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 진동자

우리 주변의 잡다한 물건들 중에 디자인할 때 의도치 않은 멋진 기능이 숨어있는 경우들이 있다. 그중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와인 잔이다. 와인의 빛깔을 잘 드러내도록 투명한 유리로 제작하는 와인 잔은 15세기 베니스에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당시 유리 세공업자들이 예전의 색을 띠거나 불투명했던 유리에서 불순물을 제거하여 맑고 투명한 유리를 만들어 내는 유리 정제법을 발견하고 이를 와인잔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와인잔에는 와인의 온도가 손 때문에 영향받지 않도록 보통 가느다란 잔 받침이 달려있고 이에 더해 향과 함께 와인을 음미할 수 있도록 입구가 살짝 좁아지는 둥근 형태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정제된 유리로 와인을 마시기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작된 와인잔은 재미있게도(와인잔을 디자인한 사람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간단한 방법으로 맑은 음색을 내는 악기도 된다. 한쪽 손가락을 살짝 물로 적시고 다른 쪽 손으로 잔 받침을 고정한 후 잔 테두리를 부드럽게 문질러 보면 손가락 끝에 잔진동이 느껴지면서 깨끗한 소리가 울려 나온다. 이제 바닥부터 물을 채워가면 음높이가 달라진다. 물이 채워지면서 점점 낮은 소리가 들리고 이때 수면을 잘 살펴보면 유리잔 벽을 따라 잔물결이 일게 된다. 와인 잔과 물과 공기가 함께 떠는 껴울림(공명resonance) 현상이다.

 

와인 잔이 공명하며 내는 맑은 음은 문지르던 손가락을 떼어도 잠시 동안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렇듯 깨끗한 음색과 긴 울림은 유리잔의 진동 에너지가 빨리 흩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정제된 유리의 낮은 진동 손실 특성과 가느다란 지지대로 고정된 와인 잔의 모양이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한다. 고체의 진동은 변형strain과 응력stress이 상호 전파하는 파동 방정식으로 기술되는데 와인 잔과 그 안의 물로 정의되는 가장자리 조건boundary condition에서 이 파동 방정식의 해는 각각의 고유 주파수를 가지고 진동하는 고유 모드들의 합으로 표현된다. 이 중 가청 주파수인 20~20,000 헤르츠를 가지는 고유 모드가 손가락과 유리잔의 마찰로 여기되고 이 고유 모드의 진동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 우리 귀로 전해지게 된다. 이러한 유리잔 고유 모드의 소리는 마치 유리처럼 투명한 음색이 악기로서의 색다른 매력을 가져 1762년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에 의해 유리 하모니카glass harmonica라는 제대로 된 악기로 탄생하기도 했다.([그림1]) 여담으로 프랭클린은 발명의 결과에 무척 만족스러웠던 듯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유리 하모니카를 이렇게 표현했다.

와인잔의 단일 고유 모드의 시간에 대한 변화는 작은 진폭에 대해 조화 진동자harmonic oscillator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이 “와인잔 진동자”의 진동 “ \(x\)”는,

$$m\frac{d^2x}{dt^2}+m\gamma\frac{dx}{dt}+kx=f(t).$$

여기서 \(m\)은 진동자의 질량, \(\gamma\)damping rate, \(k\)는 스프링 상수, \(f\)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다.[1] 사인파형으로 변하는 외부로부터의 힘sinusoidal force의 경우, 예를 들어 \(f(t)=F\cos{\omega t}\)라면 또한 사인파형으로 변하는 진동 \(x(t)=X(\omega)\cos{(\omega t+\phi)}\)에 대해,

\(X(\omega)=\frac{F}{m\sqrt{(\omega^2-\omega_0^2)^2+\gamma^2\omega^2}} \approx\frac{F/(m\omega_0)}{\sqrt{4(\omega-\omega_0)^2+\gamma^2}}\)

여기서 고유 진동수 \(\omega_0(=\sqrt{(k/m)})\)이 정의되며 근사식은 고유 진동수와 충분히 가까운 영역의 주파수 \(\omega\)에 대해 성립한다\((\omega\approx\omega_0)\). 이 식에서 쉽게 알 수 있는 몇가지 결과는,

1) 진동자 진폭은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는 주파수의 외부 힘에 대해 최대가 된다. 즉, 진동자는 고유진동수에서 공명한다.

2) 감쇄율이 작아질수록 공명 진폭은 커진다. 즉, 진동자의 에너지 손실이 작아야 공명하면서 내는 소리가 커진다.

3) 고유진동수에서 공명하는 진폭은 \((F/k)\cdot(\omega_0/\gamma)\)이다. 여기서 진동자가 얼마나 크게 잘 울리는지를 의미하는 뜻에서 “품질” 인자quality factor \(Q=\omega_0/\gamma\)를 정의할 수 있다. 같은 외부에서의 힘에 대해 진동자는 고유진동수로 떠는 힘의 경우 정적인 힘의 경우보다 \(Q\)만큼 더 큰 진폭을 보인다. 즉, \(Q\) 가 높은 (혹은 품질이 좋은) 진동자를 활용하면 큰 진폭을 얻을 수 있어 작은 힘을 센싱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센싱의 대상인 힘이 고유진동수로 변화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4) 외부 힘의 주파수가 진동자 고유진동수에서 멀어지면 진폭은 줄어든다. 보다 구체적으로 외부 힘의 주파수와 고유진동수의 차이가 감쇄율의 절반이면 진폭은 최댓값의 \(1/\sqrt{2}\)이다. 감쇄율이 작은 진동자는 감쇄율이 큰 진동자에 비해 고유진동수와 다른 주파수의 외부 힘에 대해서 진폭의 감소가 크다. 다시 말해 \(Q\) 가 높은(고품질의) 진동자는 고유진동수와 다른 주파수의 소리에 잘 껴울리지 못한다. 따라서 높은 \(Q\) 의 진동자 공명을 이용하면 외부 힘의 주파수를 정밀하게 분별해 낼 수 있다.


실제로 와인잔과 흡사한 형상의 석영으로 만들어진 반구형 진동자는 매우 정밀한 각속도계
gyroscope로 우주항공 분야에서 사용된다.([그림2]) 또한 와인잔 진동자와 형태는 많이 다르지만 같은 원리로 기계적 진동의 공명 현상을 이용하는 표면파 진동자SAW resonator나 벌크 탄성파 소자BAW resonator는 휴대폰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가 가능하여 RF 신호를 높은 효율로 걸러내는 필터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되는 진동자 공명 기반 기술들은 미래에 더 빠르고 더 민감한 소자로 계속 발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진동자

진동자는 작게 만들수록 더 빠르게 진동하며 더 민감하게 외부 변화에 반응할 수 있다. 와인잔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와인잔의 크기가 소리의 파장에 비례하므로 작은 와인잔은 짧은 파장의 소리, 즉 높은 소리를 낸다. 즉, 10 cm 정도의 지름을 가진 와인잔 공명이 내는 소리가 대략 1 kHz(가온 다 두 옥타브 위의 도 음high C)니까 만일 직경이 10-10 m인 원자 크기의 와인잔이 있다면 이 상상 속의 진동자는 1 THz로 떨 것이다. 그런데 원자의 움직임은 양자역학으로 기술될 테니 상상 속의 1 THz 와인잔 진동자도 양자역학을 따라야 한다.

양자역학에서 진동자의 움직임은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앞서 살펴본 진동자의 위치 변화를 기술하는 뉴턴 방정식과 달리 슈뢰딩거 방정식에서는 진동자의 상태를 파동함수  \(\Psi(x,t)\)로 나타내고 이 파동함수의 변화로부터 진동자의 움직임을 계산한다. 진동자에 외부에서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 움직이는 동안 에너지의 손실이 없는 단순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때 진동자의 에너지 “ \(E\)”에 대해 조화 진동자 파동함수는 \(\Psi(x,t)=e^{-iEt/\hbar}\psi(x)\)와 같이 시간과 공간 부분으로 나누어 쓸 수 있고, 공간 부분 파동함수 \(\psi(x)\)는 다음의 슈뢰딩거 방정식time-independent Schrödinger equation을 따른다 ( \(\omega_0\): 진동자 고유진동수, \(\hbar\) : 환산 플랑크 상수  \((=h/(2\pi))\)):

$$-\frac{\hbar^2}{2m}\frac{\partial^2\psi}{\partial x^2}+\frac{1}{2}m\omega_0^2\psi=E\psi.$$

위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하는 파동함수와 에너지 \(E\) 를 찾아보면 “양자” 진동자는 띄엄띄엄한 (“양자화된”) 에너지를 가짐을 알 수 있다. 즉, 0 이상의 정수 \(n\) 에 대하여,

$$E=\hbar\omega_0(n+\frac{1}{2}),$$

인데 이 결과는 상상 속의 원자 크기 와인 잔인 “양자 진동자”가 가지는 놀라운 특성 두 가지를 함의한다.

1) 양자 진동자의 상태 중 가장 낮은 에너지를 가지는 상태(“바닥 상태”)의 에너지는 영이 아니다. 양자 와인잔은 가만히 두어도 혼자서 떨고 있다! 이를 영점 운동zero-point motion이라 한다.

2) 양자 진동자의 에너지는 고유진동수와 플랑크 상수의 곱으로 정의된 “에너지 양자”의 단위로만 늘고 준다. 와인잔을 손끝으로 진동시키듯 양자 진동자를 떨게 하면 양자 진동자는 에너지의 계단을 오르내리듯 띄엄띄엄하게 에너지를 얻거나 내보낸다.

 탁자 위의 와인잔 진동자로 되돌아가 보자. 똑같이 외부 힘이 없고( \(f(t)\)=0) 손실도 없어서 ( \(\gamma\)=0) 에너지가 보존되는 상황에서 뉴턴 방정식을 따르는 와인잔의 진동은, 초기 조건이 \(x\)(0)=0 이면 \(x\)(t)=0 즉, 움직임이 없는 제로 에너지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진동의 초기 조건은 얼마든지 작은 양만큼 변화시킬 수 있으니 당연히 진동자의 에너지는 연속적이다. 와인잔의 크기를 (상상 속에서) 줄여보았을 뿐인데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원자 세계로 들어섰을 때 어느 순간 진동자의 떨림이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원자 크기로 줄어들었을 때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 탁자 위 와인잔의 떨림도 원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졌으므로 이들 원자들이 양자역학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반영할 텐데 왜 우리는 이런 띄엄띄엄한 에너지와 영점 운동을 보지 못할까? 간단한 대답 중 하나는 와인잔과 같은 거시적인 진동자들의 에너지 양자가 너무나 작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 kHz 진동자의 에너지 양자는 6×10-31 J인데, 상온에서 (온도 \(T\approx\) 300 K) 원자들의 마구잡이 운동으로 인한 진동자의 요동이 볼츠만 상수 \(k_B\)에 대하여 \(k_B T\approx\) 4×10-21 J 로 100억 배쯤 크므로 양자 진동자의 양자화된 에너지와 영점 운동은 열적 요동에 가려 보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와인잔을 원자보다는 크지만 가능한 한 작게 만들어 고유진동수를 높이고, 이런 진동자를 충분히 낮은 온도에 두면 양자 진동자의 특성이 열적 요동을 뚫고 보이게 될까? 예를 들어 만일 1 GHz의 진동자가(직경 100 nm 인 와인잔이면 가능하다) 50 mK의 온도에 놓여 있다면 에너지 양자와 열적 요동 에너지가 같게 되고 양자 진동자로서의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할지 모른다. 나노미터 선폭의 회로를 능히 만들고 사용하는 현재 미세 소자 공정이면 100 나노미터 정도의 구조물은 제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여러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되는 희석 냉동기dilution refrigerator라는 강력한 냉동 장치를 이용하면 50 mK 보다 더 낮은 10 mK도 생성이 가능하다. 그러니 이런 상상은 실제로 구현 가능해야 한다.

 나노미터 스케일의 기계적 진동자를 만들어서 양자역학적 효과를 확인 및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는 2000년대 초 일군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어[2] 십수 년간의 연구 노력을 거치며 실제 여러 가지 형태와 구성의 진동자로 실현되었다. 최근에는 초전도 큐비트 등 여러 양자 소자들의 발전에 힘입어 기계적 양자 진동자mechanical quantum oscillator의 진정한 양자 상태, 즉 띄엄띄엄한 에너지를 가지는 고유 상태에 더하여 이들이 중첩superposition된 양자 진동자 상태까지도 구현 측정하고 있다.[3] 요약하자면 나노 와인잔은 양자 진동자이다!

 

 

양자 진동자로 측정하기

높은 \(Q\) 값을 가진 진동자는 반구형 진동자 각 속도계의 예에서 보듯 정밀한 힘의 측정에 사용될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미세한 힘의 측정은 자연의 기본 힘 중 가장 약한 중력과 연관되어 있을 텐데 실제로 1970년대 중력파 관측 분야가 태동하던 시점에 많은 관련 연구자들은 공명하는 진동자를 중력파 검출기로 검토 시도하였다.(예: 조셉 웨버의 Weber bar [그림3]) 당시 진동자 기반 중력파 검출에 대해 연구하던 물리학자들은 이런 질문에 맞닥뜨렸다: “최고 성능의 중력파 검출기는 너무나 민감해서 구성하는 진동자의 측정을 위해 사용될 광자나 전자와 같은 양자 탐침의 미세한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양자역학이 정의하는 진동자 측정의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하는가? 이것이 진동자 기반 중력파 검출을 불가능하게 하지는 않을 것인가?”

 

킵 쏜 교수Kip Thorne(2017년 중력파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수상) 등은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중력파 검출기인 조화 진동자와 이를 측정하는 탐침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을 적용하여 계산하여 보았다.[4] 이때 위치와 운동량에 관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결과, 진동자 진동 \(x\) 의 연속적인 측정에서 정밀도 한계는\(\sqrt{\frac{\hbar}{2m\omega_0}}\), 다시 말해 영점 운동보다 작은 변화는 원리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5] 참고로 이러한 한계를 진동자 측정의 표준 양자 한계standard quantum limit라 한다. 이러한 양자 한계는 양자역학의 운동방정식을 동원하여 해석할 때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하이젠베르크 자신이 불확정성 원리의 의미를 설명한 사고 실험Heisenberg’s microscope을 통해서도 측정에 관련한 양자 한계가 존재하는 대략의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의 위치를 알아내고자 빛을 비추고 전자가 튕겨 낸 빛을 확대경을 통해 검출하여 전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고 해보자. 빛은 운동량을 지니므로 충돌의 결과 광자를 튕겨낸 전자도 운동량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 때 위치 측정의 정밀도를 올리기 위해 확대경의 배율을 올릴수록 확대경은 더 넓은 산란각 안쪽의 빛을 모으게 된다. 확대경이 모으는 산란각 안쪽의 빛은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구별할 수 없고 따라서 빛을 튕겨내며 변화한 전자의 운동량 또한 높은 배율의 확대경을 쓸수록 더 알 수 없게 된다. 양자 진동자의 측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존재한다. 진동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빛을 쪼이면서 실험을 연속적으로 되풀이해보자. 레이저와 같은 광원에서 광자들은 무작위적으로 쏟아져 나오므로 이번 실험에서 되튕기는 광자가 정확히 언제 진동자에서 튕겨 나오는지는 알 수 없고 따라서 진동자에 작용하는 광자의 운동량은 다음 번 측정에서의 진동자 위치에 마구잡이 요동을 부여한다. 이때 진동자 위치를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더 강한 빛, 즉 더 많은 광자를 측정에 동원하면 그 결과 다음 번 실험에서 나타나는 진동자 위치의 마구잡이 변화도 따라서 커진다. 즉 진동자 위치의 연속적인 측정에서 불확정성 원리에 의한 정밀도 한계가 존재한다.

킵 쏜 등의 표준 양자 한계 연구를 통해 알게 된 나쁜 소식은 예상해 볼 수 있는 중력파원으로부터의 중력파가 너무 약해서 이렇게 양자역학이 원리적으로 부여하는 측정의 한계가 극복되지 않는 이상 검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같은 논문에서 킵 쏜 등은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도 제시한다.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 관계에서 운동량의 불확실성을 크게 만들면 위치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자( \((\Delta x\Delta p\geq\hbar /2)\) . 만일 중력파 검출기 진동의 물리량 중 불확정성 관계로 맺어진 두 물리량을 찾고 그중 하나만 측정할 수 있다면 유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즉, 측정하지 못하는 나머지 한 물리량에 대한 정보를 잃는 대신 측정 대상인 물리량은 얼마든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킵 쏜 교수 등이 발견한 것은 중력파에 의해 떨리는 진동자의 운동에서 중력파 크기에 비례하는 물리량 중 이렇게 불확정성 관계로 맺어진 쌍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불확정성 관계는 양자역학의 운동방정식에서 작용자operator로 표현되는 물리적 관찰량observable들 사이에 존재한다. 작용자들은 수학에서의 행렬과 같이 곱셈에서의 교환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진동자의 위치 \(x\) 와 운동량 \(p\) 에 대응하는 위치 작용자 \(\hat{x}\)와 운동량 작용자 \(\hat{p}\) 는 곱셈에 대한 교환성이 없이 \([\hat{x},\hat{p}]=\hat{x}\hat{p}-\hat{p}\hat{x}=i\hbar\)를 만족하고 이러한 두 물리량의 관계가 불확정성 관계이다. 이제 고유진동수 \(\omega_0\) 로 진동하는 양자 진동자의 위치와 운동량 작용자들을    \(\hat{x}(t)=\hat{X}\cos{\omega_0 t} + \hat{Y}\sin{\omega_0 t}\) 와  \(\hat{p}(t)=-m\omega_0\hat{X}\sin{\omega_0 t} + m\omega_0\hat{Y}\cos{\omega_0 t}\)로 코사인형 진동과 사인형 진동에 대응하는 진폭quadrature 작용자 \(\hat{X}\), \(\hat{Y}\)를 정의하여 표현해 보면 진폭 작용자 사이에도 \([\hat{X},\hat{Y}]=\frac{i\hbar}{m\omega_0}\)라는 불확정성 관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진폭 작용자는 위치나 운동량과 달리 양자 진동자 운동 방정식의 보존 량이므로 진폭 작용자의 측정 과정은 진동자에 마구잡이 요동을 야기하지 않는다. 즉, 두 진폭 중 하나만 측정하는 탐침을 설계하면 표준 양자 한계와 같은 원리적인 한계없이 측정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구성한 측정을 일컬어 양자비파괴측정quantum non-demolition measurement이라 한다.

크기는 많이 다르지만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나노 진동자에도 공진형 중력파 검출기 같은 양자 한계와 그 극복 방식이 적용될까? 2014년 필자가 참여한 연구에서는 거대한 웨버바 대신 나노 진동자를 사용한 실험을 통해 킵 쏜 등의 예상을 검증하였고, 그 결과는 실제로 진동자의 측정에 불확정성 관계가 존재하며 양자비파괴측정이 표준 양자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6] 이 실험에서는 4 MHz로 공명하는 나노 진동자를 초전도 마이크로파 공진회로에 연결하여 공진회로 내의 5 GHz 마이크로파 광자와 나노 진동자의 상호작용이 구현된 소자를 구성하였다. 나노 진동자와 마이크로파 광자가 상호작용한 결과는 소자를 통과하는 마이크로파의 변화를 통해 나타나고 이 변화를 분석하여 나노 진동자의 진동을 측정하였다. 이 경우 동일한 소자와 실험 장치 구성에서도 소자에 인가하는 마이크로파의 주파수 특성을 제어하는 것만으로 진동자의 위치 \(\hat{x}\) 를 측정하는 실험과 진폭 \(\hat{X}\) 혹은 \(\hat{Y}\) 를 측정하는 실험을 독립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양자역학적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나노 진동자의 열적 요동이 양자영점운동의 3배 이내로 유지되는 극저온 환경에서 실험한 결과, 진동자의 위치 \(\hat{x}\) 를 측정하는 실험에서는 측정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의 세기(혹은 광자의 수)에 비례하여 진동자의 요동이 실제로 증가함을 확인하였고, 킵 쏜 등이 제안한 대로 진폭 \(\hat{X}\) 를 측정하면 위치 측정 실험에 비해 진동자 요동이 감소하고, 그 대신 진폭 \(\hat{Y}\) 의 요동이 증가함을 관찰하였다. 이에 더해 마이크로파의 강도가 증가하였을 때 진폭 \(\hat{X}\) 의 측정에 의한 요동의 증가량이 위치 측정에 있어 표준 양자 한계로부터 예상되는 증가량보다 약 1/8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현재 많은 소형 진동자 기술이 정밀 측정에 활용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나노 진동자로 구현된 양자비파괴측정은 언젠가 양자 한계에 다다른 초정밀 진동자 소자들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여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맺음말

와인잔의 껴울림에서 출발하여 양자 세계의 진동자와 그 측정에 관련한 이야기를 몇 가지 풀어보았다. 각자 개성을 지닌 사람의 마음은 단순한 진동자보다 훨씬 복잡해서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서로 나누는 작은 이야기가 각자의 마음속에 퍼져 만드는 심상들도 껴울림 같은 것은 아닐까 상상해 본다. 오늘 저녁 도란도란 와인 한 잔 나누며 마음 사이의 껴울림도 느껴보시길. May the resonance be with you.

참고문헌

  1. 이들 파라미터는 고유 모드의 모양과 가해주는 힘의 분포에 따라 동일한 와인잔의 경우에도 고려하는 고유 모드에 따라 서로 달라질 수 있다.

  2. K. C. Schwab and M. L. Roukes, Physics Today 58, 36 (2005).

  3. K. J. Satzinger et.al., Nature 563, 661 (2018).

  4. K. S. Thorne et.al., Phys. Rev. Lett. 40, 667 (1978).

  5. 웨버바의 영점 운동은 대략 10-20 m 이다. 원자핵이 10-15 m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중력파를 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갈 듯 하다.

  6. J. Suh et.al., Science 344, 1262 (2014).

서준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