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lly really like the prime numbers.
I view them as the most fascinating objects in mathematics.
– James Maynard, in Love Prime Numbers, Numberphile
\(1\)과 자기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누어 지지 않는 자연수를 소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2\), \(3\), \(5\), \(7\), \(11\), \(13\), 그리고 \(1000003\)이 소수입니다. 소수의 정의는 2000여 년 전 유클리드의 원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는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진다’ 대신 ‘기본단위unit로만 잴 수 있는 수’1를 소수라고 정의합니다. \(0\)을 제외한 모든 정수는 \(1\), \(-1\) 그리고 소수의 곱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소수는 곱셈을 할 때 정수를 이루는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수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은 정수론의 중심에 있습니다.
유클리드 이후로 20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는 소수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몇 가지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정수론의 많은 문제들, 특히 소수와 연관된 문제들은 ‘이게 답이어야만 하는데(!)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건가’ 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답이 보이지만 답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2022년에 필즈메달을 받은 제임스 메이나드의 연구는 2-300여 년간 (어쩌면 더 오래) 해석적 정수론 연구자들이 골몰해 왔던 문제, 특히 소수에 관한 문제들의 연구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그가 필즈상을 받았을 때 콴타매거진Quanta magazine은 기사 제목을 ‘A Solver of the Hardest Easy Problems About Prime Numbers’라고 붙였습니다. 정말이지 메이나드가 증명한 정리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그 자체로는 쉬운 내용입니다.
메이나드의 여러 연구들 중에서 가장 빛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의 간격’에 대한 정리입니다. \(3\) 다음 소수는 \(5\)입니다. \(1000\)번째 소수인 \(7919\) 다음 소수는 \(7927\)로 두 수의 차이는 \(18\)입니다. \(1000003\) 다음 소수는 \(1000033\) 이고 둘 사이는 \(30\)만큼 차이가 납니다. 조금씩이지만 간격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995\)번째 소수인 \(7877\) 다음 소수는 \(7879\)입니다.2 오랜 시간 사람들의 열정을 사로잡았던 문제들이 종종 그렇듯이 소수의 간격은 가닥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메이나드의 두 가지 연구 결과는 이런 소수의 간격에 대한 이해를 넓혔습니다.
2015년에 발표한 연이은 소수의 좁은 간격에 대한 논문[5]에서3 메이나드는 주어진 소수와 이웃하는 소수 사이의 간격이 \(600\) 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2016년 논문[6] 그리고 2018년에 다른 수학자들과 함께 쓴 논문[2]에서는 이웃하는 두 소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도 증명했습니다. 주어진 소수와 그다음 소수가 항상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아무리 큰 소수에 대해서도 늘 있다, 는 것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당연해 보이는군요.
이 글에서는 이런 정리들이 수학에서 왜 중요하게 여겨지는지, 어째서 ‘매우 그럴법한’ 것인지, 하지만 이렇게 당연할 것 같은 내용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상 2022 필즈상 수상자 제임스 메이나드 / IMU
소수에 관해 할 수 있는 질문은 정말 많지만 역시 첫 번째 질문은 ‘소수가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 가’에서 시작합니다. ‘소수의 무한함’에 대해서는 이미 2000여 년 전의 유클리드의 책에서도 그 증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간단합니다. 소수가 유한하다면 모든 소수를 다 쓸 수 있습니다. 그 소수를 모두 곱하고 거기에 \(1\)을 더합니다. 이 새로운 수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가정한 소수로는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수는 소수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다고 가정한 소수가 아니니 우리가 유한한 개수의 소수를 모두 알고 있다는 가정에 모순이 됩니다. 그러므로 소수는 무한히 많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 질문입니다: 소수는 ‘얼마나’ 무한히 많을까요. \(10\)보다 작은 수 중 소수는 \(4\)개입니다. \(100\)보다 작은 수 중 소수는 \(25\)개입니다. \(1000\)보다 작은 소수는 \(168\)개입니다. 그러면 어떤 두 정수를 잡으면 그사이에 항상 소수가 존재할까요? 물론 충분히 멀리 있는 정수를 잡는다는 조건이 있어야만 하겠지요. 19세기 베르트랑 공준Bertrand postulate에 따르면 \(2\)보다 큰 임의의 정수 \(n\)과 \(2n\) 사이에는 항상 소수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큰 수 \(x\)가 있을 때 \(x\)보다 작은 소수는 모두 몇 개가 있을지 알 수 있을까요? 이런 종류의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수, 또는 어떤 대상(예를 들어 특정한 수식을 만족하는 정수들)을 세는 것은 정수론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보다 큰 수 \(x\)에 대해 \(\pi(x)\)를 \(x\)보다 작거나 같은 모든 소수의 개수라고 정의합니다. 18세기 후반에도 이미 수학자들은 소수를 계산하여 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소수표를 바탕으로 르장드르는 \(x\)가 커짐에 따라 소수의 개수를 세는 함수 \(\pi(x)\)가 \(\frac{x}{\log x}\)에 가까워진다 라고 추측했습니다. 로그 함수 (\(\log x\))는 지수 함수의 역함수로, \(x\)가 커지면서 같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매우 느리게 증가하는 함수입니다.
이 르장드르의 추측은 20세기에 가까워져서야 증명이 된 소수 정리Prime numbertheorem입니다. 여기서 \(\pi(x)\)와 \(\frac{x}{\log x}\)의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그 유명한 리만 가설과 깊게 연관이 되어 여전히 가설로 남아 있습니다. 리만은 1856년의 논문4에서 소수 정리를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획기적인 방법과 그에 연관된 리만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리만의 아이디어는 아다마르와 드 라 발레푸생이 각자 1896년에 소수 정리를 증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소수들을 크기순으로 늘어놓고 들여다봅니다. 패턴 같은 게 있을까요? 쉽게 찾을 수 있는 패턴이 만약 존재한다면 세상은 좀 재미없어질 것입니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도 예를 보았지만, 소수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었다 벌어졌다 합니다. 큰 소수의 예를 더 들어본다면, \(18662\) 자릿수의 소수의 간격이 \(1113106\)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5 소수 간의 간격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요. \(N\)을 굉장히 큰 정수라고 가정합니다. \(N!+1=1\cdot 2\cdot\cdots N+1\)은 소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N!+2, N!+3, \ldots, N!+N\)은 절대로 소수가 아닙니다. \(1\)이 아닌 \(n\)이 \(N\)보다 작거나 같으면 \(n\)은 \(N!\)을 나누기 때문에 \(N!+n\)은 항상 \(n\)으로 나눌 수가 있으니까요. 즉, \(N!+2\)와 \(N!+N\)사이에는 소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큰 수 \(N\)을 가져와도 그 수보다 더 간격이 떨어진 연이은 소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연이은 소수쌍들의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1930년대에 에르되시와 랑킨이 각각 증명한 바 있습니다. 메이나드와, 그리고 그와 함께 이 문제를 연구한 다른 수학자들은 에르되시와 랑킨이 증명한 것보다 좀 더 멀리 떨어진 연이어 있는 소수들이 늘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6: 어떤 큰 수 \(x\)를 가져와도, \(x\)보다 작은 소수중에서 그 다음 소수와의 거리가
\begin{equation}
C\log x\frac{(\log \log x) (\log\log\log\log x)}{\log\log\log x}
\quad \cdots \quad (1)
\end{equation}
보다 큰 경우가 항상 존재한다.7 여기서 \(C\)는 \(0\)보다 큰 상수입니다.
하지만 큰 소수들 중에서도 연이은 소수 쌍의 간격이 좁은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p\), \(p+2\)가 동시에 소수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런 소수를 쌍둥이 소수라고 부릅니다. 알려진 쌍둥이 소수중에는 \(388342\)자릿수도 있습니다. \(10^{18}\)보다 작은 쌍둥이 소수는 \(808675888577436\)개입니다.8
쌍둥이 소수는 얼마나 많을까요? 앞에서 이야기한 소수 정리로부터 주어진 정수 \(n\)이 소수일 확률이 \(\frac{1}{\log n}\) 정도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n\)이 만약 소수라면 그다음 소수는 \(\log n\) 반경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됩니다. \(\log n\)은 \(n\)이 커지면 같이 커집니다. 그렇다면 연이은 소수 사이의 간격은 소수가 커질수록 무한히 벌어지는 걸까요? 아니면 어떤 유한한 수가 있어서 그보다 간격이 좁은 연이은 소수들이 아주 큰 소수들 사이에서도 항상 나타날 수 있는 것일까요.
쌍둥이 소수 추측은 ‘\(p\), \(p+2\)가 모두 소수인 소수쌍(즉, 쌍둥이 소수)이 무한히 많다’라는 것입니다. 이 추측은 150여 년 전 폴리냑이 처음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수학자들은 쌍둥이 소수 문제는 더 오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가 무한히 많으니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는 소수가 얼마나 많은가를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질문이지요.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 역시 궁금해했을 것 같습니다.
쌍둥이 소수 추측은 사실일까요? 왜 이 추측이 사실이어야만 할까요?
\(2\)보다 크거나 같은 수 \(x\)에 대해 \(\pi_2(x)\)는 \(x\)보다 작은 쌍둥이 소수의 개수라고 정의합니다. 크래머 모델Cramér model로 \(p\), \(p+2\)가 동시에 소수인 경우가 얼마나 자주 일어날 수 있는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8] 정수인 \(n\)과 \(n+2\)가 있을 때, \(n\)이 소수인 것과 \(n+2\)가 소수인 것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n\)이 충분히 크면 소수정리에 따라 두 수가 모두 소수일 확률은 \(\frac{1}{\log n} \times \frac{1}{\log (n+2)}\)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면 \(\pi_2(x)\)는 \(\frac{x}{(\log x)^2}\)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으니까요. \(n\), \(n+2\)가 동시에 소수가 되려면 \(n\)과 \(n+2\)는 \(\sqrt{n}\)보다 작은 어떤 소수로도 나뉘지 않아야 하고, 이런 관계를 고려하면 \(\pi_2(x)\)는 \(x\)가 커지면 \(2\prod_{p>2, \text{ 소수}} \big(1-\frac{1}{(p-1)^{2}}\big) \cdot \frac{x}{(\log x)^2}\)처럼 증가할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제 \(\pi_2(x)\)가 무한히 많을 것 같은 확신이 조금 생기네요. 그러면 증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 방법circle method은 하디와 라마누잔이 1918년에 발표한 논문9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해석적 정수론의 여러 연구에 꾸준히 쓰이며 발전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원방법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어떤 상자 속의 물건을 세고 싶다고 가정합니다. 상자 속의 물건들의 성질을 알고는 있지만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릅니다. 꺼내거나 만져볼 수도 없습니다. 원방법은 알고 있는 성질만을 이용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만 셀 수 있는 함수를 만들어, 그 함수 자체를 다른 방법으로 계산을 하는 것입니다. 이 함수는 우리가 알고 싶은 정보를 주면서 (예를 들어 \(\pi_2(x)\)) 다른 한편으로는 계산을 시도해 볼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1923년 하디와 리틀우드는 원방법을 바탕으로 더 ‘정확한’ 쌍둥이 소수 추측을 내놓았습니다: \(x\)가 증가할수록 \(\pi_2(x)\)는 \(2\prod_{p>2, \text{ 소수}} \big(1-\frac{1}{(p-1)^{2}}\big) \cdot \frac{x}{(\log x)^2}\)에 가까워진다.(앞서 크래머 모델을 바탕으로 추측한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가까워지는지에 대한 추측을 추가하였습니다.
원 방법을 이용하면 \(x\)보다 작은 소수 중에서 쌍둥이 소수만 셀 수 있는 수식을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좌표평면에서 원점이 중심이고 반지름 \(1\)인 원을 하나 잡고, \(x\)축으로부터 잰 각도가 \(t\)인 점을 복소수로 표현한 값을 \(e(t)\)로 씁니다. 이 함수는 모든 정수 \(n\)에 대해 \(e(t+n)=e(t)\)를 항상 만족합니다. 원 위에서 \(n\)번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죠.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정수’만 세는 함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p\)와 \(p+2\)가 모두 소수인 소수 \(p\)만 세는 함수 역시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이 함수를 다른 방법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pi_2(x)\)의 경우 여기에 거대한 벽이 있습니다. 이 벽을 넘기 위해서는 소수에 대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정보들이 좀 더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으로는 원방법을 통해서 \(\pi_2(x)\)에 대한 추측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가설을 증명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원방법이 유용하지 않은건가 의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원방법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00여년 간 사랑받아오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였습니다. 메이나드는 201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방법을 바탕으로 소수를 십진수로 썼을 때 어떤 숫자(\(1\)에서 \(9\)사이의, 예를 들어 \(7\))가 없는 소수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7]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쌍둥이 소수 추측이 분명 사실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두 소수의 간격이 \(2\)인 소수쌍이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막 배밀이로 이동을 겨우 하는 아기에게 뛰어보라고 한 것일 수도 있지요. 2015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유한한 수 \(N\)이 존재해서 연이은 소수 쌍 사이의 거리가 \(N\)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가 무수히 많다, 라는 것도 증명하지 못했으니까요. 이 정리는 2015년에 나온 장이탕의 유명한 결과입니다. 그 당시 \(N\)은 \(7\times 10^{7}\)이었습니다.[10] 이 연구가 세상에 나왔을 때 수학자들이 반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장이탕의 논문이 나온 후 이 논문의 방법을 점점 더 세세하게 조정하여 폴리매스 프로젝트는 이 \(N\)을 \(4680\)까지 줄였습니다.[9]
이런 연구결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체 방법Sieve method‘입니다. 말 그대로 체로 걸러내서 원하는 것만 남기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에라토스테네스의 체(기원전 200년)를 예를 들어 봅니다. \(x\)보다 작은 수를 나열합니다. \(2\)로 나누어지는 수를 제거하고 (\(2\)는 남겨둡니다), 그다음은 \(3\), 이렇게 계속해서, 남아있는 가장 작은 수를 남기고 그 수로 나눌 수 있는 모든 수를 지웁니다. \(x\)보다 작은 소수만 남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체 방법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급격히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그 선두에는 체 방법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브룬이 있습니다. 브룬은 \(\pi_2(x) \leq Cx\big(\frac{\log \log x}{\log x}\big)^2\)가 되는 어떤 상수 \(C>0\)가 존재한다, 라는 것을 증명했는데 이때 사용한 방법은 브룬 체Brunn Sieve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브룬의 방식은 조합론적인 체 방법으로, “더하고 빼는inclusive-exclusive” 방법을 사용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10\)보다 작은 자연수 중에서 \(2\)와 \(3\)으로 나눌 수 없는 수를 세려면 \(10\)에서 \(2\)로 나누어지는 수의 개수와 \(3\)으로 나누어지는 수의 개수를 제하고, 두 번 반복해서 제한 \(6\)으로 나누어지는 수의 개수는 다시 더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수식으로 구체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뫼비우스 함수입니다. 이 함수는 \(1\), \(-1\), \(0\)의 세 값만을 가지며 주어진 소수들로 나눌 수 있는 (또는 나눌 없는) 수의 개수를 셀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브룬은 자신의 방법으로 \(n\)과 \(n+2\)가 최대 \(9\)개의 소수로 나누어지는 자연수 \(n\)이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체 방법으로는 어떤 정수가 소수 인지, 아니면 \(2\), \(3\)개의 소수로 나누어지는 수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체 방법의 클라이맥스’10라 할 수 있는 논문[1]에서 천징룽은 체 방법을 이용하여 \(p+2\)가 \(2\)개 이하의 소수로 나누어지는 소수 \(p\)는 무한히 많음을 증명했습니다. 쌍둥이 소수와 근접했지만 \(p+2\)가 소수가 되는 경우가 무한히 많음을 증명하지는 못했지요.
노르웨이의 수학자 셀버그는, 저의 동료 중 한 사람이 예전에 말한 것처럼, ‘우리 분야(해석적 정수론)의 문을 열어준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셀버그는 1940년대에 리만 가설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지금은 셀버그 체Selberg sieve라고 불리게 된 방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셀버그 체 역시 브룬 체처럼 조합론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셀버그는 뫼비우스 함수를 다른 함수로 대체하여 결과를 최적화하였습니다. 셀버그 체를 바탕으로 골드스톤, 핀츠, 일디림은 2005년에 소수의 간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멋진 정리를 증명했습니다.[3]: \(p_n\)을 \(n\)번째 소수라고 한다. \(\epsilon>0\)이 주어졌을 때 \(|p_{n+1}-p_n|\ll \epsilon \log p_n\)인 \(p_n\)이 무한히 많다. 안타깝게도 \(p_n\)이 커지면 \(\log p_n\) 역시 같이 커지기 때문에 여전히 간격이 무한히 벌어집니다. 우리가 등차수열 안의 소수들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들이 꽤 있기 때문에 GPY방법(골드스톤, 핀츠, 일디림이 사용한 방법)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등차수열 안의 소수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하겠습니다. \(6\)을 예로 들어볼까요. \(6\)으로 나누어서 \(2\)나 \(3\)이 남는 소수는 \(2\)와 \(3\)밖에 없습니다. \(4\)가 남는 소수는 없고, \(5\)가 남는 소수는 \(5\), \(5+6=11\), \(11+6=17\), \(17+6= 23\), \(23+6= 29\)가 있습니다. 그다음 \(35\)는 소수가 아니지만, \(41\)은 다시 소수가 됩니다. 그렇다면, \(6\)으로 나누어서 \(5\)가 남는 소수는 얼마나 많을까요? 이러한 소수가 무한히 많다는 사실은 디리클레의 \(L\)-함수(현대 정수론에서 자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함수입니다. 리만의 가설과도 연관이 있습니다)를 이용하여 증명할 수 있습니다. \(6\)으로 나누어 \(5\)가 남는 소수, \(4\)로 나누어 \(1\)이 남는 소수, \(15\)로 나누어 \(7\)이 남는 소수…… 모두 (각각) 무한히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써보자면, 양의 정수 \(q\)와 \(a\)가 있을 때(\(a\)는 \(q\)보다 작게 잡습니다) \(q\)와 \(a\)가 서로소라면(두 수를 동시에 나누는 정수는 \(1\)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q\)로 나누어서 \(a\)가 남는 소수는 무한히 많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수를 등차수열 안의 소수primes in arithmetic progression라고 합니다.
GPY의 방법으로 연속된 두 소수 사이의 간격을 ‘유한한’ 수까지 끌고 가려면 등차수열 안의 소수의 분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등차수열 안의 소수의 분포에 대한 가설 역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2013년 장이탕의 결과는 이 연장선에 있습니다. 장이탕은 등차수열 안의 소수에 대한 결과를 좀 더 발전시켜 GPY 방법을 바탕으로 앞에서 언급한 연이은 소수 사이의 거리에 대한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메이나드는 등차수열 안의 소수에 대한 가설보다, GPY방법 자체를 개선하여 앞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일반적인 경우에 대해 증명을 했습니다: \(m\)을 \(2\)보다 크거나 같은 정수라고 한다. 무한히 많은 양의 정수 \(n\)에 대해 \(n\)보다 크거나 같고 \(n+C(m)\)보다 작거나 같은 소수가 적어도 \(m\)개 존재하는 양의 정수 \(C(m)\)이 항상 존재한다. 이 정리를 바탕으로 메이나드는 앞서 언급한 결과, 이웃하는 두 소수 사이의 거리가 \(600\)보다 작거나 같은 경우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 결과를 증명할 때, 메이나드(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타오)는 GPY방법에서 쓰이는 체(셀버그 체를 바탕으로 합니다)를 다차원으로, 좀 더 유연하게 만들었습니다.11 앞으로 나아갈 첫 번째 열쇠를 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생각과 소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단계마다 와일즈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불이 꺼진 방을 더듬더듬 다니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나가다가 결국은 불을 켜는 스위치를 찾는 것’입니다.12
메이나드는 소수와 정수에 대한 ‘쉽지만 어려운’ 문제들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에 더해 최근에는 더핀-쉐퍼Duffin-Schaeffer 추측13[4]을 해결하며 정수론이라는 거대한 퍼즐의 조각을 채워 넣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의 연구가 그려낼 아름다운 정리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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