산해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LED의 지속적인 효율 개선과 가격 하락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매 10년마다 LED의 가격은 10분의 1로 줄어들고 LED 패키지당 생성되는 광량은 20배 늘어난다는 하이츠의 법칙이 LED의 성능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그림 8] 참조.  실제로 2010년 전후로 LED 상용화 제품의 효율이 100 lm/W에 달하며 형광등의 효율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연구실 데모 수준에서는 200~300 lm/W에 달하는 효율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높은 발광 효율은 여러 LED 회사에서 일하는 공학자들의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발광층활성층의 경우 요즘은 에너지 띠틈이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를 교대로 다층으로 형성한 다중 양자 우물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때 핵심은 전하 이동자들전자와 정공이 에너지 띠틈이 작은 조성에 집중되면서 재결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청색 LED의 경우 InGaN과 GaN의 쌍이 활성층에 흔히 사용된다. 또 다른 기여는 새로운 칩 구조의 도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림 6]의 초기 LED를 보면 p형 반도체가 위에 있고 사파이어 기판이 아래 배치된 구조인데, 이 경우 p형 반도체 쪽의 정공 주입을 늘리기 위해 전극 접촉면을 확대하면 활성층에서 생성된 빛의 투과가 방해를 받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구조, 즉 플립칩 구조가 [그림 9]에 제시되어 있다. 기존의 칩 구조를 상하로 뒤집은 이 구조에선 p형 및 n형 반도체와의 전기적 접촉을 모두 아래 방향으로 형성해 상부로 탈출하는 빛의 통과를 방해할 구조를 없앴고 아울러 열을 하부로 효율적으로 빼내면서 효율과 열적 안정성을 높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개선은 활성층에서 생성된 빛의 추출 효율을 증가시키는 기술에서 이루어졌다. 반도체는 굴절률이 보통 2.0 ~5.0에 걸쳐 있을 정도로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굴절률이 높은 반도체에서 굴절률이 낮은 공기로 빛이 전파되는 경우 소위 내부전반사에 의해 빠져나오지 못하는 빛의 비중이 매우 높다. LED 내부에 갇히는 빛을 외부로 효율적으로 빼내는 다양한 방법이 초기부터 제안되어 활발히 적용되어 왔다. [그림 10]은 광추출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본 개념들 중 두 가지를 보여준다. 발광층에서 생성된 빛이 빛의 탈출면사파이어 기판일 수도 있고 LED을 이루는 반도체일 수도 있다을 통해 빠져나갈 때 해당 면에 마이크로 렌즈나 산란층, 혹은 거칠기를 주면 내부전반사로 반사되어 돌아갈 빛이 마이크로 렌즈나 산란층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오게 된다. 가령 [그림 9]에 제시된 플립칩 LED의 경우에도 사파이어 기판을 제거한 후 n형 GaN 위에 거친 구조를 형성하면 빛의 추출 효율이 큰 폭으로 개선된다 [5-7]. 이런 치열한 노력을 통해 다양한 구조의 고전력, 고효율의 LED 조명 제품이 가능해졌다. [그림 11]은 그런 LED 조명 제품의 일부를 보여준다.

그림 10. LED의 광추출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개략도.

그림 11. 일상 생활에 사용되는 다양한 LED 조명 제품을 보여주는 사진들.

4. LED가 이끌 조명의 미래

   [그림 12]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발표하는 고체 광원solid state light, SSL에 대한 전망 리포트의 일부다. 미국 에너지부의 이 보고서에 의하면 LED 조명 기술의 적용 확대로 인해 2035년에는 미국 내 일반 조명의 84%를 LED 조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절약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890억달러 정도약 116조원로 추산된다. 미국뿐 아니라 각국 정부는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백열등과 같은 저효율 조명을 규제함과 동시에 고효율 LED 조명의 확대를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체 전기에너지 중 조명에 사용되는 비중이 약 20-25%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조명의 효율 개선이 전력 소모를 줄여 기후위기의 해결에 기여할 측면도 있을 것이다.

   LED 조명이 인류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측면은 제3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과 관련되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전세계 약 12억명의 사람이 아직도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전기 공급을 받고 있는 10억명 정도도 불안정한 전력 공급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8]. 이들 지역에서는 아직도 화학적 연소에 기반한 케로센 램프나 양초를 활용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문제나 건강 상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태양전지와 배터리, 소형 LED 조명을 결합할 경우 대형 발전소가 없는 지역에서도 손쉽게 전기 조명을 활용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제연합UN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 기구에서 전력망이 없는 지역에 전기 조명을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이제는 조명뿐 아니라 기본적인 가전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전력의 공급 단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림 12. 미국 에너지부에서 발표하는 SSL(solid state lighting) 전망 리포트

   기존의 조명과 LED 조명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점광원의 성격을 가진 LED의 디자인 자유도가 넓다는 점, 그리고 색상 조절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다. RGB 삼색 LED 칩(의 일부)과 형광체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색상과 색온도를 넓은 범위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LED 조명이 이미 다양한 제품으로 출시되어 활용되고 있다. 이런 조명의 다양한 기능은 보통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조절할 수 있고 외부에 있을 경우도 통신을 통해 조절이 가능해짐에 따라 LED 조명은 IoTInternet of Things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조명의 스펙트럼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해 특정 환경(가령 공부방이나 침실 등)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색상과 밝기를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물생장용 조명처럼 특별한 스펙트럼 분포가 필요한 특수 조명을 구현하는 면에서도 유리해진다. 후자의 경우 특정 식물의 광합성이나 영양분의 증대에 도움이 되는 스펙트럼의 구현에 LED를 활용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고 식물생장용 조명이 일부 상용화됨에 따라 스마트 팜 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점광원이라는 특성을 활용하면 소위 폼 팩터, 즉 형상 요소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장식용 조명이나 예술 작품의 구현에 있어서도 자유도가 넓어진다.

   LED 조명의 또 한 가지의 잠재력은 바로 가시광 무선 통신Li-Fi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형광등 등 전통적인 조명과 다르게 LED는 매우 짧은 시간 간격으로 점멸할 수 있고 여기에 이진수 형태로 정보를 실어 보낼 수 있다. 가령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소비자의 위치를 모션 센서로 파악한 후 해당 위치의 LED 조명을 이용해 사용자의 휴대폰 위 조도 센서로 상품 정보를 전송하는데 Li-Fi가 사용될 수 있다. 점멸 속도는 보통 인간 눈의 반응 시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사람은 조명에서 플리커와 같은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Li-FI는 전자기 간섭 등으로 인해 와이파이Wi-Fi의 사용이 제한되는 공간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통신 거리가 기본적으로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벽으로 막힌 공간의 크기로 제한된다는 점이나 태양과 같은 다른 자연광에 의해 Li-Fi 신호가 간섭을 받을 수 있는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여러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Wi-Fi처럼 보편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자가 21세기 초 한 디스플레이 회사에서 LCD용 백라이트를 개발할 당시 백라이트용 광원으로 형광등 기술의 개선에 집중했었다. 그때 LED 백라이트는 형광등 기술에 비해 열 배 이상 비쌌고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같은 팀 내 연구원들의 분위기는 LED 백라이트는 가능성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학교로 직장을 옮기고 나서 몇 년이 지난 2009년부터 LED 백라이트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형광등 백라이트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LED의 적용으로 박형에 고효율 LCD가 가능해짐에 따라 디스플레이 기술의 지형 자체가 순식간에 변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낸 LED는 이제 조명 분야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0세기 중반 트랜지스터 소자가 등장한 후 진공관을 완전히 대체한 것처럼, 21세기는 형광등과 같은 전통적 조명 기술이 고체 반도체 소자인 LED로 완전히 대체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지능형 스마트 조명으로서 LED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힘들다. 요즘은 “이런 기술은 적어도 당분간 등장하기 힘들 거야”란 단언을 하기 힘들 정도로 기술적 진화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H. J. Round, ‘‘A note on carborundum,’’ Electr. World, vol. 19, p. 309, 1907.
[2] 그 중 하나는, O. V. Lossev, ‘‘Luminous carborundum detector and detection effect and oscillations with crystals,’’ Philosoph. Mag., vol. 6, pp. 1024–1044, 1928.
[3] N. Zheludev, “The life and times of the LED – a 100-year history”, Nature Photonics 1권, pp.189-192 (2007).
[4] M. G. Craford, “From Holonyak to Today”, Proceedings of the IEEE 101권, 10호, pp.2170-2175 (2013).
[5] P. Pust, P. J. Schmidt, and W. Schnick, “A revolution in lighting”, Nature Materials 14권, pp.454-458 (2015).
[6] C. Weisbuch, “Historical perspective on the physics of artificial lighting”, Comptes Rendus Physique, 19권, pp.89-112 (2018).
[7] J. Cho et al., “White light-emitting diodes: History, progress, and future”, Laser Photonics Rev. 1600147 (2017) / DOI 10.1002/lpor.201600147.
[8] P. Alstone, and A. Jacobson, “LED advances accelerate universal access to electric lighting”, Comptes Rendus Physique, 19권, pp.146-15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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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한림대학교 반도체 ∙ 디스플레이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