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역학적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내연기관의 개발과 상용화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리튬 화합물을 이용한 에너지 변환·저장기술의 개발, 상용화, 그리고 모바일 전자기기 시장에 일어난 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다.  리튬이온전지의 기술상용화에 이바지한 공으로 굿이너프John B. Goodenough 교수는 두 명의 과학자 스탠리 휘팅엄M. Stanley Whittingham, 요시노 아키라Akira Yoshino와 함께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리튬이온전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동식 전자기기, 전기자동차 등에서 에너지 저장장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미래세대에 이루고자 하는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에 반드시 필요한 전기저장장치에도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이러한 에너지 저장기술의 개발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본 글에서는 전지의 원리, 리튬이온전지의 탄생 배경, 2019년 노벨상 수상 업적, 리튬이온전지가 당면한 과제, 그리고 대체 가능한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이차 해수전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에너지 변환 및 저장 장치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연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변환 및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사용해왔다. [그림1]처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물의 위치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변환이 된다. 인류는 물의 운동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바꿔 방아를 찧기 위해 물레방아를 개발했다. 나아가 발전기는 물레방아의 회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로, 발전기를 물레방아와 연결하면 운동에너지→회전에너지→전기에너지로 변화하는 수력발전기가 만들어진다.

인류는 에너지의 변환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도 개발하였다. 예를 들어 남는 전기에너지로 작동하는 펌프 장치를 사용하면, 사용한 물을 다시 높은 곳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물을 높은 위치에 모아두거나 강물을 가두어 두는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가 “댐”이며, 이보다 훨씬 작은 단위의 휴대용 에너지 저장장치로는 “전지”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화학 에너지 변환 및 저장 장치, 전지

댐에 저장된 물처럼 전자를 움직이는 개체로 본다면, 전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로 다른 두 물질의 화학에너지 차를 이용하여 전자의 이동을 유도하고 에너지를 변환, 저장할 수 있다. 같은 화학 에너지 준위를 가지는 물질에서는 전자가 이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쪽의 화학 에너지 준위를 높여주면 전자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화학 에너지 준위는 물질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에, 화학에너지의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각각 다른 화학 에너지 준위를 갖는 물질 두 개를 선택하면 된다([그림2]).

예를 들어 리튬(Li)은 최외각전자를 한 개만 갖고 있어 전자를 버리고 안정화되려는 특성이 있다. 반면에 플루오린(F)은 최외각전자 7개를 갖고 있어, 전자 한 개를 받아 최외각 전자 8개를 채우고 안정화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쪽은 전자를 주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전자를 받으려 해서, 두  물질이 접촉하면 전자의 자발적인 흐름이 생긴다. 두 화학물질 간 전자의 이동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러한 현상을 두 물질 간의 화학반응이라고 일컫는다. 가령 리튬처럼 불안정한 알칼리 금속을 물에 넣으면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는 리튬금속과 물 사이에서 전자의 교환이 급속하게 일어나 생기는 현상이다. 제어되지 않은 전자의 이동은 열로 소진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는 인간에게 필요한 전기 에너지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전지는 화학 에너지 준위가 다른 두 물질을 조합하여 전자의 이동을 유도하고 제어하는 장치이다. 전지는 전자의 급작스러운 이동을 막기 위해 용매를 사용하는데([그림3]), 전해질로 사용되는 용매는 부도체로서 두 물질 사이에서 전자의 이동을 방지하고 양이온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F-전해질-Li, 이렇게 3가지 화학물질로 구성된 전지에서 전해질로 사용된 용매는 부도체로서 Li에서 F로 전자가 직접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대신 전선을 이용해 음극과 양극을 이어주면 전자는 전선을 통해 외부로 흐를 수 있게 된다. Li에 있는 전자는 전선이라는 통로를 따라서 전자를 버릴 수 있어 좋고, F는 외부의 전자를 받아 안정적인 에너지 준위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전기적 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Li에서 전자가 방출되면 전자의 수만큼 Li+ 이온도 방출되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F도 외부에서 받는 전자의 수만큼 Li+ 양이온을 같이 받아 중성을 유지한다. 즉 외부 전선으로 Li의 전자가 이동해서 F까지 안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같은 수의 양이온이 이동해주어야 한다. 양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움직이는데 이들의 이동속도가 전자의 이동속도 보다 느리기 때문에, 결국 외부 전자의 이동속도는 양이온의 이동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3개의 화학물질(전자 수용물질(양극)-전해질-전자 제공물질(음극))을 적절히 결합해 사용함으로써 화학물질 사이의 전자이동을 외부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전기화학반응이라고 하고, 이를 활용한 장치를 전기화학반응 장치 또는 전지라고 한다. 전기화학반응의 원리를 이용해 지금까지 많은 화학물질의 조합으로 전지가 만들어졌고, 전자 제공물질(음극)과 전자 수용물질(양극)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전압과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전지가 개발되어 왔다. 예를 들어 납축전지는 음극을 납(Pb) 양극을 이산화 납(PbO2)을 사용하여 2.1V의 전압을 구현하고, 니켈수소전지는 음극을 수소 함침 합금(MH) 양극을 니켈옥시하이드록사이드(NiOOH)로 사용하여 1.2V의 전압을 구현할 수 있다.

전기화학 장치의 또 다른 장점은 외부에 기전력을 가해주면 원래의 화학물질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Li 와 F 사이의 전기화학반응이 모두 끝난다고 가정하면, Li의 모든 전자는 (외부전선을 통해) F로 이동하고 모든 Li+양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F 로 이동하여, LiF의 형태로 변한다. 이는 Li + F → LiF의 화학반응 현상과 동일하다. 이때 반대로 외부에 기전력을 가해서 LiF에 있는 전자를 Li쪽으로 다시 이동시킨다면 Li+ 양이온도 이동하면서, 원래의 형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처럼 LiF → Li + F의 반응을 반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지를 이차전지rechargeable battery라고 부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까지 시도된 많은 화학물질들은 가역반응을 반복해서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상용화된 이차전지로는 납축전지, 니켈수소전지, 리튬이온 이차전지 등이 있다.

 

 

리튬이차전지

1976년 위팅햄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리튬이차전지는, 안정한 층상구조를 가지면서 구조의 붕괴 없이 층상 사이의 빈 공간에 리튬이온을 반복적으로 삽입·탈입할 수 있는 특별한 구조적 특성을 가진 TiS2를 양극물질로,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고, 전해질로는 육불화인산리튬-탄산프로필렌(LiPF6 in propylene carbonate) 비수용액을 사용했다([그림4-1]). 두 물질의 화학 에너지 준위차는 약 2.3eV 이며 전지를 구현했을 때 약 2.3V의 전압을 낼 수 있었다.

전지의 전압은 화학 에너지 준위가 서로 다른 두 화학물질을 음극과 양극으로 선택함으로써 정해지는데, 굿이너프 교수는 양극물질을 황화 전이금속 물질에서 산화 전이금속 물질로 바꾸면서 전압을 올리는 방안을 제안하였다([그림4-2]). 두 화학물질 사이에서 전자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자 제공물질과 전자 수용물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고체화학물질에서 전자 수용물질의 에너지 준위를 전도대conduction band라고 하며 전도대의 위치와 크기 등은 고체화학물질의 고유한 특성이다.

 

다시 [그림4]를 보면, TiS2와 LiCoO2의 전도대는 리튬 대비 각각 2.3eV, 4eV에 위치해 있어, LiCoO2를 양극으로 사용하면 당연히 높은 전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LiCoO2은 TiS2과 비슷한 층상구조로 이루어져 있었고, 층상 사이에 리튬이온들이 존재하는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TiS2와 달리 LiCoO2는 초기물질로서 CoO2를 형성할 수 없었고 층상 사이에 적당량의 Li이 존재(Li1-xCoO2, x<0.6)해야만 가능한 구조였다. 그래서 (Li1-xCoO2, x=0)를 초기물질로 양극에 사용했고, 전기화학 셀을 만든 다음 외부에 기전력을 가하여 LiCoO2에서 리튬이온과 전자를 빼서 리튬 음극 쪽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 우선 필요했다. 즉 충전부터 먼저 해야 하는 전지구조인 셈이다. 굿이너프 교수는 전기화학 셀을 만들어 충방전 테스트를 진행해 위의 현상을 증명했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리튬이 포함된 수많은 산화 전이금속 물질들이 양극물질의 후보군으로 조사되었다. 크게 4가지로 구조로 나누어 보면, 레이어Layer 구조(LiCoO2, LiNiO2, LiMnO2, LiCoxNiyMnzO2 등), 스피넬Spinel 구조(LiMn2O4 등), 올리빈Olivine 구조(LiFePO4 등), 나시콘NASICON 구조(LixV2P3O12 등)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의 전압은 각 물질의 최외각전자 에너지 준위와 연관이 있고 에너지 준위는 물질의 화학성분, 구조, 또는 전이금속의 산화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체계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고전압 양극물질을 탐색한 결과 LiCoO2, LiCoxNiyMnzO2, LiMn2O4, LiFePO4 등과 같은 다양한 전이금속 산화물로 이루어진 양극소재가 상용화되어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다양한 양극물질의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차전지의 상용화는 결국 실패를 겪는다. 1988년 캐나다의 “몰리 에너지Moli Energy” 라는 회사는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하는 첫 상용화 제품 “몰리셀”을 개발하여 상용화에 도전했으나 거듭된 폭발사고로 결국 파산하였다. 이는 음극으로 사용한 리튬 금속의 문제점으로 밝혀졌다.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면 방전 시 음극에서 전자와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빠져나가고, 충전 시 양극에 있는 전자와 리튬이온이 음극 전극판에 다시 모이게 되는데, 이때 바늘형태의 수지상dendrite 구조를 형성한 리튬 금속이 계속 성장하다가 양극에 닿게 되면 폭발을 일으킨다. 리튬 금속이 음극으로서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리튬 금속 이차전지가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다.

템플리튬 금속이 갖는 수지상 구조 형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리튬 금속 대신, 양극고체물질처럼 리튬이온을 고체물질 속에 담을 수 있는 음극물질의 개발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전지 충전 시 리튬 금속이 음극의 전극 표면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고체물질속에 이온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지상 형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기반이 되었다. 일본의 아키라 요시노 교수가 흑연 성분의 석유 코크스를 음극으로 사용해서([그림5]) 위의 예측을 증명하고 리튬을 이용한 이차전지를 상용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공로로 위팅헴, 굿이너프와 함께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석유 코크스를 음극 테스트한 후, 리튬이온을 함침 할 수 있는 다양한 탄소계 음극물질들이 개발되었다. 이런 탄소계 물질은 (ex. 흑연(C6)) 초기상태에 리튬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리튬을 함침하고 있는 양극물질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C6 + LiCoO2 ↔ LixC6 + Li1-xCoO2와 같은 화학반응을 이용해 리튬을 함침하고 있는 고체 산화 전이금속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대신, 리튬이온을 함침할 수 있는 음극물질을 사용하면서, 리튬이온이 음극물질과 양극물질을 오가는 형태로 구성된 전지가 구현되었고, 이를 리튬전지와 구분하여 리튬이온전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도전 과제와 차세대 전지

리튬이온전지는 기존에 존재하던 이차전지(납축전지, 니켈수소)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저장 용량과 수명이 훨씬 뛰어나다. 물론 처음 리튬이온전지가 개발되었을 때는 가격이 비싸고 수요처가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휴대용 전자기기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리튬이온전지의 장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휴대용 기기를 작동시키는데 니켈-메탈수소 전지가 약 3개 필요했다면, 리튬이온전지는 1개만 있어도 충분했다. 부피를 줄여 휴대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에서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리튬이온전지의 적용분야가 휴대용기기뿐 아니라 전기자동차까지 확대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점차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로 대체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완전히 상용화된다면 화석연료로 인한 공기오염과 지구온난화가 줄어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을 보존하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시스템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도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다양한 활용처에 사용되고 있으나 화재 사례 또한 보고되고 있다. 2016년 갤럭시 노트7 핸드폰 폭발, 2017년부터 발생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의 원인으로 리튬이온전지가 지목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유기 액체 전해액은 발화성이 있어, 한 번 불이 나면 화재 진압이 힘들고 연쇄적인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화재위험성 때문에 160Wh 용량 이상은 비행기 기내 반입이 불가능하도록 규제하는 등 리튬이온전지의 열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리튬이온전지의 가격이 고가인 데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등은 희귀금속으로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증가로 인한 가격상승이 발생하고 있다([그림6]). 지구에 극소량만 분포하는 금속물질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광산 활동이 필요하고 고순도의 희귀금속을 얻기 위해 다양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환경이 파괴되기도 한다. 또 이미 사용된 리튬 폐전지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공해물질을 뿜어낼 수도 있다. 희귀금속을 대체할 만한 물질을 찾거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물론 대체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현존하는 원소 중에서 가볍고 작은 크기이면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은 리튬뿐이다. 가벼워야 하는 휴대용 기기나 자동차에서 리튬이온전지가 각광받는 이유이다. 다만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휴대성이 강조되지 않는 분야에서는 대체 금속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폐전지를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거나 리튬을 대체할 금속을 찾는 등 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리튬을 대체할 유력한 금속으로는 나트륨이 있다. 나트륨은 리튬과 같은 알칼리 계열의 원소이기에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인 바닷물에 소금(NaCl) 형태로 막대한 양의 나트륨이 존재한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을 전지로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중 해수전지는 자연 바닷물을 전지의 양극물질로 활용한다. [그림7]을 참고하면, 해수전지는 리튬 이온이 함침되어 있는 고체화학물(ex. LiCoO2) 대신 나트륨이온이 함침되어 있는 액체(ex. 바닷물)를 양극물질로 사용하는 전지이다. 해수전지의 구동 원리는 리튬이온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충전 시 양극인 바닷물 속의 나트륨 이온과 전자가 각각 음극으로 이동하고, 방전 시 자발적으로 나트륨 이온과 전자가 각각 바닷물로 이동하게 된다.

해수전지는 자연 바닷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희소금속인 리튬과 코발트 등을 사용하지 않아 낮은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바닷물과 접촉하여 충·방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열적 안정성이 높아 화재에 대한 우려가 적다. 단점 또한 존재하는데,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부피가 크고 순간 출력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소재와 셀 디자인 측면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리튬이온전지가 몇십 년에 걸친 성능향상 연구 및 활용처 확장을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 실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듯이, 해수전지도 성능향상 연구와 활용처 확장을 통해 미래에는 실생활에 활용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좋은 전지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친환경적이면서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만능전지를 개발하는 것은 힘들고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이러한 연구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리튬이온전지 산업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리튬과 같은 핵심소재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 확보 여부에 따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지기술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미래 전시산업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해서 우리나라가 상시 확보 가능한 소재를 이용하는 전지기술 개발이 계속되어야 한다.

김영식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