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십수 년 전, 엑스선 현미경에 대한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만 해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학문 분야로 매년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고 있었고, 몇 년 내에 극한의 해상도를 갖는 멋진 3차원 엑스선 영상을 얻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모든 학문분야가 그렇듯 많은 기술적인 난제들에 봉착하여 오늘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엑스선 영상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물리 현상이면서, 동시에 빛과 원자의 상호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물리 분야임에 틀림없다. 이번 연재물에서는 엑스선의 발생부터 특성 등의 기본 개념과 고품질의 엑스선을 제공하는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엑스선을 이용한 다양한 현미경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한계는 어디인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선진 연구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엑스선의 발견

엑스선은 1885년 독일 과학자 뢴트겐에 의해 진공관 실험 중 우연히 발견되었고, X-선이란 이름은 기존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성질의 전자기파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엑스선의 파장은 수십 nm 부터 수십 pm 수준으로, 에너지로 환산하면 ~100 eV부터 수백 keV의 전자기파(빛)을 일컫는다. 질량이 없고, 파장이 매우 짧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뢴트겐은 엑스선을 이용해 배우자 손의 엑스선 영상을 세계 최초로 얻을 수 있었다. 이는 현재 의료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엑스선 영상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엑스선의 발견으로 뢴트겐은 1901년 첫 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림 1 . 뢴트겐 진공관 실험장치 사진과 세계 최초의 엑스선 투과영상 (출처: www.wilhelmconradroentgen.de)

엑스선의 발생

엑스선은 전자가 가속될 때 발산하는 전자기파 중에서 특정한 파장대의 빛을 말한다. 여기서 가속이란 벡터량으로 속력의 증가(감소) 또는 진행 방향이 바뀔 때를 뜻한다. 엑스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에 의해 발생한다. 최초 뢴트겐이 사용했던 진공관 엑스선은 가속된 전자가 금속박막의 원자핵에 의해 급속히 감속하면서 발생하는 브램슈탈룽Bremsstrahlung 방사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현재도 산업용 또는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엑스선 발생장치는 대부분 브램슈탈룽 방사를 이용하며, 전자빔의 가속전압, 즉 전자빔의 에너지에 따라, 그리고 금속 소재에 따라 발생하는 엑스선의 스펙트럼도 변하게 된다. 전자빔은 일정한 방향으로 주사할 수 있으나, 타겟 금속박막anode에서 발생되는 엑스선은 방사형으로 발산하게 된다. 이러한 큰 발산각을 이용하여 대형 시료, 예를 들어 의료용 엑스선이나 항공 검색대, 비파괴 검사 등 의료/산업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다른 하나는 상대론이 적용되는 매우 빠른 속도의 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전자는 스핀을 갖고 회전하면서 쌍극자 방사dipole radiation을 생성한다. 이 상태의 전자가 빛의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진행하게 되면, 특수 상대론에 의해 전자의 진행 방향으로 쌍극자 방사가 향하게 된다. 이렇게 발생된 빛을 방사광synchrotron radiation이라 부르며, 자외선부터 가시광선, 엑스선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며 매우 밝고 퍼짐각이 작아 과학 분야 연구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그림 2 . (좌) 브램슈탈룽 방사에 의한 엑스선 발생장치 모식도와 (우) 전자의 속도가 느릴 경우 쌍극자 방사와 전자의 속도가 빛에 속도로 근접할 때 상대론적 운동에 의한 방사광 발생 기본원리 개념도 (출처: www.bnl.gov/nsls2/userguide/lectures/lecture-2-shaftan)

엑스선의 성질

엑스선은 파장이 물질 내부의 원자 간 거리, 즉 옹스트롬Angstrom 정도의 길이이며, 원자 내부 전자에 의해 완전히 흡수될 수도 있고, 전자에 의해 산란될 수도 있으며, 원자에서 전자를 방출 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엑스선과 원자와의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물질 내부의 원자 구조와 원자 간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원자의 화학 상태나 전자의 스핀 상태 등 다양한 물리량을 측정할 수 있다. 파장이 극히 짧지만, 전자기파, 즉 빛이기 때문에 광학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물리 현상을 엑스선을 이용해서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엑스선의 에너지가 가시광에 비해 높기 때문에 빛의 광자 특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파장 특성 또한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하여 빛의 이중성dual nature of light을 명확히 볼 수 있다.

그림 3. 엑스선이 원자와 반응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물리적 현상들 (출처: Journal of Nuclear Medicine Technology March 2005, 33 (1) 3-18)

방사광 가속기Synchrotron Radiation

엑스선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것은 방사광가속기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 세계적으로 50개 이상 설치되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엑스선 활용 거대 연구시설로, 우리나라에는 현재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유일하다. 싱크로트론은 전자와 같은 전하를 가진 입자를 극도로 높은 에너지로 가속 시키는 장치를 일컫는 말로,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력을 갖는 전자빔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빠른 전자는 강력한 자기장 및 전기장에 의해 가능하며, 동시에 강도를 증가시킴synchronously ramping으로써 이루어진다. 강력한 전자석을 사용하여, 공기 분자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고에너지의 전자빔을 오랜 시간 동안 저장할 수 있는 가느다란 고리 모양의 초고진공 챔버 내에서 전자빔을 집속하고 조향한다. 초기에 싱크로트론은 고에너지 입자 물리학 분야에서 원자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사용되었으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높은 에너지로 원자 충돌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높은 에너지의 전자가 원형 경로를 따라 이동하도록 자기장을 조절하면 극도로 강렬한 방사선, 즉 ‘방사광‘이 방출된다. 미국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센터에서 1972년부터 활용된 이 방사광은 당시 고에너지 입자 물리학자들에게는 쓸모없는 ’기생‘ 광원이었지만, 우리는 이를 1세대 방사광 광원이라 부른다. 2세대 방사광은 방사광만을 발생시키기 위해 전자석을 이용해 원형에 비슷한 전자빔 경로를 만들었으며, 전자빔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링을 설치하였다. 최초의 2세대 방사광NSLS은 1978년 미국 브루크해븐 국립연구소 내에 설치되었으며, 58개의 빔라인에서 엑스선을 활용한 실험을 하였다. 2000년대 초반, 이 연구소에서 수행한 실험으로 두 개의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세대 방사광은 매우 강력한 자기장을 갖는 영구자석을 주기적으로 배열한 위글러wiggler 또는 언듈레이터undulator 장치를 이용해 전자의 요동wiggle을 인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매우 높은 휘도의 결맞는coherent 엑스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림 4.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방사광 가속기 현황 (유럽, 미국, 일본 순으로 많다) (출처: Lenny Rivkin talk, PSI, SWISS)

포항 방사광가속기Pohang Light Source, 1995년~도 3세대 방사광에 속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미국의 방사광 과학자들은 3세대 방사광의 극한의 장치를 개발하여 설치하였다. 그것은 엑스선 자유전자 레이저, X-ray Free Electron LaserXFEL이다. 3세대 방사광은 수 미터 길이의 언듈레이터를 사용하는 반면, XFEL에서는 수백 미터 길이의 언듈레이터를 사용한다. 또한 펨토초 펄스의 레이저를 이용해 전자를 발생시킴으로써, 레이저와 같은 특성(높은 결맞음성과 낮은 빔퍼짐각)을 갖는 매우 강력한 펄스파 엑스선을 생성한다. 여기서 강력함을 정량적으로 기술하면, 3세대 방사광의 1억 배 밝기의 빛을 생성한다. 미디어에서 가끔 초고속 카메라로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을 관찰한 영상을 볼 때가 있는데, 배경이 좀 어두운데 라고 생각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는 매우 짧은 시간에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세기가 약하기 때문으로, 밝은 광원은 초고속 영상을 얻기 위해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엑스선 실험도 마찬가지로, 기존에 일반적인 실험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찰나의 순간, 즉 펨토초(10-15초)에 일어나는 현상을 짧은 파장(10-10m)의 빛으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얼음이 녹거나 물이 얼어붙는 상전이 과정은 일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자연 현상이지만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원자나 분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볼 수 없다. 펄스파 XFEL을 이용하면 얼음이 순간적(~나노초)으로 녹고, 다시 결합하는 동역학적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Nat. Commun. 14, 3313 (2023)).

그림 5. (좌) 2세대 방사광원인 휩자석 광원과 3세대 방사광원인 위글러와 언듈레이터 광원, 자유전자 레이저 광원의 스펙트럼 특성과 (우) 방사광원의 에너지별 휘도 분포(출처: John R. Helliwell, Nature Structural Biology 5, 614–617 (1998))

포항가속기연구소에도 2015년 세계에서 3번째로 XFEL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 접어들면서 기존 3세대 방사광을 4세대 방사광으로 전환하거나, 신규로 건설하는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 기술로 건설하는 흐름이 주를 이루고 있다. 4세대 방사광은 기존 3세대 방사광의 단점인 결맞음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밝기를 100 배 이상 향상해, XFEL에 견줄만한 성능의 방사광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자석으로 전자빔을 집속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3세대 방사광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수평 방향으로 전자빔이 퍼지는 현상을 최소화하여 점광원에 유사한 광원을 만듦으로써 가능해진다. 언급한 바와 같이, XFEL은 매우 밝은 엑스선 레이저로, 기초과학분야에 매우 유용한 장치이지만, 원형 구조의 3, 4세대 방사광은 원주의 크기에 따라 엑스선의 발생 위치 또는 실험장치(빔라인)가 30~40개 정도로 많은 반면, 선형 구조를 갖는 XFEL은 엑스선이 발생하는 위치가 2~3개로 제한되어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부터 한국기초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충북 오창에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2028년 운영을 목표로 포항가속기연구소와 공동으로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4세대 방사광이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3,4세대 방사광과 XFEL을 모두 보유한 나라로, 명실상부하게 엑스선 과학을 선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방사광의 발생 및 빔라인

방사광은 빛의 속도로 상대성 운동을 하는 가벼운 하전입자가 운동 방향에 대하여 횡방향으로 가속을 받으면 발생한다. 방사광 가속기의 주요 장치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전자총pre-injector, 선형가속기linear accelerator, 저장링SR: storage ring이 그것이다. 전자총에서 발생된 전자는 선형가속기 가속관을 지나고 고출력 고주파 발생장치를 통과하면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다. 전자는 선형가속기 끝단에서 전송관BTL: beam transfer line과 입사장치injection system을 통해 저장링에 입사된다. 저장링에서는 전자가 2극 자기장(휨자석)을 지나면서 횡방향의 가속을 받아 궤도가 휘면서 방사광을 발생한다. 저장링은 전자의 궤도를 원형으로 만들어주고 (횡방향의 가속을 담당) 궤도를 조절하는 전자석들과 초고진공의 환경을 제공하는 진공장치, 방사광의 방사로 잃은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고주파 공명장치RF cavity 등과 각종 제어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장링은 둘레길이가 281 m 인 원형에 가까운 전자 경로를 제공한다. 저장링에는 24개의 휨 전자석이 있는데 전자들이 이 휨 전자석의 자장을 지날 때 마다 15도씩 방향을 바꾸어 전체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궤도를 연속적으로 돌게 된다. 저장링에는 휨전자석 이외에도 270개 가량의 4극, 6극 전자석과 궤도 수정 전자석이 들어 있어 전자빔을 매우 가늘게(수 마이크론) 집속하고 또 정해진 궤도를 정확히 (마이크론 이내)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휨자석에 의해 발생한 방사광(가시광선, 극자외선, 엑스선 뿐 아니라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과 같은 방사선도 발생)은 빔라인으로 보내지며, 빔라인에서는 실험의 종류와 특성에 맞도록 단색화 장치(grating 또는 단결정)를 통해 특정 에너지의 엑스선을 추출하고, 집속 거울과 슬릿 등을 사용하여 빔을 집속하고 (10 nm~100 um) 재단하여 시료에 조사하게 된다.

그림 .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설치된 PLS-II 방사광 시설 사진. (1) 전자가 발생하는 전자총, (2) 빛의 속도로 가속되는 선형가속관, (3) 가속된 전자를 저장하는 저장링, (4) 발생된 방사광을 사용하는 빔라인 사진. (우) 저장링의 모식도 및 휨자석에 의해 전자가 가속될 때 발생하는 방사광. (아래) 휨자석에 의해 발생된 방사광이 여러 광학 장치를 통과하면서 시료에 조사되는 빔라인의 장치 개념도 예시 (출처: 포항가속기연구소)
그림 7. 포항 방사광가속기연구소 전경, 좌측에 선형 (길이:1.1km)의 PAL-XFEL과 오른쪽에 원형 (원주:281m)의 3세대 방사광인 PLS-II 사진 (출처: 포항가속기연구소)

방사광원의 특성

전술한 바와 같이, 방사광은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가속된 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기파로, 높은 휘도, 넓은 스펙트럼, 좁은 발산 각도, 우수한 편광 특성을 갖는다. 방사광에서 말하는 빛의 휘도brilliance는 1초 동안, 단위 면적에서 단위 각도로 발산하는, 일정 에너지를 갖는 광자의 개수로 표현된다. 브램슈탈룽 방사를 이용한 산업용 엑스선 발생장치의 경우 휘도는 ~108 정도이지만, 3세대 방사광은 ~1020, 4세대 방사광은 ~1023, XFEL은 ~1030 정도로, 비교가 불가할 만큼 매우 밝다. 빛이 밝다, 즉 광자가 많다는 의미는 앞서 언급한 초고속 영상뿐 아니라, 광자와 원자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며, 이는 곧 원자의 미세한 특성도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듯 파장이 짧은, 높은 에너지의 광원을 이용한 실험에서 광원의 밝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방사광원은 엑스선 광원 중에서 극한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넓은 스펙트럼은, 원하는 하나의 파장의 빛을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며, 충분한 세기의 단색광을 시료에 조사할 수 있다. 이러한 가변 파장은 물질 내부의 원자 성분 뿐 아니라, 원자간 구조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휨자석에 의해 발생되는 방사광은 수십 um 파장의 infrared에서부터 수백 nm 파장의 가시광선, 수 nm 파장의 극자외선, 수 Angstrom 파장의 엑스선에 이르기까지 대역폭이 매우 넓다. 빔의 발산각도는 광원의 중요한 사양 중의 하나이다. 브램슈탈룽Bremsstrahlung 방사에 의해 발생한 엑스선의 발산각은 가속전자의 에너지에 의해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인 수백 kV 엑스선 발생장치인 경우, 발산각도는 30도degree 이상이다. 이에 비해 방사광 엑스선의 발산각은, 휨자석 광원의 경우는 ~0.5도(~10 mrad) 수준이며, 언듈레이터 광원의 발산각은 ~0.0005도(~10 urad) 정도이다. 참고로, 가장 안정적인 레이저 광원인 헬륨네온 레이저의 경우 발산각은 대략 0.05도(~1 mrad) 수준이다. 따라서 방사광에서 발생하는 엑스선은 레이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빔의 퍼짐이 발생하므로, 크기가 큰 빔이 필요할 경우나 매우 작은 빔이 필요한 경우 광원으로부터 거리를 충분히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APSAdvanced Photon Source 방사광 가속기의 ISNIn Situ Nanoprobe 빔라인의 경우, 20 nm 크기의 엑스선 집속광을 만들기 위해 광원부터 시료위치의 거리가 220 m이다. 마지막으로 방사광 엑스선은 우수한 선형 편광 특성을 갖고 있다. 방사광을 발산하는 가속된 전자들의 진행 방향이, 전자석의 정렬된 방향에 의해 수평 방향으로만 떨림wiggle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디자인된 전자석을 사용할 경우, 원형 편광의 엑스선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이상과 같이, 방사광에서 발생하는 엑스선은 매우 우수한 광원 특성이 있어, 거의 모든 기초 및 응용과학 분야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유일한 포항 방사광 가속기에서는 매년 6천여 명의 연구자들이 방문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림 8. 방사광원의 특성: 집속빔, 우수한 편광, 펄스파, 높은 휘도, 넓은 스펙트럼 (출처: www.helmholtz-berlin.de)

엑스선 분석기술

방사광 엑스선은 다양한 종류의 시료에 대해 정교하고 광범위한 여러가지 분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크게 회절 및 산란, 분광법 및 이미징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오래된 기술로 잘 확립된 분석기술 중 하나는 엑스선 회절이다. 엑스선이 결정crystal을 통과하면 결정을 구성하는 원자 평면의 규칙적인 배열에 의해 산란된다. 이렇게 산란된 엑스선은 특정한 위치에서 보강간섭으로 밝은 점 또는 선을 만들고, 이러한 일정한 밝은 빛 패턴을 분석하면 엑스선을 산란시킨 원자 구조를 역추적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엑스선 회절은 광물, 세라믹, 바이오, 전자 및 자기 재료와 같은 화학 화합물 및 복합 재료의 구조를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엑스선 산란은 결정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시료 환경에서 대형 분자 조립체의 구조와 역학에 대한 다양한 통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유기체와 폴리머 및 콜로이드와 같은 많은 복잡한 재료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활용된다. 또 다른 주요 기술은 엑스선 분광학으로, 이를 통해 시료의 원소 구성, 화학적 상태 및 물리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엑스선 분광학은 조사하는 엑스선의 에너지 스캔을 통해 시료의 흡수, 반사율 또는 형광을 측정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엑스선은 높은 원자번호를 갖는 금속이 아니라면 투과율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자는 엑스선을 흡수할 수 있는 특정한 전자 궤도가 존재하며, 이러한 원자마다 고유한 특징인 특정 에너지(흡수 엣지라고 함)에서 엑스선을 급격하게 흡수한다. 시료를 구성하는 원자에 따라 흡수 엣지가 다르며, 특정 원자의 전자상태에 따라서 흡수 스펙트럼도 다르게 나타나므로, 시료 내부의 특정 원자의 화학 상태(전자가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이차전지 개발에서 중요한 양극재 연구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 기술이다. 전통적인 엑스선 이미징은 시료에 엑스선을 조사했을 때, 시료에 의해 흡수된 엑스선과 투과된 엑스선의 차이를 2차원 영상으로 표현하는 기술로, 시료의 흡수도가 클수록 대비도contrast가 높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투과된 영상은 시료 내부와 외부의 모든 형상 (흡수물질)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충분히 많은 다른 각도에서 투과된 영상을 획득하고 푸우리에 변환을 이용하면 3차원 영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 엑스선 영상을 제공하는 다른 기술로는 엑스선 렌즈를 사용하여 나노미터급 해상도를 얻을 수 있는 투과형 엑스선 현미경Transmission X-ray Microscopy,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매우 집속된 엑스선을 시료에 스캔하면서 투과된 영상을 얻는 스케닝 투과형 엑스선 현미경Scanning Transmission X-ray Microscopy, 결맞는 엑스선을 시료에 조사하여 발생한 결맞는 회절무늬를 이용하여 시료의 형상을 재구성하는 결맞음 회절영상Coherent Diffraction Imaging등이 있다.

그림 9. (좌) 시료의 원자 구조에 따른 엑스선의 회절과 산란 신호 검출. 원자 구조의 결정성에 따라 다른 산란 신호를 나타낸다. (우) 엑스선 흡수 분광법을 이용한 원자의 흡수 엣지 미세 구조 (XANES) 스펙트럼과 원자간 간섭신호에 의한 확장된 흡수 엣지 미세 구조 (EXAFS) 스펙트럼 (출처: Chem. Rev. 117, 7615 (2017), Nano-Micro Letters 11, 47 (2019))
그림 10. 포항가속기연구소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인 PLS-II 의 빔라인 36기 배치도 (출처: 포항가속기연구소)

맺음말

본 연재물에서는 엑스선의 기초와 엑스선을 활용한 연구 분야에 대해 살펴봤으며, 방사광원이 제공하는 고급 사양의 엑스선과 이를 이용한 다양한 엑스선 분석기술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연재물에서는 시료의 형상, 내부의 구조, 물질의 구성 원소, 원자의 전자 상태 등을 3차원 공간상에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엑스선 영상기법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할 예정이다.

임 준
포항가속기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