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IC ANALYSIS AND GEOMETRY
Solving equations via p-adic numbers, PART Ⅱ
이번 연재에서는 ‘\(p\)진수’라는 수 체계에 기반한 해석과 기하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수나 복소수처럼 \(p\)진수 위에서도 ‘자연스러운’ 해석과 기하 이론을 전개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정수론에 유용하게 쓰이는 반면, 실수와 복소수와는 다른 생소한 현상도 많이 나타난다. 이번 연재를 통해 \(p\)진수의 해석과 기하의 여러 측면을 소개하고, 정수론에서 \(p\)진수의 유용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앞선 연재글에서는 \(p\)진수에서 일변수 이차방정식을 풀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p\)진수에서 다변수 이차방정식을 다루고, 또한 이 결과가 어떻게 정수론에 응용되는지 알아보겠다.
***
질문에 대한 답이 막힌다면…질문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답이 막힐 때 이만큼 적절한 조언도 없는 것 같다.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이 되기도 하고, 답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질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질문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여기에 정해진 답이나 패턴이 있을 수는 없다. (사실 이 질문 자체가 ‘좋은 질문’이 아니다!!) 조금 딴소리를 하면, 무작정 질문을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원래 어려운 문제는 아무리 바꿔 봐도 어려운 문제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대충 ‘난이도 보존 법칙’이란 게 성립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조금 덜 어려운 문제로 둔갑시켰다면 그 과정에서 반드시 난이도 감소에 상응하는 노력 혹은 혜안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대가들만이 아주 가끔 쓸 수 있는 필살기가 있다. 그건 원래 문제를 더 ‘어렵게’ 바꾼 다음, 그 어려운 문제를 쉽게 푸는 것이다(!?). 즉 MSG 빼고 정직하게 말하면 주어진 문제를 더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틀framework에 집어넣은 다음, 그 새로운 ‘틀’이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로 문제를 쉽게 풀어버리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대수기하algebraic geometry를 비롯한 수학 여러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로텐디크Grothendieck의 경우, 그가 얻은 대부분의 결과가 이런 패턴을 따른다.
오늘의 문제
이제 거창한 서론을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먼저 아래와 같은 소박한 질문을 생각해보자.
문제1.
\begin{equation}x^2+2y^2+3z^2+4w^2 = 12345678
\quad \cdots \quad (1)
\end{equation}
위의 방정을 만족하는 유리수 \(x,y,z,w\)는 존재하는가?
문제 풀이에 자신이 있는 독자는 시간이 있다면 잠시 멈추고 풀이에 도전해 보자. 풀이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면 정답을 추측해도 좋다. 참고로 유리수해를 구할 필요가 없이 해의 존재성만 판별하면 된다.
먼저 정답을 공개하면,
\(x^2+2y^2+3z^2+4w^2 = 12345678\)을 만족하는 유리수 \(x,y,z,w\)는
존재한다.
정답이 조금 의외라고 느껴지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방정식을 그냥 막연히 들여다보면 위의 방정식을 만족하는 유리수가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 방정식의 유리수해가 존재함을 보일 수 있을까?
먼저 첫 번째 방법은…그냥 방정식을 푸는 것이다.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무작정 정수 몇 개를 대입하면서 요행수로 완전제곱수가 튀어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혹은 유리수해를 찾을 수 있는 영리한 트릭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필자는 상식적인 수준의 노동량으로 이 방정식을 손으로 풀 수 있는 풀이법을 알지 못한다. 계산수학 프로그램의 힘을 빌리면
\begin{equation}
\begin{aligned}
(x,y,z,w) =& (\pm957 \pm222,\pm918,\pm\frac{2967}{2}), (\pm939, \pm702, \pm1830, \pm\frac{657}{2}), \\
\nonumber &(\pm2328, \pm1377, \pm222, \pm864), (\pm2328, \pm9, \pm1146, \pm864),\\
\nonumber &\color{blue}{(\pm2532, \pm1701, \pm222, 0)}, \color{purple}{(\pm2997,0,\pm1050, \pm\frac{237}{2})},\\
\nonumber &\color{brown}{(0,\pm1701, \pm222, \pm1266)},\dots
\end{aligned}\quad \cdots \quad (2)
\end{equation}
등이 위 방정식의 유리수해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적어도 필자가 찾은 유리수해 중에서는 손으로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해는 보이지 않는다.1
그렇다면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도대체 무엇일까? 또 필자는 어떻게 유리수해가 있을 것임을 알고 \(12345678\)처럼 막 고른 티가 나는 계수들로 이런 방정식을 만들었을까?
이제 ‘서론’에서 이야기한 대로 문제1을 더 ‘어렵게’ 바꾸어 보자. 먼저 첫 번째 단계로 문제를 다름과 같이 일반화해 보자.
문제2. 양의 정수 \(n\)을 고정하고, \(0\)이 아닌 유리수 \(a_1,\cdots,a_n,b\)를 고르자. 아래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
\quad \cdots \quad (3)
\]이 유리수해를 갖는 필요충분 조건을 찾으시오
얼핏 보기에는 원래 문제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문제1에서는 적어도 계산수학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면 구체적으로 방정식의 유리수해를 직접 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지만, 문제2같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유리수해를 찾기는 더더욱 힘들어 보인다.
만약 이렇게 일반화하면 혹시 유리수해를 가지지 않는 방정식에 어떤 예측 가능한 패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문제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면 문제1에서 소개한 사변수 이차방정식(1)에서, \(x=0\), \(y=0\) 혹은 \(w=0\)을 만족하는 유리수해는 존재하지만 \(z=0\)을 만족하는 유리수해는 존재하지 않는다.2 즉, 방정식(1)에서 \(z\) 변수를 뺀 \(x^2+2y^2+4w^2=12345678\)에는 유리수해가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변수를 빼서 만든 삼변수 이차방정식에는 모두 유리수해가 존재한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실수해 찾기
이제 다시 문제를 바꿔보며 실마리를 찾아보자. 문제2에서 소개한 방정식(3)을 다시 들여다보자.
\[
a_1x_1^2 + \cdots+ a_n x_n^2 = b
\quad \cdots \quad (3)
\]
이 방정식의 유리수해의 존재성을 판별하는 문제는 단순해 보이지 않지만, 반대로 유리수보다 조금 더 복잡하게 정의되는3 실수real numbers에서 해의 존재성을 판별하는 문제는 상당히 쉽다. 예를 들어 \(a_1,\cdots, a_n\)이 모두 양수이고 \(b\)가 음수라고 한다면 방정식(3)의 좌변은 항상 \(0\) 이상이 되고 우변은 음수가 되어 등호가 성립할 수 없다. 비슷한 논리로 \(a_1,\cdots, a_n\)이 모두 음수이고 \(b\)가 양수이어도 방정식(3)의 실수해는 존재할 수 없다.
반대로 \(a_1,\cdots, a_n\)중에서 \(b\)와 같은 부호의 계수가 있다고 하자. 가령 \(a_{1}\)과 \(b\)의 부호가 같다고 하면, \(\frac{b}{a_1}\)이 양수이기 때문에 그 제곱근이 실수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x_1,\cdots,x_n)=(\sqrt{\frac{b}{a_1}},0,\cdots,0)\]
이 방정식(3)의 실수해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보조정리를 얻는다.
보조정리. 문제2에서 소개한 방정식(3)에 대해 다음 두 명제는 동치이다.
• 방정식(3)을 만족하는 실수 \(x_1,\cdots,x_n\)이 존재한다.
• \(a_1,\cdots, a_n\) 중에서 \(b\)와 부호가 같은 계수가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유리수는 실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위의 보조정리는 방정식(3)의 유리수해가 존재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준다. 하지만 실수해가 존재하면서도 유리수해가 존재하지 않는 이차방정식이 많이 있으므로, 위 보조정리로 유리수해의 존재성을 판별할 수는 없다. (간단하게는 \(x^2=2\), 좀 더 복잡하게는 \(x^2+2y^2+4w^2=12345678\)의 경우, 실수해는 존재하지만 유리수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선 연재글에서 임의의 소수 \(p\)에 대해 일변수 이차방정식의 \(p\)진수해를 찾는 문제를 \(p\)에 대한 제곱 잉여quadratic residue를 판별하는 문제로 귀결시키는 흥미로운 답을 얻어 냈다. 그렇다면 위의 다변수 이차방정식에 대해 \(p\)진수해를 찾으면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문제3. 임의의 소수 \(p\)를 하나 고정하자. 문제2에서 주어진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 (수식(3))\(p\)진수해를 가질 필요충분 조건을 구하시오.
\(p\)진수해를 찾아서…
잠시 문제2와 문제3을 비교해 보자. 이해하기 쉬운 유리수 대신 뭔가 헷갈리는 \(p\)진수에서 해를 구해야 한다… 뭔가 문제가 어려워진 걸까?
나중에 명확해지겠지만 방정식의 \(p\)진수해 존재성 판별은 유리수해보다 훨씬 쉽다. 정말 단순히 실수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유리수의 ‘빈자리’에 실수를 채워 넣으면 실수에서 풀리는 방정식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으며, 비슷한 이유로 유리수의 ‘빈자리’에 \(p\)진수를 채워 넣으면 훨씬 많은 방정식이 \(p\)진수에서 풀릴 수 있다.
본격적으로 문제3을 살펴보기 전에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 (수식(3)) 의 실수해를 구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 문제가 유리수해를 구하는 문제보다 훨씬 쉬운 이유는 바로 실수가 유리수보다 훨씬 많은 ‘제곱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의 실수해 존재성을 다음과 같은 단계로 판별할 수 있다.
- 먼저 실수해 존재성 판별을 위해서는 방정식을 \(0\)이 아닌 실수로 나누어도 상관없다. 따라서 방정식을 \(|b|\)로 나누어 \(b=\pm1\)임을 가정할 수 있다.
- 실수해 존재성 판별을 위해서는 실수 계수의 변수치환을 통해 방정식을 단순한 형태로 변환하여도 상관없다. 따라서
\(x_1\mapsto \sqrt{|a_1|}x_1,\cdots, x_n\mapsto \sqrt{|a_n|}x_n\)으로 변수치환하게 되면 계수 \(a_1,\cdots,a_n \)를 \(1\) 혹은 \(-1\)로 조정할 수 있다. - 각각의 계수가 \(1\) 혹은 \(-1\)인 유한개의 경우에 대해 방정식의 실수해 존재성을 판별한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소수 \(p\)를 고정하고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의 \(p\)진수해 존재성을 판별해 보자. 실수의 경우에는 변수치환을 통해 계수 \(a_1,\cdots,a_n,b\)를 \(\pm1\) 중 하나로 조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p\)진수에도 비슷한 결과가 있을까?
먼저 \(2\)가 아닌 소수 \(p\)에 대해서 제곱 잉여가 아닌 \(1\)부터 \(p-1\)까지의 정수 \(r\)을 고르자. 예를 들어 \(p=3,5\)이면 \(r=2\), \(p=7\)이면 \(r=3\) 등을 고를 수 있다. 다음 보조정리는 이전 연재글에서 소개한 \(p\)진수가 언제 제곱근을 갖는지에 대한 판별법을 사용하면 보일 수 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스스로 증명해 보기를 권한다.)
보조정리. 먼저 소수 \(p\)가 \(2\)가 아니라고 가정하고, \(p\)에 대해 제곱 잉여가 아닌 자연수 \(r\)을 고르자. 그러면 모든 \(p\)진수는
\[
\epsilon\cdot \gamma^2, \quad \epsilon\in\{1,r,p,rp\}
\]의 형태로 쓸 수 있다. (여기에서 \(\gamma\)는 적당한 \(p\)진수이다.)
만약 \(p=2\)라고 하면 모든 \(2\)진수는
\[
\epsilon\cdot \gamma^2, \quad \epsilon\in\{1,3,5,7,2,6,10,14\}
\]의 형태로 쓸 수 있다. (여기에서 \(\gamma\)는 적당한 \(2\)진수이다.)
위 보조정리는 증명하는 대신 몇 가지 현실성 체크를 해 보자. 잠시 소수 \(p\)가 \(2\)가 아니라고 가정하자.
- 먼저 \(p\)에 대해 \(1\)과 합동인 정수 \(s\)를 \(p\)진수로 보고 위의 정리를 적용해 보자. 그러면 \(1\)과 합동인 정수는 당연히 제곱 잉여이므로, \(p\)진수에서 \(s\)의 제곱근이 존재하고, 따라서 적당한 \(p\)진수 \(\gamma\)에 대해 아래와 같은 표현을 얻는다. \[s = \gamma^2 = 1\cdot\gamma^2.\]
- 만약 \(r\)과 다른 어떤 자연수 \(s\) 역시 \(p\)에 대해 제곱 잉여가 아니라고 하자. 그러면 기초정수론에서 \(r\cdot s\)가 \(p\)에 대해 제곱 잉여임이 알려져 있고, 따라서 지난 연재글에서 \(r\cdot s\)는 \(p\)진수에서 제곱근이 존재함을 설명하였다. 따라서 적당한 \(p\)진수 \(\gamma\)에 대해 아래와 같은 표현을 얻는다.\[s=r\cdot\gamma^2.\]
이제 위 보조정리를 활용하면 주어진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의 계수를 \(p\)가 \(2\)인지 여부에 따라 \(\{1,3,5,7,2,6,10,14\}\) 혹은 \(\{1,r,p,rp\}\) 중 하나로 조정할 수 있다. 이제 유한개의 경우 각각에 대해서 \(p\)진수 해의 존재성을 판별하면 된다. 여기에 조금 더 ‘복잡한 작업’을 거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리1. 문제2 수식(3)에서 주어진 유리수 계수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을 생각하자. 만약 \(n\geqslant 4\)이면4, 모든 소수 \(p\)에 대해 방정식의 \(p\)진수해가 존재한다.
위 정리를 적용하면 문제1에서 소개한 방정식 \( x^2+2y^2+3z^2+4w^2 = 12345678\)은 모든 소수 \(p\)에 대해 \(p\)진수해를 가진다. 하지만 변수의 개수가 세 개 이하이면 \(p\)진수해가 반드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이 방정식에서 \(z=0\)으로 놓고 삼변수 방정식으로 바꾸면 \(2\)진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적당한 \(2\)진수 제곱수로 나누고 변수치환을 하면 \(x^2+2y^2+4w^2 = 12345678\)를 아래 형태로 변환할 수 있으며
\[
x^2+2y^2+w^2 = 14,
\]이 방정식의 \(2\)진수해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방정식 \( x^2+2y^2+4w^2 = 12345678\)의 유리수해도 존재할 수 없다.
하세-민코프스키 정리Hasse-Minkowski theorem
지금까지 유리수 계수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 (수식(3)) 의 실수해와 \(p\)진수해의 존재성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의외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면 실수해와 \(p\)진수해의 존재성과 유리수해의 존재성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시험 삼아서 일변수의 경우를 살펴보면 \(0\)이 아닌 유리수 \(r\)에 대해 다음 명제가 동치임을 관찰할 수 있다.
- \(\sqrt r\)이 유리수이다. 즉 \(x^2=r\)의 유리수해가 존재한다.
- \(r\)이 양수이고, 모든 소수 \(p\)에 대해 \(r\)의 \(p\)진수 제곱근이 존재한다. 즉 \(x^2=r\)의 실수해와 \(p\)진수해가 존재한다.
놀라운 점은 이 관찰이 다변수의 경우에도 확장된다는 것이다.
정리2. 하세-민코프스키 정리Hasse-Minkowski theorem 문제2의 수식(3)에서 주어진 유리수 계수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에 대하여 다음 명제는 동치이다.
- 방정식(3)이 유리수해를 갖는다.
- 방정식(3)이 실수해를 가지며, 모든 소수 \(p\)에 대해 \(p\)진수해를 갖는다.
유리수는 실수와 \(p\)진수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유리수해가 존재하면 당연히 실수해와 \(p\)진수해는 존재한다. 놀라운 점은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정리1과 결합하면 다음 따름정리도 얻는다.5
따름정리. 문제2 수식(3)에서 주어진 유리수 계수 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을 생각하자.
만약 \(n\geqslant 4\)이고, \(b\)와 같은 부호의 계수 \(a_i\)가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면, 방정식의 유리수해가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1에서 소개한 방정식 \( x^2+2y^2+3z^2+4w^2 = 12345678\)의 유리수해가 존재함을 얻는다.
사변수 이상의 이차방정식 \(a_1x_1^2 + \cdots+ a_n x_n^2 = b\)의 경우 위의 따름정리가 유리수해 존재성을 완전히 판별해 준다. 또한 삼변수 이하의 경우에도 \(p\)진수 위에서 이차방정식의 모양을 완벽하게 분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약간의 기술적인 논의를 뒤로 하면 하세-민코프스키 정리가 문제2에서 제시한 방정식의 유리수해 존재성 판별의 답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찾아본 바로는 \(p\)진수의 언어를 사용한 하세-민코프스키 정리와 앞에서 소개한 정리1은 아마도 독일 수학자 헬무트 하세Helmut Hasse의 1923년 박사 학위 논문에서 증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6 하세-민코프스키 정리의 경우에는 민코프스키H. Minkowski의 연구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p\)진수 대신 \(p\)의 거듭제곱에 대한 합동방정식을 다루기 때문에 하세의 증명에 비해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해독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하세-민코프스키 정리는 헨젤이 \(p\)진수를 도입한 이후 \(p\)진수 이론이 정수론에서 중요한 결과를 증명해낸 첫 번째 예시로 많이 언급되며, 이 증명에 사용된 기술들은 나중에 20세기 초반 정수론의 가장 중요한 이론인 유체 이론class field theory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세 원리Hasse principle
지금까지 하세-민코프스키 정리라는 강력한 도구에 대해 알아보았다. 수학자들은 강력한 도구를 가지면 그 도구를 활용하는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도구가 어디까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문제4.
- 일반적인 유리수 계수 다변수 방정식 \(f(x_1,\cdots, x_n)=0\)이 주어져 있을 때, 유리수 해의 존재성과 실수해 및 모든 \(p\)진수해의 존재성이 동치인가?
- 더 일반적으로 “유리수에 관한 문제”를 실수와 \(p\)진수에 관한 문제로 분해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방정식의 유리수해 존재성을 실수해의 존재성과 \(p\)진수해의 존재성으로 분해할 수 있는가?)
위 질문에 답이 Yes인 경우 국소대역원리local-global principle혹은 하세 원리Hasse principle가 성립한다고 말한다. 부연설명하면 방정식의 경우에도 유리수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실수해와 \(p\)진수해를 다루는 유용한 도구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므로 만약 하세 원리가 성립한다면, 유리수해에 관한 문제를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실수해와 \(p\)진수해에 관한 문제로 귀결시킬 수 있다. 앞서 소개한 하세-민코프스키 정리에 의해 다변수 이차방정식의 유리수해 존재성 판별에는 하세 원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차수가 3차 이상인 경우 유리수해의 존재성에 대해 하세 원리가 성립하지 않는 예가 알려져 있다. 셀머E. Selmer는 아래 삼차방정식
\begin{equation}
3x^3+4y^3+5z^3=0
\quad \cdots \quad (4)
\end{equation}이 \((0,0,0)\)이 아닌 실수해와 모든 소수 \(p\)에 대해 \(p\)진수해를 갖지만, \((0,0,0)\)이 아닌 유리수해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였다. 이유를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방정식(4)가 실수 계수와 \(p\)진수 계수 변수치환으로는 방정식(5)로 변환이 가능하지만, 유리수 계수의 변수 치환으로는 변환이 불가능하다.
\begin{equation}
x^3+y^3+60z^3=0
\quad \cdots \quad (5)
\end{equation}
따라서 두 방정식(4)와 방정식(5)는 같은 실수해와 \(p\)진수해를 갖지만 다른 유리수해를 가질 수 있으며, 사실 방정식(5)만이 \((0,0,0)\)이 아닌 유리수해\((1,-1,0)\)가 존재한다. 위와 같은 삼차방정식의 경우 하세 원리가 성립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장애물obstruction을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타원 곡선elliptic curve의 테이트-샤파레비치 군Tate-Shafarevich group과 Brauer-Manin obstruction 등의 이론이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히 연구되었다.7
또한 방정식의 유리수해에 관한 문제 이외에도 다양한 정수론의 문제에서 하세 원리, 혹은 국소대역원리가 성립함을 물을 수 있으며, 예를 들어 유체 이론class field theory와 랭글랜즈 프로그램Langlands programme에서 국소대역원리에 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필로그
이제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까의 여정을 되짚어 보자. 시작은 구체적인 방정식 \(x^2+2y^2+3z^2+4w^2=12345678\) (수식(2))의 유리수해 존재성 판별이었다. (참조: 문제1) 이 문제를 단순히 유리수해를 구체적으로 찾는 방법으로 접근하기가 계산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에, 대신 문제를 일반화했을 때 숨겨져 있는 패턴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 (참조: 문제2) 그리고 하세-민코프스키 정리에 의해 유리수해의 존재성은 실수해와 \(p\)진수해의 존재성에 귀결되었고, 게다가 조금은 의외로 실수해는 물론 \(p\)진수해를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많이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처음에 간단했던 문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 정수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문제를 바꾸어가는 과정을 통해, 유리수해의 존재성을 판별하기 위한,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정수론 연구에 있어서 가장 자연스러운 사고의 틀과 도구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