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니콜 키드먼 주연의 <디 아더스The Others>(2001)는 주인공이 사는 저택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공포를 자아내는 영화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나는 발자국 소리, 때때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등은 분명히 다른 누군가the others가 있다는 걸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만져지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지구를 감싸 대기층을 이루면서, 저녁 무렵 밤하늘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해질녘 아름다운 노을이고, 또 하나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어스름이 남아 밝은 기운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11세기 초반 무슬림 천문학자 이븐 무아드Ibn Muadh는 해가 진 이후 어스름이 남아있는 시간을 고려해서 대기의 높이를 계산하였다. [그림1]에서 S1은 지구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관찰자의 관점에서 해가 지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해가 S2에 이를 때까지 여전히 두께가 \(x\)인 공기층에서 빛이 산란하기 때문에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해가 지평선에서 사라진 후, 어스름이 남아있는 시간을 알면 그림의 기하학적 위치를 고려하여 대기층의 높이를 얻을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대기는 지구를 완전히 감싸고 있으며 우리는 그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사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볼 수 있는 영역을 넓혀왔다. 물리학에서 본다는 말은 비단 가시광선을 이용한 시각적 감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물리학자들은 다양한 실험 장치와 방법을 통해 인간의 감각기관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는 영역까지 관찰 영역을 넓혀왔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입자나 새로운 힘을 발견해왔다.
지구의 대기처럼 현상의 너머에 존재하는 숨겨진 진실이 엄밀한 관측과 이론적 추론을 통해 밝혀지기도 한다. 이번 글의 주인공인 암흑물질도 그러한 예이다. 최신 우주론과 천체물리학의 관측은 빛에 반응하지 않지만 무게가 있고, 안정하게 중력적인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이 있다고 말해준다. 이처럼 ‘보이는 물질’ 이외에 추가로 중력을 일으켜 다양한 천체 현상을 일으키는 우주의 물질 성분을 암흑물질이라고 하는데, 보이지 않으니 ‘암흑’이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고, 오히려 투명한 물질로 생각하는 것이 옳겠다.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은 전하를 가진 전자와 핵을 포함하고 있어, 빛과 반응하기 때문에 보이는 물질의 범주에 속하는데, 암흑물질은 애초에 빛과 반응하지 않는 이상한 물질이다.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연구자는 츠비키Fritz Zwicky, 1898-1974로 알려져 있다. 츠비키는 1000개 이상의 은하를 포함한 코마 성단Coma cluster에서 천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보이는 별의 질량만으로는 천체들의 운동을 지탱할 만큼 충분한 크기의 중력장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지의 중력원인 암흑물질Dunkle Materie, Dark Matter이 추가로 중력장을 만들어낸다는 가설을 세워 이 이상한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비리얼 정리Virial theorem를 통해 추산한 암흑물질의 양은 놀랍게도 보이는 별의 질량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당시 학계는 이 당돌한 가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가 약한핵력이론을 발표한 1933년 즈음의 일이다.
이 미지의 물질은 심지어 원자로 이루어지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는 증거들이 쌓여가고 있다. 암흑물질은 일반적인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보다 다섯 배나 많이 우주의 밀도에 기여하지만, 광학적 수단으로 암흑물질을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1세기 인류가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혀낸다면, 20세기에 원자의 존재를 밝혀내고 관련된 물리학-양자역학-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에 버금가는 성취, 아니 어떤 의미로는 다섯 배 더 중요한 성취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부분이 많기에 우리는 암흑 물질에 대해 더 알고 싶다.
표준모형과 우주의 팽창
2020년 현재 인류가 도달한 원자에 대한 가장 정확한 물리학적 기술은 표준모형the standard model이며, 중력에 대한 기술은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물질의 기초를 만드는 ‘레고 블록’에 해당하는 기본입자elementary particle들이 있고, 중력과 3가지 기본힘(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 그리고 전자기력)을 받아 서로 밀치고 결합하며 핵, 원자, 분자, 그리고 세상 만물을 만들어 낸다.
표준모형이라는 이름은 소박하지만, 원리적으로 무한대의 정밀도를 가지는 ‘재규격화 가능한 양자게이지 이론renormalizable quantum gauge theory‘이다. 그 구조가 수학적으로 아름다워 미적인 만족감을 줄뿐 아니라, LHC 실험을 통해 실제로 검증되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인공인 암흑물질은 그 어떤 표준모형 입자도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 표준모형에서 입자들은 대부분 매우 짧은 수명life time을 갖고 더 가벼운 입자로 붕괴한다. 붕괴하지 않는 소립자 중에서 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는 중성미자밖에 없다. 빅뱅 이론에서 각각의 종류의 중성미자의 수를 구해보면 대략 세제곱 센티미터당 110개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중성미자의 질량이 0.1전자볼트 미만이라는 입자물리학적 증거를 고려하면 요구되는 암흑물질 밀도의 1%미만을 담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의 양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교차 검증하여 정확한 양을 결정지을 수 있는데, 결과값을 우선 말하자면 대략 우주 임계 밀도의 대략 1/4 정도 된다. 여기서는 우주의 팽창, 즉 허블 팽창의 정밀한 관측을 통한 밀도 결정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할 포인트는 우주의 팽창률이 우주를 구성하는 에너지 성분의 밀도 조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상대성 이론이 시공간의 물리적 특성이 물질을 포함한 에너지 성분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보자.
\(R_{\mu\nu} -\frac{1}{2}R g_{\mu\nu} = 8\pi G_N T_{\mu\nu}\)
이 방정식의 좌변은 온통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등호로 연결된 우변은 물질과 에너지 성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매우 간략하게 나타내보면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아래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시공간의 구조 = 물질
이 방정식을 우주에 적용하면, 우주의 공간 팽창률과 물질 성분의 관계를 이야기 할 수 있다.
단순한 사고 실험부터 해보자. 거의 비어있는 시공간에 에너지를 한 스푼 넣어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답을 알기 위해 위에서 언급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풀어보면 놀랍게도 ‘시공간은 일정한 비율로 팽창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에너지 밀도를 4배 키울 때마다, 허블 계수Hubble parameter로 정의되는 팽창률은 2배씩 커진다. 아래의 유명한 프리드만 방정식Friedmann equation은 일반상대성 이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데, 밀도와 팽창률의 관계를 보여준다.
\(H^2 = \left(\frac{\dot{a}}{a}\right)^2 = \frac{8\pi G_N}{3}\rho\)
여기서 \(a(t)\)는 공간의 크기 변화를 표현하는 스케일 함수scale factor이고, \(a=\frac{da(t)}{dt}\)는 스케일 함수의 시간에 따른 변화율이다. 스케일 함수가 2배가 되면, 공간의 길이도 2배가 된다. 알렉산더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 1888-1925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통해 알아낸 이 방정식은 현대 우주론의 기본 방정식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도 바로 스케일 함수가 시간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우주의 팽창 패턴에 대한 관측 결과를 활용하여 실제 우주의 에너지 성분에 대해서도 알아낼 수 있다.
에드윈 허블Edwin Hubble, 1889-1953은 관측을 통해 우주의 팽창률을 측정하는 데 처음 성공한 연구자다. 허블은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광성인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와 스펙트럼을 측정하여 지구로부터 거리와 후퇴 속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얻은 결과는 우주가 대략 거리 Mpc당 초속 500km의 비율로 팽창한다는 것이었다. 허블의 관측은 1929년의 일인데, 참고로 1927년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 1844-1966는 이론적으로 약간 더 큰 값인 600 km/s/Mpc을 추산한 바 있다. 그의 이름과 함께 우주의 팽창에 대한 법칙을 공식적으로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허블의 측정은 관측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더 정교해지고, 더 먼 거리까지로 확장되어왔다. 현대적인 기술로 관측한 결과 그 값은 대략 70km/s/Mpc으로, 허블이 얻었던 값의 1/7 정도다. 아무튼! 우주가 실제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팽창률을 상당한 정밀도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의 팽창률을 통해 물질 구성을 알아낼 수 있겠다.
알다시피 덩어리를 이루는 물질의 경우 둘러싼 부피가 커지면 밀도가 반비례하여 작아진다. 만약 질량이 \(m\)인 입자 \(N\)개가 부피 \(V\)안에 있다면, 밀도는 다음 식으로 결정된다. 부피는 스케일 팩터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다음 식을 얻는다.
\(\rho_{matter} = \frac{m}{V} \propto \frac{1}{a^3}\)
부피가 1세제곱 미터인 박스에 들어 있는 1킬로그램 짜리 돌덩이에 해당하는 밀도는, 부피가 100배 큰 박스의 경우에 비해 1/100만큼 작다. 마찬가지로 만약 우주의 부피가 100배 커지는 동안 덩어리 물질의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밀도는 1/100로 줄어든다. 그 결과 팽창률은 1/10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부피가 10,000배 커지면, 팽창률은 1/100로 줄어들 것이다. 이런 패턴이 계속된다면 결국 팽창률은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빛은 좀 다르게 행동한다. 파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빛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하는데, 우주 팽창과 함께 파장이 함께 팽창하면 에너지를 더 낮추는 부과 효과가 있다.
\(\rho_{light} = \frac{hf}{V} =\frac{hc}{\lambda V} \propto \frac{1}{a^4}\)
빛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며 질량 에너지에 비해 큰 운동에너지를 가지는 물질은 더 빠르게 밀도가 낮아지며 결국엔 팽창률이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덩어리 물질도, 빛도 아닌 제3의 에너지 형태가 있는데 이 성분은 이해하기가 좀 더 어렵다.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에너지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진공이 양자역학적으로 진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진공의 에너지’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진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자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소멸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불확정성 원리가 허용하는 짧은 시간 동안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생겨났다가 다시 진공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때 일정한 에너지 값을 갖게 된다. 실제로 입자 가속기 LHC에서 힉스 입자를 생성시키자 빛 입자 쌍으로 붕괴하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 현상은 힉스 입자가 양자역학이 허용하는 톱 쿼크top quark 쌍으로 변환되었다가 빛 입자 쌍으로 붕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흥미로운 점은 진공 에너지는 공간이 팽창한다고 해도 그 밀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진공이니 공간이 더 생기면 해당하는 만큼 진공 에너지가 더 생기기 때문에 밀도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결국 우주에서 진공에너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덩어리 입자 에너지는 부피에 반비례해서 밀도가 줄고, 빛 입자 에너지도 부피가 커짐에 따라 줄어드는 반면, 진공 에너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H^2(t) = \frac{\dot{a}^2(t)}{a(t)} \propto \frac{\rho_{0,matter}}{a^3} +\frac{\rho_{0,light}}{a^4} +\rho_{0,vac}\) → \(\rho_{0,vac}\)
상수인 진공에너지 밀도만 고려하면 팽창률이 일정하므로, 부피는 시간에 대해 지수적으로 증가한다. 우주가 충분히 나이를 먹으면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는 가속팽창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1999년 1a형 초신성을 활용하여 우주의 팽창을 조사하던 사울 펄머터Saul Perlmutter, 1959-의 연구팀, 그리고 브라이언 슈미트Brian Schmidt, 1967-와 애덤 리스Adam Guy Riess, 1969-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주가 실제로 가속팽창하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우주는 점점 빠르게 가속팽창하고 있으며, 팽창률 분석에 따르면 진공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의 대략 70%를 차지하고 있고, 물질 성분 에너지는 대략 30%, 빛과 같은 성분은 1% 미만으로 알려졌다.
하필 진공에너지 값이 관측한 그 값이 맞느냐의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최대 난제로 여겨지는 ‘우주 상수 문제’인데, 여기서는 그런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려 한다. 어차피 필자도 그 답을 모르니 딱히 해설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진공에너지도 문제지만 물질 성분 30%도 문제다. 왜냐하면 우주에서 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양은 이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물론 빛을 통해 물질을 검출하는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매우 흥미롭게도 ‘원자’의 총 양을 빅뱅이론에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한데, 특히 초기 우주의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에서 우주가 식어가면서 가벼운 원자핵인 수소(H), 중수소(D) , 삼중수소(3H), 헬륨(3He, 4He), 리튬(Li) 등이 차례로 만들어지는 핵합성nuclear synthesis 과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주목할 점은 만들어지는 가벼운 원소의 상대적 비율(특히 D/H 비율)은 정밀하게 측정되었으며, 이로부터 우주 전체의 바리온양(혹은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양)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원자(보다 엄밀하게 바리온)의 양은 우주팽창률 등을 통해 알아낸 양의 1/6 정도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5/6는 무엇일까? 나머지 성분은 원자보다 다섯 배나 더 많지만, 빛과 반응하지 않는 성분이다. 바로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보여주는 추가 증거들
앞에서 우주의 팽창에서 알게 된 물질의 양과 가벼운 원소의 비율로부터 알게 된 바리온의 양을 비교했을 때, 물질의 상당 부분(5/6)이 바리온이 아닌 암흑물질임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확실한 한 가지 증거만 가지고도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양한 증거를 모두 합친다면 더욱 강력한 증거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암흑물질에 대해서도 다양한 독립적인 증거들이 존재하며, 증거들은 모두 암흑물질이 원자로 된 물질보다 다섯 배 가량 많다고 말해준다.
은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별의 공전 속도를, 중심에서의 거리에 대한 함수로 측정하면 중력의 근원이 되는 물질의 총량을 알아낼 수 있다. 케플러의 법칙은 공전하는 별의 운동과 이를 지탱하는 질량의 관계를 결정짓는데, 실제 많은 은하들에 대해 적용해보면 빛을 내고 있는 별의 총질량에 비해 요구되는 질량은 훨씬 많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앞서 말한 ‘원자의 다섯 배’가 여기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노벨상 수상을 놓친 억울한 대표 케이스로 자주 언급되는 베라 루빈Vera Rubin, 1928-2016의 1970년대 연구가 이 방향의 선구적인 연구로 인정된다. 또는 여러 천체가 중력적으로 결합된 천체 시스템을 분석을 해보면 보이는 별과 먼지의 양으로는 도저히 이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중력 포텐셜을 설명할 수가 없고, 오직 암흑물질을 통해서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하게 암흑물질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은 아마도 총알 은하단Bullet cluster의 관측 결과일 것이다. 총알 은하단은 충돌하는 두 개 혹은 여러 개의 은하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총알모양 물질 분포 덕분에 붙은 별명인데, 빛(X선)을 통해 보이는 물질의 분포 (밝은 노랑, 빨간색 부분)와 중력렌즈를 이용해 알아낸 질량의 분포(초록색 등고선)가 확연하게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총알 은하단에서 두 은하가 충돌할 때 빛과 반응하는 일반적인 원자 물질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모양이 일그러지는 반면, 거의 충돌하지 않는 암흑물질은 서로 관통하여 중심에서 먼 쪽에 주로 분포한다. 총알은 하단의 질량분포를 보면 확연하게 암흑물질과 원자 물질들이 분리된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림3]에서 파란색 부분이 암흑물질, 노란색과 빨간색인 부분이 원자로 된 물질이다. 오늘날은 암흑물질 분포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시대이다.
암흑물질의 정체: 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과 우주론의 다양한 관측을 통해 검증된 암흑물질의 존재를 의심하기는 쉽지 않지만, 여전히 그 정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혹자는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이론가의 수보다 더 많은 암흑물질의 이론적 후보들이 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론가들이 제시한 어떤 암흑물질 후보라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 계속 새로운 후보들이 제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측 결과도 점점 정밀해지니 이를 반영한 암흑물질 후보에 대한 이론적 모형도 점점 복잡해지기도 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모든 후보를 소개하는 것은 지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지금 제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이론적 아이디어들은 틀렸을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개별 후보를 나열하며 특성을 소개하기보다는 (이런 소개는 이미 많은 글에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필자가 쓴 리뷰도 있다) 입자물리학의 원리에 비추어 고려해볼 수 있는 보다 일반적인 내용을 논의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선 대단히 성공적인 것으로 밝혀진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의 조성 원리를 곰곰이 들여다 보고 싶다. 성공한 이론에서 무언가 배우는 건 좋은 접근이라 생각한다.
표준모형은 시공간의 대칭성과 게이지 대칭성을 근본 원리로 만들어진 양자역학적 이론이다. 시공간의 대칭성은 상대성 이론이 요구하는 로렌츠 대칭성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로렌츠 대칭성을 정합적인 형태로 확장하는 방법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양자역학의 수학적 구조를 고려해서 시공간 구조의 확장을 시도하면, 소위 초대칭성supersymmetry이라고 불리는 확장이 가능하다. 초대칭이 있는 물리이론을 쓸 때 곱의 순서를 바꾸면 부호가 변하는 그라스만 변수Grassmannian variable로 기술되는 페르미온-차원fermionic extra dimension을 도입한다. 페르미온-차원 덕분에 표준모형을 초대칭성을 포함하여 확장하면 반드시 입자와 스핀이 1/2만큼 차이가 나는 초대칭 짝입자 supersymmetric partner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초대칭 짝입자 중에서 가장 가벼운 입자는 이론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대칭성인 R-패러티R-parity라는 일종의 반전 대칭성에 대해 음–의 부호를 갖기 때문에, 양+의 부호를 갖는 표준모형 입자로 붕괴할 수 없는 안정한 입자가 된다. 이 안정한 입자가 만약 전기적으로 중성이면 훌륭한 암흑물질의 후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자의 초대칭 짝입자 혹은 힉스 입자의 초대칭 짝입자 중 중성인 입자, 중력자의 초대칭 짝입자, 중성미자의 초대칭 짝입자 등이 이론적으로 매력적이다. 만약 초대칭 짝입자가 암흑물질이 맞다면 새로운 페르미온 차원을 발견하는 셈이 되므로 너무나 흥미로운 가능성이다.
시공간의 차원에 여분차원bosonic extra dimension을 더하여 확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운동량 방향이 더 생긴다고 보면 되는데, 우리가 보고 있는 3개의 공간축과 1개의 시간축을 포함한 4차원 시공간에 여분의 차원을 덧붙인다.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여분의 차원을 덧붙이는 것이 양자역학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이 초끈이론 등을 통해 알려져 있으니, 여분차원은 매우 매력적이다. 시공간 차원을 한 차원만 확장하여 예를 들어 5차원 시공간을 고려할 때 보통 여분의 차원은 ‘접혀있다compactified’고 하는데, 그 크기는 현존하는 실험을 통해 알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고 가정한다. 이렇게 작게 접힌 공간을 움직이는 입자는 공간의 크기에 반비례하는 질량 차mass gap를 갖고 무거운 ‘칼루자-클라인 입자’로 나타나는데, 이 중 가장 가벼운 입자가 시공간의 반전 대칭성이 정확할 경우 안정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초대칭의 경우와 유사하게 광자, 힉스입자, 중성미자 등의 칼루자-클라인 파트너 입자가 그 중 특히 매력적인 암흑물질 후보가 되는데, 초대칭의 경우와 다른 점은 스핀이 표준모형 입자의 그것과 같다는 점이다. 만약 무거운 광자가 암흑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새로운 시공간 차원을 알게 되는 셈이다.
물질의 스펙트럼을 넓힐 때 새로운 힘을 포함하도록 표준모형의 게이지 대칭성을 확장할 수도 있다. 확장한 게이지 대칭성에 동반된 힘에만 반응하는 물질은 표준모형 입자들과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로 안성맞춤이다. 수학적으로 게이지 대칭성은 시공간 대칭성과 달리 알려진 제한이 덜하며, 더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암흑물질이 없는 우주를 상상하기가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조물주가 우주를 만들 때 암흑물질이 없는 우주를 만들려면, 게이지 대칭성을 아주 특별한 표준모형의 그것만 허용하고, 또 이에 반응하는 입자(혹은 양자장)도 우리가 아는 딱 15종류만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론물리학의 이해 범위에 그런 ‘금지령’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지되지 않은 일은 반드시 발생한다’는 양자역학의 원리가 맞다면 우주에 암흑물질이 존재는 조물주도 막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로 우리가 사는 우주는 암흑물질 금지령이 없는 자유로운 우주이다. 이 자유로운 우주에서 암흑물질은 자기 스스로 반응하기도 하고, 원자와 반응하기도 할 것이다. 모든 이론적 가능성들이 오늘날 학술의 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암흑물질이 우주에서 에너지로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현상의 이면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질의 태반이 중력으로만 기여하는 상황보다 어쩌면 다른 쓰임새가 있다고 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보아도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액시온axion 암흑물질은 강한핵력이 입자와 반입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특별한 성질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암흑물질을 제공해주는 초대칭성과 여분차원은 양자중력이론이 성립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중력적 기여만으로도 이미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암흑물질이 없었다면 우주에서 별, 은하, 은하단과 모든 중력적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런 우주였다면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도 없을 것이다.
윔프
가장 많이 연구된 암흑물질 후보는 초대칭성, 여분차원 이론 등에 등장하는 윔프WIMP이다. 윔프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를 말하는 가족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 가족에 초대칭 입자도, 칼루자-클라인 입자도 속한다. 이 특별한 종류의 암흑물질이 우주에 남아있는 양relic density을 이휘소-와인버그Lee-Weinberg(1977)의 계산법을 고려하여 이론적으로 구할 수 있다. 우주론과 입자물리학을 동시에 고려한 우아한 계산법이니 소개를 해볼까 한다.
윔프는 초기 우주에서 빛을 포함한 여타의 물질들과 활발하게 반응하여 열적 평형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이 활발한 반응은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점차 약해지는데, 밀도가 낮아지고 온도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응률이 충분히 낮아져 우주의 팽창률에 비해서도 느려지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더 이상 평형상태에 남아있지 못하고 열적으로 독립decouple from thermal equilibrium을 하게 된다.
일단 독립하면 여타의 입자와 떨어져 자신만의 길을 가므로 이후에는 팽창하는 우주의 부피에 반비례해서 밀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제 열적 평형에서 떨어져 나올 당시의 분포를 유지한 채로 소위 열적인 유물thermal relic로 남아 현재에 이른다. 이 과정을 얼어붙어 튕겨나는 과정freeze-out이라 부른다. 계산을 해보면 이때 온도는 대략 암흑물질의 정지질량 에너지의 1/20 정도의 온도에 해당할 정도가 된다. 열적 독립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입자가 비상대론적으로 ‘느린’ 입자였으니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따른다. 이런 느린 암흑물질은 ‘차가운 암흑물질cold dark matter’이 된다. 느리고, 무거운 입자들은 중력 포텐셜에 기여하고 은하 형성 등 중력적 구조 형성에 영향을 준다. 바리온 물질만으로 부족한 중력 포텐셜을 더욱 강하게 형성하여 물질이 중력적으로 뭉치고, 커지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암흑 물질을 ‘생명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다면 분명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차가운 암흑물질을 고려한 정밀한 은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우리 은하수 은하 정도의 크기라면 대략 200-300km/s 정도의 피크 속도를 가지는 것이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속도와 +-10% 정도에서 이상 속도가 있다는 연구도 있으며, 공간 분포와 속도 분포도 완전히 등방적이지 않음도 밝혀졌다.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물리량은 태양계 근처에서의 암흑물질 속도인데, 얼마나 자주 암흑물질이 지구를 때리는지 추산하는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암흑물질이 차지한 부분을 헤일로Halo라고 부르는데, 은하 사진에 등장하는 원반보다 훨씬 크고 등방적이다. 일반 물질과 달리 중력장에 빨려들면서 강착 원반을 만들고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윔프 암흑물질로 만들어진 바다헤일로에 원자로 만들어진 세계가 잠겨있는 이미지가 대체로 정확한데, 마치 바닷물의 물고기처럼 별들은 암흑물질 속을 헤엄치며 공전한다. 만약 암흑물질과 반응하는 매우 정밀한 검출기가 있다면 암흑물질의 바람wind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달리는 자전거 핸들에 달아놓은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암흑물질 검출기에 암흑물질 바람이 기록된다면 그 존재를 알 수도 있겠건만 암흑물질과 반응하는 검출기는 만들기가 어렵다. 애초에 원자로 되어있지도 않은 바람을 검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와인버그의 계산을 통해 암흑물질과 원자의 반응률(좀 더 엄밀하게는 산란 단면적)을 추산할 수 있고, 추산된 반응률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볼 수 있다. 불행히도 수많은 실험들이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 검증에 성공한 예는 없다.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인데 마치 강태공이 낚시를 하듯 도전하고 있을 뿐이다. 검출에 성공하려면 운이 따라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힘든 일이기에 이를 진행하고 있는 실험가들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입자가속기에서 암흑물질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입자 충돌 에너지가 충분히 높으면 무거운 암흑물질을 동반한 입자 생성이 가능한데, 생성된 암흑물질은 일반적인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디자인된 입자 검출장치에 직접 신호를 남기지 않고 지나가기 때문에 신호 해석상 ‘잃어버린 에너지’ 혹은 ‘missing energy’ 신호를 만들게 된다. 분명 뭔가 나갔는데 직접 신호로는 보이지 않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바로 입자가속기에서 암흑물질 탐색의 기본이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 LHC에서도 이런 시도를 했고, 가장 정밀한 가속기 BELLE에서도 좀 더 가벼운 영역에서 암흑물질 탐색을 시도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아직은 검출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헤일로에 들어 있는 암흑물질끼리 반응해서 표준모형 입자를 만든다면 그 신호를 포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중성미자, 양성자(반양성자), 전자(반전자) 등 안정한 입자를 암흑물질의 쌍소멸 혹은 붕괴 과정에서 생성한다면 정밀한 우주선 검출기를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엄마 입자인 암흑물질의 질량과 생성해서 만들어진 입자의 에너지 사이에 대응 관계가 있으므로, 우주선 입자의 에너지 분포를 정밀하게 재는 것이 유효한 접근법이다. 최근 파멜라Pamela 위성 등에서 반전자의 플럭스를 정밀하게 측정했더니 100GeV-1000GeV 근처에서 이상하게 많은 반전자가 지구에 도달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것이 암흑물질의 신호가 아닐지 모른다.
원시 블랙홀과 힉스 입자
암흑물질이 원자로 되어 있지 않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반드시 소립자일 필요는 없다. 적절한 에너지 뭉치도 상대성 이론에 따라 질량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니, 그 상태는 뭉쳐진 입자들의 상태composite state이거나 완전히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초기 우주에 있었던 급팽창cosmic inflation 시기의 양자요동에서 비롯한 원시 블랙홀이다. 원시 블랙홀은 별이 생을 다하고 중력 붕괴를 통해 생성되는 일반적인 블랙홀과 달리 급팽창을 일으키는 인플라톤 에너지의 요동에서 기인하기에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양과 무관하다. 따라서 원시 블랙홀이 암흑물질이라고 해도 우주에서 가벼운 핵의 양에 대한 관측 사실과 부합한다. 이 점이 좋은 것은 표준모형을 수정 혹은 확장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양자요동은 늘 있는 일이지만, 원시 블랙홀을 생성할 정도의 요동은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니 쉽게 만들어졌다면 우리 주변이 온통 블랙홀이고 생명이 삶을 즐길 수 있는 다른 흥미로운 구조들을 압도해버릴 것이다. 급팽창에서 밀도 요동을 키울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인플라톤 포텐셜 에너지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을 지날 때 초저속 운동superslow-roll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너무나 느린 운동에 동반한 요동은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amplify되며 결국 블랙홀을 생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이상한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고?
흥미롭게도 표준모형의 힉스 입자를 급팽창의 요인으로 보는 최근의 연구에서 실제 원시 블랙홀 생성이 가능하며, 특히나 예측되는 블랙홀의 양과 질량이 우주의 암흑물질량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림4]는 최근 우리 연구실 학생 정동연, 이성묵 학생과 진행한 연구 결과물인데, 세로축은 암흑물질 양에 대비한 원시블랙홀의 비율, 가로축은 원시블랙홀의 질량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왼쪽에 이론이 예측하는 가능한 피크 3개인데, 태양보다 10-12-10-17정도 가벼운 원시 블랙홀이 인플레이션에서 생성되고, 암흑물질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마치며
많은 이론가와 실험가가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풀리지 않은 난제는 한편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을 뛰게 한다. 필자가 여러 동료들과 함께 만든 ‘암흑 우주 연구실Lab for Dark Universe’도 암흑물질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기존의 암흑물질연구에서 은연중에 가정한 가정 혹은 편견을 깨고 암흑물질 연구의 패러다임을 새로운 눈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야심 차게 해오고 있다. 특히 헤일로 암흑물질을 우주에서 날아온 고에너지 입자가 충돌 시켜 암흑물질을 높은 속도를 갖고 부스트 시킨다는 부스트 암흑물질boosted dark matter, 암흑물질의 자체 상호작용이 은하의 밀도 분포와 관련된 몇 가지 난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자체-상호작용-암흑물질self interacting dark matter, 그리고 임계 힉스 급팽창 이론에서 야기시킬 수 있는 원시 블랙홀 생성 연구 등 자랑할 만한 성과를 얻어 암흑물질 연구의 지형에 중요한 한 부분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확실하게 암흑물질이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다만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노력해온 결과 어렴풋이 그 정체의 그림자 정도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그림자가 진짜 암흑물질의 그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상상력과 수학 실력의 한계 때문에 나타난 환상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려운 문제는 우리의 지혜를 발전시킬 소중한 기회가 되어왔다. 암흑물질 문제는 현재 인류가 얻은 기본 입자와 힘에 대한 가장 정밀한 이론인 표준모형으로는 해결되지 않기에 진정한 새로운 물리학의 힌트로 보인다. 어쩌면 원자론으로 대표되는 물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줄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 이휘소; 스티븐 와인버그(1977). “Cosmological Lower Bound on Heavy-Neutrino Masses”. Physical Review Letters 39: 165. Bibcode:1977PhRvL.39.165L. doi:10.1103/PhysRevLett.39.165.
- Seong Chan Park, "Who Ordered Dark Matter?: The Necessity of Dark Matter", New Phys.Sae Mulli 66 (2016) 8, 942-945 (초청 리뷰)
- Dhong Yeon Cheong, Sung Mook Lee, and Seong Chan Park, “Primordial black holes in Higgs-\(R^2\)inflation as the whole of dark matter”, JCAP 01 (2021), 032
- T. Flacke, D. Kang, K. Kong, G. Mohlabeng and S. C. Park, "Electroweak Kaluza-Klein Dark Matter’’, JHEP 04, 041 (2017)
- C. Rott, K. Kohri and S. C. Park, "Superheavy dark matter and IceCube neutrino signals: Bounds on decaying dark matter", Phys. Rev. D 92, no.2, 023529 (2015)
- Y. Jho, J. C. Park, S. C. Park and P. Y. Tseng, "Leptonic New Force and Cosmic-ray Boosted Dark Matter for the XENON1T Excess", Phys. Lett. B 811, 135863 (2020)