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에 걸친 기상 현상들의 평균적인 상태를 기후라고 하며, 기후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이상 상태로 변화하는 것을 기후변화라고 한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하여 20세기, 21세기 초를 지나며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류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해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의 온실 기체 방출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어 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1]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는 산업화 이전 278ppm에서 2017년에는 405.5ppm으로 46% 증가하였다.[2]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 기체 중 가장 영향이 큰 기체로 전체 장기체류 온실기체에 의한 복사강제력1radiative forcing의 66%를 차지한다. 한편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양은 적지만, 기온상승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16~20배 정도에 달해 전체 복사강제력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메탄의 증가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4배 더 증가하여 산업화 이전에는 722ppb였던 것이 2017년에는 1,857ppb로 약 160% 증가하였고, 현재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2] 이는 북반구 중위도와 열대 해양성 대륙에서 여러 화석 연료의 연소 및 농업 개발, 산림 산불 등으로 인해 바이오매스 연소biomass burning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아산화질소는 복사강제력의 6%를 차지하지만, 질소산화물과 관련된 대기오염 물질의 증가와 농업용 비료 사용의 증가로 인해, 산업화 이전 270ppb에서 2017년 330ppb로 22% 증가하였다.[2]
현재 위의 세 가지 주요 온실기체 성분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여름철에는 식물 광합성 증가로 인해 감소하다가 겨울철에 다시 증가하는 계절 변화를 보이는데, 이러한 자연적인 계절 변화를 제거했을 때의 이산화탄소 농도 또한 해가 갈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다. 메탄이나 아산화질소의 연 증가율이 고정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 평균 지상 온도는 1912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0년간 0.7°C 상승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평균 온도는 1.5°C 증가하였는데 이는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증가이다.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발간한 5차 보고서에는,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20개 이상의 상이한 수치 모델들의 기후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담겨있다. 이에 의하면, 금세기말인 2081~2100년 사이에 세계 평균 온도가 1986~2005년에 비해 3.7°C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1] 한반도는 이것보다 약 50% 더 큰 5~6°C의 상승 폭이 전망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주지의 사실이다. IPCC 5차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들어 해수면 높이의 상승 속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지난 112년(1901~2010년)간 해수면은 19cm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연 증가율을 계산해보면 1901년 이후 연 1.7mm씩 증가하였지만 20세기 말인 1993년 이후에는 연 3.2mm씩 증가하고 있다.[1] 거의 2배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는 21세기 말 (2081~2100년) 해수면이 1986~2005년에 비해 63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물의 열팽창에 의한 부피 변화와 얼음의 융해에 의해 발생한다. 즉 온난화로 인해 바다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물의 부피가 팽창하면 해수면이 상승하게 된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빙하·빙설·빙상-즉 그린랜드와 남극의 빙상, 알래스카와 히말라야의 빙하, 만년설 등이 녹으면서 민물이 유입되어 해수면이 상승한다. 전체 해수면 상승 중 열적 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30~45%, 빙하·빙설· 빙상의 융해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50~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연안 국가 인구의 40~50% 이상이 연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세계 20대 거대 도시 중 13개 도시가 연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특히 태평양과 인도양의 도서 국가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가령 날짜변경선 근처 적도 태평양에 위치한 오세아니아의 섬나라인 키리바시Kiribati는 산호섬과 암초로 구성된 인구 11만여 명의 나라로, 대부분의 지역이 해수면 위 5m 이내의 고도로 이루어져 있어 해수면 상승이 심각한 위협이 된다. 키리바시 정부는 남서쪽으로 약 1800km 떨어져 있는 피지에 땅을 매입해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하와이와 호주 사이 중앙 남태평양에 위치한, 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투발루Tuvalu의 섬 하나가 이미 침수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몰디브 역시 해수면에서부터 1.5~3m에 불과한 높이에 위치해 침식과 물 공급 문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풍은 단일 기상 현상으로는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온다. 지구 온난화는 더 강력한 태풍 발생을 초래하여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온난화는 열대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해주고 대류권 상층의 온도 증가가 하층의 온도 증가보다 더 크게 되어 연직 안정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태풍의 발생빈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증가한 안정도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강한 태풍이 더 따뜻해진 해수면의 에너지 공급을 통해 더 강력한 태풍으로 발전시킬 여지를 남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극한 기상 현상인 한파와 폭염의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북극 지역의 온도 증폭이라고 불리는 극 증폭polar amplification에 의해 북극의 지상 온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북극의 카라·바렌츠 해와 라테프, 척치 해의 해빙海氷이 녹으면서 북극 지역의 열속heat flux과 복사강제력을 증가시켜 다른 지역보다 기온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겨울철 남북 온도 경도2溫度經度를 크게 약화시키면서 극심한 한파를 야기하고 있다. 약화된 남북 온도 경도가 극 제트류의 약화를 야기해 기류가 사행蛇行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및 북미 중동부에 북극 공기 이류에 의한 극심한 한파가 발생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대기 정체 현상인 블로킹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 공기괴air parcel가 한 지역에 더 오래 머물면서 폭염이 길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구의 기후는 대기·해양·지면·삼림·해빙·빙상 등으로 이뤄진 기후 시스템의 여러 가지 힘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데, 온실기체 증가 같은 외부 강제력이 가해지면 이 균형점이 새로운 균형을 향해서 점진적으로 천천히 변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임계점을 만나 균형이 무너지면 새로운 상태로의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지구 기후변화에서 예상되는 이러한 임계점을 ‘기후변화 티핑 포인트’ 라고 한다.[3] 티핑 포인트를 보여줄 개연성이 높은 지구 시스템의 물리변수, 또는 과정을 티핑 요소tipping element라고 하는데, 이러한 티핑 요소는 전 지구에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 대서양 해류 순환 붕괴는 2004년 만들어진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2004)처럼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대서양 해류는 컨베이어 벨트를 구성하는 시작점으로, 전 해양의 표층과 심층으로 열과 염분을 수송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까지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 거대한 흐름이 붕괴하는 경우 영화에서처럼 급격한 빙하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북극과 남극 지역의 빙상이 모두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데, 그린랜드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7m 정도 상승하고, 서남극의 빙상이 모두 녹아내릴 경우 3.3m가량의 해수면 상승이 예측된다. 빙상·빙하가 녹으며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다량의 메탄가스가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16배 이상 더 큰 온도상승 효과를 가지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9개국에 걸쳐 있는 삼림 지역인 아마존 열대우림은 최근 농지개간, 광산개발 등 여러 개발 사업과 지구 온난화에 의한 가뭄 때문에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이번 세기말에 아마존 삼림의 70%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 우림의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감소하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배출되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킨다. 또한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은 지구 온난화에 의해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이처럼 열대 강제력이 커지면 대기의 순환 및 원격상관을 통해 가뭄 및 홍수, 한파가 전 지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4] 이 외에도 호주 근처 열대 서태평양의 산호초 붕괴, 사헬 지역의 가뭄 악화 등도 티핑 요소로 제시되고 있다.
45억 년 지구의 역사 중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약 4억 4500만 년 전의 백악기 말, 약 3억 7000만 년 전의 트라이아스기 말, 약 2억 5000만 년 전의 페름기 말, 2억 500만 년 전의 데본기 말, 그리고 가장 최근인 약 6500만 년 전의 오로도비스기에 평균 70% 이상 생물 종이 사라졌다.[5] 현재 생물 종이 사라지는 속도는, 지구 역사상 생물이 가장 대규모로 멸종(85~95%로 추정)된 시기였던 페름기 말이나 백악기 말과 유사하다. 이전 다섯 차례의 멸종기가 운석 충돌, 화산폭발, 우주의 감마선 폭풍 등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비롯된 반면, 위에서 언급한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서 도래될 수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류에 의한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 미래 기후는 우리가 벌써 살아가고 있는 현재 기후이기도 하다. 대멸종은 어쩌면 현재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인류의 즉각적인 자각과 대책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IPCC 2014: IPCC Fifth Assessment Report (AR5)
- 세계기상기후 (WMO), 2018: WMO Greenhouse Gas Bulletin, 22 November 2018 edition.
- Lenton, T. M., 2011: Early warming of climate tipping points. Nature Climate Change, 1, 201-209.
- Climate Prediction Center, NCEP/NOAA, DOE, USA
- 중앙일보, 2018: 2018년 12월 21일자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