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IC ANALYSIS AND GEOMETRY
World of  p-adic functions

 

 

이번 연재에서는 ‘\(p\)진수’라는 수 체계에 기반한 해석과 기하를 소개하고자 한다. 실수나 복소수처럼 \(p\)진수 위에서도 ‘자연스러운’ 해석과 기하 이론을 전개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정수론에 유용하게 쓰이는 반면, 실수와 복소수와는 다른 생소한 현상도 많이 나타난다. 이번 연재를 통해 \(p\)진수의 해석과 기하의 여러 측면을 소개하고, 정수론에서 \(p\)진수의 유용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지난 연재글까지는 \(p\)진수에서 다항식 방정식을 풀어보았다. 이번에는 다양한 \(p\)진 초월함수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p\)진 미분방정식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

 

옛날에 함수를 처음 배웠을 때를 회상해 보자. 먼저 딱히 와닿지는 않는 함수의 정의를 외워야 했을 것이다. 어차피 시험에 나오니까그리고 일차, 이차, 그리고 고차 다항식 함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배운 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수, 로그, 삼각함수처럼 조금 더 복잡한, 소위 초월함수들도 다루기 시작했을 것이다.

당연히 위에 나열한 함수들은 모두 실수를 변수에 대입하면 실수값을 주는 함수들이다. (그리고 복소수를 안다면 복소변수함수로 확장할 수도 있다.) 여기에 아래와 같은 극도로 순진한 질문을 던져 보자.

문제1. 실수 대신 \(p\)진수에 대해서도 위에서 나열한 함수들을 정의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변수에 \(p\)진수를 대입하면 \(p\)진수 값을 주는 다항식, 지수, 로그, 삼각함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먼저 쉬운 경우부터 다뤄 보자. 모든 계수가 유리수인 다항식의 경우는 변수가 실수이든 복소수이든 \(p\)진수이든 상관없이 ‘사칙연산’만 있으면 잘 정의되는 함수이다. 사실 3편4편에서 이미 유리수 계수의 일변수 내지 다변수 2차함수

\[f(x_1,\cdots,x_n) = a_1 x_1^2 + \cdots + a_n x_n^2\]

를 \(p\)진 함수로 다루기도 했다. 더 나아가 모든 계수가 유리수 대신 \(p\)진수라고 하더라도, 변수에 \(p\)진수를 대입하면 \(p\)진수 값을 주는 함수가 됨을 사칙연산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면 지수, 로그, 삼각함수의 경우에도 다항식처럼 쉽게 \(p\)진 함수로 정의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p\)진 지수, 로그, 삼각함수를 향한 첫 번째 시도

먼저 단순하고 순진한 방법으로 실변수 지수, 로그, 삼각함수의 정의를 \(p\)진 함수로 옮길 수 있는지 살펴보자. (이 방법이 다항식에선 통했으니까…) 먼저 삼각함수에서 시작해 보면, 빗변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참, 어렴풋이 예전에 \(p\)진수가 만드는 삼각형은 항상 뾰족한 이등변 삼각형이라고 읽은 듯하다. (2편었던가…?) 그러면 \(p\)진수에서는 도저히 직각삼각형이 나올 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잠시 방향을 틀어서, 삼각함수가 복소함수로는 지수함수와 연관되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sin\theta = \frac{e^{i\theta} – e^{-i\theta}}{2i},\dots\]

그러면 \(p\)진수에서 지수함수를 어떻게 정의할지 알아내면, 삼각함수에 대해서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비슷하게 실변수 로그함수 역시 지수함수의 역함수이기에, 먼저 \(p\)진수에서 지수함수를 공략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자연로그의 밑 \(e\)와 허수 \(i\)를 \(p\)진수에서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따라서 조금 더 쉬워보이는 문제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문제2. (소수 \(p\)를 고정하고) 어떤 \(p\)진수 \(x\)에 대해 \(2^x\)를 \(p\)진수에서 정의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x\)가 정수라면 \(2^x\)는 정수로 잘 정의되기 때문에, \(x\)가 \(p\)진수인 경우에도 \(x\)가 정수인 경우의 \(2^x\)값을 ‘매끈하게 연결’해서 \(2^x\)를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 문제가 해결 가능하려면, 정수 \(x\)가 \(p\)진 거리로 \(0\)에 가까워질수록 \(2^x\)는 \(2^0 = 1\)에 가까워져야 한다. 하지만 [그림1]에서 묘사했듯이 어떤 소수 \(p\)에 대해서도 \(2^x\)는 \(p\)진수에서 \(1\)로 수렴하지 않는다.

 

 

\(p\)진 지수, 로그, 삼각함수를 향한 두번째 시도

여기에서 잠시 이전 글을 관통하는 뜬금없는 조언을 조금 변형시켜 보자. 

질문에 대한 답이 막힌다면…정의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답이 막혀서 질문을 바꾸어야 할 때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방법이 바로 ‘새로운 정의’를 사용하여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직각삼각형을 사용한 삼각함수의 정의는 \(p\)진 함수에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이며, 질문2처럼 \(x\)가 정수인 경우의 \(2^{x}\)값을 연결하여 \(p\)진 함수를 만드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함수의 다른 ‘성질’을 정의로 사용하면 \(p\)진 함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미적분학에서는 무한 번 미분가능한 함수를 국소적으로 다항식으로 근사하는, 소위 테일러 전개Taylor expansion라는 개념이 있다. 다항식은 (계수가 유리수이기만 하면) \(p\)진 함수로도 정의될 수 있기에 지수, 로그, 삼각함수의 테일러 전개에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1

먼저 \(e^x\)의 테일러 전개를 구하면

\begin{equation}
e^x = 1+x+\frac{1}{2}x^2+\frac{1}{3!}x^3+\cdots = \sum_{n=0}^{\infty} \frac{1}{n!}x^n
\quad \cdots \quad (1)
\end{equation}
임을 얻는다.2 흥미롭게도 모든 테일러 계수Taylor coefficients가 유리수이기에 \(x\)에 \(p\)진수를 대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3


정리1.
소수 \(p\)를 고정하고 \(p\)진 절대값을 \(|p|_p:=p^{-1}\)이 되도록 고르자. 또한 방정식(1)의 우변을 \(e(x)\)로 두자.

\begin{equation}
e(x) := \sum_{n=0}^{\infty} \frac{1}{n!}x^n.
\end{equation}

그러면 임의의 \(p\)진수 \(\alpha\)에 대해 무한급수 \(e(\alpha)\)가 수렴할 동치조\quad \cdots \quad (2)

건은

\begin{equation}
|\alpha|_p < p^{-\frac{1}{p-1}}
\quad \cdots \quad (3)
\end{equation}

이다.즉 \(e(x)\)는 \(p\)진수 평면 위에 반지름 \(p^{-\frac{1}{p-1}}\)인 ‘열린 원판’에서 정의된 함수이다.

눈썰미 있는 독자는 테일러 전개 \(e(x)\)에 임의의 실수 혹은 복소수 \(x\)를 대입하더라도 무한급수 \(e(x)\)는 수렴한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만약 \(x\)가 실수 혹은 복소수라면, 임의의 기하 수열 \(\{|x^n|\}\)보다 \(\{n!\}\)이 훨씬 빨리 무한대로 발산하기에 무한급수의 수렴성 테스트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p\)진수에서는 \(\{|n!|_p\}\)이 무한대로 발산하기는 커녕 항상 \(0\)으로 수렴하기에, \(1\)보다 작은 어떤 수렴 반경이 생긴다. 이 수렴 반경을 정확히 구하려면 르장드르 공식Legendre Formula에서 아래 부등식

\[\left | n ! \right |_p \geqslant p^{-\frac{n-1}{p-1}} ,\]

이 항상 성립하며 등호는 정확히 \(n=p^m\)일때 성립함을 보이면 된다. 이제 \(p\)진수 \(\alpha\)에 대해 무한급수 \(e(\alpha)\)의 수렴성은 \(|\frac{\alpha^n}{n!}|_p\)이 \(0\)으로 수렴하는 것과 동치이므로, 원하는 수렴반경 \(p^{-\frac{1}{p-1}}\)을 얻는다.

삼각함수 \(\sin(x), \cos(x)\)의 경우에도 \(x=0\)에서의 테일러 계수가 모두 유리수이기에 위의 지수함수와 비슷한 결과가 성립한다.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자연로그 함수에 대해서도 아래 정리를 얻을 수 있다.

정리2. 자연로그 \(\ln(x)\)를 \(x=1\)에서 테일러 전개한 것을 아래처럼 \(\ell(x)\)로 두자.

\begin{equation}
\ell(x):= -\sum_{n=1}^{\infty} \frac{(1-x)^n}{n}.
\quad \cdots \quad (4)
\end{equation}

그러면 \(p\)진수 \(\alpha\)에 대해 무한급수 \(\ell(\alpha)\)가 수렴할 동치조건은 \(|\alpha|_p<1\)이다. 즉 \(\ell(x)\)의 \(p\)진 수렴반경은 \(1\)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두 개의 정리에 따르면 \(p\)진 지수, 로그, \(\sin(x), \cos(x)\)는 실변수 지수, 로그, \(\sin(x), \cos(x)\)의 테일러 전개가 양의 \(p\)진 수렴 반경을  가지므로, 어떤 \(p\)진 원판에서 함수를 준다는 것을 보였다. 즉 실변수 미적분학에서 얻어진 테일러 전개에서 \(p\)진 함수를 생성해 낸 것이다. 뭔가 놀랍지 않은가?

문제3. 어떤 원리로 실변수 미적분학에서 얻어진 테일러 전개에서 \(p\)진 함수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하면 \(e^x, \ln(x), \sin(x), \cos(x)\)가

  1. 유리수 계수의 테일러 전개를 가지고
  2. 그 테일러 전개가 양의 \(p\)진 수렴 반경을 가지는 현상


의 이면에 어떤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p\)진 미분방정식

그러면 \(e^{x}\)의 테일러 전개를 어떻게 구하는지를 살펴보며 질문3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핵심은 \(f(x)=e^x\)가 아래 미분방정식을 만족한다는 것이다.

\begin{equation}
\frac{d}{dx}f(x) -f(x) = 0.
\quad \cdots \quad (5)
\end{equation}

만약 위 성질을 만족하는 임의의 함수 \(f(x)\)의 \(0\)에서의 테일러 전개를 \(\sum_{n=0}^{\infty}a_nx^n\)로 두면, 테일러 계수들이 아래와 같은 유리수 계수 귀납적 공식을 만족한다.

\[(n+1)a_{n+1} = a_n\qquad \forall n\geqslant0.\]

따라서 \(a_0=f(0)\)가 모든 테일러 계수 \(a_n\)을 결정하고, \(a_0\)가 유리수이면 모든 \(a_n\) 역시 유리수이게 된다. (예를 들어 \(f(x) = e^{x}\)인 경우 \(a_0 = e^0 = 1\)로 유리수이다.)

비슷하게 \(f(x) = \ln(x)\)는 아래 미분방정식을 만족한다.

\begin{equation}
x\frac{d^2}{dx^2}f(x) + \frac{d}{dx}f(x)=0.
\quad \cdots \quad (6)
\end{equation}

이 경우 \(\frac{d^2}{dx^2}f(x)\)의 계수인 \(x\)가 \(0\)이 되는 값을 피해서 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x=1\)에서의 테일러 계수를 구하면 \(f(1)\)와 \(f'(1)\)에 의해 귀납적으로 모두 결정되며, \(f(1)\)과 \(f'(1)\)가 유리수이면 모든 테일러 계수도 유리수가 된다.

위의 방식을 일반화하면 아래 보조정리를 얻는다.

보조정리3. 양의 정수 \(r\)과 유리계수 다항식 \(u_0(x),\cdots,u_r(x)\)에 대해 다음 미분방정식을 생각하자.

\begin{equation}
u_r(x) \frac{d^r}{dx^r}f + \cdots + u_0(x)f = 0.
\quad \cdots \quad (7)
\end{equation}

유리수 \(x_0\)가 \(u_r(x_0)\ne0\)을 만족하도록 고르고,

\begin{equation}
f(x-x_0) = \sum_{n=0}^{\infty}a_n(x-x_0)^n
\quad \cdots \quad (8)
\end{equation}

를 위 미분방정식을 만족하는 함수의 테일러 전개라고 하자. 그러면

  1. 모든 테일러 계수 \(a_n\)들은 \(a_0,\cdots,a_{r-1}\)에 의해 유일하게 결정된다.
  2. 만약 \(a_0,\cdots,a_{r-1}\)이 모두 유리수이면 \(a_n\)은 모두 유리수이다.


위 보조정리의 증명은, 단순히 테일러 전개(8)을 미분방정식(7)에 대입하면 테일러 계수 \(a_n\)사이의 유리계수 귀납적 공식이 얻어진다는 것을 관찰하면 된다.

그런데 이 증명에서 만약 식(8)에서 주어진 \(f(x-x_0)\)가 어떤 함수의 테일러 전개라는 점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형식적으로 \(f(x-x_0)\)의 미분을 아래와 같이 정의할 수 있다.

\[\frac{d}{dx}f(x-x_0) := \sum_{n=1}^{\infty} na_{n}(x-x_0)^{n-1}.\]

(만약 \(f(x-x_0)\)가 어떤 함수의 테일러 전개라고 하더라도 위 공식은 아무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다.) 만약 임의의 유리수 \(a_0,\cdots,a_{r-1}\)이 주어졌을 때, 보조정리3의 증명처럼 귀납적으로 미분방정식(7)을 만족하는 유리계수 형식급수formal power series \(f(x-x_0) = \sum_{n=0}^{\infty}a_n(x-x_0)^n\)를 유일하게 정의할 수 있다. (형식 급수란 함수의 테일러 급수에 해당하는지, 혹은 수렴성 여부에 상관없이 형식적으로 적은 급수라는 뜻이다.) 그러면 자연스러운 질문은 이렇게 얻은 \(f(x-x_0)\)가 어떤 함수의 테일러 전개인지, 즉 \(x_0\)근방에서 절대 수렴하는지 여부이다. 이 답은 아래 코시 정리Cauchy’s theorem에 의해서 주어지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증명이 \(x\)를 \(p\)진 변수로 놓았을 때에도 성립한다.

정리4. 미분방정식(8)을 만족하는 유리계수 형식급수 \(f(x-x_0) = \sum_{n=0}^{\infty}a_n(x-x_0)^n\)가 주어졌을 때 다음을 만족한다.

  1. 코시 정리: 어떤 양의 실수 \(\epsilon_\infty\)가 있어서 \(|\alpha-x_0|<\epsilon_\infty\)를 만족하는 임의의 실수 (혹은 복소수) \(\alpha\)에 대해 무한급수 \(f(\alpha-x_0)\)는 절대수렴한다. 즉 \(f(x-x_0)\)는 미분방정식(7)을 만족하는 \(x_0\) 근방에 정의된 함수의 테일러 급수이다.
  2. \(p\)진 코시 정리: 소수 \(p\)를 고정하면, 어떤 양의 실수 \(\epsilon_p\)가 있어서 \(|\alpha-x_0|<\epsilon_p\)를 만족하는 임의의 \(p\)진수 \(\alpha\)에 대해 무한급수 \(f(\alpha-x_0)\)는 수렴한다. 즉 \(f(x-x_0)\)는 미분방정식(7)을 만족하는 \(x_0\) 근방에 정의된 \(p\)진 함수이다.

위의 성질을 만족하는 \(\epsilon_\infty\) 중 최대값을 형식급수 \(f(x-x_0)\)의 수렴반경으로 정의하고, 비슷하게 \(\epsilon_p\)의 최대값을 \(f(x-x_0)\)의 \(p\)진 수렴반경으로 정의한다.

다시 문제3으로 돌아가면, 유리계수 다항식을 계수로 하는 선형 상미분방정식의 해는 초기조건을 잘 고른다면 모든 테일러 계수가 유리수가 되도록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양의 \(p\)진 수렴반경을 갖는다. 따라서 \(e^x\), \(\ln(x)\), \(\sin(x)\), \(\cos(x)\)의 테일러 급수가 \(p\)진 열린원판 위에 정의된 함수를 준다.

 

 

\(p\)진 수렴반경과 해석적 연속analytic continuation

실변수 혹은 복소변수 함수 중에는 테일러 급수가 수렴반경 밖에서도 잘 정의되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자연로그 \(\ln(x)\)의 경우, \(x=1\)에서의 수렴반경은 \(1\)이지만 로그함수의 정의는 양의 실수, 혹은 음의 실수를 제외한 복소수로 확장할 수 있다. 좀 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유리계수 다항식을 계수로 갖는 상미분방정식을 생각해 보자.

\begin{equation}
u_r(x) \frac{d^r}{dx^r} + \cdots + u_0(x)f = 0 \qquad (\forall i,\ u_i(x)\in\mathbb{Q}[x])
\end{equation}

그러면 국소적으로 정의된 해 \(f(x)\)는 \(u_r(x)\)의 근을 거치거나 감지 않는 복소평면 위의 임의의 경로를 따라 확장할 수 있다. ([그림2] 참조) 여기에서 \(u_r(x)=0\)이 되는 복소수를 이 미분방정식의 특이점이라고 부르는데, 경로만 잘 선택한다면 미분방정식의 해를 특이점이 아닌 복소수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e^x\), \(\sin(x)\), \(\cos(x)\)처럼 특이점이 없는 미분방정식을 만족하는 함수들은 복소평면 전체에서 정의된다는 사실 역시 따라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p\)진수에서는 이러한 해석적 연속analytic continuation이 불가능하다. 복소 평면에는 서로 가까운 두 점에서 같은 반지름 \(\epsilon_\infty\)의 원판을 그렸을 때 완전하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해석적 연속이 가능하지만, \(p\)진 평면에서는 서로 가까운 두 점을 중심으로 그린 같은 반지름의 원판은 완전하게 겹친다. ([그림2] 참조)

좀 더 구체적인 예로 아래 지수함수의 미분방정식을 살펴보자.

\[\frac{d}{dx}e(x) -e(x) = 0.\]

이 미분방정식은 특이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의 수렴반경이 \(p^{-\frac{1}{p-1}}\)으로 상당히 작아으며, 전체함수와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도 미분방정식의 \(p\)진 수렴반경은 대부분 예측이 쉽지 않으며 \(1\)보다 작은 경우도 많다.

반면에 미분방정식 해의 \(p\)진 수렴반경이 \(1\)을 만족하는 예시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앞서 소개한 \(p\)진 로그함수를 제외하고라도, \(p\)진 초기하 함수\(p\)-adic hypergeometric functions 역시 \(p\)진 수렴반경이 \(1\)이다. 잠시 소개하면, 유리수 \(a,b,c\)에 대해 초기하함수 \(F(a,b;c;x)\)가 정의되는데, \(x=0\)근방의 테일러 전개는 아래와 같다.

\begin{equation}
F(a,b;c;x) = \sum_{n=0}^{\infty}\frac{\big(a(a+1)\cdots(a+n)\big)\big(b(b+1)\cdots(b+n)\big)}{c(c+1)\cdots(c+n) n!}x^n.
\quad \cdots \quad (9)
\end{equation}
이 초기하함수 \(F(a,b;c;x)\)는 아래와 같은 ‘초기하 미분방정식’을 만족한다.8


\begin{equation}
x(1-x)\frac{d^2}{dx^2} f(x) + \big ( c(1-x) + (c-1-a-b)x \big )\frac{d}{dx}f(x) – ab\cdot f(x) = 0.
\quad \cdots \quad (10)
\end{equation}

이제 소수 \(p\)를 \(a,b,c\)의 기약분수의 분모를 나누지 않도록 고르면, (9)에서 정의한 형식급수 \(F(a,b;c;x)\)의 \(p\)진 수렴반경은 정확히 \(1\)이 된다는 사실을 드웍B.Dwork이 밝혔다.

문제4. 로그함수의 미분방정식(6)과 초기하 미분방정식(10)의 어떤 구조로 인해서 해의 \(p\)진 수렴반경이 \(1\)로 확장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아쉽게도 본 연재글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문적인 영역을 피하기 힘들지만, 애매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p\)진 기하에서 얻어지는 미분방정식의 경우 해의 \(p\)진 수렴반경이 이론적인 예상대로 행동하게 된다.

 

 

\(p\)진 미분방정식의 시작: 초기하 함수 \(F(\frac{1}{2},\frac{1}{2};1;\lambda)\)와 드웍

잠시 시계를 1950년대로 돌려보자. 당시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수학자 이구사J.Igusa는 \(a=b=\frac{1}{2}, c=1\)인 경우의 초기하 미분방정식

\begin{equation}
\lambda(1-\lambda)\frac{d^2}{d\lambda^2} f(\lambda) + ( 1 -2\lambda )\frac{d}{d\lambda}f(\lambda) – \frac{1}{4} f(\lambda) = 0.
\quad \cdots \quad (11)
\end{equation}

의 해가 소위 르장드르 타원곡선Legendre elliptic curve라고 부르는 방정식

\begin{equation}
y^2 = x(x-1)(x-\lambda)
\quad \cdots \quad (12)
\end{equation}

의 \(p\)에 대한 합동근의 연구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남을 관찰하였다. 그래서 \(p\)진 해석학의 전문가인 드웍에게 이 현상에 대한 이론적인 해석이 있는지 질문하였고, 이 질문에서 시작된 드웍의 일련의 연구가 \(p\)진 미분방정식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사실 질문4에서 제시한 \(F(\frac{1}{2},\frac{1}{2};1;\lambda)\)의 수렴반경이 \(1\)인 배후에는 미분방정식(11)과 르장드르 타원곡선(12) 사이의 관계가 큰 역할을 한다.

동시대의 대가인 그로텐디크Grothendieck와 달리 드웍은 문제를 추상화시키고 자연스러운 생각의 틀에 집어넣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초기하 미분방정식(11)과 같은 구체적인 예시를 철저히 계산하였고, 그 과정에서 후세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다양한 \(p\)진 해석적 도구들을 개발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드웍의 구체적 예시에 기반한 결과들은 역설적이게도 더 추상적이며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이론이 배후에 있어야 할 당위성을 강하게 역설하고 있었다.이를 토대로 60년대 테이트J.Tate, 레노M.Raynaud 등이 강체기하rigid geometry라고 불리는 \(p\)진 해석기하이론을, 그로텐디크와 베르틀로P.Berthelot 등이 여러 \(p\)진 코호몰로지 이론을 개발하였다. 이들 분야는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숄체P.Scholze는 \(p\)진 기하와 코호몰로지 이론에 대한 기여로 2018년 필즈상을 수상하였다.

김완수
KAIST 수리과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