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is a differential equation. Religion is a boundary condition.
– Alan Turing
필자는 가끔 왜 물리학자로서 삶을 살기로 결심했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질문은 대부분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강연에서 나오므로 무엇인가 굉장히 멋있고 철학적으로 의미있는 답을 해주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멋있고 의미있는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필자가 물리에 매료된 이유는 사실 단순한데,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너무 복잡하고 혼돈스럽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필자의 집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세상은 왜 이렇게 살기 힘든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그리고 어떻게 물리학이 이러한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믿게 되면서 마음이 평온해졌고, 물리학자로서 삶을 살면 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의 마음이 평온해진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으나 최대한 노력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는 어떤 정교한 질서가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그러한 질서의 상당 부분을 정밀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상은 아무런 의미없는 사건들이 무작위적으로 조합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노력한다면 왜 세상이 지금 이런 상태에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상태로 될 것인지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다면 우리가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기술하는 물리 법칙은 보통 미분 방정식의 형태로 쓰인다. 특히 물리 법칙은 시간에 대한 미분 방정식의 형태로 쓰이는데, 이것의 의미에 대해서 궁금하게 여겨 본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물리 법칙이 미분 방정식으로 쓰이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매우 재미있고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잠깐 미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미분이란, 예를 들어서, 입자의 위치 \(x\)가 \(t\)라는 변수의 함수로 주어진다고 할 때, \(x\)가 \(t\)에 따라서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가, 다시 말해서 속도를 구하는 수학적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속도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frac { dx }{ dt } \approx \frac { x(t+\delta t)-x(t) }{ \delta t }\]여기서 \(\delta t\)는 아주 작은 시간의 차이로, 엄밀하게 미분값은 \(\delta t\)가 0으로 가는 극한에서 얻어진다.
세상이 시간에 대한 미분 방정식으로 기술된다는 것은, 위 공식에서 알 수 있듯 어떤 주어진 시점에 일어나는 사건이 바로 그 직전의 상태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어느 한 시점의 초기 조건을 알고 나면 그 이후의 모든 사건들이 마치 사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인과적으로 연결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과거 모든 시점의 정보를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되어있다고 주장하는 원리를 전문적으로 “국소성의 원리principle of locality”라고 부른다.
고전역학적 세계를 기술하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Newton’s equations of motion에는 명백하게 이런 관점이 투영되어 있다. 초기 상태에 있는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원리적으로 그 이후의 모든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의미로 우리의 우주는 정교하게 돌아가는 거대한 시계 장치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 우주를 시계 장치 우주clockwork universe라고 부른다. 이 관점을 가장 절절하게 표현한 사람으로 라플라스Laplace가 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물론 실제 우주는 시계 장치와 같이 질서 정연하게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바로 혼돈chaos 현상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인데, 아주 작은 초기 조건의 차이가 종국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근본적인 관점은 초기 조건이 완벽하게 같다면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 조건을 실제로는 완벽하게 알 수 없으므로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결정론으로부터 자유의지를 구원해 준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는 잘 모르겠다.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하다가 보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양자역학의 세계로 넘어오면 다른 종류의 불확실성이 있다. 그 유명한 하이젠베르크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가 말해주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근본적으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이제 입자의 위치와 속도에 관한 초기 조건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으므로 정확한 인과관계에 의해서 굴러가는 결정론적인 세계는 아예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양자역학적 파동 함수의 특성일 뿐이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도 파동 함수는 시간에 대한 미분 방정식에 의해서 정확하게 인과적으로 기술되며, 이 미분 방정식이 바로 다름 아닌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사실 파동 함수는 입자의 위치와 속도라는 2가지 정보 중에서 하나만 알아도 완벽하게 결정되므로,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어떤 의미로는 더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도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을 예측할 수 있다 (대신 확률적으로).
이전 글 “믿기 힘든 양자 [2]: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에서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입자의 위치가 공간에 퍼져있으며 파동에 의해서 주어진다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파동 함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불리는 정론에 따르면, 파동 함수의 절대값absolute value의 제곱이 바로 입자가 주어진 위치에 존재할 확률[엄밀하게는 확률 분포probability distribution]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파동 함수의 변수가 꼭 입자의 위치일 필요는 없지만 논의의 편의상 여기서는 입자의 위치를 변수로 갖는 파동 함수를 생각해 보자.) 여기서 핵심은 입자의 위치는 확률로서 주어지지만, 확률을 결정하는 파동 함수 자체는 정확히 인과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양자역학적인 파동 함수가 만족하는 미분 방정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 우선 고전적인 파동이 만족해야 하는 미분 방정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전적인 파동의 대표격은 우리가 말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나오는 음파sound wave이다. 음파는 공기의 압력이 출렁거리는 파동이므로 실수 함수에 의해서 기술된다. 수학적으로 음파가 만족하는 미분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frac { { \partial }^{ 2 }f(x,t) }{ { \partial }{ t }^{ 2 } } ={ v }^{ 2 }\frac { { \partial }^{ 2 }f(x,t) }{ { \partial }{ x }^{ 2 } }\]여기서 \(f\)는 공간 변수 \(x\)와 시간 변수 \(t\)라는 두 개의 변수에 의존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모든 변수가 고정된 상황에서 주어진 한 변수에 대해서만 미분값을 취하는 것과 다른 모든 변수가 그 변수에 의존하는 것까지 모두 고려해서 완전히 미분값을 취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미분법의 차이를 완벽히 이해하려면 조금 복잡해지므로, 여기서는 다른 모든 변수가 고정된 상태에서 주어진 한 변수에 대해서만 미분값을 취하는 것, 소위 편미분partial differentiation만을 고려하기로 하자. 수학적으로 시간에 대한 편미분은 다음과 같이 쓰인다. \[\frac { { \partial }f(x,t) }{ { \partial }{ t } } \approx \frac { f(x,t+\delta t)-f(x,t) }{ \delta t }\]공간에 대한 편미분도 위와 비슷하게 정의된다. 2차 편미분은 위에서 정의된 1차 편미분값에 편미분을 한 번 더 취하면 된다.
위 고전적인 파동이 만족하는 미분 방정식은 시간에 대한 2차 편미분값이 공간에 대한 2차 편미분값에 비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인과 코사인 함수는 변수에 대한 2차 미분값이 자기 자신에 비례하므로 위 미분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허수를 변수로 갖는 지수 함수도 위 미분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약간 다르다. 지수 함수는 이전 글에서 보았듯이 변수에 대한 1차 미분값이 자기 자신에 비례한다. 1차 미분값이 자기 자신에 비례하면 2차 미분값도 자기 자신에 비례하므로, 위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있다. 이런 미묘한 차이가 왜 중요할까?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시공간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일 수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나타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특히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에 대해서는 언제나 1차 미분 방정식이지만 공간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미분 차수가 다를 수 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상대성 이론과 일관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미분 차수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여 만들어진 미분 방정식이 바로 그 유명한 디랙 방정식Dirac equation이다. 사실 슈뢰딩거 자신도 처음에는 상대성이론과 일관된 미분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동시에 2차 미분이 들어가는 미분 방정식을 고려하였다. 하지만 이 시도는 아래 설명되는 문제로 인해서 실패하였고, 결국 상대성이론을 포기하는 대신에 시간에 대해서만 1차 미분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들게 되었다. 이후 디랙이 슈뢰딩거 방정식과 상대성이론을 일관되게 하여 디랙 방정식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는 물리학자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매우 독특한 관점이 녹아 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 너무 복잡한 수학이 동원되어야 하므로 이것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나중을 기약하기로 하자.
시간에 대해서 1차 미분 방정식이면서 파동을 기술하는 가장 간단한 미분 방정식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i\frac{\partial \psi(x,t)}{\partial t}=\omega \psi(x,t)\]
위에서 언급했듯이 파동 방정식이 시간에 대해서 2차 미분 방정식이었다면 사인이나 코사인 함수가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파동 방정식이 시간에 대해서 1차 미분 방정식이기 때문에 그것의 해가 출렁거리는 파동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허수 \(i\)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미분 방정식의 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이전 글 “믿기 힘든 양자 [2]: 가장 순수한 형태의 파동”에서 보았던 바로 그 평면파이다.
\[\psi(x,t)=e^{-i\omega t} f(x)\]
위 파동 함수는 우선 시간에 대해서만 오일러의 공식에 의해서 기술되는 평면파이다. 아직 공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의존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임의의 함수 \(f(x)\)로 공간 의존성을 표시하였다.
앞서 말했듯 위 미분 방정식에는 아직 공간에 관한 정보가 없다. 여기서부터는 실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조금 이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광전 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설명하기 위해서 빛이 입자와 같이 양자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빛 입자, 즉 광자photon의 에너지 는 빛의 진동수frequency 에 비례한다고 주장했다. \[E=\hbar \omega\]위에서 \(\hbar \)는 환산된 플랑크 상수reduced Planck constant라고 불린다. 이제 빛이 전자electron를 포함한 모든 입자와 같은 양자역학적 원리에 의해서 기술된다고 가정하자. 이 가정 하에서 앞선 1차 미분 방정식의 미분 연산자 앞에 살짝 \(\hbar \)를 붙이면 \(E=\hbar \omega\)이므로, 다음과 같은 미분 방정식이 얻어진다.\[i\hbar \frac { { \partial }\psi (x,t) }{ { \partial }{ t } } =E\psi (x,t)\]한편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입자의 에너지는 운동량momentum \(p\)의 제곱에 비례한다. \[E=\frac { { p }^{ 2 } }{ 2m }\]위에서 \(m\)은 질량mass이다. 운동량은 보통의 경우에 질량 \(m\)과 속도 \(v\)의 곱, 다시 말해서 \(p=mv\)이다. 그렇다면 위 에너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운동 에너지 \(E=\frac { 1 }{ 2 } m{ v }^{ 2 }\)이다. 이제 루이 드브로이Louis de Broglie의 파동-입자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 이론에 따라서 입자의 운동량은 파동의 파장wave length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이용하기로 하자. 다시 말해서 운동량은 파수wave number에 비례한다.\[p=\hbar k\]위 두 공식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E=\frac { { \hbar }^{ 2 } }{ 2m } { k }^{ 2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중간 단계의 방정식에 이른다. \[i\hbar \frac { { \partial }\psi (x,t) }{ { \partial }{ t } } =\frac { { \hbar }^{ 2 } }{ 2m } { k }^{ 2 }\psi (x,t)\]마지막으로 자유롭게 나아가는 평면파를 기술하는 파동 함수, 즉 \(\psi (x,t)={ e }^{ i(kx-\omega t) }\)가 위 미분 방정식의 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상황에서, \(\psi (x,t)\)에 모종의 연산을 해서 그 앞으로 \({ k }^{ 2 }\)이 튀어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 답은 바로 공간에 대해서 두 번 미분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i\hbar \frac { { \partial }\psi (x,t) }{ { \partial }{ t } } =-\frac { { \hbar }^{ 2 } }{ 2m } \frac { { \partial }^{ 2 }\psi (x,t) }{ { \partial }{ x }^{ 2 } }\] 이 방정식이 바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입자, 다시 말해서 평면파를 기술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이제 자유롭게 나아가는 평면파를 넘어서서 조금 더 일반적인 상황을 기술할 수 있는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선 직관을 얻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고전적인 파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고전적인 파동은 어떤 한 매질에서 진행하다가 다른 종류의 매질을 만나게 되면, 그 접합면에서 반사되거나 다른 매질 속으로 전송된다. 이때 다른 매질 속으로 전송된 파동은 매질의 특성에 따라 그 속도가 변하게 된다. 파장의 속도는 진동수와 파장의 곱으로 주어지므로, 주어진 진동수에 대해서 속도가 변하면 파장이 변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파동이 접합면에 비스듬히 들어오게 되면 파장의 진행 방향마저 변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이런 현상을 굴절refraction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왼쪽의 그림을 보라. 굴절 현상은 고전적인 파동의 경우에 “스넬의 법칙Snell’s law”에 의해서 기술되며, 이 법칙은 다시 이전 글에서 언급한 페르마의 원리Fermat’s principle에 의해서 유도될 수 있다.
굴절 현상을 양자역학적인 상황으로 변환해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파동이 나아가는 도중에 매질의 굴절률refractive index에 따라서 파장이 변하는 것은 입자가 날아가는 도중에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에 따라서 드브로이 파장이 변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퍼텐셜 에너지에 따라서 드브로이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기술하기 위해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일반화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i\hbar \frac { { \partial } }{ { \partial }{ t } } \psi (x,t)=\left( -\frac { { \hbar }^{ 2 } }{ 2m } \frac { { \partial }^{ 2 } }{ { \partial }{ x }^{ 2 } } +V(x) \right) \psi (x,t)\]위에서 \(V(x)\)는 퍼텐셜 에너지이다. 위와 같이 쓰이는 이유는 우변의 괄호 안에 있는 양이 에너지가 되어야 하고, 퍼텐셜 에너지가 있는 경우에 전체 에너지는 기존의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이 1개의 변수 \(x\)로 기술되는 1차원이 아니라, 3개의 변수 \(x,y,z\)로 기술되는 3차원인 경우에는 위의 슈뢰딩거 방정식이 다음과 같이 더 일반화된다. \[i\hbar \frac { { \partial } }{ { \partial }{ t } } \psi ({\bf r},t)=\left( -\frac { { \hbar }^{ 2 } }{ 2m } { \nabla }^{ 2 }+V({\bf r}) \right) \psi ({\bf r},t)\]위에서 \({ \nabla }^{ 2 }\)는 라플라시안Laplacian이라고 불리고, 공간 변수가 3개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nabla }^{ 2 }=\frac { { \partial }^{ 2 } }{ \partial { x }^{ 2 } } +\frac { { \partial }^{ 2 } }{ \partial { y }^{ 2 } } +\frac { { \partial }^{ 2 } }{ \partial { z }^{ 2 }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라플라시안을 발명한 수학자는 앞서 언급한 라플라스이다.
내친김에 입자의 개수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때 적용될 수 있는 더 일반적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써보자. \[i\hbar \frac { { \partial } }{ { \partial }{ t } } \psi ({\bf r}_{ 1 },{\bf r}_{ 2 },\cdots ,{\bf r}_{ N },t)=\left( -\frac { { \hbar }^{ 2 } }{ 2m } \sum _{ i=1 }^{ N }{ { \nabla }_{ i }^{ 2 } } +V({\bf r}_{ 1 },{\bf r}_{ 2 },\cdots ,{\bf r}_{ N }) \right) \psi ({\bf r}_{ 1 },{\bf r}_{ 2 },\cdots ,{\bf r}_{ N },t)\]위에서 \({ \nabla }^{ 2 }_{i}\)는 \(i\)번째 입자의 공간 변수에 대한 라플라시안이다. \(V({\bf r}_{ 1 },{\bf r}_{ 2 },\cdots ,{\bf r}_{ N })\)는 개별 입자가 느끼는 퍼텐셜 에너지 뿐만 아니라 입자와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 에너지interaction energy를 포함한다. 위의 슈뢰딩거 방정식은 우리가 접하는 거의 대부분의 물리 현상을 기술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소들elements의 전자 구조를 기술할 수 있으며, 이러한 원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모든 물질의 성질도 원리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용어를 하나 도입하기로 하자. 위의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우변의 괄호 안에 있는 양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이다. 하지만 이 양은 단순히 입자들의 위치에 의존하는 함수가 아니라 미분 연산자를 포함하는 어떤 연산자operator로서 파동 함수에 작용한다.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 실제로는 고전역학에서부터 나온 개념이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이렇게 에너지에 해당하는 연산자를 단순한 에너지와 구분하기 위해서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라고 부른다. 위의 슈뢰딩거 방정식의 경우에 해밀토니안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hat { H } =-\frac { { \hbar }^{ 2 } }{ 2m } \sum _{ i=1 }^{ N }{ { \nabla }_{ i }^{ 2 } } +V({\bf r}_{ 1 },{\bf r}_{ 2 },\cdots ,{\bf r}_{ N })\]위에서 해밀토니안이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위에 소위 “모자hat”를 씌웠다. 기본적으로 해밀토니안을 알게 되면 주어진 시스템의 동역학을 완벽하게 결정할 수 있다. 해밀토니안이라는 개념을 쓰면, 슈뢰딩거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간략하게 쓸 수 있다. \[i\hbar \frac { { \partial } }{ { \partial }{ t } } \psi =\hat { H } \psi\]
참고로 해밀토니안이 위에서 언급된 형식으로 쓰이지 않는 매우 중요한 예외가 있는데, 바로 자기장magnetic field이 걸린 상황이다. 이 상황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벡터 퍼텐셜vector potential이라는 새로운 항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 항의 의미는 “게이지 대칭성gauge symmetry”이라는, 어쩌면 물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중요한 원리는 이번 글의 말미에서 제기하는 문제와 깊이 연결되므로 나중에 더 자세하게 얘기하기로 하자.
이제, 드디어, 지금까지 계속 미루어둔 문제인 슈뢰딩거 방정식이 왜 시간에 대해서 1차 미분 방정식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파동 함수의 물리적 의미하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파동 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은 입자가 주어진 위치에 존재할 확률(엄밀하게는 확률 분포)이다. 그렇다면 파동 함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성질을 만족해야만 한다.
우선 확률 분포는 확률의 정의상 반드시 0이거나 양수값을 가져야만 한다. 다행히 절대값의 제곱은 항상 이 성질을 만족한다. 또 다른 성질로 파동 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은 전 공간에 대해서 적분을 했을 때, 그 적분값이 유한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파동 함수에 적당한 상수를 곱하면, 항상 전공간에 대한 적분값을 1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이러한 과정을 전문적으로 “재규격화renormalization”라고 부른다. 물론 이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모든 가능한 사건의 확률을 다 더하면 1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입자는 사라질 수 없으므로 소위 “연속 방정식continuity equation”을 만족해야만 한다. 논의의 편의상 이제부터 입자의 갯수가 하나인 경우에만 집중해서 연속 방정식을 쓰면 다음과 같다.
\[\frac { { \partial }\rho }{ { \partial }{ t } } +\nabla \cdot {\bf j}=0\]여기서 \(\rho \)는 확률 분포인데,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다음과 같이 파동 함수와 연결된다. \[\rho ({\bf r},t)={ \left| \psi ({\bf r},{ t }) \right| }^{ 2 }\]위에서 \({\bf j}=({ j }_{ x },{ j }_{ y },{ j }_{ z })\)는 확률 분포의 흐름current을 기술하는 3차원 공간에서 정의된 모종의 벡터vector이다. 위 연속 방정식이 의미하는 바는 확률 분포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그 변하는 양이 반드시 확률 분포의 흐름을 타고 연속적으로 이동해야지, 갑자기 사라지거나 나타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nabla \cdot {\bf j}\)는 확률 분포의 흐름이 공간에서 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양인데,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흐름이 공간의 한 점에서 샘솟듯이 흘러나오는 정도를 기술하는 양이다. 발산 혹은 영문 명칭 그대로 다이버전스divergence로 불리는 이 양은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nabla \cdot {\bf j}=\frac { { \partial { j }_{ x } } }{ \partial { x } } +\frac { { \partial { j }_{ y } } }{ \partial { y } } +\frac { { \partial { j }_{ z } } }{ \partial z } \]연속 방정식은 언뜻 매우 당연해 보이나, 핵심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만족하는 해라면 반드시 연속 방정식을 만족해야 한다는 데 있다. 즉 슈뢰딩거 방정식으로부터 연속 방정식을 만족하는 적절한 확률 분포 흐름인 \({\bf j}\)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예상했겠지만 다행히 그러한 \({\bf j}\)를 찾을 수 있다. 찾는 방법은 실제로 확률 분포 \(\rho ({\bf r},t)={ \left| \psi ({\bf r},{ t }) \right| }^{ 2 }\)을 시간으로 미분하고 나서, 파동 함수의 시간에 대한 미분값이 다름 아닌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서 주어진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연속 방정식을 만족하는 \({\bf j}\)는 다음과 같다. \[{\bf j}=-\frac { { i\hbar } }{ 2m } ({ \psi }^{ \ast }\nabla \psi -\psi \nabla { \psi }^{ \ast })\]여기서 \(\nabla \psi \)는 기울기 혹은 영문 명칭 그대로 그래디언트gradient라고 불리며, 어떤 스칼라scalar 함수인 \(\psi \)가 공간에서 변하는 양을 기술한다. 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nabla \psi =\left( \frac { { \partial \psi } }{ \partial { x } } ,\frac { { \partial \psi } }{ \partial { y } } ,\frac { { \partial \psi } }{ \partial z } \right) \]\({ \psi }^{ \ast }\)는 \(\psi \)의 켤레 복소수complex conjugate이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슈뢰딩거 방정식이 시간에 대한 1차 미분 방정식이라는 성질이 (1)”파동 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이 확률 분포이다”라는 조건과 (2)”확률 분포는 연속 방정식을 만족해야 한다”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더 절절하게 느끼기 위해서, 이제부터 슈뢰딩거 방정식이 시간에 대한 2차 미분 방정식이었다면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슈뢰딩거 자신도 당시의 최신 이론이었던 특수 상대성 이론의 원리를 양자역학적 파동 방정식에 녹여내고 싶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대론적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고안하고 싶었다. 현재 클라인-고든 방정식Klein-Gordon equation이라고 불리는 방정식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퍼텐셜 에너지가 0인 경우에 한정해서 클라인-고든 방정식을 유도해 보자.
우선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 \(E\)는 질량 \(m\)과 운동량 \({\bf p}\)에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E^2=(mc^2)^2+{\bf p}^2 c^2\]
다음 단계로 앞에서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다시 기억해 보자. 유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에너지를 시간에 대한 미분 연산자로 바꾸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운동량을 공간에 대한 미분 연산자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 두 원리를 위에 있는 상대론적인 에너지 공식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파동 방정식을 얻게 된다.
\[\frac{1}{c^2}\frac{\partial^2 \psi}{\partial t^2}-\nabla^2\psi+\left(\frac{mc}{\hbar}\right)^2\psi=0\]
이제 이 클라인-고든 방정식을 만족하는 파동 함수가 연속 방정식을 만족하는지, 그리고 만족한다면 어떠한 형태의 연속 방정식을 만족하는지 알아 보자.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클라인-고든 방정식의 경우에도 연속 방정식 자체는 그 이전과 정확히 같은 형태로 쓰인다. 편의상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
\[\frac{\partial \rho}{\partial t} +\nabla\cdot{\bf j}=0\]
하지만 문제는 위에서 \(\rho\)로 표시되는 양이 더 이상 확률분포로 해석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클라인-고든 방정식의 경우에 \(\rho\)는 아래와 같이 바뀐다(참고로 \({\bf j}\)는 이전과 동일하다).
\[\rho=\frac{i\hbar}{2mc^2}\left(\psi^* \frac{\partial \psi}{\partial t}-\psi \frac{\partial \psi^*}{\partial t}\right)\]
이 양은 항상 양수값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rho\)는 확률분포로 해석될 수 없다. 이것은 앞서 예고했듯이 슈뢰딩거 방정식이 시간에 대해서 2차 미분 방정식이었다면 연속 방정식을 만족하는 확률 분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렇다면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클라인-고든 방정식은 도대체 어디에 쓸까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예리한 독자이다. 나중에 혹시 상대론적인 양자역학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때 자세한 얘기를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만 줄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파동 함수의 확률론적 해석을 받아들이는 순간, 슈뢰딩거 방정식은 시간에 대한 1차 미분 방정식이어야 했고, 이 상황에서 파동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허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양자역학은 태생적으로 허수의 존재를 절실히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잠깐. 파동 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이 입자의 확률 분포를 준다는 해석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언급되었듯 오일러의 공식에 따르면 임의의 복소수 \(\psi \)는 복소 평면 상의 한 점에 대응되므로, 원점에서 그 점까지의 거리인 절대값 \(\left| \psi \right|\)과 방향인 위상각 \(\theta\)를 써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psi =\left| \psi \right| { e }^{ i\theta }\]파동 함수의 절대값의 제곱, 즉 확률 분포만이 실제로 잴 수 있는 양이라면, 도대체 파동 함수의 위상각phase angle은 왜 필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