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 현미경 

현미경microscope의 사전적 의미는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은 물체나 물질을 확대해서 보는 기구이다. 따라서 엑스선 현미경은 엑스선을 광원으로 사용하여 미세크기의 시료를 확대하여 영상화하는 모든 장치를 일컫는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확대’로, 광학 현미경은 가시광의 빔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광학 렌즈들로 구성된 대물렌즈로 시료를 확대하며, 전자 현미경은 전자빔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장 렌즈를 이용해 확대된 영상을 얻는다. 엑스선 현미경도 마찬가지로 엑스선의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엑스선 렌즈를 이용한다.


확대된 영상을 얻는 방법으로는 돋보기를 이용해 영상을 확대하듯이 렌즈를 사용하여 한 번에 영상을 얻는 전장 현미경full-field microscope; (예) 광학 현미경과 미세 크기의 광원을 시료에 주사scan하고 각 위치별로 영상을 조합하는 주사 현미경scanning microscope; (예) 전자 현미경(SEM)이 있다. 엑스선을 광원으로 사용하면 전장 현미경과 주사 현미경 방식을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10 nm 급 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확대라는 점에서 영상의 해상도는 광학 현미경보다 우수하고, 전자 현미경에 비해 낮지만,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 시료의 실시간 변화를, 내부와 외부를 같은 해상도로, 3차원으로 영상화할 수 있는 점은 다른 현미경과 대비되는 엑스선 현미경의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시료를 구성하는 물질의 성분이나 원자의 상태를 나노급 해상도의 영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본 편에서는 일반적인 엑스선 현미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알아보고, 이전 편에서 기술한 고품질의 방사광을 이용한 high-end 엑스선 현미경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투사형 엑스선 현미경

전편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뢴트겐은 엑스선이 인체를 투과한 영상을 보고, 엑스선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영상을 확대하는 광학계를 사용하지 않은 투사형projection 영상의 시초이다. 투사형 영상은 현재도 의학용, 산업용, 연구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확대 렌즈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물체를 자세히 볼 수는 없으나, 인체나 여행용 가방의 크기부터 컨테이너 같은 대형 시료의 내부를 보기에 적합하다.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이 간단하다. 엑스선 발생장치에서 발산각이 매우 큰 엑스선을 방출하고, 시료를 투과한 엑스선을 평면 검출기를 이용해 영상화한다. 내부에 엑스선을 흡수하는 물질이 있으면 엑스선 투과량이 낮아 어둡게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밝게 보인다(흡수차 영상이라 한다). 투사형 영상은 시료를 광원에 가까이 할수록 확대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어릴 적 랜턴을 가지고 손가락 그림자놀이를 했던 것을 기억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랜턴을 사용할 때, 확대된 그림자는 그리 뚜렷하지 않았다. 광원의 크기가 크고, 가시광의 회절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엑스선은 광원의 크기가 작고, 높은 에너지(짧은 파장)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는 회절 현상을 관찰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뚜렷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의료용이나 산업용 투사형 엑스선 영상 장치는 영상의 해상도보다는 영상의 대비도 contrast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력이 발전하고 있다. 대형 시료 측정에는 투과율이 높은 고에너지의 엑스선 사용이 필수적이고, 이때 튜브 소스 광원의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투사형 현미경의 해상도는 광원의 크기와 동일하며 (검출기의 픽셀 크기가 충분히 작다면), 연구용으로 사용 가능한, 가장 작은 엑스선 광원의 크기는 대략 150 nm 수준(https://www.excillum.com/worlds-smallest-x-ray-nanospot/)이다. 의료용 영상 장치에서는 인체 내부 영상의 대비도를 높이기 위해서 광학 현미경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위상차 영상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광학 현미경과 유사한 원리로, 시료와 검출기 사이에 여러 가지 광학 장치 (grating, single crystal 등)를 설치하여 미세한 위상 변화를 영상의 명암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광학 장치는 엑스선의 회절을 이용하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낮고, 사용하는 엑스선 에너지에 맞는 고품질의 미세 광학 장치를 제작해 사용해야 하므로, 관련된 기술력은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퍼짐각이 매우 작고, 시준된collimated 방사광을 활용한 투사형 현미경에서는, 시료의 내부 구조 가장자리edge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회절을 이용하여 위상차 영상과 유사한 대비도를 갖는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projection-based 위상차 영상이라 부른다(그림 4). 빔 진행 방향에 특별한 광학계를 사용하지 않고, 시료와 검출기 사이의 거리를 조절함 만으로 간단히 위상차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투과율이 높고 낮은 원자번호 물질로 구성된 바이오 시료를 영상화하기 적합하다. 퍼짐각이 작기 때문에 빔의 크기는 수 cm 수준 (광원으로부터 30 m 정도)이며, 해외 방사광의 경우에는 100 m 길이에 현미경을 설치되어 수십 cm 이상의 큰 빔을 활용하는 예도 있다. 또 다른 방사광 활용의 장점으로는 고휘도의 엑스선을 사용하므로 매우 빠른, 초고속 영상 획득이 가능하다. 그림 4.(3)은 초파리가 숨 쉴 때 내부 기관과 근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한 결과로, 초당 2000장의 투사형 영상을 획득하고 단층 영상을 재구성하여 3차원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초당 150번 이상 날개 근육이 진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 4.(4)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원통형 배터리 내부를 3차원으로 분석한 것으로, 외부에서 열이 가해졌을 때 내부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열에 의해 내부 구조 일부분에 단락이 발생하면서 폭발이 일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 폭발도 이와 유사한 이유로 발생하며,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데 투사형 영상 분석이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방사광을 이용한 초고속 투사형 엑스선 현미경은 물질 내부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로, 바이오 시료 연구, 금속이나 세라믹 소재 개발, 배터리 개발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주사형 엑스선 현미경

주사scan 기반 엑스선 영상 기법은 전자 현미경의 주사 기법과 동일하다. 미세 크기로 집속된 엑스선 빔을 시료에 조사하고 시료의 위치를 스캔하면서 시료를 투과한 엑스선의 세기를 측정하거나, 산란 또는 회절된 엑스선을 2차원 검출기를 통해 측정하거나, 시료에서 발생한 형광 신호를 형광 검출기를 이용해 측정한다. 이를 분석하면 각 위치별 시료의 형상 정보 뿐 아니라, 성분 분포와 원자의 화학 상태까지도 측정할 수 있다. 주사형 현미경에서 영상의 해상도는 집속된 빔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며, 보고된 최고의 픽셀 해상도는 10 nm 수준이다.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고집속 엑스선 광학계를 사용한다. 첫 번째 광학계로는, 일반적인 광학렌즈와 유사한 특성을 갖는 회절 프레넬 존 플레이트Fresnel Zone Plate 회절 광학계가 있다. 평행광을 초점에 집속할 수 있으며, 확대 또는 축소 이미징이 가능하다. 그림 6에서 보듯이 동심원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얇은 박막 위에 높은 원자번호의 물질(금, 백금, 텅스텐 등)을 리소그래피 방법으로 증착하여 제작한다. 존 플레이트의 일부분을 자세히 확대해 보면 슬릿처럼 보이며, 엑스선은 슬릿을 통과하면서 회절된다. 회절된 엑스선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슬릿의 간격을 달리하여 제작하면 엑스선은 존 플레이트의 초점 위치에 집속된다. 슬릿 회절은 harmonics를 생성하므로 harmonics에 따라 초점 위치가 달라진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효율이 가장 우수한(~10 %) 1차 harmonics를 사용한다. 존 플레이트의 직경은 ~100 um 정도이며, 최외각의 슬릿 간격은 ~10 nm 수준이다. 슬릿의 높이(두께)에 따라 효율(입사빔 대비 집속빔의 세기)이 결정되며, 사용하는 엑스선 에너지에 따라 다르다. 보통 연 엑스선(100~1000 eV) 영역에서는 ~0.1 um, 경 엑스선(5~10 keV) 영역에서는 ~1 um 정도이다. 간단한 수식에 의해, 집속되는 빔의 크기는 최외각 슬릿 간격과 동일하다. 따라서 빔을 작게 집속하기 위해서는 최외각 슬릿 간격을 작게 만들어야 하나, 현재 리소그래피의 기술력으로는 10 nm 수준이 한계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광학계는 Kirkpatrick-BaezKB mirror가 있다. 거울mirror은 엑스선의 경로를 바꾸거나, 집속하는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광학계이다. 거울 표면의 형상을 타원으로 만들게 되면, 타원 방정식에 의해 한 초점에 출발한 빛은 다른 한 초점에 맺히게 된다. 높은 에너지(>5 keV)의 엑스선이 효율적(~90 %)으로 반사하기 위해서는 거울에 입사되는 각도가 작아야(~3 mrad=0.2 도)하며, 따라서 길이가 길고(~1 m), 높은 원자번호 물질(백금,로듐 등)을 이용해 표면을 코팅한 거울을 사용한다. 집속되는 빔의 크기는 광원 초점거리 대 집속 초점 거리로 결정되므로, 광원 거리가 길수록, 초점 거리가 짧을수록 작은 빔을 만들 수 있다. 거울 표면을 이상적인 타원으로 완벽하게 가공하기는 불가능하며, 형상 에러에 비례하여 집속빔의 크기는 커진다. 논문으로 보고된 가장 작게 집속된 빔의 크기는 7 nm 정도(Mimura, H. et al., Nature Physics 6, 122–125 (2010))이며, 통상 10~50 nm로 집속된 빔을 사용한다. 존 플레이트는 간단한 광학계로 비교적 쉽게 작은 빔을 얻을 수 있으나, 회절을 이용하므로 효율이 낮고(~10 %), 에너지에 따라 초점거리가 달라지므로 에너지 스캔이 필요한 실험에는 활용이 어렵다. 반면, KB 거울은 반사를 이용하므로, 초점 거리가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아 다양한 실험에 적용하기 쉽다. 다만 정확한 정렬과 안정적인 입사빔이 필수적이다. 이상과 같은 고집속 광학계는 엑스선의 퍼짐각이 매우 작은 고휘도의 방사광 엑스선을 사용할 때 효과적이며, 휘도가 낮고 퍼짐각이 매우 큰, 실험실용 튜브 엑스선 광원에 적용하기엔 효율적이지 않다.

 

전장 엑스선 현미경

전장full-field 엑스선 현미경은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집광렌즈를 이용해 집속된 엑스선을 시료에 조사하고 시료에서 산란된 엑스선을 대물렌즈를 통해 확대하여 2차원 검출기를 통해 영상화한다. 엑스선용 집광렌즈는 존 플레이트를 사용하거나, 모세 유리관capillary tube을 사용한다. 모세 유리관이란 가느다란 유리관 내부 표면 형상을 타원형으로 가공한 것으로, 고온과 인장기puller를 사용해 유리관 형상을 가공하는 고급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한다. 유리 공예 장인이 바람과 열로 예술품을 만드는 것을 과학에 접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엑스선 반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세 유리관 내부 표면에 금 코팅을 하여 활용하고 있다. 모세 유리관의 크기는 길이는 ~10 cm 이며, 내경은 ~1 mm 정도로 매우 작아서 방사광 엑스선에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엑스선용 대물렌즈는 존 플레이트를 사용한다. 확대된 엑스선 영상을 검출하는 2차원 검출기로는 섬광체scintillator와 sCMOS 카메라가 사용된다. 현재 기술력으로 엑스선을 집적 검출할 수 있는 CCD 카메라는 픽셀의 크기가 100 um 수준이며, 가시광용 카메라의 픽셀 크기는 10 um 수준이므로, 나노급 해상도 영상 얻기에는 픽셀의 크기가 적당하지 않다. 따라서 유효 픽셀의 크기를 작게 만들기 위해, 섬광체에 맺힌 확대된 엑스선 영상을 광학 현미경으로 한 번 더 확대하는, 즉 두 번 확대하여 영상화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 픽셀의 크기가 10 um 일 때, 엑스선 현미경의 배율이 20배이고, 광학 현미경의 배율이 20배 라고 한다면, 전체 영상 장치의 배율은 400 배가 되고, 따라서 유효 픽셀의 크기는 10 um/400배 = 25 nm로 작아진다. 보통 광학 현미경의 배율은 고정하고, 엑스선 현미경의 배율을 조정하여 유효 픽셀의 크기를 조절한다. 섬광체란 높은 에너지의 빛(감마선, 중성자선, 엑스선 등)을 가시광으로 변환하는 물질로, 엑스선 현미경에 사용되는 섬광체는 매우 얇은 (~10 um) 단결정의 고광량high-yield 물질(GaGG, CsI, LSO:Tb 등)을 사용한다.


광학 현미경과 동일하게, 전장 엑스선 현미경의 해상도는 대물렌즈의 개구수 numerical aperture, NA에 의해 의존한다. 즉, 해상도~파장/NA 이므로, 만약 엑스선 파장이 1 옹스트롬(=12.4 keV)이고, NA=1 이라면, 원자를 한 개씩 구분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존 플레이트 제작 기술력의 한계로 최대 NA는 수 mrad 정도이기 때문에, 전장 엑스선 현미경의 최대 해상도는 10 nm 수준이다. 해상도는 사용하는 엑스선의 에너지와는 무관하게 (NA<<1 이므로) 존 플레이트의 최외각 슬릿 크기로 근사할 수 있다. 20 여년 전, 연 엑스선용 존 플레이트는 10 nm 급(최외각 슬릿 크기)으로 제작하여 사용되고 있으나, 투과율인 낮아 활용 분야는 바이오 시료나 매우 얇은(1 um 이하) 시료로 제한된다. 반면 투과율이 높은 경 엑스선 전장 현미경은 활용 분야가 넓기 때문에, 고에너지용 고해상도 존 플레이트 제작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에서는 16 nm 존 플레이트를 제작하여 10 nm 해상도의 이미징 결과를 발표하였다(그림 8).


영상의 질은 해상도resolution와 대비도contrast에 의해 결정된다. 엑스선은 투과율이 높기 때문에 시료 내부에 흡수 물질이 없다면, 투명하게 보일 것이다. 투명한 시료 영상의 대비도를 높이는 연구는 광학 현미경 연구자들이 오래 전부터 수행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물 속에 담긴 세포를 광학 현미경으로 보게 되면, 물과 세포의 굴절률 차이가 거의 없고, 세포 내부에 흡수 물질이 없기 때문에 희미한 세포 ++++++영상을 보게 된다(그림 9).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밀도가 높은 물질을 세포에 염색하여 특정 부분이 빛을 흡수하도록 하거나, 다양한 광학계를 추가하여 대비도를 높이는 기술을 활용한다. 광학계를 추가하여 대비도를 높이는 기술로는 Zernike phase contrastZPC, Hoffman modulation contrastHMC, Differential interference contrast DIC 등이 있다. 이 중 ZPC 방법(195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실제 영상과 가장 유사하고, 대비도를 극대화하는 기술로, 광학 현미경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ZPC 방법은 빛이 시료를 투과하면서 발생한 미세한 위상 변화를 간단한 광학계, 즉 위상판phase plate을 이용해 빛의 세기로 변환하는 기술로, 시료 내부의 미세 굴절률 차이가 대비도로 표현된다. 전장 엑스선 현미경은 ZPC를 활용하여 물 속에 담긴 세포 뿐 아니라, 흡수 차이가 미미한 탄소 소재 내부의 기공을 높은 대비도로 뚜렷하게 영상화한다.


특별하게 연 엑스선 영역 중, 물이 투명하게 보이는(즉 투과율이 높은) 물의 창 water window; 282~533 eV)이라 불리는 영역이 있다. 이 에너지에서 세포나 생체 시료를 영상화하면, 세포 내부 구조를 이루는 물은 투명하고, 기관organ이나 조직은 연 엑스선이 흡수되는 탄소나 질소로 구성되므로, ZPC와 같은 기술이나 염색 없이도 세포 내부 구조를 높은 대비도로 볼 수 있다. 연 엑스선 전장 현미경은 10 nm 급 해상도로, 살아 있는 세포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으므로 바이오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위상판을 사용해야 하는 ZPC 방법은 경 엑스선 현미경에만 적용 가능하다. 엑스선용 위상판은, 광학 현미경에서와 같은 원리로, 영상의 높은 공간 주파수 성분에 대비해 낮은 공간 주파수 성분을 π/2 만큼 위상을 지연시킨다. 위상판은 고리 모양, 원판 모양, 작은 구멍 등 다양한 형태로, 리소그래피 가공이 수월한 금gold을 증착하여 제작한다. 금의 두께에 의해 위상 지연 정도가 결정되므로, 두께는 사용하는 에너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위상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영상 오류 artifacts를 개선하는 연구와 다양한 위상판을 제작하여 대비도를 극대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ZPC 방법으로는 시료의 위상 정보(굴절률)를 정량적으로 얻을 수 없으나, 최근 ZPC 방법에서 착안한, 간단한 컷오프 필터와 공간 영역 Kramers-Kronig 관계식을 활용하여 정량적인 위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보고되었다(KyeoReh Lee, et al., Optica 10, 407-414 (2023).


엑스선 영상을 이용한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단층 영상tomography이다. 일반인들도 병원에서 쉽게 접하는 엑스선 영상 기술로, 시료(인체)를 투과한 엑스선은 시료 내부의 모든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360도로 회전하면서 각도별로 영상을 얻으면, 수학적인 계산을 이용해 3차원 공간상에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다. 단층 영상은 투사형 엑스선 영상(의료용, 산업용에 주로 활용)이나 전장 엑스선 현미경(연구용에 주로 활용)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특히 광학 현미경이나 전자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시료의 내부를 나노급 해상도로, 3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 엑스선 현미경을 이용한 단층 영상은 활용 분야(반도체, 배터리, 세라믹, 탄소 소재 등)가 매우 넓고, 활용도가 높다. 이론적으로 10 나노급 해상도의 2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해상도로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회전 구동 장치의 기계적 에러가 수백 나노미터 이상이 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3차원 해상도는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회전 장치의 에러를 보정하기 위해, 기계적 장치(레이저 간섭계 등)를 사용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영상을 후보정하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3차원 영상을 획득하는 데 소요 시간은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시료 하나에 24시간이 소요된다면, 분 단위로 변하는 물성에 대한 연구는 불가능할 것이다. 방사광 전장 현미경을 이용할 경우, 투과 영상 1장을 찍는데 0.01~0.1초 정도이므로, 빠르게는 1분 이내에 ~30 um 크기의 시료에 대한 단층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실시간으로 변화(열팽창, 소결 현상, 금속의 증착이나 dendrite 성장 등)하는 시료에 대한 3차원 구조나 형상 변화 분석이 가능하다(그림 8).


전장 엑스선 흡수 분광 현미경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자는 양자화된 특정 에너지 준위shell에 존재한다. 특정 에너지의 엑스선이 원자에 입사되면 바닥 상태의 전자는 엑스선을 흡수하고 들뜬 상태가 된다. 원자에 따라 전자의 에너지 준위는 각기 다르므로 흡수되는 엑스선의 에너지도 각기 다르다. 이 흡수 패턴을 분석하게 되면, 시료 내부에 존재하는 원자의 종류나 전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엑스선 흡수 분광학X-ray Absorption Spectroscopy이라고 한다. 엑스선 흡수 분광학은 배터리, 연료전지, 태양전지 등 에너지 소재의 원자 구조와 전자 상태 분석에 필수적인 핵심 분석 기술이다. 10 여년 전, 전장 엑스선 현미경에 흡수 분광학 기술을 접목한 흡수 분광 현미경 기술이 개발되었다. 원리는 일반적인 엑스선 흡수 분광 기술과 동일하게 엑스선의 에너지를 흡수 엣지absorption edge 근처에서 스캔하면서, 투과된 엑스선의 세기를 측정하여 흡수 스펙트럼을 얻는다. 일반적인 흡수 분광 장치는, 투과율이 높은 엑스선은 시료에 의해 미량이 흡수되므로, 고감도 엑스선 세기 측정 장치인 이온화 챔버ionization chamber를 이용한다. 이온화 챔버는 엑스선에 의해 이온화된 질소나 아르곤 이온을 측정하는, 광학에서 사용하는 광다이오드와 비슷한, 공간 분해능이 없는 1차원 검출기이다. 이와 달리, 흡수 분광 엑스선 현미경은 전장 엑스선 현미경을 이용해 측정한 엑스선 영상으로부터 2차원 흡수 스펙트럼을 얻는다. 렌즈의 기본 원리로부터, 시료의 임의의 위치에서 출발(산란)한 엑스선은 렌즈(존 플레이트)를 통해 검출기의 임의의 위치에 모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림 11에서와 같이, 에너지 E1에서 측정한 영상에서 각 픽셀의 광량 세기는 시료의 특정 위치에서 발생한 엑스선의 세기를 나타낸다. 에너지를 스캔하면서, 즉 E2….En에서 순차적으로 영상을 얻고, 동일 픽셀에서의 광량 세기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각 픽셀(즉, 시료의 특정 위치)에서의 흡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개별 픽셀 하나하나가 이온화 챔버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장 엑스선 분광 현미경을 사용하면 나노급 공간 분해능으로 시료의 특정 위치에 존재하는 원자와 전자상태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림 11은 이를 활용한 최근 연구 결과의 예시로, 배터리 구성 물질 중 전자를 저장하는 양극재의 이차 입자 한 개를 자세히 분석하여 전자가 어떻게 이동하고, 전자의 흐름을 결정하는 요인들과 성능이 저하되는 원인 등을 연구한 결과이다. 앞서 살펴본 전장 엑스선 현미경은 에너지를 고정해서 측정하는 반면, 분광 현미경은 에너지을 스캔하기 때문에 측정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보통 100 eV 영역을 스캔(1 eV 간격) 하는데, 측정 시간은 약 30분 정도이다. 배터리 급속 충전과 같은 실시간 전자 상태 변화 관찰이 필요한 경우는 스캔 영역을 줄여(20 eV 이내), 수 분 이내에 측정을 완료할 수 있다. 최근 국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방사광을 이용한 엑스선 흡수 분광학과 엑스선 분광 현미경에 의해 견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맺음말

본 편에서는 공항이나 병원 등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투과형 엑스선 영상부터 고성능 고용량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에 필수적인 전장 엑스선 분광 현미경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고휘도의 방사광 엑스선 현미경은 실시간 엑스선 단층 영상이 가능하므로, 빠르게 운동하는 곤충의 내부 구조의 변화를 관찰하여 바이오 모방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시료를 가공하거나 파손하지 않고 미세 구조를 분석하므로, 의료용 생체시료나 산업용 반도체 칩 불량 분석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넓은 에너지 스펙트럼의 방사광 엑스선 현미경은 시료 구성 물질의 원자 상태 분석에 효과적이므로, 배터리, 연료전지, 태양전지, 촉매 등 에너지 소재 개발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대개 엑스선과 방사선을 혼용하여 사용하며, 따라서 매우 위험하며 접근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이름에 가속기가 있어 입자 가속기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외국의 방사광 가속기연구소 이름은 대부분 ** Light Source 이며, 포항가속기연구소도 Pohang Light Source 라 부르기도 한다). 이번 연재물을 통해 많은 구독자들이 엑스선과 방사광 가속기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며, 현재 운영 중인 포항가속기연구소와 충북 오창에 건설 중인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와 같은 고품질 엑스선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한 만큼,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방사광 엑스선을 사용한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여 우리나라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이 방사광을 활용한 연구에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 준
포항가속기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