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간은 시각적 동물로서, 우리의 일상은 오감 중 시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현대 사회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일과 여가생활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에 시각이 활용되고 있다. 시각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인간은 어떻게 시각적 자극을 인지하며 활용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물리학과 신경과학의 만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빛 에너지가 필요하다. 빛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일 수도 있고 디스플레이의 광원일 수도 있다. 빛이 없으면 우리는 어떤 것도 볼 수가 없다. 빛 에너지가 눈을 통해 망막에 도달하면 빛의 세기를 인지하는 막대세포와 색을 인지하는 원추세포가 빛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변환된 전기 신호는 뇌 속에서 복잡한 신호처리를 통해 해석이 되어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정보로 변환된다. 따라서 빛 자극은 객관적이지만 이를 뇌가 해석을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간이 시각을 통해 얻는 정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같은 현상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지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에 대한 철학적인 해석도 많이 이뤄졌다. 이런 시각의 주관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등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보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격언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는 어떤 사실과 지식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수단이 시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시각을 통한 대상의 관찰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었고, 과학의 가장 기본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현대 과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상을 시각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과학적 탐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상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현미경 기술의 연구 및 개발이 계속해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과학시간에 현미경을 사용해 양파껍질 혹은 입안에서 채취한 구강상피세포를 관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현미경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세계를 확대하여 보여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과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현미경을 사용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어서, 비전공자들도 현미경의 용도와 과학적 중요성을 잘 알게 되었다. 현미경은 단순히 작은 물체를 확대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이해하는데 큰 역하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미경은 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작은 물체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연구되고 발전되어 왔다. 현대의 현미경은 그 종류도 다양하며, 구성 요소와 영상 분석 과정 또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현미경의 발전으로 더욱 미시적인 세계를 탐험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관찰할 수 있게 한 현미경의 발명

현미경의 발명은 인류의 삶을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미경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1600년대 들어서 현미경이 등장한다. 네덜란드의 안토니 반 레벤후크 Antoni van Leeuwenhoek; 1632-1723는 뛰어난 렌즈 가공 실력으로 하나의 렌즈로 구성된 확대경을 만들어 처음으로 미생물을 관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벤후크의 발견은 이후 세균 (박테리아)으로 알려지며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그의 연구는 미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발전시켜 미생물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현미경을 통해 세균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질병 치료의 필수 요소인 항생제 발견 및 신약 개발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레벤후크가 미생물을 관찰하던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대표적인 과학자 로버트 훅 Robert Hooke; 1635-1703 도 현미경을 개발하여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다. 훅은 물체가 외력에 의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등 변형이 일어날 때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복원력과 변형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훅의 법칙의 발견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광학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였는데, 개발한 현미경을 통해 코르크 조각을 관찰하여 규칙적으로 배열된 구조를 발견하고 이것이 수도사들이 수행을 위해 머무는 작은방들을 연상한다고 하여 cell 세포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사용하였다. 훅이 관찰한 것은 식물의 세포벽 구조인데, 이 발견은 이후 세포 이론의 발전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현미경은 사람의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세계를 들여다보며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지식과 세계를 발견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현미경은 과학의 발전과 진보를 이끌며, 일류의 의료와 과학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호문클루스 논쟁

현미경을 통한 발견이 항상 새로운 과학적 발전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호문쿨루스 Homunculus 논쟁이다.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인간이라는 뜻이다. 당시 정자와 난자의 수정에 의해 생명이 탄생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기 때문에 생명의 탄생에 관한 여러 가지 논쟁이 있었다. 그중 전성설 preformationism 은 한쪽 부모로부터 모든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다는 것으로 지금은 당연히 틀린 주장으로 생각되지만 당시 많은 과학자가 지지하였다. 전성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성체의 축소형인 호문쿨루스가 존재하며 단지 성장을 통해 개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였다. 세균을 발견한 레벤후크에 의해서 정자 역시 그 존재가 밝혀진 후 니콜라스 하르추커르 Nicolaas Hartsoeker; 1656-1725는 현미경을 통해 정자를 관찰하였고, 그 안에 작은 인간이 웅크리고 있었다고 말하며 이를 호문쿨루스라고 하여 전성설의 근거로 활용하였다 [4].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오랜 기간 호문쿨루스의 존재가 받아들여졌고,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동물들의 정자 속에는 작은 동물들이 있다는 보고도 이뤄져 하르추커르의 주장을 지지하였다. 이후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양쪽 부모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나서야 이 논쟁은 사라졌다. 이처럼 현미경 기술 발전의 과도기에는 부정확한 관측으로 인해 잘못된 지식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정확한 관측을 위해 현미경 기술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현미경으로 얼마나 작은 것을 볼 수 있을까?

현미경을 통해 작은 크기의 물체를 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현미경을 통해 얼마나 작은 크기까지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대답을 위해 크기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겠다. 길이의 국제단위계는 미터 m이다. 사람의 키는 주로 미터 혹은 1/100 미터인 센티미터 cm로 표현할 수 있다. 1미터를 1000번 나눈 1 밀리미터 (mm, 10-3 m)는 모기나 곤충의 크기를 측정할 때 사용할 수 있다. 1 마이크로미터 (μm, 10-6 m)는 1 mm를 1000번 나눈 수치이다. 사람 머리카락 한 올의 직경이 대략 100 μm로 사람의 맨 눈으로는 관측이 어렵고 현미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동물 세포의 크기는 대략 10-100 μm 정도이고 세균은 수 μm의 크기를 갖고 있다. 1 나노미터 (nm, 10-9 m)는 1 μm를 1000번 나눈 크기로 바이러스가 대략 20-200 nm 크기를 갖고 있다. 최근 전 세계 반도체 연구의 핵심 테마인 나노 공정 nano process의 나노도 크기의 단위로 반도체의 회로 폭을 의미하는 크기로 수 nm로 매우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현미경은 얼마나 작은 크기까지 관찰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현미경은 종류 및 원리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크기가 달라진다고 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광학 현미경을 사용하면 수 백 nm 크기의 대상까지 관찰할 수 있고, 더 작은 크기는 전자 현미경을 활용해야 관찰할 수 있다. 전자 현미경은 나노미터 수준의 작은 물체도 관찰할 수 있다. 요약하면, 현미경을 통해 작은 물체를 관찰할 수 있지만 현미경의 종류와 원리에 따라 관측할 수 있는 영역과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측 대상에 따라 적합한 현미경을 선택해야 한다.

그림 6. 사물의 상대적인 크기와 현미경의 측정 가능한 크기 [5]


현미경의 성능은 주로 배율 magnification 과 분해능 resolution 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배율은 크기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100 배율 현미경으로 관찰을 하면 10 μm 크기의 물체를 1 mm의 크기로 관찰할 수 있어 작은 물체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분해능은 구분 가능한 두 점 사이의 최소한의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분해능이 1 mm라고 하면 최소 두 점 사이의 거리가 1 mm 이상은 되어야 구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분해능이 좋다고 하는 것은 매우 가까이 있는 두 점도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흔히 배율이 높으면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해능이 낮고 배율만 높으면 물체를 크게 확대하였지만 선명하게 관찰할 수 없다. 이는 YouTube 영상을 볼 때 모니터의 크기와 해상도 옵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니터의 크기가 커지면 영상을 더 크게 볼 수 있어 작은 화면에 비해 배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모니터의 크기가 커져 영상을 크게 볼 수 있다고 고배율 하여도 해상도 옵션이 낮으면 흐릿한 낮은 화질의 영상 낮은 분해능만 볼 수 있다. 4k 옵션을 선택하면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높은 분해능을 갖는 현미경으로 대상을 관측한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분해능은 현미경 성능 지표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분해능을 갖는 현미경이 작은 물체의 세부적인 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현미경을 선택할 때 배율뿐만 아니라 분해능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해능은 현미경을 구성하는 광학계와 원리를 포함해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다. 높은 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짧은 파장의 빛 전자기파를 활용해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빛은 전자기파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수직한 채로 진동을 하는 파동이다. 파동의 특성 중 한 주기의 길이의 해당되는 파장으로 좁은 의미의 빛을 정의할 수 있다. 전자기파 중 사람의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은 한 번의 주기가 가지는 길이가 400 nm 파란색에서 700 nm 빨간색의 빛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학 현미경의 경우 일반적으로 아베의 회절 한계 Abbe diffraction limit에 따라 사용한 빛의 파장의 절반 정도 분해능을 갖는다. 따라서 빨간색 빛 분해능: 350 nm을 사용하여 대상을 관측할 때보다 파란색 빛 분해능 200 nm을 광원으로 활용하면 더 높은 분해능을 얻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전자현미경은 파장이 매우 짧은 전자 (피코 미터 pm 영역, 1 pm = 10-3 nm = 10-12 m)를 활용하여 대상을 관찰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분해능으로 매우 작은 대상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맺는말

현미경의 발명은 그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하여 과학적 지식의 발전과 수많은 새로운 분야와 기술 발전에 기여하였다.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의 치료 및 신약 개발을 위한 메커니즘 연구를 위해 다양한 현미경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또한 물리학 분야에서는 그래핀과 같은 2차원 물질이나 양자 물질의 관찰을 위해 전자현미경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현미경의 중요성은 노벨상 수상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900년대 투명한 세포를 관찰하기 위해 위상차 현미경 phase-contrast microscopy 을 개발한 프리츠 제르니케 Frits Zernike; 1888-1966를 포함해 현미경을 활용해 중요한 발견을 한 여러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2014년에는 기존의 알려진 아베의 회절한계를 극복하고 높은 분해능으로 대상의 관찰이 가능한 초고해상도 영상 기술을 개발한 3명의 과학자 Eric Betzig, Stefan W. Hell, William E. Moerner가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처럼 현미경은 과거에도 과학 발전에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되었고, 현재도 새로운 현상을 더 정밀히 관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현미경이 연구되고 있다. 광학 현미경, 초고해상도 현미경, 전자 현미경, X-ray 현미경, 원자 현미경 등 다양한 현미경이 있으며, 각각의 원리와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현미경 연구 분야에서는 주로 렌즈, 카메라 등 물리적인 광학부품의 개발이 현미경 성능 개선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는데, 최근 인공지능이 급격히 발달하며 물리적인 광학부품의 한계를 영상처리 image process를 통해 극복할 수 있어 인공지능을 응용한 현미경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현미경의 발전은 의학, 재료 과학, 나노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와 기술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앞으로 본 연재물에서는 광학 현미경, 초고해상도 현미경, 전자 현미경, X-ray 현미경, 원자 현미경 등의 원리와 그 응용 분야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미경이 어떻게 과학 발전과 기술 혁신에 기여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Leeuwenhoek Boerhaave museum

[2] Leewenhoeck A. 1684 An Abstract of a Letter from Mr. Anthony Leewenhoeck at Delft, dated Sep. 17. 1683. containing some microscopical observations, about animals in the scurf of the teeth, the substance call’dworms in thenose, the cuticula consistingof scales. Phil. Trans. 14, 568–574. (doi:10.1098/rstb.1684.0030)

[3] Micrographia: or Some Physiological Descriptions of Minute Bodies Made by Magnifying Glasses. With Observations and Inquiries Thereupon (1665)

[4] 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 volume 13, page 410 (2012)

[5] Yale National Initiative

윤종희
아주대 물리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