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쌍곡평면이 왜 쌍곡적인지를 살펴봤습니다. 특히, 리만 계량 및 리만 곡률을 사용하지 않고, 타일 거리를 이용해 쌍곡성을 설명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 관점을 더 발전시켜, 다양체가 아닌 추상적인 군의 기하학을 공부해 보겠습니다.

group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김상현 교수님의 이전 글(경계에서 바라본 군)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해, 군은 어떤 수학적인 물체가 가지는 대칭들의 모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칭이라고 하는 것은 비단 선대칭, 점대칭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불변량”을 보존하는 변환이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원소 N개짜리 집합 $S$가 가지는 대칭은 그 집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다만 단순히 집합으로서 $S$를 바라본다면, $S$의 대칭이란 곧 $S$의 서로 다른 원소들을 서로 다른 원소로 보내는 바꿔치기, 즉 $S$ 상의 일대일 대응에 해당합니다. 이 예시에서, 대칭(즉 일대일 대응)을 두 번 연속해서 적용해도 불변량 ($S$의 서로 다른 원소가 합쳐지지 않고 구별됨)은 바뀌지 않습니다. 또, 대칭을 적용해도 정보를 잃지 않기 때문에, 그 역을 취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즉 대칭의 역 또한 불변량을 보존합니다. 그렇기에, 가장 추상적인 방식으로 적자면, 군이란 다음 두 성질을 만족하는 수학적인 대상입니다.

1. “잇달아 적용하기”가 가능할 것: 원소 두 개를 합성해서 군의 또다른 원소를 만들 수 있음, 2. “원상복구”가 가능할 것: 각각의 원소마다, 그 작용을 되돌리는 역逆 원소가 들어있음.

방금까지의 얘기는 다소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예시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평면 위에 원 $x^{2} + y^{2} =1$과 수평 방향 직선 $y=0$를 그려 보겠습니다. 이제 원의 각 점을 오른쪽으로 1만큼 미는 작용 $(x, y) \mapsto (x+1, y)$를 취하면, 원은 옆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죠. 이말인즉 “오른쪽으로 1만큼 밀기”는 원의 모양을 보존하는 대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y=0$이라는 수평선은 오른쪽으로 1만큼 밀어도 여전히 y좌표가 0인 수평선이죠. 따라서 “오른쪽으로 1만큼 밀기”는 $y=0$라는 모양이 가지는 대칭이 됩니다.

여기서 1만큼 밀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3만큼 밀어도, 2.718만큼 밀어도 여전히 $y=0$라는 직선은 그 모양 그대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따라서, “오른쪽으로 $x$만큼 밀기: $x$는 임의의 실수” 는 $y=0$ 직선의 대칭이 됩니다. 이 대칭들은 잇달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옆으로 $a$만큼 민 다음 다시 $b$만큼 밀면, 결과적으로 $a+b$만큼 민 것이 됩니다. 즉, 여기서 “잇달아 적용하기”는 실수 상의 덧셈에 해당합니다. 또, 이 대칭들은 원상복구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x$만큼 미는 작용을 원상복구하려면 왼쪽으로 $x$만큼, 다시말해 오른쪽으로 $-x$만큼 밀면 됩니다. 따라서, 여기서 “원상복구”는 실수의 양음 부호를 바꾸는 작업에 해당합니다.

이를 통해, 수평선은 실수 집합 $\mathbb{R}$에 해당하는 대칭을 모두 가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단순히 집합으로서 $\mathbb{R}$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덧셈 구조 및 부호 구조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mathbb{R}$을 “덧셈군”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mathbb{R}$가 수평선의 대칭 “전체”에 해당한다고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놓친 대칭이 더 남아 있는데, 어떤 것일까요?)

이제 수평선 대신 2차원 평면 전체를 바라보겠습니다. 여기에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대칭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거리를 보존하는 대칭을 생각할지, 위상을 보존하는 대칭을 생각할지, 아핀 구조를 보존하는 대칭을 생각할지 등등… 하지만 “오른쪽으로 1만큼 밀기”와 “위쪽으로 1만큼 밀기”라는 작용이 평면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두 종류의 작용이 평면의 대칭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둘을 잇달아 적용하는 작용 또한 대칭이어야겠죠. 즉, \[
G = \{\textrm{$(x, y)$라는 벡터 방향으로 밀기 (단, $x, y$는 정수)}\}
\]
는 모두 평면의 대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오른쪽으로 1만큼 밀기”를 $a$, “위쪽으로 1만큼 밀기”를 $b$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그러면 $G$의 각 원소는 $a$를 정수 번, 그리고 $b$를 정수 번 잇달아 적용해 만들 수 있습니다. 즉, $G$ 전체는 $a$와 $b$로 생성generate됩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a$를 먼저 적용한 뒤 $b$를 적용하면 $ba$를 얻고, $b$를 먼저 적용한 뒤 $a$를 적용하면 $ab$를 얻는데, 이 둘은 모두 “$(1, 1)$ 방향으로 밀기”라는 동일한 대칭입니다. 따라서 $ab=ba$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즉, $G$는 “$a, b$ 두 원소로 생성되면서, $ab=ba$라는 규칙을 만족하는 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G$ 안의 원소들 간의 관계는 모두 $ab=ba$라는 규칙만 알면 모두 기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G$ 안에서는 $abab = bbaa$라는 사실이 성립하는데, 이는 \[
abab = (ab)(ab) = (ba) (ab) = (ba)(ab) = (ba)(ba) =b (ab)a = b(ba)a = bbaa
\] 
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군론학자들은 \[
G \simeq \langle a, b | ab = ba \rangle
\] 
과 같이 적습니다. 그리고, “등식 규칙” $ab=ba$는 관련자relator라고 부릅니다. $G$는 생성자 두 개와 관련자 하나로 기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군은 다름아닌 정수 순서쌍 군 $\mathbb{Z}^{2}$입니다.

여기서 $G$가 평면의 대칭 전체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정수가 아닌 실수 벡터 방향으로 평행이동하는 대칭은 다 놓치고 있죠. 그러나, $G$는 평면 위의 아주 좋은 이산적인 구조를 보존합니다. 바로 정수 격자 타일링입니다. 그림 1을 보시면, $G$의 각 원소는 각 타일을 다른 타일로 꼭 맞게 보내죠.

 

따라서, 타일 하나를 원점이라고 고정했을 때, 각 타일마다 $G$의 원소를 하나씩 배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 $(0, 0)$과 $(2, 3)$ 사이 “거리”를 재고 싶다면, $(0,0)$ 타일과 $(2, 3)$ 타일 사이의 “타일 거리”를 재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G$라는 군 위에 거리 구조를 얹어줄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우리는 $G$의 기하학을 공부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또다른 군 $H$를 생각할 것인데, 원소 두 개 $a, b$로 생성되는 군이면서, 아무런 관련자도 가지지 않는 군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이말인즉, $ab$와 $ba$도 같을 이유가 없어 다르게 취급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abab$와 $bbaa$도 $H$ 안에서는 다른 원소입니다. 그러면 \[
H = \{a, b, aa, ab, ba, bb, aaa, aab, aba, baa, bba, bab, abb, bbb, \ldots\}
\] 
와 같이 적을 수 있겠네요.

이건 거의 맞는 말이기는 한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군의 중요한 성질 중 하나는 “원상복구”라는 연산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수식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원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H$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 원소가 빠져 있습니다. 이러한 원소를 항등원identity라고 부릅니다. 편의상 $e$로 나타내기로 하고 $H$에 집어넣어 주겠습니다.

두번째로, 지금 가지고 있는 원소들만 가지고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원소에는 $b$를 잇달아 적용해도, $a^{2}$를 잇달아 적용해도, $abab$를 잇달아 적용해도 항상 더 복잡한 원소가 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a$를 상쇄할 수 있는 원소는 $a$와 $b$의 조합만으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a$와 $b$만 가지고 (관련자 없이) 군을 만들고 싶을때, $a$를 상쇄해주는 녀석과 $b$를 상쇄해주는 녀석을 넣어주어야 합니다. 그것들을 $\bar{a}$ 및 $\bar{b}$라고 표현하겠습니다. 그려면 이제 $H$는 $a, b, \bar{a}, \bar{b}$를 조합해 만든 낱말들 \[
H = \{e, a, b, \bar{a}, \bar{b}, aa, ab, a\bar{b}, \bar{a}\bar{a}, \bar{a}b, \bar{a}\bar{b}, bb, ba, b\bar{a}, \bar{b}\bar{b}, \bar{b} a, \bar{b}\bar{a}, \ldots\}
\] 로 이루어질 것이고, 이것이 전부입니다. $a\bar{a}$ 같은 조합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음”, 즉 $e$와 같습니다. $a$와 $\bar{a}$는 서로 상쇄한다고 정의했으니까요. 낱말들을 연달아 적을 때, 이 규칙 외에 다른 규칙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ab\bar{a}$와 $aab$를 연달아 적면 $ab\bar{a}aab = abab$가 됩니다.

위와 같이 정의된 군 $H$를 차수 2짜리 자유군(rank-2 free group)이라고 부릅니다. 그 어떤 관련자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의미에서죠. 이 군 $H$와 $G$를 비교해 보려고 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G$는 평면의 대칭을 모은 군이기에, 평면(+정수 격자)이라는 기하학을 자동으로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H$의 경우, 그저 $a, b, a^{-1}, b^{-1}$로 만들 수 있는 낱말의 모임일 뿐입니다. $a$ 및 $b$가 어떤 모양의 대칭성으로서 정의된 것이 아니기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모양을 찾아내줘야만 합니다.

이 모양이 바로 그림 2의 나무 그래프tree graph $\Gamma$입니다.

 

이 그래프에서는 모든 꼭짓점이 네 개의 모서리에 닿아 있습니다. 이중 두 개는 꼭짓점을 향해, 두 개는 꼭짓점으로부터 나가는 방향이 주어져 있습니다. 또, $a$ 및 $b$라는 라벨이 하나씩 붙어져 있습니다. 지금 그림에는 길이 1, 1/3, 1/9, 1/27짜리 변들이 그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이들이 모두 길이 1짜리로 같은 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그림 3을 보시면 그래프 $\Gamma$가 여러 개의 조각, 즉 타일로 분해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타일은 꼭짓점을 하나씩 포함하고 있고, $H$의 원소인 낱말 하나씩과 대응합니다. 이제 $a$라는 원소가 이 그래프의 어떤 대칭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봅시다. 먼저, $b$라는 원소 앞에 $a$를 적용해 주면 $ab$라는 원소가 됩니다. 또 $baa$라는 원소 앞에 $a$를 적용해 주면 $abaa$라는 원소가 되구요. 이런 규칙을 좀 더 확장해 보면,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begin{aligned}
a & \mapsto & aa\\
abaab & \mapsto & aabaab\\
b\bar{a}\bar{a}\bar{b}& \mapsto & ab\bar{a}\bar{a}\bar{b}\\
e & \mapsto & a\\
\bar{a} & \mapsto & e \\
\bar{a}bba & \mapsto & bba
\end{aligned}
\]

이 작용을 그래프 위에서 기술해 봅시다. 먼저, $\ldots – \bar{a}\bar{a} – \bar{a} – e – a – aa -\ldots$로 이루어진 긴 가로선을 따라 한 칸씩 오른쪽으로 움직여 줍니다. 또, 이 가로선에 달려 있는 각각의 라벨 $b$ 모서리들을 한 칸 옆 라벨 $b$ 모서리로 옮겨 줍니다. 이렇게, 중심 가로선을 따라 한 칸 움직이면서, 라벨 $a$인 모서리는 라벨 $a$인 모서리로, 라벨 $b$인 모서리는 라벨 $b$인 모서리로 옮겨 주는 작용이 바로 $a$가 하는 일입니다. 즉, $a$는 그림 4에 묘사된 “라벨 달린 나무 그래프” $\gamma$의 대칭 중 하나입니다.

 

마찬가지로 $b$의 작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중심 세로선을 따라 한 칸씩 위로 움직이면서, 라벨을 보존하게끔 그래프 전체를 움직이는 작용이 바로 $b$가 하는 일입니다. 이 또한 $\Gamma$의 대칭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Gamma$의 모든 대칭은 $a$와 $b$로 빠짐없이 생성해 낼 수 있습니다. 즉, 군 $H$에 부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하학적인 모델이 바로 그래프 $\Gamma$이고, 역으로 $\Gamma$의 대칭을 모두 담아낸 것이 바로 군 $H$입니다.

그래프 $\Gamma$에서 타일 거리는 아주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두 꼭짓점 사이 거리는 그 둘 사이의 모서리 갯수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ab$와 $abab$ 사이에는 모서리가 두 개 놓여있기에, 둘 사이 거리는 2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긴요하게 쓰이는 성질이 바로 $\Gamma$가 나무 모양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점 두 개를 잇는 경로는 반드시 유일하며, 우회로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우회로, 즉 고리loop이 달린 그래프와 아닌 그래프의 예시를 보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지난 시간에 배운 쌍곡성을 $\Gamma$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예시를 들기 위해, 꼭짓점 세 개 $A = e$, $B = abaa$, $C = abb\bar{a}$를 잇는 삼각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A$와 $B$를 잇는 선분은 $e-a-ab-aba-abaa$가 됩니다. 이제, $C$에서 $B$로 향하는 최단 경로는 $abb\bar{a}-abb-ab-aba-abaa$입니다. 또 $C$에서 $A$로 향하는 최단 경로는 $abb\bar{a}-abb-ab-a-e$입니다. 여기서, $\overline{CB}$와 $\overline{CA}$는 처음 두 마디까지는 정확하게 똑같다가, $ab$라는 $\overline{AB}$상의 점을 만나자마자 분기해서 반대 방향으로 향합니다. 그 결과, $\overline{CB}$와 $\overline{CA}$는 $\overline{AB}$를 완벽하게 덮습니다. 마찬가지로, $ABC$의 각 변은 다른 두 변의 합집합에 쏙 포함되고, 따라서 $\triangle ABC$는 두께 0짜리 삼각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림 5)

 

이 상황에서 $\Gamma$가 나무 모양 그래프라는 것이 쓰였음은 명백합니다. 일반적으로 나무 모양 그래프는 Gromov의 관점에서 두께 0짜리 쌍곡 공간이 됩니다. 이제 평면 상의 대칭을 담은 군 $G$로 돌아가 볼까요. 이 군에서는, 제 아무리 한계를 넉넉하게 줘도, 그 한계보다 더 뚱뚱한 삼각형을 반드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예시로, $A = (0, 0)$, $B = (30, 0)$, $C = (0, 30)$라는 점들을 잡으면, $B$와 $C$ 사이의 최단 경로는 총 118,264,581,564,861,424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은 $(30, 30)$이라는 점을 지납니다. 하지만 $A$와 $B$를 잇는 최단 경로는 정확히 한 개고, 그것은 $(30, 30)$이라는 점 근처에도 오지 못합니다. $B$와 $C$를 잇는 최단 경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B$와 $C$ 사이 최단 경로 중에는, $\overline{AB} \cup \overline{BC}$의 (두께 25짜리) 근방 안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30이라는 숫자를 키우면 키울수록 이 현상을 더 극명하게 만들 수 있고, 따라서 $G$는 쌍곡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예시들을 마음에 간직한 채, 일반적인 얘기를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이 얘기는 백형렬 교수님의 이전 글에 잘 소개되어 있으니 간략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소 유한 개 $a, b, \ldots$ 로 생성되는 군 $G$가 주어졌을 때, $G$의 원소를 빠짐없이 꼭짓점으로 가지는 그래프를 하나 그리겠습니다. 이제, 한 꼭짓점이 어떤 원소 $g$, 다른 꼭짓점이 $g \cdot (\textrm{생성자})$ 원소에 해당한다면, 그 두 꼭짓점을 이어주겠습니다. 이렇게 만든 그래프를 (우리에게 케일리-해밀턴 정리로 잘 알려져 있는) Arthur Cayley의 이름을 따 Cayley 그래프라고 부릅니다. 이때, 군 표현에서의 관련자는 그래프의 루프로 나타날 것입니다. 루프가 아예 없으면 그래프는 나무 모양이 될 것이고, 이것이 아까 본 자유군의 케이스입니다. 반대로, 루프가 다소 빽빽하게 얽히면 평면 모양을 만들 수도 있고, 이것이 정수 순서쌍 군의 케이스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mathbb{Z}^{2}$의 경우 $(1, 0)$ 및 $(0, 1)$이라는 벡터로, 차수 2짜리 자유군의 경우 $a$와 $b$라는 자연스러운 생성자가 있습니다. 허나 일반적으로, 유한 생성군 $G$가 주어졌을 때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생성자를 떠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operatorname{SL}(3, \mathbb{Z})$나 $\operatorname{SL}(5, \mathbb{Z})$와 같은 군을 잘 아시는 독자분들은, 이 군들을 생성하는 행렬 3개 혹은 10개를 대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군 모두, 원소 단 두 개만을 가지고 생성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operatorname{SL}(5, \mathbb{Z})$의 10개짜리 생성자를 선호하고, 다른 사람들은 2개짜리 생성자를 선호할 것입니다. 이 두 그룹이 그려내는 Cayley 그래프는 실제로 좀 다른 모양이 됩니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군의 쌍곡성을 공부할 때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Misha Gromov는 기하군론의 기초를 닦으면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정리 [Corollary 2.3.E, Gro87]. 군 $G$의 유한 생성 집합 $S$ 및 $T$를 생각하자. 만약 $S$를 기준으로 만든 $G$의 Cayley 그래프가 Gromov 쌍곡적이라면, $T$를 기준으로 만든 $G$의 Cayley 그래프 또한 Gromov 쌍곡적이다.

따라서, 어떤 군의 Cayley 그래프가 Gromov 쌍곡적인지 논할 때는 생성자의 선택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따라서 군 자체가 가진 고유한 성질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 보았듯, 자유군은 Gromov 쌍곡적이고 정수 순서쌍 군은 Gromov 쌍곡적이지 않습니다. 사실은, 어떤 군이 $\mathbb{Z}^{2}$를 부분군으로 가지고 있으면 그 군은 결코 Gromov 쌍곡적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시간에 살펴 본 쌍곡 평면의 타일링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이 타일링의 각 타일은 크기가 유한한 컴팩트한 타일임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쌍곡 평면의 타일링의 대칭을 설명하는 군은 (쌍곡)곡면 군(surface group)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한 예시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pi_{1}(\Sigma_{2}) \simeq \big\langle a, b, c, d \,\big|\, ab\bar{a}\bar{b} cd\bar{c}\bar{d} = e\big\rangle.
\] 이 군 표현에서는 정수 순서쌍 군과 마찬가지로 관련자가 한 개인 반면, 생성자는 4개로 훨씬 많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 군의 기하 모델인 쌍곡 평면 혹은 Cayley 그래프는 평평한 유클리드 공간이 아닌 쌍곡적인 공간이 됩니다. 그러나, 쌍곡 평면은 나무 모양 그래프하고는 또 다르게 생겼습니다. 전자는 두께 0만큼 극단적으로 날씬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후자는 극단적으로 날씬하니까요. 조금 더 직관적으로 말해 보면, 쌍곡 평면은 직관적으로 “2차원”인 것 같지만 나무 모양 그래프는 “1차원”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 성립합니다.

정리. 차수 2짜리 자유군은 쌍곡 공간 $\mathbb{H}^{n}$ ($n\ge 2$)의 (거리 공간으로서의) 대칭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차수 2짜리 자유군은, $\mathbb{H}^{n}$을 동일한 모양의 컴팩트한 타일들로 덮은 타일링의 전체 대칭군이 결코 될 수 없다.

이 정리 역시 증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Gromov 쌍곡성을 지닌 공간의 대칭성에서 자유 군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흔히 탁구 보조정리라고 불리는데, 이 또한 백형렬 교수님의 이전 글을 참조하면 좋겠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은, (좋은 타일링의) 대칭성 “전체”를 모았을 때 자유 군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죠.

예를 들어, 쌍곡 평면의 대칭 중에서 차수 2짜리 자유군을 찾자면 다음 타일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행렬 측면에서는 $\operatorname{SL}(2, \mathbb{Z})$의 지수 6짜리 부분군을 하나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1 사실은 이 타일링을 보존하는 쌍곡 평면의 대칭 군은 정확히 대칭 $a$ 및 $b$ 두 원소로 생성된 차수 2짜리 자유 군과 일치합니다. 무엇이 문제이냐 하면, 이 타일들은 크기가 유한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모두 쌍곡평면의 경계 상에 꼭짓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말인즉 타일이 컴팩트하지 않고 무한히 길고 표족하게 입이 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방금 정리와 모순이지는 않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Gromov 쌍곡 공간의 대칭성으로서 군을 공부할 때, 그 군에 결부된 타일링의 조건을 완화하면 완화할수록 다룰 수 있는 군의 자유도가 커진다는 뜻입니다. 아주 제한된 관점에서는 자유 군은 쌍곡 평면을 이용해 공부할 수 없지만, 컴팩트하지 않은 타일링을 허용함으로써 이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차원을 높여, n차원 쌍곡 공간 $\mathbb{H}^{n}$의 대칭 군으로 가면 어떨까요? 이는 n차원 쌍곡 다양체의 기본군을 공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컴팩트한 케이스, 그러니까 컴팩트 쌍곡 다양체의 기본군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군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컴팩트하지 않은 쌍곡 다양체의 기본군의 종류는 훨씬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정수 순서쌍 군 $\mathbb{Z}^{2}$도 어떤 (컴팩트하지 않은) 3차원 쌍곡 다양체의 기본군으로 나타납니다. 군 자체로서는 극히 비-쌍곡적인데, 여전히 쌍곡 공간의 (부분적인) 대칭군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군이 어떤 쌍곡 공간의 대칭성으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예시들을 보았습니다. (1) 자유군과 그 Cayley 그래프가 한 예시이고, (2) $\mathbb{Z}^{2}$가 3차원 쌍곡 공간의 대칭군으로 나타는 것이 다른 예시입니다. 이 둘은 양 극단에 서 있습니다. (1)에서 나타나는 타일링은 매우 좋은 성질을 가지기에, 자유군의 대수적인 성질(예를 들어 관련자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공간의 기하학으로부터 뽑아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타일링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몇몇 흥미로운 군들은 결코 이 조건 하의 타일링으로 공부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2)에서 다루는 타일링은 그 성질이 다소 거칩니다. 따라서 공간이 쌍곡적이더라도 군은 평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군의 종류는 엄청나게 늘지만, 그들의 공통적인 이론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에 있는 적당한 타협점이 있을까요? 즉, 컴팩트한 타일링 대신 좀더 약한 성질을 만족하는 타일링을 생각하면, 아주 완벽하게 쌍곡적이지도 않지만, 어느 정도의 쌍곡성은 가지는 다양한 군들을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상대적 쌍곡성relative hyperbolicity 및 비원통적 쌍곡성acylindrical hyperbolicty의 영역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새로운 예시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최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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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과학원 수학부 KIAS Fe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